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Chapter 2 지옥 주술사Ⅱ (82/90)

Chapter 2   지옥 주술사Ⅱ

음침한 눈동자들이 산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눈은 광기에 휩싸인 듯 번들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입에서는 연이어 주술의 주문이 흘러나왔다. 그때 먼저 주문을 완성한 자가 외쳤다.

“굳이 힘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 어쨌든 저곳에 사는 생명들만 죽이면 되니까.”

검은 로브에 후드를 덮어쓴 자가 어둠 너머 불빛이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있는 마을을 손짓으로 가리켰다.

“케드릭 님의 말씀이 맞다. 마계의 괴물까지 소환할 필요는 없다. 근처 죽은 자들의 영혼만 불러내도 충분하다.”

케드릭이라면 지옥 주술사의 우두머리인 오르테의 최측근으로 그는 10명의 지옥 주술사들과 페오나드 마을로 가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케드릭이 손짓으로 가리킨 곳이 페오나드 마을이란 말인가?

잠시 시간이 흐르고 자정 무렵이 되자 페오나드 마을의 불빛이 대부분 사라졌다. 마을 주위를 감시하는 초소를 제외하고 마을은 어둠에 잠겼다.

페오나드 마을 역시 레오난드 마을처럼 주위가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이었다. 페오나드 마을도 약초와 사냥을 주로 했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마을 사람 중 절반이 농사를 짓는다는 점이었다.

산을 개간해서 조금씩 짓는 밭농사가, 계단식 논이 보급되면서 점차 그 면적이 늘어나고 있었다. 그래서 페오나드 마을은 레오난드 마을과 달리 자급자족이 가능한 마을이었다.

페오나드 마을 역시 육식 동물이나 몬스터로부터 마을을 지키기 위해 외곽으로 꽤 높은 울타리가 쳐져 있었다.

그런 페오나드 마을 주위로 밤이 깊어지면서 음산한 기운이 한층 강해졌다. 울타리 주위로 문이 있는 쪽에는 초소가 있었고 그 초소에는 모닥불이 피워지고 그 주위로 경계를 서고 있는 병사들이 보였다.

타닥타닥 모닥불이 피어오르는 소리만 무성할 뿐 병사들은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때 한 병사가 산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오늘은 좀 이상하군.”

“뭐가 말인가?”

모닥불가에 쪼그리고 앉아서 부지깽이로 모닥불 안에서 뭔가를 꺼내면서 병사가 말했다.

“평소와 달라.”

모닥불가의 병사가 꺼낸 것은 감자였다. 출출할 때 먹으려고 가져온 감자를 모닥불 안에 넣었다가 꺼낸 모양이었다. 감자의 개수도 초소에 있는 병사들의 수와 똑같았다.

“뭐가 달라? 내가 보기에는 어둡기만 한데.”

“그래. 어둡지. 평소보다 왠지 더 어둡단 말이야.”

“쳇. 밤이 어둡지, 그럼. 싱거운 소리 하지 말고 이리 와서 감자나 먹어.”

마을 주위 산을 살펴보던 병사가 고개를 내저었다.

“내가 오늘 좀 이상한가 봐. 자꾸 불길한 느낌이 든단 말이야. 뭐, 별일 아니겠지.”

“당연하지. 이런 촌구석에 무슨 일이 있으려고. 시답잖은 소리 그만하고 이리 와.”

병사는 곧장 모닥불가로 갔다. 그리고 들고 있던 창을 내려놓고 모닥불 주위에 앉았다. 그러자 다른 병사들도 하나 둘씩 모닥불가로 모여들었다.

“자. 하나씩이야.”

모닥불에서 감자를 꺼낸 병사가 모여든 병사들에게 공평하게 감자 하나씩을 건넸다. 그때였다.

터벅터벅!

뭔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그 소리가 하나 둘이 아니었다. 감자를 먹던 병사들이 그 소리에 놀라 일어났다. 그리고 그 소리가 들린 쪽을 향해 외쳤다.

“누구냐?”

하지만 그쪽에서는 묵묵부답 아무 대답도 없었다. 그리고 계속 걸어왔다.

터벅터벅!

모닥불로 인해 흐릿하게 형상이 보였는데 그 수가 수십 명도 넘어 보였다.

“꿀꺽!”

병사들이 마른침을 삼켰다. 그때 병사 하나가 외쳤다.

“멈춰라. 더 다가오면 활을 쏘겠다.”

