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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소파에서 일어난 주인은 앞으로 걸음을 옮겨 작은 탁자에 대륙의 지도를 촤라락 펼쳤다.
“그렇다면 아직 산맥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소리니… 이곳 열 곳에 감시자를 붙인다. 그리고 그곳을 벗어났을 때를 대비해 소호 왕국의 여덟 곳의 도시 주변에도 사람을 풀어!”
주인은 펜으로 몇 곳에 표시를 한 지도를 뒤로 던졌다. 지도는 바닥에 형편없는 모습으로 구겨져 떨어졌다. 사내는 그것을 조심스레 들어 잘 접은 후 품 안에 갈무리했다.
“알겠습니다.”
“이번이 거의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얼마 전 좋지 않은 소식이 들어왔어. 앞으로 반년 안에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 이 일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
“네.”
사내는 자신의 주인의 목소리에서 분노의 기색이 가시지 않자 의아함을 느꼈다. 그의 주인은 신통치 않은 결과에 불같이 화를 내더라도 새로운 지시를 내리면 곧 냉정침착한 평소의 모습을 되찾았다.
아니, 주인이 그렇게 화를 내는 모습은 일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일이다. 최근 들어 그의 주인은 부쩍 화를 자주 내고 있었다.
“그리고 수배해 둔 어새신들은 언제든지 어느 곳으로 갈 수 있게 잘 분산해서 배치해둬. 일단 한 곳에서 시간을 끄는 동안 나머지 모든 어새신들이 그곳에 도착할 수 있게 위치 계산 잘하고.”
“네.”
“나가봐.”
주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는 그 방을 빠져나왔다. 더 있다가는 질식할 것만 같은 공간이었기에 그 명령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후우…….”
수하가 나가자 소파의 주인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설마 그렇게 날을 빨리 잡을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는데… 성급해, 성급해도 너무 성급해…….”
그는 낮게 중얼거렸다.
“이번에 만나면 어떻게든 설득을 해야지, 그렇지 않아도 곧 만나러 가야 할 날이군.”
그의 두 눈이 모종의 결심으로 빛나고 있었다.
***
한 달이다.
정확히 한 달이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지루할 줄 포르시아는 꿈에도 몰랐다. 아니, 검을 손보는데 한 달이라는 시간이 걸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해야 할까?
처음에는 신기하기만 하던 드워프의 마을에 그녀는 이제 충분히 익숙해져 있었다. 드워프의 마을이라 처음에는 신기한 마음에 이곳저곳 돌아다닌다고 시간가는 줄 몰랐지만 그것도 곧 싫증이 났다.
집 안에서 자신의 작업에 열중하는 드워프들의 특성상 그녀는 그들을 그다지 만나지 못했던 것이다. 특히나 늦여름이 끝나가는 이 계절이 드워프들에게는 작업에 열중하는 시기였다.
평소라면 낮에는 열심히 작업에 열중하더라도 저녁이면 저마다 맥주잔을 들고 흥겨운 연회를 여는 그들이지만 여름이란 대지의 열기가 가장 뜨거울 때, 드워프들에게 있어서는 작업에 열중해야 할 신성한 계절이었던 것이다.
타라 족장도 지금 작업에 열중해 있었다.
그 작업이라는 것이 이니안의 검을 수정하고 다프네의 검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 덕에 다프네는 타라 족장에게 여러 번 불려갔다. 검병을 잡을 때의 손의 모습을 본떠야 했고 갖가지 물건들을 잡아보아야 했다. 그리고 자신의 검술을 수십 번은 펼쳤다.
그 모든 것을 알아야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검을 만들 수 있다는 타라 족장의 고집 때문이었다.
그는 진정한 검의 장인이었다.
물론 이니안은 이러한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다. 그래서 타라 족장이 검을 맡기라고 할 때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것인데 포르시아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대답한 덕에 이곳에서 벌써 한 달이라는 시간을 보낸 것이다.
마차는 물론 말끔히 고쳐졌다.
아니,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
대륙에 드워프가 만든 마차는 단 세 대가 존재했다. 하나가 제국의 황제의 의전용 마차였으며, 다른 둘은 각기 카일로니아 국왕의 의전용 마차와 사이몬 공작가의 마차였다. 그리고 오늘로부터 이십팔일 전, 또 한 대의 마차가 탄생했다.
