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 소방대-26화 (26/235)

<강철 소방대 26화>

26화. 공장 화재 (4)

밖에서 화재를 진압하던 소방관들조차 순식간에 패닉이 올 광경이었다.

“마, 맙소사…….”

“말도 안 돼…….”

아무리 화재가 진행된 상황이라 하더라도 이런 급작스러운 붕괴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언제 당황했냐는 듯 모두가 다급한 표정으로 붕괴된 공장의 입구로 달려갔다.

“끄으으윽.”

“제기랄.”

“센터장님, 괜찮으십니까?”

“유진아! 괜찮아?”

공장에서 기적적으로 탈출한 동료들이 쓰러져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소방관이 그런 동료들의 손길을 거부하고 혼자 일어섰다.

“공장 책임자 어디 있습니까?”

권일섭 센터장이었다.

탈출하며 잔해에 부딪혔는지 면체 안으로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싸늘한 표정으로 현장대응단장에게 공장 책임자를 찾았고, 그에 단장이 씁쓸한 표정으로 뒤쪽에서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한 남성을 가리켰다.

“저 사람이야.”

그 말에 센터장이 그 사람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

“왜, 왜 그러십니까?”

그런 센터장의 기세에 공장 책임자가 겁먹은 표정을 지었지만, 센터장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매서운 눈빛으로 책임자를 노려봤다.

“내화 페인트칠 했습니까, 안 했습니까?”

“그게…….”

“대답 안 합니까?”

센터장의 분노에 찬 음성에 책임자가 마지못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모, 못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센터장의 예상을 확인시켜 주는 말이었다. 그러자 센터장이 단번에 책임자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못 한 게 아니고 안 한 거겠지. 그깟 돈 몇 푼 아끼자고 해야 할 작업을 안 해? 당신이 그러고도 사람이야? 당신이 그러고도 사람이냐고!”

방금의 붕괴 현상은 공장을 구성하는 철조에 열기를 막아 내는 내화 페인트칠을 안 해서 발생한 일이기 때문이다.

“센터장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참으십쇼, 센터장님.”

센터장을 말리기 위해 주변의 소방관들이 달려들었지만, 그 화를 가라앉히는 건 불가능했다.

“우리 애들 어떻게 할 거야?! 어떻게 할 거냐고?!”

자신이야 운 좋게 빠져나왔지만, 구조대와 이성하가 공장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사실에 센터장은 이성을 잃어버렸다.

그 순간 낯익은 목소리가 현장을 울렸다.

- 여기는 은평 구조대. 밖에 상황 어떻습니까? 들립니까?

구조대장 강천호의 무전이었다.

“구조대장? 무사한가?”

- 네. 무사합니다. 다행히 진입로 쪽만 붕괴한 상황이라 저희는 휘말리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 때문에 가지고 들어온 관창을 쓸 수가 없습니다. 탈출로를 후문으로 잡을 테니 그쪽으로 지원 부탁드립니다.

그 무전에 센터장이 매몰된 공장을 다시 바라봤고, 연기 사이로 희미하게 보이는 공장의 모습에 책임자의 멱살을 쥐고 있던 손을 놨다.

“다 무너진 게 아니야. 입구만이야! 입구만 무너진 거야!”

다행히도 가구점과 공장이 연결된 입구 부분만 무너진 상태였지만, 안도하기에는 일렀다.

구조대의 생존은 확인했지만, 이성하의 생존은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성하. 대답해. 이성하!”

아무리 불러도 이성하의 회신은 없자, 센터장이 다시 관창을 들었다.

“우측으로 간다. 그쪽에서 불길을 잡고 공장으로 진입할 거야.”

건물이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기에 이성하가 살아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고 직접 구하러 갈 마음을 먹은 것이다.

* * *

한편 그런 센터장의 생각처럼 이성하는 정말 살아 있었다.

[이성하, 괜찮냐?]

“네…… 괜찮아요.”

[뭐가 괜찮아! 이 무식한 새끼야!]

렉스가 고함을 지를 정도로 부상을 입긴 했지만 확실히 살아 있었다.

“저기. 저기로 들어가야 해!”

콰콰쾅!

건물이 무너질 당시, 간발의 차로 무너지는 잔해를 피해 요구조자를 발견했던 사무실까지 도달하는 데 성공했으니까.

하지만 완벽한 성공은 아니었다.

[다리는 어때? 움직일 수 있어?]