그 말에 활을 소지하고 있던 병사들이 활을 꺼내서 화살을 걸고 시위를 당겼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접근해 오는 자들을 향해 겨눴다.

“헉! 저, 저건…….”

그때 밤눈이 밝은 병사 하나가 경악하며 외쳤다.

“뭔데?”

“해…… 해골들이야. 시체들이라고.”

“뭐?”

놀란 병사 하나가 모닥불가로 달려가서 불이 붙은 장작을 들어 접근해 오고 있는 자들을 향해 던졌다.

휘리릭!

던진 장작은 접근해 오던 자들의 발치로 떨어졌고 그 불빛에 그들의 정체가 드러났다.

“오오. 맙소사.”

“신이시여!”

병사들이 놀라 뒤로 물러났다.

그 시간 케드릭과 지옥 주술사들을 뒤쫓았던 루미나와 샘, 그리고 어둠의 주술사들은 케드릭과 지옥 주술사들보다 먼저 페오나드 마을에 들어와 있었다.

케드릭과 지옥 주술사들이 밤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그들은 상단을 가장해서 페오나드 마을에 진입했던 것이다. 물론 그 덕분에 샘과 어둠의 주술사들은 검은 로브를 벗고 상인 복장을 해야 했다.

어두워지자 샘과 어둠의 주술사들은 다시 검은 로브를 챙겨 입었다. 루미나 역시 검은 야행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마을 울타리 쪽으로 접근해서 지옥 주술사들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밤이 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또 어둠이 짙어질수록 페오나드 마을을 둘러싸고 있던 산에서 뿜어지는 스산한 기운이 강해졌다.

그 음산한 기운의 정체를 어둠의 주술사들이 모를 리 없었다.

“놈들이 노골적으로 죽은 자들의 영혼을 불러내고 있소.”

샘이 굳은 얼굴로 루미나를 보며 말했다. 샘과 어둠의 주술사들의 눈에는 산 주위에 신의 저주를 받은 자들이 갈 곳을 잃고 헤매는 모습이 보였다. 아직도 자신이 죽은 것을 모르는 원혼들이 마을 주위를 배회하고 있었다.

“좋지 않군.”

마을의 산에는 묘지가 많았다. 그 말은 주술사들이 도구로 써먹을 원혼들이 부지기수로 많다는 소리였다.

자정이 넘어가면서 마을을 감싸고 있던 죽음의 기운이 더 강해졌다.

“왔다.”

샘이 어둠 속을 손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사악한 기운이 죽은 자들을 깨워 낸 것이다. 썩다 만 시신들과 뼈만 남은 시체들이 마을을 향해 걸어왔다.

“스켈레톤, 레이스, 셰이드……. 많이도 불러냈군.”

보아하니 마을을 죽은 시신들로 포위한 후 마을 사람들을 전부 죽일 모양이었다. 지옥 주술사들은 움직일 수 있는 모든 죽은 것들을 다 깨우고 있었다.

그들이 깨운 원혼들이 차지한 시체들은 지옥 주술사들의 사악한 주문으로 인해 살아 있는 생명체만 보면 무조건 죽이려 들 터였다.

보통 사람들에게 시체들은 무서운 존재들이었다. 하지만 어둠의 주술사들이라면 얘기가 달랐다.

주술에 있어 단편적으로 소환술에만 능한 지옥 주술사들은 어둠의 주술사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지옥 주술사들이 불러낸 시체들 역시 어둠의 주술사들에게는 장난감이나 다를 것이 없었다.

“시체들부터 정리해라.”

샘이 외치자 어둠의 주술사들이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그러자 마을을 에워쌌던 시체들이 뒤돌아서 다시 자신들이 묻혔던 장소로 걸어갔다.

“뭐, 뭐야?”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시체들이 왜 되돌아온단 말인가?”

시체들을 조종하던 지옥 주술사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그때 지옥 주술사를 이끌고 있던 케드릭이 마을에서 뿜어져 나오는 또 다른 음습한 기운을 느끼고 눈살을 찌푸렸다.

“누가 우리 일을 방해하고 있다.”

“누가 말입니까?”

“주술사다. 저 안에 다른 주술사가 있다.”

“네?”

주술사는 야만족뿐이었다. 그 이외 주술사와 비슷한 기운을 흑마법사들이 풍기기는 했지만 케드릭이 흑마법사와 주술사를 구분해 내지 못할 리 없었다. 그렇다면 야만족의 주술사가 저 마을에 있다는 소리였다.

