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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외전> 이니안의 일기
잠시 마주 보고 대화를 나누던 네이라와 아이덴은 다시 일기로 시선을 돌렸다. 어차피 그 대련에서 승리하는 것은 자신들의 아빠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뻔히 결과를 알고 있는 일이라도 남의 일기를 읽는 재미에 맛을 들인 남매는 두 눈을 빛내며 당연한 이야기가 써져 있을 일기의 내용에 집중했다.
“파르미안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니안 형.”
내 앞에 선 그 파르미안이라는 녀석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먼저 형이라 부르며 인사를 하다니 제법 괜찮은 녀석 같았다. 저 싸가지 없었던 바리셀라라는 녀석과는 달랐다.
“반가워. 나도 잘 부탁해.”
나의 반말에도 녀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검을 중단으로 들었다. 볼수록 마음에 든다.
“먼저 와라.”
여전히 검을 허리에 꽂은 채 그렇게 말하자 파르미안이 한 걸음 한 걸음 신중하게 앞으로 다가왔다. 역시 아까 그 바리셀라라는 녀석보다는 낫군.
처음부터 끝낼 생각으로 큰 움직임을 보이던 녀석보다는 한 수 높은 실력이다.
나는 가만히 파르미안을 바라보았다. 파르미안이 조심스럽게 접근하여 이제 내 간격 조금 밖에 위치해 있었다. 그러고 보니 나보다 어린 녀셕이 나보다 컸다.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만 나보다 한 10센티미터는 커 보였다.
그렇다면 당연히 나보다 팔이 길 터. 내 간격에서는 조금 밖이지만 이미 나는 저 녀석의 간격에 들어가 있었다.
역시, 내가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파르미안의 검이 움직였다. 자신의 간격을 정확히 알고 있다니 제법이다. 이 정도 수준은 이 나이 또래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을 텐데.
물론 기사 수업을 제대로 받는다면 가능하지만 이곳은 왕립학교다. 검술은 수많은 과목 중 하나일 뿐이다.
게다가 올해부터 배우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자신의 간격을 알고 있다니 놀라운 일이다.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거나 명망있는 기사 가문의 아이라서 집에서 배웠거나 둘 중 하나 같았다.
파르미안이 가볍게 내 목을 찔러왔다. 하지만 전혀 투지가 없었다. 저런 검은 생각할 필요도 없는 허초, 즉 속임수다. 실력이 제법 뛰어나긴 하지만 아직 미숙했다. 허초는 실초같이, 실초는 허초처럼. 이런 기본적인 것도 제대로 못하다니.
아마 검에 재능이 뛰어난 평민 아이겠지. 기사 가문의 아이라면 허초와 실초에 대해서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을 테니.
왕립학교에서 검을 처음 잡았기에 허초를 구사하면서도 저렇게 어설프게 사용하는 것일 거다. 이제 기본 동작을 끝낸 아이들이니 허초가 뭔지, 실초가 뭔지 들어나 보았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나에게 허초를 사용해 공격을 시도하는 녀석의 재능은 비범한 수준이다.
좋아. 그렇다면 내가 한 수 지도해 주도록 하지. 이번 지도의 주제는 허초와 실초의 실전에서의 사용법이다. 잘 배워둬라, 소드 마스터가 친히 가르쳐 주는 것이니.
내가 살짝 걸음을 움직여 파르미안을 향해 다가가자 역시 녀석이 금세 검을 거둬 나의 무릎 쪽을 베어왔다. 나는 몸을 핑그르르 돌려 녀석의 옆으로 돌아가서 매섭게 검을 찔렀다. 그러자 파르미안은 깜짝 놀라서 황급히 검을 움직였다.
이런, 미안해서 어쩌지? 사실은 허초거든.
파르미안이 검을 움직인 그 찰나 나의 검은 이미 방향을 바꿔서 파르미안의 어깨를 대각선 베기로 내려치고 있었다. 검술의 기본 동작만 배웠다고 하니 나도 기본 동작만 사용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아, 아까 바리셀라라는 녀석은 워낙에 싸가지가 없었기에 예외다.
옆구리를 향해 찔러오던 검이 갑자기 어깨를 베어오자 파르미안은 깜짝 놀라서는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동작이 제법 재빨랐다. 하지만 아직 어설프다. 이럴 때는 상대의 품으로 파고들어 간격을 없애야 하는 법인데. 하긴 이제 기본 동작을 끝낸 녀석에게 너무 많은걸 기대하고 있는 건가?
나는 재빨리 녀석을 따라붙으며 세로 베기로 강렬하게 검을 내리그었다. 당연히 파르미안은 검을 들어 막으려고 했다.