“모르겠어요. 부러지진 않은 거 같은데 서지는 못 할 거 같아요. 머리도 너무 띵하고요.”

아무리 붕괴된 입구와 거리가 있다고 해도, 이성하가 대피한 사무실 또한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순 없었다.

와르르르르!

전체는 아니라도 사무실의 천장 역시 일부분이 무너진 건 마찬가지였으며, 그런 이성하의 곁에는 그 와중 끝까지 지켜 낸 요구조자가 있었다.

“젠장. 엎드려요!”

“꺄아아아악!”

자신과 달리 아무 보호 장비가 없는 요구조자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몸으로 요구조자를 덮었었다.

그래서 렉스가 무식하다며 고함을 질렀던 거였다.

[네가 이성훈이야? 그런 거까지 따라 하면 어쩌자는 거야?!]

방금 이성하의 행동은 그 아버지였던 이성훈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리게 하기 충분했다.

하지만 이성하는 아버지를 떠올리고 한 행동이 아니었다.

‘살려야 해!’

곁에 있는 요구조자를 구하겠다는 생각에 무의식적으로 한 행동이었으며, 무엇보다 그 행동을 후회하지 않았다.

“다행이네요. 단순 기절 같아요. 무사해요.”

자신과 달리 큰 부상을 입지 않은 요구조자의 상태에 이성하는 내심 안도했다.

하지만 상황은 좋지 못했다.

툭. 투두둑.

이성하가 있는 곳 역시 붕괴되려는지 천장에서 잔해들이 조금씩 떨어져 내렸다.

화르르르르!

아직 진압되지 못한 불길 역시 주변을 감싼 건 여전했다. 지원을 요청하려 무전기를 들어 봤지만 작동하지 않았다.

[뭐야? 안 돼?]

“네, 먹통이네요.”

대피하는 순간 생긴 충격에 고장이 나 버린 상황이였다.

관창 역시 작동하지 않는 건 마찬가지였다.

[관창은?]

철컥. 철컥.

“이것도 안 나와요. 붕괴되면서 끊겼나 봐요.”

그 때문에 이성하는 주변을 둘러보고는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

‘방법이 없어…….’

도저히 생각해도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화르르르르!

주변을 감싼 불길이 서서히 좁혀 오는 게 보였다. 그리고 그보다 무서운 건 공기 잔량이 얼마 남지 않아, 점멸등이 깜빡이고 있는 거였다.

번쩍. 번쩍.

요구조자와 같이 공기호흡기를 사용하다 보니, 생각보다 공기통 소모가 빨리 이루어진 듯했다.

다급한 상황이지만 하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끄으으윽.”

공기호흡기도 문제였지만, 다리까지 다친 탓에 겨우 벽에 기대 앉아 있는 게 고작이었으니까.

“이게 뭐야!”

텅!

“이게 뭐냐고!”

텅! 텅! 텅!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자괴감에 벽에 머리를 부딪치며 짜증을 표출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터엉-

‘소리가…….’

헬멧과 부딪힌 벽의 소리에 뭔가 묘한 울림이 있었다.

터엉-

다시 한번 부딪혀 봐도 같은 소리가 났다. 이성하는 순간 든 생각에 렉스에게 고함을 질렀다.

“이거 부술 수 있죠?”

[뭐?]

“샌드위치 패널은 안이 우레탄폼으로 차 있다면서요?!”

렉스가 말했던 샌드위치 패널의 구조가 머릿속에 떠올랐던 것이다.

렉스 역시 무슨 말인지를 깨달은 모양이었다.

[이거야! 여기로 나갈 수 있어. 내가 왜 이걸 생각 못 했지?!]

패널이 얇기도 하고, 불길에 약해진 상태라면 내구도가 더 떨어지는 게 샌드위치 패널의 특성이었다.

하지만 이내 그 생각을 빠르게 포기해야 했다.

투두둑. 투두둑.

바로 그 특성 때문이었다.

“그렇죠? 이거 부술 수 있죠?”

타앙! 투두둑.

이성하가 벽을 두드릴 때마다 천장의 잔해들이 떨어지는 게 가속화됐으며, 그에 렉스가 기겁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만! 이건 안 되겠다.]

“안 된다고요?”

[그래. 벽을 뚫다간 무너질 거야. 가뜩이나 약해져 있는데 충격을 더 줬다간 단번에 무너질 거야.]

천장 또한 같은 패널로 연결되어 있기에, 자칫하다가는 같이 무너질 위험이 있었다.

