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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 라미셀 후작성의 반란 (83/90)

Chapter 3   라미셀 후작성의 반란

쾅!

라미셀 후작의 방에서 나온 한 젊은 귀족 남자가 거칠게 방문을 닫았다. 그리고 방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라미셀 후작가의 총관인 구른 자작에게 물었다.

“총관. 오넬 백작은 어디 있나?”

“오넬 백작께서는 지금 작전 회의실에 계십니다.”

“거기로 가자.”

젊은 귀족 남자의 정체는 바로 라미셀 후작의 조카인 베르터였다. 라미셀 후작에게 유일한 혈육인 그는 자신이 당연히 라미셀 후작의 뒤를 이어 후작성의 주인이 될 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오늘 라미셀 후작이 그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릴 했다.

“말도 안 돼. 압실론 후작에게 라미셀 후작령을 넘기겠다니…….”

그 말에 총관인 구른 자작이 깜짝 놀라며 외쳤다.

“후작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단 말입니까?”

“그렇다니까.”

베르터가 짜증스럽게 대답했다. 그 말을 듣고 구른 자작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베르터가 차기 라미셀 후작이 될 거라 여기고 그동안 그를 위해 들인 공이 얼마인가? 그런데 그 공이 말짱 도루묵이 될 판이었다.

‘그럴 수는 없다.’

어떻게든 라미셀 후작을 막아야 했다. 그렇다면 지금 오넬 백작을 찾아가는 것은 옳지 않았다.

“잠깐만…….”

총관이 베르터를 잡았다.

“왜?”

“오넬 백작은 라미셀 후작의 충신입니다. 그런 그가 라미셀 후작의 명을 어길 것 같습니까?”

“무슨 말이야?”

총관이 주위를 살피다가 베르터의 귀에 소리 죽여 뭐라고 말했다.

“뭐?”

그 말을 듣고 베르터가 깜짝 놀랐다.

“베르터 님께서 라미셀 후작의 주인이 되려면 그 길뿐입니다.”

“하, 하지만 어떻게 내 손으로 백부님을…….”

“결정은 베르터 님께서 하십시오. 라미셀 후작성에서 내쫓기시든지 아니면 주인이 되시든지 말입니다.”

“그, 그야…….”

잠시 고민하던 베르터가 결심을 한 듯 총관인 구른 자작에게 말했다.

“나는 라미셀 후작이 될 것이다.”

그 대답에 구른 자작이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올바른 결정이십니다. 그럼 오늘 밤에 준비시키도록 하지요.”

“오늘 밤? 그렇게 빨리?”

“후작님께서 베르터 님께 말씀하신 것은 자신의 뜻을 곧 세상에 알리겠다는 뜻입니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없습니다.”

“아, 알았어.”

고개를 숙인 채 힘없이 대답하는 베르터를 향해 총관이 말했다.

“내일이면 이 성의 주인이 바뀝니다. 머리를 드십시오. 라미셀 후작님!”

라미셀 후작이란 말에 베르터의 얼굴빛이 비장하게 바뀌었다.

“그럼 압실론 후작은?”

“굳이 벌집은 건드릴 필요가 없지요. 그는 외지인입니다. 라미셀 후작가의 일에 관여할 권한이 없지요.”

라미셀 후작이 갑자기 죽을 경우 라미셀 후작가의 전통에 따라 그 유일한 혈족인 베르터가 후작의 자리에 오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 일을 두고 타 영지의 대영주가 뭐라 말할 처지는 아니었다.

“좋아.”

라미셀 후작이 되기 위해 완전한 결의에 찬 베르터를 보고 총관의 입가에 만족스런 미소가 지어졌다.

야만족과 한창 전쟁 중인 라미셀 후작성 내에서 라미셀 후작을 죽이고 그 조카가 라미셀 후작이 되려는 음모가 진행 중이란 사실은 에반스는 물론 라미셀 후작의 가신들도 알지 못했다.

에반스는 연일 라미셀 후작군의 총사령관인 오넬 백작과 야만족을 어떻게 물리칠지에 대해 얘기 중이었다.

작전 회의실에서 참모들과 얘기 중이던 오넬 백작은 라미셀 후작군이 전격적으로 성 밖으로 나가 야만족을 기습하는 작전을 세웠다.

그 작전에 에반스도 이미 동의한 터였다.

