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가디언 소드-144화 (144/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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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그렇게 우리 둘의 대화가 끝나자 쉐이나가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나왔다. 아마 우리 둘의 대화 때문에 나오지 못하고 눈치를 보고 있었던 것 같다.

“들었지? 내일부터는 같이할 거야.”

“네.”

내가 웃으며 이야기하자 쉐이나도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난 갈게. 둘 다 내일 보자. 그리고 쉐이나 빨리 안 씻으면 감기 걸린다. 땀을 너무 많이 흘렸어.”

그 말과 함께 나는 가벼운 걸음으로 탈의실을 향했다. 옷을 갈아입고는 집으로 향할 때 하늘은 이미 붉게 물들어 있었다.

“좋구나, 이런 풍경도.”

노을에 물든 하늘 아래의 수도 거리가 이렇게 운치있는 줄은 미처 몰랐다. 가끔은 이런 거리를 걸어보는 것도 좋을 듯했다.

“이야∼ 아빠 멋지다!”

아이덴이 하루치 일기를 끝마치는 문장을 읽으며 감탄했다. 하지만 네이라는 조용했다.

“왜 그래?”

아이덴은 동생의 자못 심각한 얼굴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으음, 이건 분명 무언가 있어. 일기의 내용을 바탕으로 보면 그 쉐이나라는 사람, 분명 아빠를 좋아했었어. 눈치라고는 하나도 없는 아빠가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

“응? 정말? 난 전혀 모르겠던데?”

말도 안 된다는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오빠의 얼굴에 네이라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오빠도 앞날이 훤히 보인다.”

아이덴은 그런 동생의 반응에 왠지 모르지만 살짝 열 받았다.

“쳇!”

“뭐, 내가 곁에서 단련 시켜줄 테니까 오빠는 아빠처럼은 안 될 거야.”

골이 난 오빠의 표정이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네이라는 아이덴을 달랬다.

아이덴이 아홉 살로 오빠고 네이라는 일곱 살로 동생이다. 분명 그랬다.

658년 10월 28일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고 나서 어느새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러 있었다. 이제 학교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을 해 나름대로 재미있게 보내고 있는 중이다. 다음 달에 이번 학기 중간고사가 있다는 걸 빼면 말이다.

화창한 일요일 아침부터 시험 생각으로 기분을 망칠 순 없지. 아직 시험 때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고 말이다.

오늘은 모처럼 저택 지하 연무장에 들어가기로 한 날이라 꿀꿀한 생각은 멀리 던져 버리고 연무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동안 날씨가 그다지 좋지 않아 일요일이 이렇게 화창했던 적은 없었다. 해서 오늘 지하 연무장에 들어가기로 했는데 하필이면 오늘 날씨는 쾌청 그 자체였다.

어째 내가 무언가 하려고 하면 운이 안 따라주니 왜 이런지 모르겠다.

지하 연무장을 향해 계단을 내려가면서 제법 많은 시종, 시녀들과 마주쳤다. 웃으며 인사를 하고는 계속해서 내려와 마침내 시종도 시녀도 안 보이는 계단에 이르렀다.

이곳부터는 우리 가문의 금지다. 사이몬이라는 성을 가진 남자만이 올 수 있는 곳이다. 여자도 올 수가 있긴 한데 그럴 경우는 시집을 안 가든지, 아니면 남편이 사이몬의 성으로 바꿔야 한다. 하지만 그 경우 남편은 이곳에 오지 못한다.

그토록 철저히 보호하는 곳이다. 이곳에 대한 권리는 철저히 우리 가문에만 있음을 초대 국왕께서도 인정해 주셨다. 초대 공작이신 진 케이 사이몬 공작께서 국왕께 드린 유일한 청이었다.

문 한가운데 있는 꽃문양. 지하 연무장에 딸린 서고의 책에 따르면 매화라는 꽃이라고 한다. 이 대륙에서는 볼 수 없는 꽃이라고.

나는 문 앞에 다가가 정해진 순서대로 매화 문양을 눌렀다. 기관진식이라는 건데 마법의 힘을 사용하지 않고 그저 기계의 힘만을 사용한 아주 정교한 장치다. 아마 왕궁에도 이런 장치는 없을 것이다.

이 문을 지날 때마다 나는 초대 공작님의 능력에 감탄한다.

곧 요란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내가 안으로 들어서서 잠시 있자 곧 문이 닫혔다. 들어온 지하 연무장의 구조는 간단하다.

우선 마법등이 빛나는 넓은 공간. 이곳이 연무장이다. 연공실이라고도 한다. 매일같이 사용할 수만 있다면야 학교의 실내 연무장을 부러워할 이유가 없겠지만 이곳은 한 달에 고작 네 번 정도 들어올 수 있다.