아쉽군. 이번에도 허초다.
어느새 방향을 바꾼 나의 검은 파르미안의 무릎을 찔러가고 있었다. 깜짝 놀란 녀석은 껑충 뛰어서 뒤로 물러섰다. 나는 놓치지 않고 재빨리 따라붙으며 이번에는 복부를 찔러갔다.
이번에는 나의 검을 막으려 하지 않았다. 두 번이나 허초에 속더니 이번에도 허초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미안하군. 이번에는 실초라네.
퍽.
제법 둔탁한 소리를 내며 나의 검이 파르미안의 배에 꽂혔다. 파르미안은 자신의 검을 놓치고 배를 움켜쥐며 뒷걸음질쳤다. 하긴, 제법 아플 테다.
“크윽. 으으.”
으음. 신음 소리까지 내는군. 하긴 그 고통 나도 잘 알지. 불과 며칠 전에 로레인 누나에게 당했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아까 바리셀라 녀석도 배에 검을 꽂아 넣을 것을 목을 찌르다니… 너무 쉽게 끝냈어.
아쉬운 눈빛으로 아까 바리셀라가 들려갔던 장소를 보니 언제 정신을 차렸는지 한 쪽에 앉아서 이곳을 보고 있었다.
“이걸로 끝?”
“아뇨. 계속 부탁드립니다. 120점은 제법 큰 점수거든요.”
나의 물음에 파르미안은 떨어뜨린 검을 주우며 말했다. 제법 근성이 마음에 들었다. 원래 검사는 검을 놓치면 죽은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지도 대련이니 상관없었다. 이게 대결이었으면 묻지도 않고 마지막 일격을 날렸을 것이다.
응? 그럼 바리셀라는 뭐냐고? 다 같은 대련 아니냐고? 아까 그 녀석은 싸가지가 없고 나에게 찍혔으니 대결이었고, 파르미안은 마음에 들었으니 지도 대련이지. 그런 건 누가 정하냐고? 당연히 상대해주는 내 마음이지.
고통스러운 얼굴로 검을 든 파르미안이 내 쪽으로 조심스레 다가왔다. 천천히 다가오던 녀석은 내가 자신의 간격에 들어오자마자 내 어깨를 베어왔다. 허초란 게 뻔히 보이는 공격이다. 하지만 제법 기세가 실린 것이 아까보다는 나았다.
역시 재능이 있군. 조금 전 나에게 당한 걸로 무언가 깨달은 것이 있는 모양이다. 이렇게 빨리 검에 기세가 실린 것을 보면 말이다.
그렇다면 한 가지를 더 가르쳐 주도록 하지.
나는 슬쩍 몸을 비틀어 파르미안의 검을 피하려 했다. 그러자 녀석이 재빨리 검을 움직여 나의 배를 찔러왔다. 기세가 자못 날카로운 것이 실초였다. 나는 재빨리 몸을 움직여서 파르미안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내가 바로 코앞에 나타나자 파르미안은 깜짝 놀란 듯했다. 얼굴에 그 놀람이 어느 정도인지 다 쓰여 있으니…….
그 순간 나는 잽싸게 발을 걸었다. 파르미안은 아무런 반항도 못하고 뒤로 넘어졌고, 어느새 나의 검끝이 녀석의 목 위에 있었다.
“졌지?”
“예.”
“너는 비겁하다는 소리 안 하니?”
“아뇨. 분명 제가 진 겁니다. 검도 몸의 일부일 뿐이니까요.”
호오∼ 이 녀석은 정신이 제대로 박혀 있군. 더욱더 마음에 들었어.
내가 빙그레 웃으며 손을 내밀자 녀석은 웃으며 내 손을 맞잡았다. 나는 팔에 힘을 주어 파르미안을 일으켰다. 그리고 다시 손을 내밀었다.
“이니안이야, 앞으로 잘 부탁한다.”
“파르미안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릴게요.”
이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정식으로 소개하며 악수를 했다.
“다음 사람?”
파르미안이 자리로 들어가자 알렉스 선생님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하지만 지원자는 없었다. 가장 실력이 좋다는 파르미안이 패했으니 지원자가 있을 리 없었다.
“흐음. 할 수 없지. 그렇다면 각자 알아서 짝을 맞춰 대련을 하도록. 대련 방법은 잘 봤으니 알 테니까. 그럼 실시해.”
알렉스 선생님의 말씀이 끝나자 저마다 마음이 맞는 아이들끼리 짝을 지어 연무장 이곳저곳으로 흩어졌다.
“이니안.”
흩어지는 아이들을 가만히 바라보는 내게 알렉스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예?”