뿌우우우!

시체들이 나타나자 페오나드 마을이 발칵 뒤집어졌다. 마을 주위는 곧 밝게 불이 밝혀졌고 울타리 너머로 사람들이 시체들을 발견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마을로 접근해 오던 시체들이 돌연 방향을 틀어서 산으로 돌아가자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계 괴물들을 소환해라.”

페오나드 마을에 숨어서 지옥 주술사들의 일을 방해하는 주술사가 누구인지 케드릭은 관심 없었다. 적어도 지옥 주술사들의 일을 방해한 이상 그자는 살려 둘 수 없었다. 케드릭의 명령에 지옥 주술사들이 각자 마계의 괴물들을 소환했다.

페오나드 마을의 외곽 울타리에 있던 어둠의 주술사 샘은 케드릭과 지옥 주술사들이 숨어 있는 산 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쪽에서 어둠의 기운이 강하게 느껴지자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놈들이 결국 끝장을 보자는군.”

“무슨 일이에요?”

루미나가 묻자 샘이 바로 대답했다.

“놈들이 마계 괴물들을 소환하고 있소.”

마계 괴물과 싸운 적이 있는 루미나가 샘을 보고 말했다.

“괴물이 마을로 들어가게 해선 안 돼요.”

제일 약한 마계 괴물이라도 마을에 들어가면 희생자가 엄청날 터였다. 어떻게든 마계 괴물들이 마을로 들어가기 전에 막아 내야 했다.

“걱정 마십시오. 그런 일은 없을 테니.”

샘이 어둠의 주술사들을 향해 손짓을 보냈다. 그러자 어둠의 주술사들이 일제히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쿼어어어!”

쿵! 쿵! 쿵! 쿵!

“허억. 저, 저기를 봐.”

“맙소사. 괴물들이다.”

시체들이 물러난 산에서 이번에는 커다란 괴물들이 우르르 내려왔다. 그것을 보고 페오나드 마을 사람들의 얼굴에 절망이 드리웠다. 울타리의 방책은 커다란 괴물들을 막기에는 힘들 듯 보였다.

마을의 병사들도 입만 쩌억 벌린 채 달려오는 괴물들을 향해 화살 한 발 쏘지 못했다. 저 정도 괴물이라면 화살도 소용없다는 것을 병사들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틀렸다. 뒷문 쪽으로 달아나야 해.”

마을 사람들이 도망치기 위해 막 움직이려 할 때였다.

와지끈!

쿠쿠쿠쿵!

마을 안쪽 울타리가 박살 나며 그 안에서 괴물들이 우르르 밖으로 뛰쳐나갔다.

“뭐, 뭐가 어떻게…….”

“저 괴물들이 왜 울타리 안에서…….”

아무튼 울타리 안에서 쏟아져 나간 괴물들이 산에서 내려온 괴물들과 서로 충돌했다.

“쿼어!”

“쿠어어억!”

괴물들이 한데 뒤엉켜 싸웠다. 하지만 싸움은 울타리에서 나간 괴물들의 일방적인 승리였다. 순식간에 산속에서 쏟아져 나온 괴물들을 해치운 울타리에서 나간 괴물들이 산속으로 달려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뒤 10구의 시신을 들고 괴물들이 울타리 쪽으로 돌아왔다.

“한 놈이 달아났소.”

괴물들에 의해 지옥 주술사 10명은 죽였지만 한 명은 놓친 것이다. 샘의 말에 루미나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마세요. 그자는 제가 처리할 테니.”

그 말을 하고는 루미나가 괴물들이 지옥 주술사들의 시신을 가져온 산 속으로 깡충깡충 잘도 뛰어 올라갔다.

루미나의 천부적인 자질은 어린 나이의 그녀를 벌써 소드 익스퍼트 중급에 오르게 했다. 에반스는 그녀가 노력한다면 20살이 되기 전에 소드 마스터가 될 거라 확신했다.

그만큼 루미나의 검술 실력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다. 루미나는 최근 에반스에게 상대의 몸에서 뿜어 나오는 특유한 기운을 감지해 내는 수련을 받았다.

루미나는 지옥 주술사들이 있었던 곳에서 신경을 집중했다. 그러자 하나의 독특한 기운이 그녀의 기감에 포착되었다.

“거기 있었군.”

