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 소방대-32화 (32/235)

<강철 소방대 32화>

32화. 할 수밖에 없잖아 (3)

밖에 있는 사람들로서는 할 말을 잃을 광경이었다.

‘진짜 내려간다고?’

‘미친! 죽고 싶어서 환장한 거 아냐?’

혹시나 하던 소방관이 정말 밧줄 하나에만 의지한 채, 다시 버스 안으로 진입하는 모습에.

하지만 꿈은 아니었다.

덜커덩!

금방이라도 추락할 것 같은 버스의 아찔한 상태에도 이성하는 조금씩 천천히 버스 밑으로 내려갔다.

터억. 터억.

조금만 충격이 가해져도 버스가 한강으로 떨어질 게 분명한데도 움직임에 멈춤이 없었고, 그런 이성하의 모습에 결국 사람들이 소리지르기 시작했다.

“할 수 있어요!”

할 수 있다고.

“소방관님, 조금만 더요! 조금만 더!”

버스 기사를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전진하는 이성하의 모습에, 다들 울컥해 응원의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 목소리들은 이성하에게 닿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들리지가 않았다.

[집중해! 아차 하면 끝난다.]

“후우. 후우.”

버스가 겨우 창문에 걸쳐진 가드레일로 균형을 유지하는 상황이었기에, 최대한 충격을 주지 않고 이동하는 것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으니까.

물론 그런다고 버스에 충격이 가지 않는 건 아니었다.

끼이이익.

살짝 발을 내딛는 동작에도 버스가 요동치는 건 당연했고, 그런 버스의 움직임에 순간 이성하의 손이 미끄러졌다.

“아아아악!”

“아! 안 돼!”

손잡이를 놓쳐 깨진 창문 사이로 몸이 빠지는 상황이 발생해 버렸지만, 다행히 완전히 빠진 건 아니었다.

[괜찮냐?]

“후우…… 괜찮아요.”

순간적으로 팔을 뻗어 한 손으로 좌석을 잡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버스의 균형이 더 기울어졌다.

콰각! 콱!

이성하가 미끄러지며 가해졌던 충격 때문인지 창문에 걸려 있는 가드레일이 연신 불길한 소리를 토해 냈고, 그 때문에 겨우 좌석을 잡고 올라온 이성하에게 렉스가 고함을 질렀다.

[그만하자.]

‘네?’

[안 되겠어, 곧 떨어질 거야. 잘못하다가 휘말리면 너까지 그대로 끌려가!]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안전장치로 밧줄에 몸을 감은 채 내려오긴 했지만, 버스가 추락하는 상황에서는 그게 오히려 그냥 물에 빠지는 것보다 더 위험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이성하는 포기할 수 없었다.

“허억. 허억.”

버스 기사의 고통에 찬 숨소리가 너무나 또렷하게 들렸다.

“사…… 살려 줘요…….”

버스가 흔들리는 움직임에 정신을 차렸는지 자신을 보며 살려 달라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고, 그에 이성하는 결국 앞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이성하!]

‘어떻게 버려요?! 그게 소방관이라면서요!’

도움의 손길을 바라는 요구조자를 두고 물러날 순 없었다.

그게 무모한 일이라도 어쩔 수 없었다.

보나마나 지금의 일이 알려지면 선배들이고 동기들이고 죄다 난리 칠 게 뻔했지만,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었다.

소방공무원으로서 사명감과 긍지를 가지며, 부끄러운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게 소방정신의 명예를 상징하는 말이었고, 이성하는 그 말처럼 죽더라도 부끄럽고 싶진 않았다.

‘누구도 내 앞에서 죽게 하진 않아!’

그게 자신이 소방관이 된 이유였으니까.

그랬기에 이성하는 단번에 몸을 날려 버스 기사 옆으로 다가갔다.

콰앙! 끼이이익.

그 충격으로 버스가 다시 한번 요동쳤지만, 더 이상 상관하지 않았다.

“선생님, 정신 차려요! 나가야 돼요.”

버스 기사의 정신을 제대로 깨우기 위해 그의 귀에다 대고 고함을 질렀고, 밖에선 그런 이성하에게 힘을 보태기 위해 사람들이 고함을 질렀다.

“어서 나와요!”

