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 소방대-51화 (51/235)

<강철 소방대 51화>

51화. 구조대 (2)

광역 대응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 소방본부에서 해당 구역의 소방관들을 비상 소집하는 긴급 대응 체계였다.

현재 근무하는 소방관들로 재난의 해결이 어렵다고 판단해, 비번으로 휴식을 취하는 소방관들까지 소집하는 소방본부의 비상 대응 체계.

그리고 그 대응 체계는 총 3단계로 나눠졌다.

재난이 발생한 지역의 소방서 인력과 장비가 총출동하는 광역 1호로 시작해, 발생 지역 인근의 3군데 이상 소방서가 총 출동하는 광역 2호, 그리고 마지막으로 해당 지역의 전체 소방서 인력이 총출동하는 광역 3호까지.

그리고 지금 발령된 단계는 그중에서 가장 낮은 1호였다.

얼핏 들으면 가장 낮은 단계라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애초에 광역 대응은 대형 재난이 일어났을 때만 떨어지는 비상 소집 명령이었다.

<광역 대응은 10명 미만의 인명 피해, 그리고 상황 해결에 3~8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현장지휘대장의 권한으로 발령된다.>

현장에 출동한 현장대응단장의 판단에 따라, 인명 피해가 확실시되는 상황에만 떨어지는 비상 대응 단계.

그 때문에 이성하는 침음을 흘렸다.

“SOS…….”

[그래. 지금 상황에선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본 거다. 최대한 빨리 가야 해.]

한마디로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이 애타게 인력 충원을 바라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황할 시간은 없었다.

<은평소방서 구조3팀 소방사 이성하, 바로 출동하겠습니다.>

지체없이 광역 대응 문자의 회신 번호로 응소 문자를 보냈고, 바로 고개를 돌려 김민정에게 고개를 숙였다.

“민정 씨, 정말 미안한데 비상소집 명령이 떨어졌어요. 바로 가 봐야 될 거 같아요. 대신 제가 계산하고 갈게요. 진짜 죄송해요.”

피치 못할 사정이긴 했지만, 아직 식사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일어나게 된 것에 대해 사죄를 표한 것이다.

하지만 그 말에 김민정은 상관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얼른 가세요. 급하잖아요?”

다른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김민정은 지금의 상황이 누구보다 익숙했다.

외과 의사인 만큼 그녀 또한 수십 번을 다급한 문자에 병원으로 달려간 경험이 있었고, 그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시간이었다.

“아니, 그래도.”

“얼른 가요. 계산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지금 긴급 상황이라면서요.”

미안한 마음에 계산이라도 하고 가려는 이성하를 얼른 가라며 등까지 떠미는 김민정이었다.

물론 아쉬움이 없다면 그건 거짓말이었다.

‘에고, 아침부터 진짜 열심히 준비했는데.’

자존심 때문에 열심히 준비하긴 했지만, 이성하와의 식사 자리를 고대한 건 사실이었으니까.

하지만 밥 정도야 나중에 먹어도 됐다.

“그 대신 다음에 밥은 성하 씨가 사 주셔야 돼요. 물론 맛있는 걸로요.”

오히려 이걸 이유로 다음에 또 약속을 잡으면 된다는 생각에 이성하에게 밥을 사라고 했고, 이성하는 그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가게를 뛰어나갔다.

“네, 그렇게 할게요. 고마워요, 민정 씨.”

어떻게 보면 무례한 행동일 수 있는데도, 기분 좋은 방향으로 이해해 주는 모습에 마음이 편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가게를 나와서는 표정이 굳어졌다.

‘제길, 차가 꽉 막혔어.’

주말이라 그런지 도로가 차들로 꽉 막혀 있었다.

빵빵! 빠앙빠앙!

안 그래도 약속을 잡은 곳이 유동 인구가 많은 홍대다 보니 도로는 차들로 번잡했고, 이런 상황에서 은평소방서까지 도착하는 데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몰랐다.

[지하철 타. 지하철.]

‘지하철도 여기서 걸어가야 돼요. 거기다 합정에서 또 갈아타야 되고요.’

교통 체증과 상관없는 지하철 역시 은평소방서까지 조금은 돌아서 가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런데 그때였다.

Rrrr……

순간 주머니에서 핸드폰이 울렸다.

<오성수 선배>

‘성수 선배?’

사수인 오성수가 전화를 걸어온 거였고, 그런 오성수의 전화에 환한 웃음을 지었다.