루미나가 산 정상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기다려.”

루미나는 곧장 산꼭대기를 향해 몸을 날렸다.

파파파팟!

날렵한 루미나는 토끼보다 더 빨리 산을 올랐다. 가파른 길도 루미나에게는 장해가 되지 못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루미나가 산 정상에 다다랐다. 그리고 힘겹게 산을 오르고 있는 검은 로브의 남자를 발견했다.

“흥. 달아나 봤자다.”

루미나가 빠르게 그자의 뒤를 쫓았다.

케드릭과 지옥 주술사들은 자신들이 소환한 마계 괴물들을 페오나드 마을로 내려보냈다. 그런데 기세 좋게 돌진하던 마계 괴물들 앞에 또 다른 마계 괴물들이 나타났다.

“저, 저건 케토라!”

“헉! 유스파까지…….”

마계의 괴물들 중에서도 불러내기 까다로운 녀석들이 마을 안에서 우르르 몰려 나온 것이다. 지옥 주술사들이 불러낸 마계 괴물들보다 더 강한 녀석들이었다.

즉 마을 안에 있는 주술사의 실력이 지옥 주술사들을 능가한다는 소리였다.

“틀렸다.”

케드릭이 절망하고 있을 때 지옥 주술사들이 소환해 낸 마계 괴물들이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다시 마계로 돌아가 버렸다.

그러자 마을에서 나온 마계 괴물들이 케드릭과 10명의 지옥 주술사들이 있는 산속으로 뛰어 들어왔다.

“도망쳐라.”

케드릭이 소리쳤다. 그 소리에 지옥 주술사들이 뿔뿔이 흩어져 도망을 쳤다. 하지만 그들은 보통 인간에 불과했다. 마계 괴물들을 따돌릴 체력이 그들에게는 없었다.

“크아아악!”

10명의 지옥 주술사들이 마계 괴물의 손에 꼼짝없이 당하는 동안 케드릭은 혼자서 그곳을 벗어났다.

소환술 말고도 은둔술도 사용할 줄 알았던 케드릭은 유일하게 마계 괴물들의 눈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케드릭은 이 사실을 오르테에게 알리기 위해 산을 올랐다.

“헉헉!”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케드릭은 쉴 수 없었다. 눈앞에 산 정상이 보였다. 산만 넘으면 그 아래 말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케드릭은 그 말을 타고 곧바로 오르테에게 달려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가 산 정상에 다다랐을 때 이미 그곳에는 한 여자가 있었다. 앳되어 보이는 그 여자는 허리에 검을 차고 있었다.

“나는 살생을 좋아하지 않아. 하지만 너 같은 놈이라면 기꺼이 내 검에 피를 묻힐 각오가 되어 있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여자가 검을 뽑았다. 그리고 케드릭을 쏘아보며 외쳤다.

“나는 루미나다. 죽거든 누가 너를 죽였는지 사신에게 똑똑히 말해라.”

루미나가 빠르게 케드릭을 향해 짓쳐 들었다.

케드릭이 그런 루미나를 향해 손을 내뻗었다. 케드릭의 손에 엄청난 기운이 모였다. 루미나는 케드릭이 마력을 사용할 줄 안다는 사실을 알고 케드릭의 손을 피해 몸을 움직였다.

쾅!

케드릭의 마력은 루미나를 비껴가서 나무에 맞아 폭발했다. 어른의 몸통만 한 제법 큰 나무가 케드릭의 마력에 맞아 쓰러졌다.

우지끈!

그 위력은 대단했지만 케드릭의 마력으로 재빠른 루미나를 잡기는 어려웠다. 루미나가 가만히 서 있는 나무도 아니고 말이다.

파파파팟!

케드릭이 마력을 쏘고 났을 때 루미나는 그의 측면으로 돌아서 케드릭의 등을 공격하고 있었다.

“헉!”

케드릭이 기겁하며 땅바닥을 뒹굴었다. 아슬아슬하게 루미나의 공격을 피했지만 그가 몸을 일으켰을 때 바로 그 옆에 루미나가 서 있었다.

“다음 생에는 착한 사람으로 태어나라.”

그 말과 동시에 루미나의 검이 케드릭의 목을 꿰뚫었다.

“컥!”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케드릭이 크게 눈을 떴다. 하지만 그의 동공에서는 생명의 기운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슈욱!