“소방관님! 얼른요!”

너라면 할 수 있다고.

렉스 또한 어쩔 수 없다는 듯 고함을 질렀다.

[젠장! 빨리 끌어내!]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더 이상 말리고 싶지 않았다.

[이놈의 빌어먹을 소방관 인생.]

그 역시 한때 사람을 구하는 소방관이었기에 이성하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버스 기사를 끌어내는 건 불가능했다.

[뭐 하고 있어!]

‘제기랄! 안전벨트가 풀리지 않아요!’

[뭐?]

‘안 풀린다고요! 으아아아!’

아무리 잡아당겨도 기사를 결박하고 있는 안전벨트가 풀리지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끼이익. 끼익.

가드레일이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이야기하듯 불길한 소리를 토해 냈다.

[유리! 유리로 끊어!]

렉스의 다급한 고함에, 이성하는 그 말에 따라 주변에 널려 있는 유리 조각을 집어 들었다.

파악!

미처 주머니에 가지고 있는 장갑을 꺼내지도 못한 채 유리를 잡느라 손에서 피가 흘러나왔지만, 이성하는 개의치 않았다.

‘제발!’

오로지 사람을 구하기 위해.

‘끊어지란 말이야!’

피범벅이 된 손으로 안전벨트를 끊어 간 것이다.

그리고 결국 버스 기사를 품에 안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끊었다!’

드디어 탈출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으니까.

하지만 아직 안도하기에는 일렀다.

[줄로 묶어!]

‘네?’

[로프로 빨리 요구조자 묶으라고!]

렉스의 고함에 허리에 묶었던 로프를 풀어 버스 기사와 자신을 함께 단단히 동여맸고, 그 뒤엔 다급히 운전석을 빠져나와 버스 손잡이를 잡았다.

[빨리!]

‘알아요!’

버스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끼이이이익!

가드레일에서 울리던 불길한 소리가 점점 더 커지기 시작한 상황.

그 때문에 빠져나가는 건 쉽지 않을 듯 보였다.

혼자라면 괜찮았겠지만, 현재 이성하의 등에는 요구조자가 있었다.

“끄으으윽.”

가뜩이나 체력이 빠진 상태에서 요구조자를 업다 보니 올라가는 속도가 굉장히 느렸고, 그 순간 버스가 심하게 요동쳤다.

콰각!

간신히 버스를 지탱하던 가드레일이 완벽하게 부서진 것이다.

그에 렉스가 결단을 내렸다.

[자세 잡아!]

‘네?’

[뛰어야 돼! 정확히 타이밍 맞춰야 돼!]

줄이 아무리 단단해도, 자칫하다가 떨어지는 차체에 부딪치기라도 하면 그대로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버스가 떨어지는 타이밍에 맞춰 진입했던 후면 유리창으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몸을 날린다.

렉스의 단 두 문장에서, 이성하는 그 의미를 정확히 이해했다.

드드드드드.

버스가 기울어져 추락하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위를 바라봤으며.

[지금!]

렉스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버스 기사를 안은 채 공중으로 몸을 날렸다.

타악!

‘제발!’

살기 위한 마지막 도박을.

하지만 그런 이성하의 시도를 사람들은 몰랐다.

그그그극. 콰쾅!

“안 돼!”

“마, 맙소사…….”

“어떻게…… 흐윽.”

기어코 버스가 추락하는 광경에 다들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으니까.

마지막으로 빠져나왔던 김민정은 고함을 지를 정도였다.

“온다면서…… 온다면서!”

끝까지 이성하를 말리지 못했다는 사실에 깊은 죄책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였다.

“어! 밧줄이!”

한 남성이 고함을 질렀다.

“밧줄이 팽팽해요!”

밧줄을 가리키며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고, 그에 앞으로 달려간 김민정이 난간 아래를 내려다보고는 환희에 찬 고함을 질렀다.

“있어요!”

“뭐, 뭐요?”

“있다고요! 탈출했어요! 밧줄에 매달려 있어요!”

이성하가 아직 살아 있었다.

의식은 없어 보였지만 분명히 버스 기사와 밧줄에 매달린 채 허공에 떠 있었고, 그에 모든 사람들이 급하게 밧줄로 달려들었다.