“야만족은 십여 차례의 공격으로 병력 손실이 큰 상탭니다. 생각대로 이쪽에서 성문을 열고 나가 그들 진영을 기습한다면 놈들이 꽤 놀랄 겁니다.”

“문제는 언제 기습하느냐인데…….”

“어제 오늘 놈들이 공격해 오지 않는 것도 좀 수상합니다.”

야만족이 공격해 오지 않는 이유를 에반스는 잘 알았다. 바로 지옥 주술사들이 마계 괴물들을 소환해 낼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굳이 라미셀 후작군 측에 알릴 필요는 없었다.

사실상 맨도사가 이끄는 야만족은 라미셀 후작성을 점령할 힘이 없었다. 기습이 아니라 라미셀 후작군이 성문을 열고 공격해도 야만족은 그 공격을 막아 낼 여력이 없었다.

그런 사실을 에반스는 이미 독수리로 변해 적진을 살펴 잘 알고 있었다.

‘루미나와 시스턴 일행들이 잘 처리했나 모르겠군.’

그때 에반스에게 소식이 전해졌다. 그의 제자들이 왔다는 것이다.

“잠시 실례…….”

에반스는 오넬 백작에게 양해를 구하고 제자들을 만나러 나섰다.

“스승님!”

루미나가 환한 얼굴로 에반스를 보고 인사를 했다.

“잘 계셨죠?”

“그래.”

“다녀왔습니다.”

이어 시스턴이 믿음직한 모습으로 에반스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런 루미나와 시스턴의 뒤쪽으로 검은 로브에 후드를 덮어쓴 자들 수십 명이 에반스를 향해 허리를 굽혔다. 그런 그들을 향해 에반스가 웃는 얼굴로 말했다.

“수고들 많았다.”

에반스는 루미나와 시스턴 일행들을 자신의 거처로 데려갔다.

“어둠의 주술사들이 다 처리했어요. 저흰 사실 별로 한 것도 없어요.”

루미나의 말에 샘이 고개를 내저었다.

“아닙니다. 루미나 님과 시스턴 님께서 결정적으로 지옥 주술사들의 우두머리들을 베었습니다. 저흰 단지 잔챙이들만 처리했을 뿐입니다.”

“너희들의 수고로 이만에 달하는 사람들이 죽음을 면했다. 만약 그들이 죽어 그 원혼으로 마계의 괴물들이 소환되었다면 라미셀 후작성은 피에 잠겼을 것이다.”

에반스는 다시 한 번 루미나와 시스턴 일행들의 공을 치하한 후 샘과 데릭에게 명했다.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처리할 것이니 너희는 그만 파르미르 고원으로 돌아가라.”

“알겠습니다. 그럼 전란이 정리되는 대로 아지트를 찾아 주십시오. 저희는 아직 배울 것이 많습니다.”

데릭의 말에 에반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지. 제국의 일이 정리되는 대로 파르미르 고원으로 가서 윈스트런의 주술을 너희들에게 전수할 것이다.”

윈스트런이란 말에 어둠의 주술사들이 감격해 하며 에반스를 향해 다시 허리를 굽혔다. 에반스는 샘과 데릭을 포함한 어둠의 주술사들을 라미셀 후작성 밖으로 배웅했다. 후작성의 후문을 통해 밖으로 나간 어둠의 주술사들은 이내 모습을 감췄다.

“지옥의 주술사들을 다 처리했으니 이제 야만족도 별거 없겠군요?”

루미나가 성곽 위에서 라미셀 후작성을 포위하고 있는 야만족 진영을 둘러보며 말했다. 포위는 하고 있었지만 듬성듬성 비어 있는 진영이 많았다.

현재 야만족의 병력은 채 1만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맨도사는 그 수가 많아 보이게 하려고 라미셀 후작성 인근 사람들을 잡아와서 그들에게 야만족 병사들의 옷을 입히고 무기를 들게 해서 세워 두었다.

하지만 그런 것으로 에반스를 속일 수는 없었다.

“그렇지. 라미셀 후작군이 성 밖으로 나가는 순간 야만족은 괴멸될 것이다.”

그 말을 하는 에반스의 눈빛이 번쩍였다.

에반스는 제자인 루미나와 시스턴을 자신에 거처에 두고 혼자 작전 회의장으로 갔다. 그리고 오넬 백작에게 기습 시기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기습을 가능한 빨리 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습니다. 준비만 된다면 오늘 밤이라도 상관없습니다.”