루미나가 케드릭의 목에 박힌 검을 뽑자 핏물이 뿜어져 나왔다. 케드릭은 비틀거리다가 이내 쓰러졌고 움직임을 멈췄다.

절명한 케드릭을 보고 검에 묻은 피를 털어 낸 루미나가 시신을 그대로 두고 뒤돌아섰다.

“짐승들의 배라도 채워 줘라. 그것이 네가 지은 죄를 조금이나마 갚는 길일 것이다.”

루미나는 곧장 샘과 어둠의 주술사들이 기다리는 페오나드 마을로 내려갔다. 그곳에서는 샘과 어둠의 주술사들이 마을 사람들에 빙 둘러싸여 있었다.

“저들은 뭐지?”

“그러게. 시커먼 것으로 몸을 가리고 말이야.”

“수상해. 괴물들과 무슨 연관이 있을 거야.”

“혹시 흑마법사들 아냐?”

“그렇군. 흑마법사들이 분명해.”

갖은 억측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샘과 어둠의 주술사들 앞으로 루미나가 나타났다.

“모두들 물러나세요. 나는 라미셀 후작성에서 온 루미나라고 해요. 여러분들을 구하러 왔고 그 임무를 완수했으니 이만 돌아갈까 해요.”

루미나는 페오나드 마을의 관리에게 에반스가 직접 서명한 명령서를 전했다. 그 명령서에는 관리의 주군인 라미셀 후작의 인장이 찍혀 있었다.

관리는 병사들을 동원해서 루미나와 샘, 그리고 어둠의 주술사들을 마을 밖으로 내보내 주었다. 루미나와 샘은 즉시 어둠의 주술사들을 이끌고 에반스가 있는 라미셀 후작성으로 향했다.

케드릭과 10명의 어둠의 주술사들이 자정 무렵 페오나드 마을을 향해 시체들을 내려보냈지만, 오르테와 10명의 어둠의 주술사들은 자정이 넘어서도 레오난드 마을을 공격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레오난드 마을에 불이 하나도 꺼지지 않았던 것이다.

“저것들은 잠도 없나?”

“혹시 오늘이 마을 축제가 아닐까요?”

당연히 레오난드 마을에는 축제 따윈 없었다.

시스턴과 클락으로 인해 괴물들이 마을을 공격해 올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된 마을 사람들은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시스턴이 안심해도 된다고 했지만 이방인인 그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마을 사람들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마을 사람들이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면서 마을이 환했던 것이다. 그런 사실을 오르테와 지옥 주술사들이 알 수는 없었다.

“시간 없다. 내일까지 라미셀 후작성으로 가야 한다. 제롬. 시작해라.”

어째든 오르테와 지옥 주술사들은 레오난드 마을 사람들을 제물로 마계 괴물들을 소환할 힘을 축적해야 했다. 그 힘으로 난공불락인 라미셀 후작성을 장악해야 했다.

“네. 오르테 님.”

제롬이 즉시 9명의 지옥 주술사들에게 명했다. 그러자 지옥 주술사들이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케드릭과 마찬가지로 제롬과 9명의 지옥 주술사들도 죽은 자의 원혼을 불러내서 그 시체들로 마을 사람들을 없애려 하고 있었다.

그때 제롬만 혼자 다른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제롬의 주문이 먼저 완성되었다.

“……안개여. 마을을 감싸라.”

제롬의 주문에 레오난드 마을 주위에 짙은 안개가 생겨났다. 그 안개를 보고 제롬이 비릿하게 웃었다.

“됐다. 이제 안개 속에서 나타난 시체들로 인해 마을은 쑥대밭이 될 것이다.”

제롬이 건 주문은 바로 길을 헤매게 하는 주문이었다. 마을을 둘러싼 안개가 사라지지 않는 한 마을 안에 있는 사람들은 절대 마을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제롬의 주술로 인해 레오난드 마을 사람들은 안개 속을 헤매다가 결국 다시 마을로 들어가게 되어 있었다.

그에 비해 죽은 존재들인 시체들은 안개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때문에 사악한 영혼이 쓰인 시체들은 안개 속에서든 밖에서든 마을 사람들을 해칠 수 있었다.

터벅터벅!

레오난드 마을에서도 묘지로 사용되고 있는 공터에서 수천 구의 시체들이 무덤을 헤치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들은 곧장 레오난드 마을을 향해 움직였다.