“넌 네 형이나 큰누나가 검술 수업 점수를 어떻게 받았는지 아니?”
“몰라요.”
그러고 보니 그걸 듣지 못했다. 분명 일반 아이들과 같은 방법으로는 채점이 불가능했을 텐데. 내 말에 알렉스 선생님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바로 검술 수업 담당 선생과 대련을 해서 점수를 얻었지. 이리아나 메이린은 이곳에서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처음 검술을 배웠기에 보통의 방법으로 채점을 했지만 말이야.”
알렉스 선생님의 말씀은 말이 되지 않았다.
“말도 안 돼요. 어떻게 대련으로 채점을 해요? 일단 형이나 큰누나의 실력은 검술 선생님보다 뛰어나요. 어떻게 실력이 못한 사람이 실력이 나은 사람을 평가할 수 있죠? 그건 절대 불가능하다고요.”
바로 내가 말한 것과 같은 이유로 알렉스 선생님의 말은 말이 안 되는 것이다.
“물론이다. 어찌 하수의 눈으로 고수의 실력을 평가할 수 있겠느냐? 다만 채점 방식은 수업 시간에 얼마나 많이, 얼마나 오랫동안 검술 선생과 대련을 해주었느냐였지. 무슨 말인지 알겠니? 대련을 많이 해줄수록 점수를 많이 줬단다. 이니안, 형의 점수를 깨려면 부지런히 나와 대련해야 할 거야. 너는 중간에 편입해서 이슈데인에 비해서는 시간이 많이 부족하거든.”
말을 마친 알렉스 선생님이 능글맞은 웃음을 보였다.
왕립학교에 이런 비리가 있었다니, 어찌 선생이라는 신분으로 학생에게 배우려 한단 말인가.
우리 집안 기사단의 기사들은 우리 집안의 가신들답게 검술 귀신들이었다. 거의 검술에만 미쳐서 살았다. 그런 이들에게 고수와의 대련은 항상 바라는 일. 지금 알렉스 선생님은 그것을 나에게 바라는 것이다.
“아,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과 대련을 해주었는지도 점수에 반영된다.”
내가 한숨을 쉬자 알렉스 선생님은 깜빡 잊었다는 듯 말을 덧붙였다.
과연. 누가 나를 맡아 가르치게 되던 모두들 골고루 나와 대련을 하시겠다? 우리 가문의 기사들은 정말 의리도 좋았다.
그렇게 남은 시간 동안 나는 알렉스 선생님과 대련을 했다. 덕분에 자유대련을 하기로 한 이들은 모두 대련하다 말고 나와 알렉스 선생님의 대련을 지켜보았다.
입은 한껏 벌리고 두 눈은 왕방울만 해져서는.
이 정도면 일교시의 망신은 만회가 되었겠지? 그걸로 만족해야겠지, 뭐.
수업을 마치는 종소리와 함께 나와 알렉스 선생님의 대련은 끝이 났고 선생님은 ‘수업 끝!’이라는 한마디만 남기고 사라졌다. 그러자 마일론이 잽싸게 내 옆에 따라붙었다.
“우와! 대단해요! 이니안 형! 역시 사이몬 공작가 사람이군요!”
그때부터 연무장을 벗어나 탈의실로 갈 때까지 마일론은 쉬지 않고 떠들어댔다. 이미 그는 존경이 가득한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이걸로 수학 시간의 일은 잊혀졌겠지. 마일론뿐만 아니라 나를 보는 다른 아이들의 눈빛 역시 변해 있음을 난 이미 느끼고 있었다.
“역시 아빠라고 해야 하나?”
네이라가 빙그레 웃으며 중얼거렸다.
“뭐, 당연한 일이지.”
아이덴은 별것 아니라는 투로 동생의 말에 답했다.
“근데, 오빠. 아빠 일기에 알렉스 아저씨라는 사람 말이야. 설마…….”
“아, 그래. 나도 그런 생각이 들었어. 알렉스 할아버지 아닐까?”
“그렇지?”
두 남매는 서로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덴과 네이라는 여전히 플라워 기사단의 원로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 한 노기사를 떠올리며 슬며시 웃었다. 자신들이 태어나기 전 아주 옛날에 이런 일이 있었을 줄은 몰랐다.
아빠의 일기에는 두 아이에게 주변 어른들의 새로운 모습을 가르쳐 주고 있었다.
네이라가 손을 뻗어 일기를 다음 장으로 넘겼다.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는 중에도 아이들은 연신 나를 힐끔거렸다. 나는 나를 향한 아이들의 선망 어린 눈빛에 기분 좋게 옷을 갈아입고 탈의실을 나설 수 있었다.