에반스의 말에 오넬 백작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후작님께서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최대한 시간을 당기도록 하지요. 하지만 기습을 하려면 준비해야 하니 내일이 좋겠습니다.”

오넬 백작의 말에 에반스도 동의했다.

“그렇게 하시지요.”

그렇게 라미셀 후작군이 성 밖으로 나가 야만족을 기습하는 문제는 에반스와 오넬 백작에 의해 그 시기까지 최종 결정이 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전투 준비를 갖추고 내일 성 밖으로 나가는 것뿐이었다.

“내일이면 완전히 승패가 갈리겠군요.”

오넬 백작이 상당히 홀가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무는 법입니다. 야만족의 최후 저항이 제법 거셀 것입니다.”

“그렇겠지요. 하지만 우리에게는 후작님께서 계시잖습니까?”

“하하하. 내 얼굴에 금칠을 하시는군요.”

“금칠이라니요? 후작님께서 오시지 않으셨다면 야만족으로부터 라미셀 후작성은 지킬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성을 지켜 낸 것은 백작님과 병사들이었습니다. 제가 한 일은 야만족의 공격 맥을 끊어 놓은 것뿐입니다.”

“허허허. 겸손하신 말씀이십니다. 그런데 오늘 혹시 저희 후작님께서 찾으시진 않으셨습니까?”

오넬 백작의 물음에 에반스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말했다.

“라미셀 후작께서요?”

“네.”

“아니요. 그런 적 없습니다.”

에반스의 대답에 오넬 백작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으음. 그렇군요.”

“무슨 일입니까?”

에반스로서는 당연히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에반스의 물음에 잠시 대답을 주저하던 오넬 백작이 잠시 고심하다가 결심을 한 듯 에반스에게 말했다.

“며칠 전 후작님을 뵐 때 그분이 하신 말씀을 기억하십니까?”

“라미셀 후작께서 하신 말씀이라?”

에반스가 당시를 떠올렸다.

“그때라면 내가 후작께 객쩍은 소릴 했었지요.”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말씀 말이시군요?”

“하하하. 젊은 혈기에서 한번 해 본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말을 듣고 후작님께서는 크게 기뻐하셨습니다.”

오넬 백작의 말에 에반스가 약간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라미셀 후작께서요?”

“네. 그리고 저에게 말씀하셨지요. 압실론 후작님이라면 이곳을 맡겨도 될 것 같다고 말입니다.”

오넬 백작의 말에 에반스가 깜짝 놀랐다.

“네?”

“아직 후작님께서 직접 말씀하시지 않으셨다니 제가 섣불리 더 말씀을 드리지는 못하겠지만 압실론 후작님께서 콘라드 후작령에 이어 라미셀 후작령까지 맡으실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그런…….”

예상외의 결과였다. 콘라드 후작령을 흡수한 것은 불가항력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에반스는 부담이 컸다. 그런데 라미셀 후작령까지 맡으라니? 에반스는 골머리가 살짝 아파 왔다.

좋아할 줄 알았던 에반스의 얼굴이 심각하게 변하자 오넬 백작은 흐뭇하게 웃었다.

‘역시 내가 사람을 잘 봤군.’

영지가 늘어나는 것은 제대로 된 영주에게 큰 부담감이었다. 그만큼 신경 쓰고 해야 할 일이 늘어나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압실론 후작은 제대로 된 영주란 소리였다.

“괜찮은 와인이 있는데 저와 같이 한잔하시겠습니까?”

오넬 백작의 제의를 골치 아팠던 에반스가 받아들였다.

“고맙습니다. 그러지요.”

오넬 백작은 에반스를 데리고 자신의 숙소로 향했다.

자신의 방으로 에반스를 데리고 들어간 오넬 백작이 자신의 부관에게 명했다.

“보르드산 와인을 가져와라.”

오넬 백작은 와인을 즐겨 마셨다. 그리고 특별한 날이면 보르드산 와인을 마셨다. 트렌시아 제국에서 와인으로 가장 유명한 지역이 보르드 영지였다. 그 영지에서는 일 년에 딱 100병의 와인을 생산했다.

그중 절반인 50병은 황궁으로 들어가고 나머지 50병 중 40병은 중앙 최고 권력자들에게 나눠 팔렸다.

그리고 남은 10병의 와인은 공개석상에서 경매로 팔렸다. 오넬 백작은 그 10병 중 한 병을 무려 1,200골드란 거금을 들여 샀다. 그렇게 귀한 보르드산 와인을 오넬 백작이 내놓은 것이다.