그때 시스턴과 같이 마을 울타리 밖에서 병사들을 대신해서 경계를 서고 있던 데릭과 어둠의 주술사들이 안개에 이어 시체들이 몰려오자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이번에야말로 지옥 주술사 놈들의 뿌리를 뽑을 때다.”

데릭은 이번 기회에 지옥 주술사들의 우두머리인 오르테를 제거하고 그 세력까지 제거해서 다시는 인간의 생명을 제물로 삼는 주술사가 없게 만들 생각이었다.

“먼저 안개부터 제거해라.”

데릭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어둠의 주술사들이 주문을 외었다. 그러자 레오난드 마을을 감쌌던 안개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동시에 어둠의 주술사들의 주문 소리가 울리자 마을로 몰려오던 시체들이 방향을 바꾸었다.

그리고 자신들이 묻혔던 묘지로 걸어갔다. 그것을 보고 오르테를 비롯한 어둠의 주술사들이 깜짝 놀랐다.

특히 자신의 안개 주술이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린 제롬의 충격은 더 컸다.

“이, 이럴 수가…….”

그때 역시 지옥 주술사들의 우두머리답게 오르테가 뭔가를 직감한 듯 외쳤다.

“주술이 이렇게 빨리 풀릴 수는 없다. 그렇다면…….”

오르테가 서둘러 주술을 사용해서 레오난드 마을을 살폈다. 그리고 마을 앞쪽에 있는 데릭과 어둠의 주술사들을 발견했다.

“빌어먹을. 어둠의 주술사들이다.”

오르테의 외침에 제롬을 비롯한 9명의 지옥 주술사들이 흠칫 놀랐다.

“어, 어둠의 주술사라니.”

“그들이 왜 여기에 있단 말입니까?”

하긴 지옥 주술사들의 천적이라고까지 불리는 어둠의 주술사들이 그들 앞에 나타났으니 놀라는 것도 당연했다. 그때 오르테가 굳은 얼굴로 제롬에게 말했다.

“틀렸다. 제롬. 내가 여기를 빠져나갈 동안 네가 저들을 막아 줘야겠다.”

아직 지옥 주술사들의 힘만으로는 어둠의 주술사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싸워 봐야 다 죽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은 몰라도 지옥 주술사들의 우두머리인 오르테만큼은 여기서 죽을 수 없었다. 그는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제국 내 지옥 주술사들은 아직 남아 있었다. 그들과 같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야 했다. 오르테마저 여기서 죽어 버린다면 지옥 주술사들은 설 자리마저 잃게 될 터였다.

오르테는 여기를 벗어나는 즉시 제국 깊숙이 들어갈 생각이었다.

그래야만 어둠의 주술사들의 눈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옥 주술사들의 그런 생각을 데릭은 훤히 꿰뚫어 보고 있었다.

실제로 데릭은 자신의 마력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바로 오르테를 잡기 위해서였다.

“저기 있군.”

데릭이 주술로 오르테의 위치를 감지해 냈다.

스르르르!

데릭의 모습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오르테의 말을 듣고 난 제롬이 비장한 얼굴로 대답했다.

“오르테 님. 어서 떠나십시오. 그리고 이 복수를 반드시 해 주십시오.”

“걱정 마라. 내 반드시 지옥 주술사가 어둠의 주술사를 능가하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복수하마.”

오르테는 제롬과 9명의 지옥 주술사들을 남겨 놓고 도망을 쳤다.

스르르르!

그때 지옥 주술사들이 있는 곳에 데릭이 모습을 드러냈다.

“헉! 웬 놈이냐?”

데릭을 발견한 지옥 주술사 중 하나가 소리쳤다.

“저리 꺼져!”

데릭이 한 손을 내뻗자 마력탄이 지옥 주술사의 몸에 격중 되어 폭발했다.

펑!

“커억!”

비명과 동시에 지옥 주술사가 입에서 피를 내뿜으며 뒤로 훨훨 날았다가 그대로 지면으로 추락했다.

털썩!

땅바닥에 쓰러진 지옥 주술사는 잠시 몸을 떨다 움직임을 멈췄다. 갑자기 나타나서 동료 지옥 주술사를 죽인 데릭을 보고 지옥 주술사들이 흠칫 놀라 할 때 데릭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오르테 놈이 달아났다.”

“막아라.”

제롬은 상대가 어둠의 주술사란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그것도 마력탄을 주문도 없이 발출해 낼 수 있는 고위 어둠의 주술사였다.

