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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휘유∼! 저 아이는 쉐이나 아니야?”
알렉스 아저씨가 쉐이나의 얼굴과 이름을 알고 있다니 의외였다. 사람 이름과 얼굴 외우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고 또 잘 외우지 못하는 아저씨가 알고 있다니 말이다.
“알고 있어요?”
“그래. 내가 비록 사람 이름하고 얼굴은 잘 못 외운다만 저런 유명인을 몰라서야 되겠니? 이리아와 함께 이 학교의 이대미인인데 말이다. 그나저나 능력 좋은걸, 이니안? 오늘이 학교에 온 지 이틀째 아니던가? 그런데 벌써 이 학교의 이대미인 중 한 명과? 오호라∼ 그러고 보니 그래서 집에는 비밀로 해달라고 했구나!”
그렇게 탄성을 터뜨리며 날 바라보는 알렉스 아저씨의 눈빛이 왠지 내가 아저씨에게 약점을 잡힌 것 같았다.
“아, 선생님.”
내가 아저씨와 함께 들어서자 쉐이나는 아저씨를 보고 꾸벅 인사를 했다.
“아, 반갑다. 열심이구나. 방과 후에 동급생에게 검술을 가르쳐 달라고도 하고 말이야.”
아저씨의 말에 쉐이나는 얼굴이 발개져서 고개를 숙였다. 저러는 걸 보니 얼굴이 발개지는 건 저 아이의 특징인 것 같았다.
“자, 이제 시작해 볼까?”
내가 그렇게 말을 꺼내자 쉐이나는 난처한 얼굴을 했다.
“왜?”
“저… 저기… 목검은 어… 어떻게 하고요?”
아하. 그 문제구나.
“당분간 목검 없이 할 거야.”
“예?”
“너 아직 검술의 기본 동작도 다 제대로 못 익혔지?”
나의 물음에 쉐이나는 다시 한 번 얼굴이 발개져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든지 기본이 중요한 법이야. 내가 수업 시간에 수학 문제를 못 풀어서 망신을 당했던 것도 수학에 기본이 없어서였어.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내가 수학을 싫어한다는 거지만 말이야. 마찬가지로 너는 지금 검술의 기본부터 다시 익혀야 해.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몸동작부터 익혀야지. 그게 능숙하게 되면 그때부터 목검을 사용할 거야. 알겠지?”
“예.”
나의 상세하고도 자상한 설명에 쉐이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때부터 나는 일단 기본 동작을 제대로 익히기 위한 몸동작들을 하나하나 가르쳤다. 생각보다 쉐이나가 몸치라 시간이 제법 걸렸다. 보통 10분이면 끝나는 설명을 무려 30분이나 했으니 말이다.
“좋아. 이제 대강이나마 자세가 잡혔어. 그럼 앞으로 한 시간 동안 반복해서 연습하는 거다. 알겠지?”
“예.”
나의 말에 씩씩하게 대답한 쉐이나는 절도있게 한 동작 한 동작 연습했다. 아직 어설프기 짝이 없는 모습이지만 진지한 모습과 집중력은 내 마음에 들었다.
“그럼 이제 내 차례지?”
알렉스 아저씨가 나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검은 가져 왔죠?”
“여기 있다.”
알렉스 아저씨가 가검을 하나 던져 주었다.
“그럼 오세요.”
“전력을 다해야 한다.”
“그럼 1분도 안 돼서 끝나요. 알아서 잘 상대해 줄 테니까 빨리 오세요. 이미 시간은 가고 있다고요.”
“에이, 치사한 녀석. 간닷!”
아저씨는 커다란 기합 소리와 함께 나에게 쇄도해 왔다. 역시 조장을 맡고 있는 실력다웠다. 조장 중에는 가장 떨어지는 실력이지만 말이다.
우리 집안에는 모두 여덟 명의 소드 마스터가 있다. 얼마 전까지는 일곱이었는데 큰누나가 소드 마스터가 되면서 그 수가 여덟이 되었다.
일단 아버지와 형, 나, 그리고 플라워 기사단 단장 아저씨와 세 명의 조장 아저씨들, 거기에 누나까지 모두 여덟이다.
물론 아버지는 그랜드 마스터시지만 소드 마스터의 수를 헤아릴 때도 포함되신다. 그렇게 여덟인 것이다. 아버지께서 그랜드 마스터시라 제외되면 일곱이고 말이다. 그리고 그 여덟 명이 우리 카일로니아가 보유한 소드 마스터의 수이기도 했다.