라미셀 후작의 의외의 결정 때문에 생각이 많았던 에반스는 그저 오넬 백작이 따라 주는 와인을 받아 들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오넬 백작과 잔을 부딪치고 와인 잔을 입으로 가져가던 에반스는 흠칫 놀랐다.

“잠깐!”

와인의 향을 음미하고 막 혀끝으로 와인의 맛을 보려던 오넬 백작이 에반스의 외침에 놀라 입에 가져갔던 잔을 치웠다. 그리고 에반스에게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그러자 에반스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와인에 독이 있소.”

“뭐라고요? 부관!”

오넬 백작이 소리쳤다. 하지만 방 밖에 있어야 할 부관은 물론 오넬 백작의 호위 기사들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에반스와 오넬 백작은 즉시 방 밖으로 나갔다.

“이, 이럴 수가…….”

방 밖에는 오넬 백작의 호위 기사들이 피에 피를 토한 채 쓰러져 있었다. 얼굴이 시커먼 것이 독에 중독된 듯 보였다. 에반스가 죽은 호위기사들 중 부관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부관이 보이지 않습니다.”

“부관이 말입니까? 그렇다면…….”

뭔가 생각난 듯 굳은 표정의 오넬 백작이 죽은 호위 기사들을 넘어 어디론가 빠르게 움직였다. 그런 오넬 백작을 에반스가 뒤따랐다.

총관인 구른 자작을 통해 라미셀 후작령의 영지를 약속받은 오넬 백작의 부관은 오넬 백작의 와인에 독을 탔다. 그리고 그 호위 기사들에게 먼저 그 독을 탄 와인을 맛보게 했다.

“어억!”

독이 어찌나 독했던지 와인을 맛 호위 기사들이 별다른 비명도 내지르지 못하고 입에서 피를 내뿜으며 쓰러졌다. 그리고 두 눈을 부릅뜬 채 절명했다.

“확실하군.”

독의 위력에 혀를 내두르며 부관은 독이 든 와인을 들고 오넬 백작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방을 나섰다.

부관은 방 밖에서 오넬 백작과 에반스가 독배를 마시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에반스가 술에 독이 있다는 것을 눈치 챘다.

“젠장…….”

부관은 바로 그 자리를 떠났다. 오넬 백작 하나라면 모를까, 소드 마스터인 에반스를 상대할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총관인 구른 자작에게로 달려갔다.

그때 구른 자작은 자신을 따르기로 한 기사들과 병사들을 영주관 앞에 규합시켜 두고 있었다. 그런 구른 자작에게 오넬 백작의 부관이 허겁지겁 뛰어가서 말했다.

“시, 실팹니다.”

그 말에 구른 자작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중요한 시점에 계획이 실패했다는 건 결코 반가운 일은 아니었다. 구른 자작이 바로 옆에 있던 기사에게 눈짓을 보냈다. 순간 그 기사가 검을 뽑았다.

“헉! 왜…….”

구른 자작을 향해 두 눈을 부릅뜬 부관이 뭐라 말하기 전에 기사의 검이 부관의 목을 벴다.

서걱!

목이 잘린 부관의 머리가 허공으로 솟구쳤다가 이내 바닥으로 떨어졌다. 머리를 잃은 부관의 몸통이 쓰러지며 구른 자작을 향해 피를 튀겼다. 구른 자작은 피한다고 피했지만 피가 그의 옷에 튀었다.

그러자 기분 상한 구른 자작이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어서 치워.”

구른 자작의 명령에 주위 병사들이 잘린 부관의 머리와 몸통을 치웠다. 그때 베르터가 나타났다.

“뭐야?”

베르터의 물음에 구른 자작이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오넬 백작의 부관입니다. 은밀히 일을 하나 시켰는데 그것을 처리 못 해서…….”

“설마 오넬 백작을 제거하려 한 건 아니겠지?”

아직 야만족과의 전쟁은 끝난 것이 아니다. 병약한 라미셀 후작이야 죽어도 그만이지만 후작군을 이끌고 있는 오넬 백작이 죽게 되면 누가 후작성을 지킨단 말인가?

하지만 총관의 입장에서 오넬 백작은 껄끄러운 존재였다. 베르터야 라미셀 후작이 되면 가신인 오넬 백작을 곁에 두면 되지만 총관은 달랐다.