“저어…….”
탈의실을 나서 걸음을 옮길 때 내 뒤에서 나를 향한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그 자리에는 쉐이나라는 그 아이가 발갛게 물든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서 있었다.
“응? 무슨 일이지?”
내가 돌아서며 묻자 그 아이는 숙이고 있던 머리를 더욱 숙이더니 몸을 돌려 뛰어갔다.
“아, 아니에요. 죄송해요.”
뛰어가며 중얼거린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과연 내가 들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말한 것일까?
“어라? 쟤 쉐이나 아니에요? 무슨 일이지요?”
“글쎄, 나도 궁금한데?”
뒤따라 나온 마일론이 의아한 눈으로 나에게 물었지만 나도 모르는 걸 뭐라 대답하겠는가? 뭔가 수상쩍다는 눈으로 나를 쳐다봐도 난 해줄 말이 없었다.
그렇게 마일론과 함께 교실에 돌아오자 아이들이 하나둘 내 주위로 모여들었다. 역시 검술 수업 시간에 보여준 나의 멋진 모습 덕이겠지.
“이니안 형! 대단해요! 어쩌면 그렇게 검술을 잘할 수가 있지요? 그 대단한 알렉스 선생님과 동등하게 겨루다니!”
‘내가 소드 마스터라는 걸 알면 아주 까무러치겠군.’
아직 학교의 학생들은 내가 소드 마스터라는 사실을 모른다. 내가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이른 것을 아는 사람들은 왕국의 고위 귀족들뿐이다. 만약 고위 귀족 집안의 자제라면 알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대부분 모른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니안 형, 아까는 정말 고마웠습니다. 형 덕에 검술에 대해서 많은 걸 알았어요.”
파르미안은 머리를 긁적이며 나에게 인사를 했다.
“뭘, 그 정도로. 네가 실력이 있으니까 그만큼 알아차린 거지. 어느 멍청이랑은 달리 말이야.”
나의 말에 파르미안이 어색하게 웃었고 주위에 있던 아이들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을 했다. 다만 자기 자리에 앉아서 이쪽을 마땅찮은 눈으로 쳐다보던 바리셀라 녀석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녀석 제법 청력이 좋은걸? 내 말을 듣다니 말이야. 물론 들으라고 한 소리지만 말이다.
“쳇, 겨우 그만한 검술 실력이 대단하면 얼마나 대단하다고 유세야? 기본적인 수학 문제도 못 푸는 녀석이.”
못마땅한 듯 홀로 중얼거리는 바리셀라의 목소리. 보통 사람이라면 못 들었겠지만 나는 들을 수 있었다. 대번에 내 얼굴에 굵은 힘줄들이 솟아올랐다. 내가 가장 자신 없는 수학에 관한 이야기라니. 이 녀석이 아직 정신을 덜 차린 모양이다.
땡. 땡. 땡.
그때 수업종이 울렸다. 바리셀라 이 녀석아, 종이 널 살렸다. 3교시 수업이 시작되자 담당 선생님께서 들어오셨다. 선생님은 열심히 수업을 하셨지만 안타깝게도 난 수업을 전혀 듣지 않았다. 옆에 앉은 마일론과 아주 진지하고도 중요한 대화를 나누었기 때문이다.
“마일론.”
“예?”
선생님께서 판서하신 것을 열심히 노트에 필기하던 마일론이 날 보며 대답했다.
“저 녀석 있잖아.”
“누구요?”
“왜, 그 바리셀라라는 녀석.”
“아, 바리셀라요?”
나의 말에 마일론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녀석. 대단한 녀석이야? 다들 눈치를 많이 보는 것 같던데?”
“그렇죠. 대단한 집안 자제니까요. 물론 형만은 못하지만요.”
마일론의 대답에 난 호기심이 잔뜩 치밀었다. 대체 얼마나 대단한 집안이길래 단번에 저런 대답이 나올까?
“어느 집안?”
“스타필로 집안이요.”
“아!”
스타필로 집안이라… 그렇다면 분명 스타필로 후작가다. 스타필로 후작가는 군부의 이인자 가문으로 요즘 들어 그 세력을 급격히 확장하고 있는 중이었다.
우리 카일로니아의 군부를 책임지고 있는 마히가스 공작가의 사정이 요즘 조금 좋지 않은 상황인데 그 틈을 파고들어 급속도로 세력을 넓히는 중이었다.
“그래서 싸가지가 없었군.”
“킥.”
나의 말에 마일론이 작게 웃었다. 사실 나는 스타필로 후작가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른 가문이 어수선한 틈을 타서 자신들의 세를 늘리다니 그다지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