다섯의 조장 중 세 명이 소드 마스터고, 하나는 최상급의 소드 익스퍼트다. 알렉스 아저씨만이 상급의 소드 익스퍼트로 조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다른 조장들에게 열등감을 느끼는지 무척이나 열심히 수련했다. 그러니 나에게 이렇게 대련을 청하며 부딪쳐 오는 것이다.
그런 사정을 알기에 나도 최선을 다해 아저씨를 상대했다. 나와의 대련에서 무언가를 얻어 다른 조장 아저씨들 못지않은 실력을 키우길 바라면서 말이다.
일단 검을 섞기 시작하자 나도 아저씨도 모두 스스로를 잊어갔다. 그저 검을 휘두르고 베고 찌르는 동작 하나하나에 의식을 집중해 가며 그렇게 검 속으로 녹아들어 갔다.
서서히 아저씨의 호흡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검을 움직이는 속도도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고 얼굴은 이미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나와 아저씨는 잠시간 물러서서 호흡을 골랐다.
물론 나는 그다지 호흡이 거칠어지지는 않았지만 아저씨는 쉬지 않고 숨을 몰아쉬었다. 그렇게 잠시 생긴 여유에 나는 쉐이나가 잘하고 있는지 그녀가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랬더니 하라는 연습은 하지 않고 나와 아저씨를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었다.
“쉐이나.”
“아, 예?”
“연습 안 하고 뭐해?”
나의 물음에 쉐이나는 우물쭈물 대답했다.
“저, 그게… 한 시간 30분 정도 지나서… 잠깐 쉴까 하고 오빠랑 선생님 대련을 구경하고 있었어요. 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무 말씀이 없어서요.”
한 시간 30분이라고? 벌써 시간이 그렇게 지났나? 하긴 아저씨가 저리도 지친 걸 보면 그럴지도 몰랐다. 그리고 쉐이나가 나에게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었으니.
“들었죠? 아저씨? 오늘은 30분 초과네요. 뭐 이 정도는 서비스 해드리죠.”
나는 싱긋 웃으며 내 손에 있던 가검을 아저씨에게 던졌다.
“헉헉. 후아. 고맙다. 덕분에 제대로 수련한 것 같구나. 헉헉. 그런데 넌 어째 숨소리 하나 변하지 않냐? 헉헉!”
“무슨 말씀이에요? 저도 제법 호흡이 흩어졌다고요.”
나는 쉐이나를 향해 몸을 돌리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어이구, 괴물. 헉헉헉!”
아저씨가 바닥에 주저앉는 소리와 함께 들린 작은 투덜거림에 나는 작게 웃었다.
“아, 미안. 너무 대련에 열중해서 시간 가는 것도 몰랐네.”
“아, 아니에요. 너무… 머, 멋지던걸요.”
“그래? 고마워.”
그런데 이 아이는 왜 멋지다는 말을 하면서 저렇게 얼굴이 발개질까? 뭐 아무한테나 말할 때마다 얼굴이 발개지니 크게 신경 쓸 건 아니지만 말이다.
“그럼 아까 가르쳐 준 것들 다시 한 번 해볼래?”
나의 말에 쉐이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내가 가르쳐 준 동작들을 보여줬다. 한 시간 30분이라는 시간 동안 열심히 연습했는지 처음 배울 때보다는 제법 나아져 있었다.
하지만 아주 조금인 정도다. 솔직히 한 시간 30분은 긴 시간이 아니다. 그동안 혼자서 연습해 봐야 얼마나 발전이 있겠는가? 그저 동작에 조금 익숙해지는 정도뿐이다.
“거기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야. 잘 봐. 이렇게.”
나는 내가 직접 시범을 보여주며 틀린 동작을 교정해 주었다. 나의 지적이 있을 때마다 쉐이나는 어떻게든 따라하려고 했지만 그게 쉬운 일인가? 당분간은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 일 대 일로 개인 강습을 시작하고 다시 한 시간 정도 흘렀다. 가만히 구경하고 있던 알렉스 아저씨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좋아. 오늘은 여기까지. 여전히 동작을 어색해하는 거 같으니까 집에서도 열심히 연습해. 일단은 익숙해지는 게 중요하니까. 그렇다고 동작 마음대로 바꾸면 안 되고. 일단 기본 동작은 정확하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 말이지. 알겠지?”
“예, 수고하셨습니다.”
“그래, 너도 수고했어.”
나에게 인사를 하는 쉐이나는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하긴 그 동작들을 쉬지 않고 계속하면 보통 힘든 게 아니다. 그런데 거의 두 시간 30분 동안 제대로 쉬지도 않고 계속 했으니……. 보기보다 집념이 있는 아이 같았다.