오넬 백작이 있는 한 그는 라미셀 후작성의 2인자가 될 수 없었다. 그러니 총관 입장에서 오넬 백작은 라미셀 후작과 같이 죽어야 할 대상이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은밀히 처리해야 할 일이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총관이 베르터에게 시치미를 뚝 뗐다.

“휴우. 아니라니 다행이군. 이들인가?”

베르터가 영주관 앞에 집결해 있는 기사와 병사들을 보고 총관에게 물었다.

“그렇습니다. 밤이 되면 이들이 영주관을 점령할 것입니다.”

영주관을 점령하고 나면 영주관 안에 있는 병든 라미셀 후작은 죽은 목숨이었다. 모여 있는 기사와 병사들의 허리에는 붉은 천이 매여 있었다. 총관의 말에 베르터가 만족스런 표정을 지어 보였다.

“좋아. 그만 해산시켜. 주위 눈이 많다.”

총관인 구른 자작은 영주관을 지키는 병력을 교체한다는 명목으로 지금 영주관 앞에 그의 기사와 병사들을 집결시켜 두고 있었다.

그런 대범한 총관의 행동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만큼 총관인 구른 자작은 성내 신망이 두터웠던 것이다.

“물러가라.”

구른 자작의 명이 떨어지자 모여 있던 기사들과 병사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얼마 뒤 날이 저물었다. 그러자 영주관의 경비 교대를 위해 다시 구른 자작의 기사와 병사들이 영주관 앞에 집결했다. 이어 원활하게 교대가 이뤄지고 총관인 구른 자작의 기사와 병사들이 영주관을 완전히 장악했다.

“됐군.”

총관은 누구도 영주관 안에 들이지 말라는 명령을 내리고 자신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베르터에게 갔다. 아니나 다를까? 총관이 나타나자 베르터가 황급히 물었다.

“어떻게 됐나?”

“영주관을 무사히 장악했습니다.”

그 말에 베르터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다행이다.”

“이제 가시지요.”

총관의 말에 베르터가 흠칫 놀랐다.

“버, 벌써 말인가?”

조카인 베르터를 누구보다 아껴 준 라미셀 후작이었다. 그런 후작을 죽여야 한다는 것이 베르터에게 엄청난 심적 압박이었다.

“직접 어려우시다면 제가 돕겠습니다.”

“그, 그래 주겠나?”

“가시지요.”

거듭된 총관의 재촉에 베르터도 더는 견디지 못하고 몸을 일으켰다. 베르터와 총관은 기사들과 같이 라미셀 후작의 방으로 향했다.

후작의 방 앞에는 기사들과 병사들이 늘어서 있었지만 그들은 베르터와 총관을 막아서지 않았다.

교대하면서 후작의 방 앞 기사들과 병사들까지 모두 총관의 기사와 병사들로 교체된 뒤였다.

달칵!

총관이 앞장서서 문을 열었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베르터도 뒤이어서 방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게.”

그때 침대에 누워 있어야 할 라미셀 후작이 떡하니 입구 맞은편 의자에 앉은 채 총관과 베르터를 맞았다.

그런 라미셀 후작의 옆에는 오넬 백작과 에반스가 각각 좌우로 서 있었다. 그리고 그들 뒤쪽으로 라미셀 후작군의 기사들과 병사들이 늘어서 있었다.

총관과 그의 기사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구른 자작. 왜 그랬나? 베르터가 잘못 생각한 것이 있으면 그것을 깨우쳐 주었어야 할 자네가 어쩌다…….”

라미셀 후작이 안타까운 시선으로 총관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총관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제가 라미셀 후작가를 위해 살아온 인생을 생각해 보십시오. 그런데 하루아침에 그런 라미셀 후작가가 없어진다니. 그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런 총관을 보고 라미셀 후작이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라미셀 후작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라미셀 후작령은 단지 껍데기에 불과하다. 그 껍질 속에 있는 사람들이 중요한 것이다. 나는 대영주로서 진정 그들을 아끼고 사랑해 줄 사람에게 후작령을 맡기려는 것이다.”

“싫습니다. 라미셀 후작령은 제 거란 말입니다. 절대 다른 자에게 넘길 수 없습니다.”

구른 자작의 옆에 있던 베르터가 악을 쓰며 외쳤다. 그런 베르터를 보며 라미셀 후작이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휴. 내 잘못이다. 너를 내 곁에 두는 것이 아닌데. 그랬다면 네가 라미셀 후작령을 욕심내는 일도 없었을 것을…….”

