소설리스트

강철 소방대-55화 (55/235)

<강철 소방대 55화>

55화. 구조대 (6)

가장 먼저 터널 안으로 진입한 건 진압대였다.

“먼저 내려간다!”

“알겠습니다!”

진압대장을 비롯한 진압대원들이 로프에 가장 먼저 몸을 실었고, 구조대 역시 바로 그 뒤를 따랐다.

“저희도 가겠습니다.”

“오케이.”

모두 한 치의 두려움 없는 표정으로.

화아아아악.

아직까지 방수가 진행되던 탓에, 시커먼 연기가 눈앞을 가리는 상황에서의 레펠이었다.

화르르르르!

거기다 불길의 진원지가 터널 내부다 보니 아직까지 그로 인한 열기가 험악하게 뿜어지는 상황.

하지만 진입을 시도한 여섯 소방관의 레펠은 거침없었다.

“그대로 쭉 내려간다!”

“알겠습니다!”

앞을 가리는 연기 때문에 속도는 느릴지언정 레펠에는 멈춤이 없었고.

콰당탕.

“크윽.”

몇몇 소방관이 제대로 착지를 못해 몸을 구르는 상황이 벌어지긴 했지만, 모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먼저 내려진 관창을 찾아 움직였다.

“찾았습니다.”

“여기도 찾았습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진입로를 열기 위해.

“좋아! 바로 주수해!”

“주수!”

쏴아아아아아!

바로 터널의 유일한 내부 입구를 향해 거센 물줄기를 뿜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입구의 불길을 잡음과 동시에 진압대장이 고함을 질렀다.

“좋아, 이대로 밀어내면서 간다.”

“알겠습니다!”

최대한 시간을 아껴야 한다는 판단에 이루어진 지시였고, 그와 동시에 세 개의 물줄기가 거침없이 O 자를 그리며 앞으로 뻗어 나갔다.

쏴아아아아!

불이 타는 터널 내부의 벽을 감싸면서 순간적으로 길을 만드는 모습이었으며, 그렇게 여섯 소방관은 단숨에 터널 내부로 진입했다.

“진입했습니다!”

“뭐? 벌써?”

“네. 공격적 주수로 결정한 거 같습니다. 여섯 모두 진입했습니다!”

위에서 보조 진압을 시행하던 소방관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신속한 내부 진입이었다.

그 때문에 상황을 주시하던 소방관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내질렀다.

“좋았어! 역시 김 대장님이야!”

“거봐. 내가 뭐라고 그랬어. 정환이면 금방 뚫을 거라고 했잖아.”

“좋았어! 가라! 가!”

그들을 대표해 차출된 진압대로서 유감없는 실력을 보여 주는 동료들의 모습에 뿌듯함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지금의 진입은 진압대만의 공이 아니었다.

현재 진입을 시도하는 구출대에는 구조대에서 차출된 세 사람도 포함돼 있었다.

“후우. 후우.”

“그대로 가셔도 됩니다!”

“보조하겠습니다!”

진압 전까지 관창 보조로서 임무를 수행하기로 한 허석훈, 오성수, 이성하 세 사람이었고, 그런 이들의 실력에 선두를 맡고 있는 진압대장은 진심으로 흡족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제법인데? 진짜 제대로야. 하하하.’

특별한 지시 없이도 자신들의 움직임을 예상하기라도 하듯, 빠르게 따라붙는 구조대의 모습에 원하는 대로 마음껏 주수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고작 뒤에서 호스를 잡고 있는 게 뭐가 대단하냐고 할 수 있겠지만, 진압대에게 있어 관창수와 관창 보조의 역할은 50 대 50이었다.

진압해야 할 지점을 파악해 주수를 결정하는 게 관창수라면 실질적으로 그 주수를 유지할 수 있도록 호스를 붙잡아 압력을 견디는 게 관창 보조의 역할이었고, 그 관창 보조의 역할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더욱 중요도가 올라갔다.

“어엇!”

“야, 정환아. 괜찮냐?”

“괘, 괜찮습니다!”

진압대원 한 명이 휘청거릴 정도로 거세게 뿜어지는 물줄기였다.

쏴아아아아!