“어서 줄을 잡아요!”

“얼른 당겨요! 당겨!”

이번에는 자신들이 이성하를 살리기 위해.

“뭐 하고 있어! 빨리 잡아당기란 말이야!”

“빨리!”

모두가 한 몸이 되어 밧줄을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모두의 힘으로 이성하와 버스 기사를 다리 위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이쪽이요! 이쪽으로 옮겨요!”

두 사람을 묶고 있는 밧줄을 풀고는 안전하게 도로 한편으로 옮겼고, 그렇게 옮겨진 이성하에게 다들 존경의 눈빛을 보냈다.

“대단해……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이 친구가 모두를 살렸어…….”

“맞아. 이 친구 아니었으면 모두 죽었을 거야. 정말 대단해.”

기어코 버스 기사까지 구해 온 이성하의 의지에 모두가 격한 감동을 느꼈으니까.

하지만 이내 드는 건 걱정이었다.

“소방관님, 정신 드세요?”

“맙소사, 피를 너무 많이 흘리는데?”

“젠장. 너무 크게 다쳤어. 이거 어떡해요?”

이성하의 상태가 너무 좋지 못했다.

“비켜요! 의사예요!”

김민정이 다급한 표정으로 맥박을 짚었을 정도로, 이성하는 피범벅이 된 채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목숨에는 지장이 없다는 거였다.

“괜찮아요. 단순히 의식을 잃은 거예요.”

“정말입니까?”

“네, 오래 방치하면 쇼크가 올 수 있지만, 그 정도는 아니에요.”

“휴…… 다행이다.”

“그러게요. 정말 다행이에요.”

이성하의 맥박을 짚었던 김민정이 괜찮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그 때문에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이성하를 위해 할 일을 찾아 나섰다.

“깨끗한 수건 있으시면 부탁드립니다!”

“물 가지고 계신 분 없어요?”

“3814 차주분! 여기 차 좀 빼 주세요. 구급차 들어올 수 있게!”

“119죠?! 여기 양화대교인데 도대체 언제 옵니까?! 응급 환자가 있다고요!”

자신들을 위해 목숨을 걸었던 이성하를 위해 모두들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이성하가 그들을 위해 목숨을 걸었던 것처럼, 이번에는 자신들이 이성하를 살릴 차례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그 순간, 드디어 기다리던 소방관들이 도착했다.

이에에에에엥!

“도착했다!”

“왔어! 119야!”

멀리서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에 사람들이 다급한 표정으로 뛰어갔다.

“이쪽이에요, 이쪽!”

조금도 주저 없이 구급대원들을 이성하가 있는 쪽으로 이끌었고, 그런 사람들의 반응에 소방관들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다들 왜 이러세요?”

“환자분! 지금 환자분 이렇게 움직이시면 안 돼요. 상처가 너무 심해요.”

일반인들뿐만 아니라 상태가 심한 부상자들 역시 한 목소리로 앞을 가리키는 모습에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태도는 변함이 없었다.

“이 환자부터입니다.”

“이분부터 병원으로 옮겨 주세요.”

“아, 알겠습니다. 알겠어요.”

모두 한결같이 이성하를 먼저 옮겨 달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그중 부상을 입은 환자 한 명은 아예 보호자 자격으로 응급차에 올라탔다.

“연성대병원 레지던트 김민정입니다. 그쪽으로 옮겨 주세요.”

방금까지 이성하의 상태를 살피던 김민정이었다.

“여, 연성대요?”

“네. 제가 주치의였던 환자입니다. 빨리 옮겨 주세요.”

그녀 또한 부상을 입어 피를 흘리는데도 보호자 자격으로 구급차에 올라탄 것이다.

하지만 놀라기에는 아직 일렀다.

“뭐, 뭐야?”

구급차가 출발하는 모습에 모든 사람들이 일어났다.

“그러게요…… 왜 다들 일어나지?”

마치 마중이라도 하듯 다들 비켜서서 구급차를 바라봤고, 그렇게 떠나는 구급차를 향해…….

짝짝짝짝!

자신들의 목숨을 구해 준 영웅을 위해.

“감사합니다!”

“소방관님! 감사합니다!”

감사의 마음을 담아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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