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가디언 소드-151화 (151/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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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저들이 말한 대로 알고 있으면서도 혹시나 하고 찔러본 것이다. 저 정도의 강자들이라면 자신에 대한 자부심에 어쩌면 말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앞의 이들은 그런 알량한 자존심을 가진 멍청한 강자가 아니었다. 강할 뿐 아니라 교활했다.

조심해야 한다.

‘내 평생 가장 어려운 싸움이 될 지도.’

이니안은 천천히 다리를 벌리고 오러 블레이드가 빛을 발하는 검을 중단으로 곧추세웠다.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후훗. 와라.”

이니안의 정면에 선 자가 손을 앞으로 뻗었다. 손끝으로 날카롭게 솟아오르는 손톱이 달빛에 섬뜩하게 빛난다.

“네 녀석들…….”

이니안은 그 모습에 눈앞의 여섯의 인물의 정체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언젠가 본 적이 있는 익숙한 모습 아니던가.

“후훗. 그렇군. 그래서 이런 힘을 가진 것이었어. 하지만 말이야, 그렇다면 시간이 별로 없는 것 아닌가?”

이니안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어린다.

“아니, 시간은 충분해.”

후드 아래에서 섬뜩한 송곳니가 빛을 발하며 붉은 입술이 미소를 그리고 있다.

“타핫!”

먼저 치고 들어간 것은 이니안이었다. 푸른빛 오러 블레이드가 어둠을 가르고 지나간다.

허공을 찢는 청광을 향해 뻗어가는 손끝의 하얀빛.

채챙!

오러 블레이드와 손톱이 부딪쳤음에도 검과 검이 부딪친 소리가 울렸다. 이니안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설마 손톱으로 오러 블레이드를 막아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는 얼굴이다.

“놀란 모양이군.”

후드 아래의 눈이 웃고 있었다.

“쳇.”

있는 힘껏 검을 밀어 상대를 떨쳐낸 이니안이 가볍게 착지했다.

천천히 호흡을 고르고 자세를 바로 했다.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검. 하지만 조금 전에 내지른 일격과는 다른 움직임이었다.

“마령소혼.”

다시금 손끝에서 펼쳐지기 시작한 마령천참검의 첫 번째 초식은 유려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마주 대치한 상대를 향해 뻗어갔다.

“으음. 이게 아까 보여준 그 검법이로군. 사이몬 가라고 했던가? 잠시 잠을 자는 사이 신기한 가문이 생겼어. 피어스 브레이크라느니, 여러 개의 피어스 브레이크를 유일하게 사용하는 가문이라느니… 안 그런가, 사이몬 가의 애송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검을 보면서도 그는 침착했다. 조금 전의 일격과는 전혀 다른 힘을 담은 검이 다가옴에는 그는 조금의 흔들림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동요한 것은 이니안이었다. 상대방은 자신이 사이몬 가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서 왔다. 그렇다면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말이다. 무언가 불안한 어떤 것이 느껴졌다.

검이 몸에 닿으려는 찰나 상대는 사라졌다. 그야말로 감쪽같았지만 이니안은 당황하지 않았다. 이미 한 번 겪어본 적이 있지 않았던가.

‘이건 케라우 녀석한테 고마워해야 하나?’

마령소혼의 변화를 끝낸 검은 멈추지 않고 곧 다음 변화를 시작했다.

“귀혼천검.”

어지러이 늘어나는 검영. 그것은 곧 이니안을 둘러싼 채 구경만 하고 있던 인물들에게도 뻗어갔다.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검의 그림자. 그것이 담고 있는 위력은 결코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었다.

여섯의 괴인은 각기 손을 뻗어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그림자를 쳐냈다.

“제법이군.”

가장 처음 이니안을 상대한 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하지만 한꺼번에 우리 여섯을 상대하려 하다니 배짱이 대단한 걸?”

지금까지 가만히 구경하고 있던 다섯의 괴인의 손끝에서 손톱이 솟아올랐다.