그것도 미리 아버지께 말씀드려야 한다. 그러면 아버지께서 기관을 움직이는 법을 알려주신다.

기관을 여는 방법은 매일 바뀐다. 그리고 또 하루에도 세 번씩 바뀐다. 결국 기관은 여는 방법은 모두 1095가지다. 그러니 정해진 날, 정해진 시간에만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아버지라고 그 모든 방법을 알고 계시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계산법을 알고 계시는 것뿐. 계산법은 당대의 공작과 작위 계승자만이 알고 있다. 즉, 나는 모른다는 소리다.

하지만 나도 다섯 개 정도의 기관 작동법을 알고 있다. 정해진 날, 정해진 시간만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5년에 한 번씩 바뀐다니 내가 알고 있는 방법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앞으로 고작해야 열 번이 넘지 않는다.

연무장 옆에는 제법 큰 방이 하나 있다. 바로 지하 서고다. 이곳에 있는 책들은 우리 사이몬 가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대 공작께서 보존 마법을 걸어서 보관해 둔 어마어마한 분량의 책들.

초대 공작님은 이곳에 있는 책들을 관리하시고 읽으시는 걸로 노후를 보내셨다고 한다. 이곳에 있는 책들은 도둑맞아도 큰 상관이 없었지만 그래도 가문의 보물. 경비가 철저했다.

도둑맞아도 상관이 없다는 것은 우리 가문의 무공이 빠져나갈 걱정이 없다는 말일 뿐이다. 하나하나에 초대 가주님의 정성과 혼이 깃든 책들이 어찌 소중하지 않겠는가.

책에 쓰인 문자들은 대륙 공용어가 아니다. 아니, 이 세계에는 없는 문자라고 할까? 한자(漢字)라고 하는 뜻글자이다. 우리 집안의 사람만이 알고 있는 문자이다. 왜 굳이 이렇게 어려운 글자를 만들어냈는지 모를 일이다. 덕분에 우리 가문의 무공이 빠져나갈 일이 없기는 하지만 말이다.

말을 배우면 대륙 공용어보다 한자를 먼저 배운다. 그래야만 가문의 무공을 익힐 수 있으니 말이다.

나는 지하 서고로 들어가 늘 보던 책을 뺐다. 요즘 수련 중인 검법서이다. 이미 내용은 다 외우고 있지만 이렇게 책으로 다시 한 번 읽다 보면 미처 깨닫지 못했던 부분을 깨닫게 되기 때문에 들어오면 늘 이 검법서부터 읽는다.

가지고 나갈 수 없기에 이곳에서만 읽는다. 어렸을 적에는 이곳에서 아버지께서 직접 무공을 전수해 주시기도 했는데 요즘은 혼자서 수련한다.

이제 나의 경지면 스스로 깨닫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아버지의 말씀 때문이다.

내가 요즘 익히고 있는 검법은 사신검(四神劍)이라는 것이다. 지난번 큰누나와의 대련에서 느낀 게 있어서 이 지하 서고를 뒤지던 중 우연히 발견한 검법이다. 일단 검법의 명칭이 마음에 들어 읽기 시작했는데 그야말로 숨겨진 보물이었다.

이 검법이면 형도 이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요즘에는 이십사수매화검의 수련보다는 이 새로운 검법을 익히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내가 아는 범위에서는 사신검은 최고의 무공이다. 이 무공을 내가 발견한 것은 그야말로 행운인 것이다.

그동안 우리 가문의 수많은 사람이 다녀간 지하 서고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그건 초대 공작님의 유언 때문이다.

‘스스로 찾아서 익혀라.’

가문의 대표 무공으로 몇 가지를 정해주시고 나머지 서책에 대해서는 그런 말씀을 남기셨다. 덕분에 수많은 공작들이 있었지만 그분들의 대표 검술은 달랐다. 물론 이십사수매화검만큼은 다들 끝에 이르도록 익히셨다.

지금 형과 아버지도 다른 검법을 하나 더 익히고 계신다. 그게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아들에게도 안 가르쳐 주는 어찌 보면 좀 치사한 방식이다.

하지만 나도 사신검을 얻었으니 이제는 별 상관이 없다고 할까?

아무튼 지금 내가 할 일은 이 사신검을 제대로 익혀서 형의 콧대를 꺾어주는 거다. 물론 큰누나에게도 복수를.

그렇게 다짐을 하고 있는데 지하 연무장의 기관이 작동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분명 오늘은 내가 사용한다고 했는데…….