“어찌할까요?”

그때 오넬 백작이 라미셀 후작에게 물었다. 반란은 일어났고 후작령의 군권을 쥐고 있는 오넬 백작에게는 그 반란을 진압할 의무가 있었다.

“반란을 진압하게. 순순히 항복하는 자들은 체포해서 감옥에 가두고 저항하는 자는…… 처단하게.”

“존명. 뭣들 하느냐? 반역자들을 잡아라.”

오넬 백작의 명령이 떨어지자 백작의 뒤쪽에 늘어서 있던 기사들과 병사들이 베르터와 총관, 그리고 반역에 가담한 기사와 병사를 잡기 위해 움직였다.

라미셀 후작은 베르터와 총관에게 자신의 뜻을 전한 후 그들의 동태를 감시케 했다. 그런데 총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그래서 몰래 오넬 백작에게 사람을 보냈다. 혹시 있을지 모를 사태에 대비하라고 말이다.

하지만 오넬 백작은 설마 총관이 반란을 도모할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리로 베르터 역시 간이 작은 인물이기 때문에 감히 라미셀 후작을 배반하지는 않을 거라 여겼다.

그런데 총관이 먼저 오넬 백작을 독살하려 했다. 만약 그 자리에 에반스가 없었다면 오넬 백작은 죽었을지 모른다. 그리고 반란 역시 성공했을 수도 있었다.

오넬 백작은 즉시 라미셀 후작군의 기사와 병사들을 이끌고 라미셀 후작의 방으로 진입해 들어갔다.

라미셀 후작의 방에는 비밀 통로가 있었는데 만약을 위해 라미셀 후작이 그 위치를 오넬 백작에게 알려 준 것이다.

반역자들 몰래 비밀 통로를 통해 라미셀 후작의 방으로 진입해 들어간 오넬 백작과 에반스는 역도들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그때 라미셀 후작이 에반스에게 정식으로 얘기했다.

“라미셀 후작령을 맡아 주시오.”

“하지만 저는…….”

에반스가 거절하려 하자 라미셀 후작이 머리를 숙였다.

“제발 부탁이오. 그대가 맡지 않는다면 라미셀 후작령은 황제나 다른 귀족들의 손에 넘어갈 것이오. 나는 나의 영지 백성들이 행복하길 바라오.”

“어째서 내가 라미셀 후작령을 맡으면 백성들이 행복해질 거라 확신하십니까?”

에반스의 물음에 라미셀 후작이 희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세상은 변하오. 그런데 후작은 그 변화를 주도해 나가고 있소. 그대라면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거라 믿소.”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물론이오. 오넬 백작. 그대부터 시작하시오.”

라미셀 후작의 말에 오넬 백작이 에반스 앞에 무릎을 꿇었다.

“충심으로 후작님을 주군으로 모시겠습니다.”

오넬 백작에 이어 후작군의 지휘를 맡고 있던 주요 기사들도 모두 에반스 앞에 무릎을 꿇고 충성을 맹세했다. 이로써 라미셀 후작성을 장악하고 있는 후작군이 에반스에게 넘어온 것이다.

라미셀 후작과 후작령에 대한 얘기가 모두 끝났을 때 베르터와 총관이 후작의 방으로 들어섰다.

라미셀 후작은 라미셀 후작군에 그 둘과 반역에 가담한 기사와 병사들을 모조리 잡을 것을 명했다. 저항하는 자는 가차 없이 처단할 것을 명했고 총관인 구른 자작과 그 휘하 기사들은 어차피 잡혀도 죽을 것을 알았기에 격렬하게 저항했다.

때문에 라미셀 후작군의 피해도 컸다.

“헉헉! 덤벼라.”

피투성이가 된 구른 자작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자신을 포위하고 있는 라미셀 후작군 병사들에게 외쳤다. 그의 주위로 구른 자작의 기사들이 서로 등을 기댄 채 서 있었다.

구른 자작과 기사들의 저항에 주위에 죽어 있는 라미셀 후작군 병사들이 100여 명이나 되었다.

창백하게 질린 얼굴의 베르터는 이미 라미셀 후작군에 체포된 상태였다. 그리고 나머지 반역에 가담한 병사들 역시 무기를 버리고 항복해서 감옥으로 끌려간 뒤였다.

“총관의 최후를 보고 싶다. 부탁이다.”