기다란 손톱이 날카로운 빛을 발한 채 사람을 노리고 있는 모습은 그다지 유쾌한 것이 못 되었다.

“대체 저 자들은 누굴까요?”

포르시아가 두려움이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모르겠습니다.”

대답을 하는 다프네의 목소리에도 은근한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 그녀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이니안이 저들을 막아내지 못하면 오늘 이곳에서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이다. 자신은 저들 중 한 사람도 막아낼 수 없었다.

‘젠장. 내가 이렇게 약했었나?’

제도에 있을 때는 손가락에 꼽히는 기사였으나 포르시아 공녀의 경호를 맡은 이후로 너무나 작아져 버린 자신의 모습에 다프네는 스스로에게 분노를 느꼈다.

“흐음. 까다로운 녀석들이 나타났군요.”

이니안을 바라보던 칼이 담담하게 말했다.

“혹시 저들의 정체를 알고 있으신가요?”

칼의 말에 포르시아가 다급하게 물었다. 괴물같이 강한 힘을 가진 자들이 자신의 목숨을 노리고 있는데 그 정체조차 모르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불안했다.

“뱀파이어입니다.”

칼은 짤막하게 대답하고 입을 닫았다. 더 이상 어떠한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겠다는 얼굴을 하고서 이니안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배, 뱀파이어!”

칼의 대답에 다프네는 두 눈을 부릅떴다. 이제는 사라졌다고 알려진 어둠의 일족이 자신들을 습격하다니,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해 뜰 때까지만 버티면 된다는 것인가요?”

포르시아가 작은 희망이 담긴 눈으로 다프네를 보며 물었나.

“네. 일단은 그렇습니다만… 과연 가능할지.”

다프네가 자신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혈화만천!”

그때 이니안의 외침이 터져 나오면서 그의 검끝이 현란한 꽃을 피워냈다. 그 꽃의 끝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여섯 뱀파이어를 향해 있었다.

“크윽. 이번 것은 위력이 좀 있는데?”

“뭐, 그래도 하나는 몰라도 우리 여섯을 동시에 상대한다면 많이 부족하지.”

“그렇긴 해.”

이니안이 뻗어낸 공격을 막으며 그들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만큼의 여력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그 모습에 이니안은 검에 더욱 많은 마나를 불어넣었다. 갑자기 늘어난 마나의 양에 검의 움직임이 변화를 보이며 뻗어나갔다.

“우웃!”

갑작스러운 변화에 여섯은 당황했다. 다들 황급히 손을 움직이면서 자신들을 향한 공격을 막아냈지만 여섯 모두 조금씩의 타격은 받았다.

일단 여섯 모두 후드가 이니안의 검에 찢겨 날아갔다.

달빛 아래 드러난 모습. 붉게 빛나는 눈동자와 입술을 뚫고 나온 기다랗고 날카로운 송곳니.

“역시.”

이니안은 자신이 예상한 적들의 정체에 고개를 끄덕였다.

“저, 저게 뱀파이어인가요? 과연 문헌에 나온 대로의 모습이긴 한데…….”

포르시아는 달빛 아래 드러난 적들의 모습에서 섬뜩함을 느꼈다. 마치 입술 사이로 나와 있는 송곳니의 끝이 자신의 목에 박혀드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제법이야. 하지만 이제부터는 쉽지 않을 거다.”

뱀파이이어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이니안을 가운데에 두고 포위하고 있는 대형. 여섯은 서로 눈빛으로 의사를 나누었다.

‘일단 차곡차곡 수를 줄여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육 대 일의 상황. 이니안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어떻게든 상대의 수를 줄이는 것이 이니안으로서는 최선의 방책이다.

“청검밀밀.”

검이 다시 움직였다. 하지만 검이 사라졌다.

분명 푸른빛의 오러 블레이드를 토해내던 검이 감쪽같이 사라진 듯한 착각에 빠져들었다.

“크윽.”