나는 한 번 더 읽은 사신검의 검법서를 책꽂이에 꽂아두고 서둘러 연무장의 입구로 향했다.

“메이린 누나!”

연무장의 문이 열리며 들어온 사람은 막내누나였다. 누나는 여자다.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다. 그러니 이곳에는 들어오지 못할 텐데. 설마?

“누나가 어떻게 여기에 들어온 거야?”

머리를 스치는 생각을 확인하기 위해 다급히 누나에게 물었다.

“어머? 이니안, 오늘 네가 들어와 있었니? 몰랐네.”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어떻게 누나가 여기 들어올 수 있는 거야?”

나를 발견하고서 놀란 누나에게 나는 내가 궁금해 하는 것을 다급히 다시 한 번 물었다.

“어떻게 여기에 들어오긴 문 열고 들어왔지.”

“그런 이야기가 아니잖아!”

내가 속이 타서 다시 한 번 묻자 누나는 입을 가리고는 작게 웃었다.

“킥, 킥킥. 알았어, 이니안. 대답해 줄게. 너도 알고 있잖아. 이 지하 연무장에 들어오는 조건. 난 그 조건대로 했을 뿐이야.”

“그럼 시집 안 갈려고?”

내가 어이가 없어 묻자 어느새 다가온 막내누나는 내 뒤통수를 후려쳤다. 힘없는 그 작은 주먹에 맞아봐야 별다른 충격이 없었지만 난 최대한 아픈 척했다. 그러지 않으면 때린 누나가 얼마나 무안하겠는가?

“아아! 아야! 왜 때려?”

“그러면, 안 때리면? 멀쩡하고도 평범한 레이디의 혼삿길을 막으려는데 왜 안 때려?”

누나의 말에 난 눈을 동그랗게 뜰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내가 말을 길게 늘이자 누나는 두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당연히 데릴사위지.”

“…….”

“어머? 왜 그러니? 너 설마 이 누나의 능력을 못 믿니?”

내가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입만 벌린 채 서 있자 누나는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건 아니다. 이건 악몽일 거야, 막내누나에게서 큰누나의 모습이 살짝 겹쳐 보이다니. 저 근원 모를 자신감은 우리 집안에서는 큰누나의 전유물이다. 그런데 막내누나가 저런 모습을 보이다니!

“누나… 방금 큰누나 같았어.”

“응? 아, 그래서 그렇게 얼어 있었던 거야? 이니안, 너 큰언니가 무섭긴 정말 무서운 모양이구나. 뭐 같은 자매니까 닮을 수도 있는 거 아니겠니? 어서 들어가자꾸나. 난 지금 보고 싶은 책이 잔뜩 있단 말이야.”

누나는 내게 손을 흔들어주고는 지하 서고를 향했다.

“누나 서고에 책을 보려고 들어온 거야?”

“당연하지. 난 무공에는 관심이 없는걸. 지하 서고의 책 절반 이상이 무공서적이라지만 나머지 4할 정도는 다른 책이라고. 난 그걸 읽는 게 목표고. 정말 엄청난 지식이 들어있단 말이야.”

누나의 말에 난 고개를 저었다. 과연 막내누나다웠다.

“그래서 얼마나 읽었는데?”

“이제 한 6할 조금 넘게?”

“벌써?”

“응.”

역시 막내누나는 천재다. 저 많은 책이 이제 4할도 채 남지 않았다니.

“그런데 어떻게 내가 여기 있는 줄 몰랐어? 아버지께서 말씀 안 하셨어?”

그러다가 나는 막내누나가 내가 이곳에 들어와 있었던 것을 몰랐다는 사실을 깨닫고 누나 곁에 다가가 물어보았다.

“몰랐어. 그냥 열고 들어왔거든.”

“으응. 그랬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무언가 놀라운 사실을 놓쳤다는 것을 깨달았다.

“뭐야! 그럼 지하 연무장 문을 언제든지 열 수 있다는 말이야?”

그 사실을 깨닫고 크게 외치자 누나는 귀를 양손으로 막았다.

“시끄러워, 얘. 그건 당연하지. 이 지하 연무장을 만든 기관에 대한 책도 있었는걸. 난 그걸 모두 익혔고 말이야. 그러니 언제든지 드나들 수 있어.”

“아버지도 아셔?”

“응.”

“근데 아무 말씀 없으셔?”

“응.”

이건 조금 위험했다. 아버지와 형 이외에 이 지하 연무장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사람이 있는데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으시다니.

누나를 못 믿는 것은 아니지만 이곳에 있는 것들은 그 가치가 너무 엄청났다. 만약이란 것이 있는 법이니 조심 또 조심해도 지나칠 건 없었다.