베르터 역시 감옥으로 끌고 가야 하지만 간곡히 부탁을 하니 그를 잡은 기사와 병사들이 총관의 최후를 지켜보게 배려해 주는 중이었다.

“병사들의 희생이 너무 크군요.”

구른 자작과 그 기사들의 예상 밖의 저항에 오넬 백작도 적잖게 놀란 표정이었다. 라미셀 후작은 기침이 심해져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서 치료사의 치료를 받고 있었다.

모든 것은 오넬 백작이 주관하고 있었지만 이제 라미셀 후작군의 새로운 주인은 에반스였다.

“죄송합니다. 기사들을 투입해 즉시 제거토록 하겠습니다.”

오넬 백작이 기사들에게 명령을 내리려 할 때 에반스가 말했다.

“아니, 됐소. 저들은 내가 처리토록 하겠소.”

“네? 후작님께서 말씀이십니까?”

“아까운 자들이군요. 좀 더 얘기해 볼 생각이오.”

오넬 백작은 에반스의 말에서 반역자인 구른 자작과 그 기사들을 살려 줄 의향이 있음을 알고 그 배포에 놀랐다.

에반스는 곧장 구른 자작과 기사들을 감싼 포위망 쪽으로 움직였다. 그런 에반스를 오넬 백작이 보좌하며 따라 움직였다.

“비켜나라.”

오넬 백작의 명령에 포위하고 있던 라미셀 후작군 병사들이 물러났다. 자신들을 포위하고 있던 병사들이 물러나자 구른 자작과 기사들도 그제야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 그들 앞에 에반스와 오넬 백작이 나타나자 굳은 얼굴로 그 둘을 쏘아보았다.

“후작께서 직접 베기로 하셨소?”

구른 자작이 에반스를 보고 외쳤다. 소드 마스터인 에반스가 나선 이상 살아남긴 틀린 상황이었다. 구른 자작의 기사들도 죽음을 각오한 비장한 표정들이었다. 그들에게 에반스가 말했다.

“살 기회를 주겠다. 무기를 버려라.”

에반스의 말에 기사 몇 명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살 수 있다니 귀가 솔깃했다. 하지만 구른 자작이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구질구질하게 이러지 맙시다. 모시던 주군을 해하려 한 나요. 거사가 실패한 이 마당에 무슨 염치로 더 살길 바라겠소?”

구른 자작의 말에 그의 주위 기사들이 다시 비장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런 기사들을 둘러보고는 구른 자작이 외쳤다.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 자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투항해라. 나를 배신했다 생각지 않을 것이다.”

구른 자작의 외침에도 그 주위 기사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구른 자작이 다시 외쳤다.

“너희도 가족이 있을 것이다. 그 가족을 생각해라. 내 죽어도 너희를 원망치 않을 것이다.”

가족이란 말에 기사들 대부분의 눈에 갈등의 빛이 역력했다. 그때 기사 하나가 말했다.

“가족 때문이라도 남겠습니다. 주군을 배신하고 어찌 가족을 돌보며 살겠습니까? 명예롭게 죽겠습니다.”

그 말 때문일까? 투항할 의향이 있었던 기사들도 다시 생각을 고쳐먹었다.

“안타깝군.”

에반스가 그들에게 준 것은 살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런데 그들은 그 기회를 차 버렸다. 그때 에반스의 거처에 있던 시스턴이 에반스의 부름을 받고 달려왔다.

“찾으셨습니까?”

에반스가 구른 자작과 그의 기사들에게 배려한 시간은 시스턴이 올 때까지였다. 만약 시스턴이 올 때까지 그들이 투항하지 않는다면 에반스는 시스턴에게 그들을 제거케 할 생각이었다.

아쉽게도 구른 자작과 기사들은 투항을 거부했고 에반스는 시스턴에게 명할 수밖에 없었다.

“제거해라.”

간단히 명하고 에반스가 물러났다.

“네.”

시스턴이 대답하고 바로 나섰다. 구른 자작과 기사들 주위에 널브러져 있는 100명도 넘는 병사들의 시신을 보고 시스턴도 상대가 꽤 실력을 갖춘 기사들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래 봐야 기사들이었다. 소드 마스터도 죽여 본 경험이 있는 시스턴에게 그들은 그의 검에 피를 묻혀야 할 적일 뿐이었다.

에반스가 아닌 다른 자가 나서자 구른 자작과 기사들은 약간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덩치가 크고 꺼내 든 대검도 무식하게 컸다. 그런 대검을 한 손으로 가볍게 들고 있는 것으로 봐서 힘도 세어 보였다.