제롬은 나머지 지옥 주술사를 방패막이로 내세우고 은밀히 마력을 끌어모았다. 지금 지옥 주술사들 중 마력을 사용할 수 있는 존재는 제롬뿐이었다.

“벌레 같은 놈들.”

처음부터 자비 따윈 베풀 생각도 없었던 데릭이었다. 지옥 주술사들이 주문을 외우는 것을 보고 그의 입가에 비릿하니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그의 두 손이 빠르게 교차했다.

“뒈져라.”

데릭의 두 손에서 시커먼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바로 독 연기였다. 데릭은 어둠의 주술사들의 아지트에서 각종 독에 대한 연구 기록들을 보고 독을 연구했다.

비록 시작에 불과했지만 아지트 내에는 많은 독들이 있었고 그 독을 연기로 분출하는 기술은 쉽게 배울 수 있었다.

데릭이 뿜어낸 시커먼 연기가 순식간에 7명의 주술사들을 감쌌다.

“헉!”

제롬만 유일하게 그 연기를 피해 뒤로 물러났다.

“크윽!”

주술의 주문을 외고 있던 지옥 주술사들이 갑자기 주문을 멈추고 비명과 함께 얼굴을 찌푸렸다. 그리고 그대로 목을 쥐어뜯으며 쓰러졌다. 그만큼 독성이 강했던 것이다. 쓰러진 7명의 지옥 주술사들은 잠시 몸을 떨다가 이내 잠잠해졌다.

“이 악독한…… 죽어!”

제롬이 손을 내뻗어 데릭을 향해 마력을 발출했다. 하지만 독 연기를 내뿜은 뒤, 그 연기 밖으로 몸을 피한 제롬을 주시하고 있던 데릭이었다.

제롬의 손을 보고 바로 몸을 피했다.

펑!

데릭이 서 있던 허공에서 폭발이 일었다. 하지만 몸을 피한 데릭에게 어떤 피해도 입히지 못했다.

“왜, 화나느냐?”

그때 데릭이 언제 움직였는지 제롬 옆에 모습을 드러냈다. 놀란 제롬이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러면서도 그의 입은 다시 마력을 끌어모으는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그것을 보면서도 데릭의 얼굴은 태연했다. 제롬이 주문을 외우기 전에 데릭이 먼저 제롬을 향해 마력탄을 발출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만큼 지옥 주술사 제롬과 어둠의 주술사 데릭 간의 주술 격차는 컸다.

“너희들에게 죽어 간 자들 역시 지금 너희들처럼 화났을 것이다. 자신의 나약함과 상대의 악독함에 말이다. 너도 그 기분을 느꼈으니 이제 죽어라.”

데릭이 제롬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아, 안 돼!”

제롬의 주문이 완성되기 전이었다.

펑!

폭발과 함께 제롬의 머리통이 박살 나서 하얀 뇌수와 붉은 핏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머리를 잃은 제롬의 몸이 비틀거리다 모로 쓰러졌다.

털썩!

그때 데릭의 옆으로 시스턴이 나타났다. 데릭이 사라지자 시스턴이 데릭의 특유한 기운을 쫓아 움직인 것이다.

“저자가 오르테요?”

시스턴이 죽은 제롬을 손짓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아닙니다. 놈은 달아났습니다.”

“뭐라고요? 언제요?”

“몇 분 되지 않았습니다. 주술사들을 동원해서 놈을 잡겠습니다.”

그 말을 듣고 시스턴이 눈을 감고 신경을 집중했다. 루미나처럼 산 주위에서 특이한 기운을 찾았던 것이다. 그러자 달아나는 오르테를 찾을 수 있었다.

“주술사들은 필요 없소. 내가 오르테의 목을 가져오리다.”

그 말을 남기고 시스턴이 움직였다.

케드릭처럼 오르테도 산 정상을 올랐다. 역시나 산 아래 남겨 둔 말을 타고 어둠의 주술사들을 피해 트렌시아 제국 깊숙이 숨어들 생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케드릭이 루미나에게 당한 것처럼 오르테 역시 체력적으로 시스턴이란 인간의 벽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오르테가 산꼭대기에 올랐을 때 웬 덩치 큰 사내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누, 누구냐?”

오르테의 물음에 시스턴이 친절히 대답해 주었다.

“시스턴이라고 한다. 너의 목을 가져가실 분이시지.”

“미친놈!”