터널 내부의 불길이 순식간에 사그라질 정도로 평소보다 두꺼운 물줄기가 뿜어지는 상황이었고, 그 이유는 이번 진압에 사용된 호스의 종류 때문이었다.

“65밀리미터야! 정신 바짝 안 차려!”

“알겠습니다!”

휘청거리는 대원의 모습에 진압대장이 바로 매서운 고함을 지를 정도로, 엄청난 압력을 뿜어내는 호스가 현재 그들이 잡고 있는 65mm 관창이었다.

원래 65mm 관창은 15층 높이의 고층 빌딩 화재 같은 곳에서 사용되는 고압 호스였다.

평소 소방관들이 사용하는 관창이 40mm 사이즈라는 걸 생각하면, 거의 1.5배에 달하는 압력을 뿜어내는 괴물 사이즈의 호스.

그 때문에 60mm 관창은 일반적으로 소방관 혼자서는 주수가 불가능했다.

필수적으로 관창 보조가 있어야만 제대로 주수할 수 있는 게 60mm였고, 그 때문에 지금의 공격 주수는 관창 보조를 맡고 있는 구조대의 역할이 막중했다.

“허억, 허억.”

“제길!”

“앞으로 가요! 앞으로!”

막대한 호스의 압력에 헐떡거리면서도, 관창을 잡고 있는 진압대가 마음껏 주수를 할 수 있도록 뒤에서 받쳐주는 게 구조대의 세 사람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진압대장이 그런 세 사람 중에서도 가장 눈여겨보는 건 이성하였다.

‘저 애송이를 왜 팀장으로 내세웠는지 알겠어.’

단순히 압력만 버티는 게 아니었다.

“여기서부터는 O 자예요! O 자!”

진압대가 어떤 방식으로 주수를 할지 예상하듯 자신의 선배들에게 주수 방향을 지정하며 따라붙고 있었고, 놀랍게도 그 예상은 모두 한 치의 오차 없이 맞아떨어졌다.

“Z 자로 움직입니다. 다음 통로부터는 직선이에요!”

터널의 구조가 바뀔 때마다 진압대의 움직임과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지시에.

‘이 새끼, 제법인데.’

‘이 속도라면 할 수 있겠어.’

쏴아아아아!

진압대원들 역시 신기한 표정으로 이성하를 바라보며, 속도를 끌어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성하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여기서부터는 터널이 오른쪽이야.’

터널에 진입하기 전, 이미 터널의 구조도는 머릿속에 빠짐없이 외워 둔 상태였다.

‘이 다음을 넘어가면 환풍구가 세 개.’

그중에서도 밀폐된 격실 진압에서 가장 중요한 환풍구의 위치만큼은 확실히 기억해 뒀고, 그래서 지금과 같은 정확한 지시가 가능한 거였다.

[환풍구다.]

“여기서부터 다시 O 자로 주수할 거예요!”

“오케이.”

“좋아!”

쏴아아아아!

진압대로 활동했던 경력이 있었던 만큼, 관창수들이 어떤 방식으로 진입로를 뚫을지 미리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20미터!]

“앞으로 20미터 남았습니다!”

귓가로 정확한 거리를 알려 주는 렉스의 말에 이성하가 목청을 높였다.

“이제 200미터인가.”

그 말에 진압대장이 자신이 들고 있는 관창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와 동시에 지금까지 관창 보조를 맡던 구조대 세 사람이 앞으로 뛰어나갔다.

“진입합니다!”

“진입!”

진입 전 진압대장과 결정한 대로 드디어 구조대의 단독 작전을 시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모습은 상황을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미친 짓이라며 기겁했을 행동이었다.

화르르르르!

아직 화재의 원인으로 여겨지는 방음벽 구간이 끝나지 않아, 여전히 흉험한 불길이 길을 막고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성하의 행동엔 거침이 없었다.

‘200미터였죠? 직사 주수 가능한 거리.’

[그래. 딱 그 거리가 직사 주수가 허용 가능한 범위야. 거기서부터 몇 미터까지 뻗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주수는 가능해.]

미리 사전에 렉스에게 확인까지 받았던 상황이었다.

관창을 통해 물줄기를 뿜어 낼 수 있는 직사 주수의 허용 거리를 미리 렉스에게 확인했고, 그걸 토대로 권일섭은 물론이고 구출대로 같이 참여하는 진압대장의 동의까지 받아 낸 작전이었다.