하지만 이성하는 웃음을 지었다.

“이것 말고는 방법 없잖아요?”

[뭐?]

“이 방법뿐이에요. 안 그러면 어차피 죽어요.”

어차피 남은 공기가 얼마 되지 않았다.

기다리다 죽나, 애쓰다가 죽나 같은 상황이었다.

[이런, 썅.]

이성하의 말처럼 앞뒤를 잴 상황이 아니었다.

마침 벽을 부수기에 알맞은 물건도 있었다.

“저거면 충분하겠네요.”

가구 공장 사무실이라 그런지 한편에 적당한 크기의 손도끼들이 걸려 있었다.

힘들긴 했지만 그곳으로 이동해 손도끼 하나를 집어 들었고, 다시 자리로 돌아와서는 도끼를 치켜 들었다.

‘하나, 둘.’

마음속으로 굳게 숫자를 세었으며, 마지막 셋에 도달하는 순간 크게 도끼를 휘둘렀다.

쾅!

어떻게든 탈출로를 만들기 위해.

“부서져라!”

쾅! 쾅!

전력을 다해 도끼로 벽을 찍었다.

물론 수월한 작업은 아니었다.

투두둑!

“끄으윽.”

[야! 괜찮냐!]

도끼로 가한 충격 때문인지, 그 위로 불에 타다 만 패널 하나가 떨어져 이성하가 나자빠지는 일이 발생했다.

하지만 이성하는 그럼에도 웃음을 지었다.

“얼마 안 남았어요.”

벽에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다.

쾅! 쾅!

이성하는 희망이 보인다는 듯 다시 일어나 몇 번의 도끼질을 가했으며, 이내 그 도끼질에 거대한 패널이 통째로 부서졌다.

콰앙!

“됐다!”

화재로 인해 내구도가 약해진 패널이 반으로 접히며 통째로 떨어져 나가 버렸다.

하지만 좋아하기엔 아직 일렀다.

[빨리! 빨리!]

렉스가 다급한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으아아아아!”

이성하는 옆에 앉혀 둔 요구조자를 끌다시피 한 채 공장 밖으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그 순간 굉음이 사방을 울렸다.

콰콰쾅!

렉스의 짐작처럼 충격을 견디지 못한 2층의 벽과 천장 전체가 통째로 무너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당연히 우측에서 진입로를 만들던 센터장으로서는 눈이 뒤집히는 순간이었다.

“안 돼!”

막내가 있을 걸로 예상했던 2층이 완전히 무너져 버린 상황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내 경악하는 동료 소방관들의 음성에 앞을 바라봤다.

“저, 저기!”

“누가 나옵니다!”

무너진 건물의 잔해 속에서 사람의 실루엣이 보였다.

“허억. 허억.”

방화복을 입은 소방관 한 명이 보조 마스크를 쓴 일반인을 부축한 채 걸어 나오고 있었으며, 그 소방관은 센터장이 그토록 구하고 싶었던 이성하였다.

“저 안 도와줍니까……?”

면체 너머로 피범벅이 된 얼굴로, 이성하가 처연하게 웃고 있었고, 그렇게 다가온 동료들에게 요구조자를 넘기고는 힘없이 쓰러졌다.

“마, 막내야!”

“야! 정신 차려!”

무사히 밖으로 빠져나왔다는 사실에 긴장이 풀리고 말았던 것이다.

센터장이 놀란 건 당연했다.

“구급대! 들것 가져와! 빨리!”

죽었다고 생각한 막내가 살아 돌아온 것에 안심할 겨를도 없이 눈앞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진 상황이었으니까.

다행히 상태가 나쁜 건 아니었다.

“괜찮아요. 잠깐 실신한 겁니다.”

구급대의 장호철 부장이 이성하의 맥을 짚어 보고는 괜찮다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래?”

“네. 다리는 가서 봐야겠지만 맥박은 정상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상처와는 달리 생명에 지장이 없다는 걸 확인시켜 준 것이다.

하지만 안도하기에는 일렀다.

“잠깐만…… 설마 단독으로 진입한 소방관이 시보였던 겁니까?”

상황을 알아챈 현장대응단장이 센터장을 향해 매서운 눈빛을 보내자, 센터장이 골치 아픈 표정을 지었다.

‘망했네.’

단독 작전을 시행한 소방관이 정식 소방관이 아닌, 시보라는 사실을 들켜 버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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