하긴 알아도 제재를 할 수 없는지도 모른다. 이곳의 기관 작동 방법을 아는 사람은 초대 공작님이 유일하셨으니. 그 이후로는 겨우 문을 열고 닫는 법만 전해 내려올 뿐이다. 그러니 막내누나를 제재하려고 해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아, 이제 이곳 기관에 대해 아는 사람이 한 사람 늘어난 셈인가?

“이니안, 너 수련 안 해? 여기 수련하러 온 거 아니야?”

내가 그런 생각에 누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 이 책 저 책 빼보던 누나가 날 보며 말했다.

“아, 해야지.”

내가 당황해서 대답하자 누나가 빙긋 웃었다.

“왜? 내가 볼까 봐? 뭐 난 봐도 상관없지 않아? 봐도 뭔지 모르잖아.”

누나의 말에 나는 대답할 말을 못 찾고 끙끙거리고 있었다.

“어머? 대단한 무공인가 봐, 그 사신검이라는 거? 네가 이리 조심하는 걸 보니까.”

누나는 두 눈을 깜빡거리며 책꽂이에서 책 한 권을 빼보며 말했다. 내가 경악에 휩싸여 온몸이 뻣뻣하게 굳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말이다.

“어, 어떻게?”

놀란 내가 띄엄띄엄 말하자 누나는 별거 아니라는 듯 다시 한 번 방긋 웃었다.

“이 책만 꽂혀 있는 모양이 다른 책이란 미묘하게 달랐거든. 오늘뿐만 아니라 내가 들어올 때마다. 그게 한 달쯤 전부터였지? 오빠랑 아버지는 이미 다른 검법을 익히고 있으니 이 책을 빼봤을 사람은 너뿐이잖아, 내가 안 봤으니까. 그래서 알았지, 뭐.”

“…….”

태연히 말하는 누나의 모습에 난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꽂혀 있는 상태의 미묘한 차이라니 난 아무리 봐도 알 수가 없는데 누나는 어떻게 그걸 알 수 있는 것인지.

“그렇게 놀랄 것 없어. 난 거의 매일 이 서고에 오고 또 책꽂이를 꼼꼼히 살피니까 알 수 있는 거지. 너처럼 책 찾느라고 이 책 저 책 뺐다 꽂았다 하지 않으니까. 그리고 너 이 책을 고른 후부터는 와서 이것만 빼서 보고는 다시 꽂았지? 이 서고의 책들은 모두 보존 마법이 걸려 있지만 책꽂이에는 걸려 있지 않다고. 사신검이라는 책이 꽂혀 있는 책꽂이 부분만 유독 먼지가 없으니까 쉽게 알 수 있었지.”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막내누나는. 어쩌면 우리 집안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은 막내누나가 아닐까? 지금까지는 형이라 생각했는데 막내누나도 그에 못지않은 것 같았다.

잠깐, 형과 막내누나의 능력이 비슷하다고? 그렇다면 막내누나가 발견한 걸 형이 발견 못할 리가 없었다.

“저, 그럼 혹시 형도?”

나의 불안이 물음이 되어 내 입 밖으로 나왔다. 그런 나의 모습을 바라보던 막내누나는 다시 한 번 생긋 웃어주었다.

“걱정 마, 오빠는 몰라. 오빠는 두 번째 검법을 익힌 후에는 서고에 거의 들어오질 않는걸. 얻을 건 다 얻었다나? 더 이상은 능력이 안 된다면서 말이야. 그게 벌써 2년 전인걸.”

누나의 말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검법 무척이나 강한가 봐? 오빠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하는 정도면. 오빠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당연하지. 이 사신검은 보물 중의 보물이야. 아, 누나!”

“알았어. 비밀 지켜줄게.”

내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내가 무슨 말을 할 것이라는 걸 알았다는 듯 누나는 한쪽 눈을 찡긋했다.

“저기, 그런데 혹시 형이 어떤 검법 익혔는지도 알고 있어?”

내가 슬며시 묻자 누나는 검지손가락을 좌우로 흔들며 딱딱한 어조로 말했다.

“안 돼, 안 된다고. 너는 네가 익힌 검법을 알리기 싫어하면서 왜 오빠가 익힌 건 알려고 하지? 나는 모르거니와 알아도 안 가르쳐 줄 거야.”

“그, 그래도… 형은 천재고… 나는…….”

“그만. 너도 충분히 천재야. 열다섯에 소드 마스터가 천재가 아니면 누가 천재겠니?”

칫, 그럼 형은 괴물천잰가? 하긴, 괴물천재 맞다. 형은.

내가 시무룩해하자 날 물끄러미 바라보던 누나가 슬며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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