“입구는 모르겠지만, 100미터 지점부터는 압력이 계속 줄어들 겁니다. 그때부터는 저희 없이도 진압대가 주수를 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을 거고요. 그렇다면 저희는 먼저 들어가서 구조대를 만나겠습니다.”

“먼저 진입해서 시간을 아끼겠다?”

“네. 이번 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진입해서 요구조자들과 구조대의 탈출 준비를 서두르겠습니다. 진압대는 남아서 통로 화재를 진압해 주십쇼.”

요구조자들과 구조대를 구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빠른 진입만이 최선이라는 판단을 내렸던 것이다.

그리고 그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주수해!”

“주수!”

쏴아아아아!

불길 속으로 진입하는 구조대의 머리 위로 물줄기가 거세게 뿜어졌다.

지금까지 이동한 거리로 인해 다소 약해지긴 했지만 구조대의 몸을 보호하는 데는 충분한 물이 뿜어졌고, 그런 지원 아래 이성하를 비롯한 세 사람이 불길 안으로 진입했다.

“가겠습니다!”

“진입해!”

“오케이!”

자신들의 도움을 기다리는 동료들을 위해.

화아아아악!

불길을 만나 거침없이 뿜어지는 수증기 안으로 과감히 몸을 던진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쏴아아아아!

물줄기가 직선으로 뿜어지고는 있었지만 그 거리는 기껏해야 20미터밖에 되지 않았고, 그 너머로 아직 30미터의 거리가 남아 있었다.

“제길! 끝까지 안 닿습니다!”

“이성하, 들리나? 거리가 생각보다 짧다. 주수 거리가 닿지 않아!”

계산한 것과 달리 직사 주수 거리가 지원해야 될 범위를 커버하지 못하는 모습에, 진압대장이 다급한 고함을 질렀던 것이다.

하지만 이성하로서는 이미 예상하던 사안이었다.

‘어차피 끝까지 주수가 가능할 거라고는 기대도 안 했어.’

[좋은 마음이다. 충분히 예상 범위 안이야. 그대로 밀어붙여!]

짧게 이어진 물줄기에도 망설임 없는 표정으로 선두에 섰고, 그 손에 들린 건 구조대 개인이 챙겨 왔던 휴대용 소화기였다.

다른 두 사람 역시 그 옆으로 붙으며 자신들이 챙겨 온 소화기를 앞으로 내밀었으며, 그와 동시에 세 사람은 망설임 없이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

“진입!”

이미 북한산 화재에서 같은 상황을 겪어 본 경험이 있던 이들이었기에.

“좋아.”

“그래, 가자!”

쏴아아아아!

소화기에서 뿜어지는 소화액으로 불길을 날리며 과감히 진입을 시도했던 것이다.

당연히 그 모습에 진압대는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미친…….”

“저거 진짜 미친놈들 아닙니까?”

무모해서가 아니었다.

이미 북한산 화재에서도 저런 방식으로 길을 뚫은 걸 알았기에, 이미 경험이 있는 세 사람이라면 충분히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이었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고통이었다.

휴대용 소화기로 이미 완전연소에 들어간 불길을 진압하는 건 불가능했다.

화르르르르!

세 대의 소화기가 분사되고 있지만 거세게 타오르는 불길을 완전히 막아 내는 건 불가능했고, 그 때문에 불길 속을 뚫고 있는 구조대의 얼굴은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끄으으으.”

“제기랄.”

직접적으로 불길이 닿지는 않았지만, 방화복 너머로 느껴지는 강렬한 열기에 전신에서 고통이 느껴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걸음을 멈추는 사람은 없었다.

“이제 30미터 왔습니다! 앞으로 20미터!”

독기에 찬 이성하가 고함을 외쳤고.

“알아!”

“X발, 기껏해야 20미터 따위!”

허석훈과 오성수 역시 일그러진 표정으로 고함을 지르며 계속해서 앞을 나아갔다.

“10미터!”

아무리 이번 작전의 팀장으로 내세우긴 했지만, 그들보다 후배인 이성하가 거침없이 앞장서는 모습에.

“끄으으으.”

“으으윽. 젠장!”

쪽팔려서라도 물러설 순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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