‘그러고 보니 선배 오토바이 타잖아.’

오성수가 출퇴근으로 오토바이를 탄다는 게 생각나서였다.

거기다 살고 있는 집도 이 근처에서 가까운 망원동이었다. 오성수 역시 그 때문에 전화를 한 거였다.

“선배, 저 데리러 오신다고 전화하신 거죠?”

- 어떻게 알았냐?

“선배 오토바이로 출퇴근하시잖아요.”

- 새끼, 눈치도 빠르네. 너 지금 홍대 맞지?

“네, 맞아요.”

- 그럼 그 서교 사거리 있지? 비비호텔 있는 곳. 그 앞에 있어.

“비비호텔이요?”

- 그래. 지금 출발하니까 5분이면 도착할 거야. 거기 있어. 바로 태워 가게.

안 그래도 자신이 홍대에서 약속이 있는 걸 기억한 오성수가 직접 데리러 온다고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그 때문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다행이다. 오토바이면 더 빨리 도착할 수 있겠어.’

어느 정도 교통 체증을 피할 수 있는 오토바이라면, 차로 이동하는 것보다는 빨리 도착할 게 분명했으니까.

그리고 그 생각은 정확했다.

<13시 16분>

오토바이로 이동한 덕분인지, 문자를 받은 지 30분도 안 돼 은평소방서에 도착했다.

택시를 타도 40분 정도가 걸린다는 걸 생각한다면 굉장히 빨리 도착한 상황.

하지만 그렇게 도착했음에도 이성하와 오성수는 늦은 편이었다.

“야, 빨리 장비 실어!”

“실린더! 실린더 더 채워 둔 거 없어?”

“형욱아. 1팀 얼마나 도착했는지 확인 좀 해 봐.”

이미 많은 수의 소방관들이 사복 차림으로 정신없이 장비들을 챙기고 있었다.

“야, 왔으면 뭐 해! 빨리 장비 챙겨!”

“네!”

“네, 갑니다!”

그 때문에 오성수와 이성하 역시 먼저 와서 장비를 챙기는 허석훈을 발견하고는 빠르게 움직였고, 그렇게 챙긴 장비들을 허석훈의 차에 싣고는 급히 차에 올라탔다.

“장비 확실히 다 챙겼어?”

“네, 방화복이랑 개인장비 확실히 챙겼습니다.”

“오케이, 안전벨트 매. 출발한다.”

최대한 빨리 현장에 도착해야 한다는 생각에, 급히 개인장비만 챙기고는 출발을 서둘렀다.

그리고 그건 다른 소방관들도 마찬가지였다.

화아아아악.

소방서에서 사고 현장까지 4km나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짙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게 보이는 상황이었다.

터널 입구의 불길은 잡았지만, 주변으로 불이 확산된 상황입니다.

- 구조대는 진입했지만 주변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주변에 야적된 가연성 자재가 너무 많습니다.

- 화재 확산됐습니다. 전 대원 빠르게 현장으로 출동 바랍니다.

소방서 스피커에서는 계속해서 암울한 현장 상황이 울려 퍼지고 있었고, 그 때문에 다들 긴박한 표정으로 각자의 차에 올라타 출동을 서둘렀다.

“우리 먼저 출발합니다!”

“재경아! 빨리 타! 빨리!”

“저는 광영이 온다고 해서 데리고 가겠습니다. 먼저들 가세요.”

조금도 나아지지 않고 암울하게 변하는 현장 상황에, 다들 지체할 시간이 없다는 걸 깨닫고 있었으니까.

그나마 다행인 건 은평소방서에서 사고가 발생한 녹번동까지, 중앙 버스전용차로가 이어졌다는 점이었다.

“나중에 공문 처리하면 되니까 그냥 비상등 켜고 밟아!”

자차로 출동을 하는 상황이긴 했지만 비상 상황이라는 걸 감안해, 차가 막히지 않는 버스전용차로로 이동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 길이 현장까지 통하는 건 아니었다.

“부장님, 여기서부터는 뛰어가야 할 거 같습니다.”

사고 현장까지 약 1km를 남겨 두고 조수석에 앉은 오성수가 인상을 찌푸렸다.

빵빵! 빠앙! 빠앙!

바로 앞은 아니었지만 약 300m 앞에서부터 정체되어 있는 도로 상황을 보고 한 말이었고, 그 뒤로는 밀려 있는 차 뒤로 수십 대의 소방차가 비상등을 깜빡이고 있었다.