그때 가장 먼저 이니안과 부딪쳤던 뱀파이어가 한쪽 팔을 붙잡고 뒤로 물러났다. 그의 오른쪽 팔꿈치에서는 붉은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한 명이 상처를 입고 물러서자 다른 다섯이 이니안을 둘러싸 압박을 가했다.

“쳇.”

상처를 입힌 뱀파이어를 집요하게 쫓던 이니안의 검이 방향을 틀었다. 일단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상대방의 공격을 막아야 했다.

“만혼금쇄.”

자신을 찢어발기려는 듯한 손톱을 막으며 검이 다섯 뱀파이어에 부딪쳐 갔다.

한 번의 요란한 충돌이 있고 다시 대치 상태에 들어갔다.

“제법이야. 하마터면 목이 떨어질 뻔했으니.”

한쪽 팔이 잘린 뱀파이어가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까웠어. 그 목을 잘랐어야 했는데.”

“그래, 그랬어야지. 이런 상처는 우리에게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말이야.”

그 말과 함께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듯하더니 그의 팔이 완벽히 재생되었다.

“이래서 뱀파이어라는 종자는 귀찮아.”

“크크큭. 네놈도 인간치고는 귀찮은 종자구나.”

그 말과 함께 여섯이 서서히 공중으로 떠올랐다.

“어딜?”

그들의 행동에 이니안이 재빠르게 달려들면서 검을 뻗었다. 일단 공중으로 도망쳐 버리면 자신은 날 수 없기에 곤란해진다.

“창천광휘!”

밝은 빛을 뿌리며 검에서 엄청난 기운이 쏘아져 나갔다.

“큭. 블러드 캐논!”

세 명의 뱀파이어의 손끝에서 붉은 빛이 쏘아져 나가며 이니안의 검에서 뿜어져 나온 기운에 부딪쳤다.

콰앙!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그사이 이미 여섯의 뱀파이어는 공중에 떠서 이니안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재미있게 놀았다. 이제 그만 끝내야 할 시간이야. 세 시간 정도밖에 안 남았거든.”

그의 말대로 동이 터오기까지 남은 시간은 세 시간 남짓이었다. 그전에 승부를 봐야 했다.

‘그래도 드래곤이 움직이지 않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군.’

가장 걱정했던 존재가 구경만 하고 있자 뱀파이어들은 내심 안도했다. 사실 그 존재만 아니라면 조금 강한 인간은 자신들의 상대가 못 된다. 자신들 중 한 명은 능히 감당해 낼지 몰라도 그 숫자가 여섯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다크 토네이도!”

여섯의 입에서 동시에 같은 주문이 터져 나왔다.

그들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검은 회오리는 이니안을 감사 안아갔다.

“강하군. 마령현신!”

검끝에서 드러나는 악마의 형상이 검은 회오리와 부딪친다. 악마와 회오리는 격렬한 사투를 벌였다.

“또 간다. 다크 파이어 스톰!”

뒤이어 몰아쳐 오는 검은 불꽃의 폭풍. 회오리와 합쳐지면서 그 위력은 더욱 무서워졌다.

“마령노후!”

악마가 분노의 외침을 토하면서 불꽃의 폭풍을 헤쳐 나간다. 그 외침에 불꽃의 기세가 주춤하는가 싶다가도 회오리와 함께 다시 거세게 타오른다.

“블러드 파이어 블래스트!”

여섯의 뱀파이어 몸 전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불꽃, 흡사 피칠을 한 듯 섬뜩하게 붉은 불꽃이 이니안을 향해 엄청난 기세로 몰아쳤다.

그 불꽃은 조금 전까지 있던 검은 불꽃의 폭풍까지 집어삼키고 악마까지 부수고는 이니안을 향해 날아들었다.

“마령천참멸!”

이니안은 마령천참검의 최후의 수법을 펼쳤다.

검에 어린 푸른 오러 블레이드는 더욱 빛을 발하며 검 밖으로 뿜어져 나왔다.

거대한 검을 휘두르는 악마의 형상.

청광의 오러 블레이드는 청광의 악마가 되어 거대한 검을 휘두르며 핏빛 불꽃을 향해 돌진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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