순간 오르테가 두 손을 내뻗었다. 오르테의 두 손에서 뿜어져 나온 마력이 시스턴을 덮쳤다. 하지만 덩치 큰 시스턴은 오르테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민첩했다.

쾅! 쾅!

시스턴이 서 있던 자리에 폭발과 함께 흙먼지가 일었다. 하지만 시스턴은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놀란 오르테가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를 찾나?”

흙먼지가 가라앉고 나서 원래 그 자리에 그대로 시스턴이 서 있었다. 마치 자신은 오르테의 마력을 피한 적이 없다는 듯 말이다.

“이, 이놈. 무슨 사술인지 모르지만 이제 끝이다. 카질라. 나와라.”

오르테의 외침에 허공에서 검은 점이 생기더니 그 점이 순식간에 커졌다. 그리고 그 안에서 마계의 괴물이 튀어나왔다.

마계에서도 서열 100위 안에 드는 꽤 사나운 녀석이었다. 오르테는 카질라가 시스턴을 간단히 잡아먹을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타앗!”

마계 괴물들이 마계의 문을 넘어 지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여러 차례 본 시스턴은 녀석들이 처음 지상에 나타날 때 눈을 깜빡이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마계와 다른 지상의 시야에 적응하기 위해 녀석들의 눈이 반응을 보이면서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이었다.

시스턴은 바로 그때를 노렸다. 마계 괴물이 제아무리 강해도 그 순간만큼은 무방비 상태였다.

서걱!

마나를 잔뜩 머금은 시스턴의 검이 카질라의 목을 벴다.

“헉!”

자신의 어둠의 힘을 전부 쏟아부어 마계에서 소환한 카질라였다. 그런데 소환되자마자 그 목이 날아가 버렸으니 오르테의 입에서 절망의 탄성이 터져 나올 만했다.

쿵!

육중한 카질라의 몸이 쓰러졌다. 그 옆에 반쯤 넋이 나간 채 서 있는 오르테를 향해 시스턴이 호기롭게 외쳤다.

“자. 다른 놈들도 더 불러내 봐.”

하지만 오르테의 실력으로 더 이상 마계 괴물을 불러낼 수 없었다. 지금 오르테는 시스턴을 향해 마력탄을 뿜어낼 여력도 없었다.

“내 운명도 여기까지인가?”

오르테가 힘없이 고개를 떨어트렸다. 그때 오르테가 검은 로브 품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뭔가를 꺼내서 그것을 시스턴을 향해 던졌다.

작은 약병이었는데 시스턴이 그것을 보고 막 대검을 휘두르려 할 때였다.

“물러나시오.”

데릭의 외침이었다. 순간 시스턴이 대검을 거두며 훌쩍 뒤로 물러났다.

철퍽!

약병이 시스턴이 서 있던 자리에서 깨지면서 약병 안에 있던 약이 땅바닥에 스며들었다. 순간 그 주위 반경 2미터의 땅바닥이 시커멓게 변했다.

“독?”

그것을 보고 시스턴이 눈살을 찌푸렸다.

“쳇. 틀렸군.”

숨기고 있던 마지막 비장의 무기까지 사용한 오르테가 자포자기한 얼굴로 억울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을 때였다.

스르르르!

데릭이 나타났다.

“지옥 주술사에게 빈틈을 줘서는 안 됩니다.”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데릭이 오르테를 향해 손을 내뻗었다. 그것을 보고 오르테가 비명을 내질렀다.

“안 돼!”

펑!

하지만 그 말이 오르테가 남긴 유일한 유언이 되고 말았다. 데릭에 의해 죽은 제롬처럼 오르테의 머리통도 그의 마력탄에 박살이 났다.

후두두둑!

털썩!

오르테의 뇌수와 핏물과 그의 몸통이 같이 지면으로 떨어질 때 데릭이 시스턴에게 불쑥 물었다.

“우리 어둠의 주술사가 왜 지옥 주술사의 천적으로 불리는지 아시오?”

“…….”

“그건 우린 녀석들에게 사정 따윈 봐주지 않기 때문이오. 이렇게 녀석들이 보이는 즉시 바로 죽여 버리니 놈들이 두려워할밖에…….”

시스턴과 데릭도 오르테의 시신을 그대로 방치한 채 레오난드 마을로 내려갔다. 그리고 다른 어둠의 주술사들과 합류해서 조용히 그곳을 빠져나와 라미셀 후작성으로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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