하지만 싸움이란 것이 힘세고 무기가 크다고 이기는 것은 아니었다. 구른 자작을 비롯한 기사들은 모두 소드 익스퍼트의 실력자들이었다.

상대가 누구든 소드 마스터만 아니면 그들은 누구와 싸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압실론 후작께서 우릴 너무 우습게 보셨군.”

구른 자작의 말에 기사들이 웃었다. 비록 마지막 웃음이 될지언정 그들은 신랄하게 압실론 후작을 비웃었다.

그때 시스턴이 말했다.

“우습게 본 것이 아니라 너희들은 충분히 우습다.”

“뭐? 이 자식이…….”

시스턴의 말에 격분한 구른 자작의 기사 하나가 시스턴을 향해 달려들었다.

우우우웅!

그런 기사의 검에는 푸르스름한 기운이 맺혀 있었다.

“타앗!”

기사가 마나가 맺힌 검을 수평으로 휘둘렀다. 그러자 시스턴이 정면으로 대검을 들어 기사의 공격을 막았다.

구른 자작을 비롯한 기사들은 동료 기사의 마나를 머금은 검에 시스턴의 대검이 두 동강 나고 시스턴의 커다란 몸통도 둘로 잘릴 것으로 여겼다.

터엉!

하지만 상황은 달랐다. 놀랍게도 시스턴의 대검이 기사의 마나가 씐 검을 튕겨 낸 것이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었다.

“히익!”

시스턴이 대검에 튕겨난 기사를 향해 그대로 대검을 길게 찔러 넣었던 것이다. 워낙 검이 길다 보니 뒤로 물러나는 데도 한계가 있었던 기사가 검으로 시스턴의 대검을 막았다. 다시 시스턴의 대검과 기사의 검이 부딪쳤다.

쩌엉!

그때 기사의 검이 박살이 났다.

슈욱!

그리고 시스턴의 대검을 그대로 기사의 갑옷을 뚫고 가슴을 뚫고 들어갔다. 심장을 꿰뚫은 대검은 기사의 등 뒤로 삐져나왔다.

“헉!”

대검에 가슴을 관통당한 기사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시스턴이 대검을 뽑자 이미 시체인 기사가 맥없이 널브러졌다.

간단히 기사 하나를 제거한 시스턴이 남은 구른 자작과 기사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별거 아니군.”

“뭐? 저 자식이…….”

기사들이 시스턴을 향해 달려들었다.

바우우웅!

그런 기사들을 향해 시스턴이 크게 수평으로 대검을 휘둘렀다.

“크아아악!”

비명소리와 함께 검과 몸통이 둘로 분리되었다. 소드 마스터의 오러 블레이드도 자르지 못하는 시스턴의 대검이 그 위력을 드러낸 것이다.

후두두둑!

단 일 검에 기사 넷을 처리한 시스턴이 남은 기사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제야 기사들은 겁을 집어먹었다. 하지만 늦었다. 시스턴의 대검이 이미 그들의 몸통을 토막 내고 있었다.

“…….”

두 번 검을 휘둘러서 자신의 기사들을 모두 토막 내 버린 괴물 같은 시스턴을 보고 구른 자작은 할 말을 잊었다.

구른 자작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에반스에게로 향했다. 구른 자작도 알 것 같았다. 에반스가 왜 시스턴을 내보냈는지 말이다.

에반스는 구른 자작과 그 기사들을 명예롭게 처형시키고 있었다. 기사들은 싸우다 죽는 것을 가장 명예로워 했다. 하지만 소드 마스터와 싸우다 죽으면 그것은 잡혀 처형되는 것과 다를 것이 없었다.

구른 자작이 에반스를 향해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리고 괴물 같은 시스턴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야압!”

바우우웅!

엄청난 풍압이 실린 시스턴의 대검이 구른 자작을 향해 날아왔다.

서걱!

시스턴의 대검이 구른 자작의 검과 함께 그 목을 동시에 날려 버렸다. 구른 자작의 목이 잘리는 것을 보고 에반스가 오넬 백작에게 명했다.

“시신들을 정리하시오. 내일 전투가 있을 것이니 모두들 쉬게 하고.”

“네. 후작님.”

오넬 백작이 즉시 정리에 나섰다. 하룻밤 사이 벌어진 라미셀 후작성의 짧은 반란은 이렇게 조용히 수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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