이에에에엥!

“나오세요!”

“이쪽으로 차 못 들어갑니다.”

은평구의 모든 소방 인력이 광역 1호에 호응한 덕분에, 도로 전체가 마비돼 진입이 불가능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성하로서는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이게 몇 대야…….’

긴박한 상황인 건 알지만, 이렇게 수십 대의 소방차가 화재 하나를 잡기 위해 모여 있는 모습은 태어나서 처음 보는 광경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정신을 바로잡았다.

“부장님, 트렁크 열어 주십쇼. 장비 꺼내겠습니다.”

“어, 그래.”

철컥.

허석훈의 명령이 떨어지기도 전에, 차에서 내려 트렁크 문을 열었다.

“부장님 방화복 여기 두겠습니다. 이건 선배님 거요.”

방화복과 장비들을 꺼내 하나씩 분류해 인도 위에 늘어놨고, 그렇게 잠시 후에는 세 명 중 가장 빨리 방화복을 챙겨 입고 선배들의 장비 착용을 도왔다.

‘제길, 도대체 얼마나 심각한 거야?’

신기한 광경은 둘째치고, 저렇게 많은 소방차가 출동했음에도 아직까지 화재가 진압되지 않은 것에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가 가늠이 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출발도 가장 먼저 서둘렀다.

“가시죠, 선배님.”

“그래, 가자.”

탁탁탁탁!

조금이라도 빨리 현장에 도착해 다른 동료들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점차 현장이 다가와지자 그 걸음이 늦어졌다.

“으윽. 콜록, 콜록.”

순간 역한 연기가 목에 통증을 유발하자 기침을 해 댔고, 그에 허석훈이 고함을 내질렀다.

“젠장, 유독 가스야. 빨리 면체 써!”

가연성 물질이 얼마나 많았는지, 멀리서도 짙게 하늘을 물들였던 검은 연기가 현장 주변을 두텁게 감싸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건 잔재에 불과했다.

화르르르르!

현장에 도착하니 그동안 공사 현장 펜스에 가려져 있던 험악한 불길이 모습을 드러냈다.

“주수해! 주수!”

그런 불길을 잡기 위해 곳곳에서 사방을 향해 물을 뿜어내는 수십 명의 소방관이 보였고, 반대로 한쪽에는 이미 열기에 탈진해 바닥에 쓰러져 헐떡이는 소방관들도 있었다.

“물 좀 마셔.”

“제기랄, 도대체 야적을 얼마나 해 둔 거야.”

“허억, 허억. 시끄럽고 빨리 마셔. 바로 교대해서 들어가야 돼.”

무려 백여 명의 소방관들이 달라붙어도 진압이 힘들 정도의 거대한 화재가 현장의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 때문에 이성하는 할 말을 잊었다.

‘이것이 광역 1호…….’

현장대응단장이, 비번인 소방관들까지 소집하는 비상 대응 단계를 발령한 이유가 이제야 이해가 갔으니까.

하지만 그러다 보니 불현듯 떠오른 게 있었다.

‘잠깐만. 구조대 진입했다고 했잖아.’

분명히 소방서에서 출동을 준비하는 시점에 구조대가 진입했다고 했었다.

주변으로 불길이 확산되긴 했지만, 입구의 불길은 잡았기에 구조대가 터널로 진입했다고.

하지만 터널의 입구로 추정되는 곳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화르르르르!

소방서에서 들었던 내용과 달리, 주변만이 아니라 화재 발생 지점인 터널의 입구에서도 불길이 치솟고 있었고, 그런 입구를 향해 대부분의 소방관들이 주수를 하고 있었다.

“빨리 진압해!

“퇴로 확보해!”

정확한 상황은 모르겠지만, 요구조자를 구하기 위해 들어갔던 구조대가 불길에 갇힌 상황이었다.

하지만 소방관들의 집중 주수가 효과가 있었는지, 금방 터널 입구의 불길이 사그라졌다.

쏴아아아아!

거센 물줄기에, 입구의 불길이 빠르게 줄어드는 상황.

하지만 이내 드러난 터널 상황에 이성하가 할 말을 잊었다.

‘마, 맙소사.’

터널의 계단 한편에 쓰러져 있는 한 무리의 소방관들이 보여서였다.

“구급대! 여기 구급대!”

그곳엔 진입한 구조대원들이 실신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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