“그럼, 난 먼저 갈게.”
그렇게 간단한 인사를 남기고 연무장을 나서는데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저… 이니안 형…….”
고개를 돌려보니 파르미안이었다.
“응? 너 아직 학교에 있었니? 집에 갈 시간은 한참 지난 것 같은데. 그런데 무슨 일이야?”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묻자 파르미안이 주저주저하다가 입을 열었다.
“저, 집에 가려다가 형이 탈의실 쪽으로 가는 걸 보고 따라갔다가 연무복으로 갈아입고 나온 모습을 봤어요. 그래서 연무장에 왔더니 알렉스 선생님과 대련을 하시고 또 쉐이나에게 검술을 가르쳐 주시고 있더라고요. 저, 저에게도 검술을 가르쳐 주시면 안 될까요?”
어떻게 이 자리에 있게 된 것인지 설명을 한 파르미안이 가장 큰 목적을 나에게 말했다.
“응? 왜? 넌 이미 이 반에서 검술 실력이 제일 좋잖아? 쉐이나는 워낙 실력이 딸려서 나에게 부탁했다고 하지만 너는 왜 그러지?”
“전, 강해지고 싶어요. 강해져서 반드시 귀족이 될 거예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대답에 나는 일순 말문이 막혔다.
“기사 아카데미에 진학한다고 해도 평민으로서는 한계가 있어요. 바로 실력의 한계죠. 기사 가문의 아이들과 경쟁해서 상대가 될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죽어라 연습하고 또 연습했습니다. 왕립학교 때부터요. 하지만 결국 아카데미에 들어가면 뒤로 처지겠죠. 그들에게는 가문의 검술이란 게 있으니까요.”
내가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자 파르미안은 그렇게 시무룩한 얼굴로 자신의 말을 맺었다.
“왜, 귀족이 되고 싶지?”
“밟히지 않아도 되니까요.”
나의 물음에 파르미안은 두 눈에 불을 켜고 대답했다.
“그게 무슨 말이지?”
“저는 평민입니다. 그것도 무척이나 가난하고 힘이 없는 평민이에요. 사실 저희 집은 지방 영지의 작지 않은 상회를 했었어요. 그런데 우리 집안이 가진 상권을 탐낸 그곳의 영주에게 짓밟혀 모든 재산을 잃고 겨우 수도로 들어와서 살고 있을 뿐이지요. 그래서 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귀족에게도 밟히지 않을 힘이.”
조용히 이야기했지만 내 귀에는 절규로 들려왔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하나만 묻자.”
“예.”
“만일 너에게 힘이 생긴다면, 너와 너의 가족을 짓밟은 그 귀족보다도 강한 힘이 생긴다면 넌 어떻게 할 거냐?”
“아무것도 안 할 겁니다.”
의외의 대답에 난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연히 복수를 하겠다는 대답을 예상했기에. 힘이 있는 게 과거의 일에 대한 복수를 하지 않겠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그게 무슨 말이지?”
“이니안 형은 카일로니아 최고의 귀족가 자제라 모르실 수도 있죠. 귀족으로서의 힘은 단순한 무력만이 아니에요. 가문이 지닌 힘이란 주위에 힘이 되어주는 가문들과 그 가문 자신의 전통이죠. 제가 힘을 얻어 귀족이 된다 해도, 강대한 무력을 지닌다 해도 그런 전통을 만들 수는 없으니까요.”
파르미안의 말이 커다란 둔기가 되어 나의 머리를 강타했다. 나는 여태껏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일이었다. 나에게는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파르미안 같은 평민에게는 달랐다.
사실 나는 귀족과 평민의 차이를 거의 두지 않는다. 그건 우리 집안 내력이다. 초대 공작부터 이어 내려온 우리 집안만의 전통이라면 전통이다. 덕분에 우리 가문의 기사들은 타 가문에 비해 평민 출신이 절대적으로 많았다.
나는 집안에서 우리 집안의 모습만 보았기에 집 밖이 어떤 곳인지 몰랐다. 그리고 오늘 파르미안과 이야기를 하며 조금은 집 밖이란 곳을 엿본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하나만 더 물을게.”
“예.”
“그렇다면 힘을 가진 후에 어디에 쓸 거지? 복수를 하지 않겠다면 말이야.”
나의 물음에 파르미안은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했다. 그리고 확고한 눈으로 대답했다.
“저 같은 이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데 쓸 겁니다.”
그의 대답에 나는 아주 예전 내가 처음 검을 잡을 때 아버지께서 나에게 해주신 말씀이 떠올랐다.
“이니안.”
“네.”
“넌 힘이 무엇이라 생각하느냐?”
“좋은 거요.”
그렇게 대답했을 때 아버지는 잔잔한 미소를 보여주셨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힘이 있으면 마음대로 할 수 있잖아요. 형도 힘이 있다고 날 마음대로 하고.”
나의 대답에 아버지께서는 크게 웃으시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었다.
“푸하하하. 이니안은 이슈데인이 싫은가 보구나? 하지만 이슈데인이 너한테 그러는 건 다 사랑하는 동생이라 그런 거란다.”
그때 그 말씀만큼은 아직도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만일 아버지의 말씀대로 형이 나를 너무나 사랑스러운 동생이라 생각해서 그런다면 형은 변태다.
“이니안, 힘이란 건 말이다. 죄악이란다.”
“예? 죄악이요? 그거 나쁜 거 아니에요? 힘은 좋은 거잖아요. 왜 죄악이에요?”
나의 물음에 아버지께서는 나를 살짝 들어 당신의 무릎에 앉히셨다. 그리고 자상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세상에는 힘이 강한 사람이 많을까, 약한 사람이 많을까?”
“약한 사람이요.”
“그렇다면 그 약한 사람들에게 강한 사람은 어떤 존재일까?”
“으음… 엄청 부럽지 않을까요?”
“그렇기도 하겠지. 하지만 약자들에게 있어 강자란 그가 가진 힘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존재란다. 힘을 가졌다고 약자를 괴롭히면 악한이요, 힘이 있어 그 힘으로 약자들을 보호해 준다면 그는 선한 사람이지. 적어도 약자의 입장에서는 말이다.”
아버지의 말씀에 당시 나는 무척이나 혼란스러웠다.
“으음, 하지만 강자라고 처음부터 강자가 아니잖아요. 다들 그만큼 노력해서 그런 거 아니에요?”
“그 말은 맞다. 하지만 세상에는 그 노력할 기회조차 가지지 못한 약자들이 많단다. 넌 아직 어려서 모르겠지만.”
“으음, 어려워요.”
내가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투덜거리자 아버지는 무척이나 크게 웃으셨다.
“아하하하하. 아직은 어려운가 보구나. 하지만 이니안, 이것만은 기억해라. 힘이란 것은 힘이 있는 자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힘이 없는 자들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거란다.”
그렇게 말씀하신 아버지께서는 나를 땅에 내려주셨다. 당시 너무나도 높은 곳에 있던 아버지의 얼굴을 한껏 올려다보며 난 그 작은 입으로 말했었다.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지만 알겠어요. 힘은 약자를 위해 사용할게요. 그리고 아버지 말씀대로라면 형은 악한이에요.”
그렇게 말하고는 나는 쪼르르 뛰어갔었다. 등 뒤로 들리는 아버지의 커다란 웃음소리를 들으며.
잠시 옛일을 떠올리는 사이 파르미안은 초조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솔직히 그때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을 아직 다 이해하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파르미안의 대답은 아버지의 말씀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힘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것이겠지.
아버지는 힘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고 싶어도 노력할 기회조차 허락받지 못한 사람이 있다고 하셨다. 아마 내 눈앞에 있는 파르미안 같은 이들이라 생각된다.
갈구하고 노력할 준비는 되어 있지만 기회가 없는 이들. 아마도 그런 이들이 우리 집 밖에는 많겠지? 지금 그런 이들 중 한 명이 나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 손을 잡아주어야 한다. 나는 적어도 그것이 힘을 가진 자의 의무라고 배우고 알고 있으니 말이다.
“알았어, 가르쳐 주지. 내일부터 방과 후에 옷 갈아입고 이리로 와, 목검 챙겨서.”
나의 말에 파르미안이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러곤 연신 고개를 조아리며 인사를 했다. 기쁨이 지나치면 눈물이 흐른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얼굴에 아무런 변화도 없이 그저 눈물만이 흐르다니…….
이런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너무나 기쁜 상황이 닥치면 안면 근육이 굳어버리기라도 하는 걸까?
“됐어. 나에겐 그리 힘든 일이 아니니까 그만 해. 계속 그러면 안 가르쳐 준다!”
나의 말에 파르미안은 굽혔던 허리를 펴고 고개를 들어 눈물을 훔쳤다. 그리곤 활짝 웃었다. 너무나 보기 좋은 웃음이다. 나의 얼굴에도 절로 웃음이 떠올랐다.
파르미안, 처음 볼 때부터 마음에 드는 녀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