그러니까 마차를 수리, 아니, 새로 만드는데 걸린 시간은 겨우 이틀이었다. 세 명의 드워프가 달라붙으니 그야말로 세상에 둘도 없을 것같이 아름답고 호화로우면서 편안하고, 편리한 마차가 단 이틀 만에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니안과 다프네의 검은 달랐다.
여전히 타라 족장이 작업 중이었다.
“하아…….”
마을의 한쪽 구석, 언덕 위 아름드리나무에 앉아 있는 포르시아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 나왔다.
그녀도 이제 슬슬 떠나고 싶은 것이다.
“많이 지루하시죠?”
“세이버 경?”
언제 찾아온 것일까? 이니안이 그녀의 곁에 서 있었다.
“네. 마을을 둘러보아도 찾을 수 없어서요. 이곳에 계실 것 같아서 이곳으로 왔습니다. 역시 이곳이었군요.”
“그래요? 파이어 경은요?”
“검을 시험 중에 있습니다.”
“그럼 끝인가요?”
이니안의 말에 포르시아는 반색을 했다. 하지만 이니안은 아쉽다는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일단 대략적인 것이 완성되었을 뿐이죠. 그건 어디까지나 타라 족장님의 기준이지만요. 앞으로 일주일 정도는 세부적인 조정을 할 겁니다.”
“하아. 그렇군요.”
“네.”
“그럼 세이버 경의 검은요?”
“아, 제 것 역시 파이어 경의 것과 비슷한 때 완성될 겁니다. 보통은 3주면 끝나는 작업인데 이번에는 두 개를 동시에 한다고 한 달이 조금 넘네요. 그래도 그것도 굉장히 빨리 하는 겁니다. 마침 여름이라 타라 족장님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에 빠져 계신 덕이죠.”
이니안의 대답에 포르시아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많이 지루하시죠? 떠나고 싶으실 테고요. 그래서 제가 그때 타라 족장님의 제안을 거절했던 겁니다.”
이니안이 고소를 지으며 포르시아의 곁에 털썩 주저앉았다. 호위기사가 공녀의 곁에 아무런 예고도 없이 앉다니 무례도 이런 무례가 없었다. 하지만 포르시아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여전히 언덕 아래를 내려다볼 뿐이다.
두 사람 사이로 늦여름 마지막 기승을 부리는 더위를 품은 바람이 스쳐 지나갔다.
“세이버 경.”
“네.”
가만히 아래를 내려다보던 포르시아가 이니안을 가만히 부른다.
“그러고 보니 저는 세이버 경에 대해서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네요. 이 마을에 오면서 하루하루 세이버 경의 새로운 모습을 보면서 어찌나 놀랐는지 몰라요.”
“죄송합니다.”
이니안의 대답에 포르시아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니에요. 알면 알수록 놀람을 주는 세이버 경이라 또 얼마나 사람을 놀라게 해줄까 하고 은근히 기대가 되기도 해요.”
가지런히 세운 무릎에 얼굴을 기대면서 이니안을 바라보며 생긋 웃는 포르시아. 그 웃음이 너무나 눈부셨다.
“공녀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야 할 텐데요.”
이니안도 마주 웃었다.
“노력해 보세요. 호홋.”
그 말에 포르시아가 맑은 소리로 웃었다. 그러더니 벌떡 일어나 아름드리나무에 등을 기댄다. 이니안은 여전히 앉아 있었다.
“세이버 경.”
“네.”
“전에 불어줬던 그 휘파람 소리 있죠?”
“네.”
“지금 불어줄 수 있을까요? 갑자기 듣고 싶네요.”
“알겠습니다.”
이니안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휘이이위휘위히휘이휘이∼
곧 이니안의 입에서 감미로운 휘파람 소리가 퍼져 나왔다.
휘이익휘이휘익휘위이∼
계속되는 휘파람 소리. 포르시아는 나무에 등을 기댄 채 눈을 감았다. 이니안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선율에 완전히 몰입해 가는 것이다.
이니안 역시 눈을 감고 앉은 채로 계속 휘파람을 불었다.
나 여기에 있어요.
그대는 어디에 있나요?
내가 그대를 찾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나요?
여기에 이렇게 내가 있어요.
그대는 어디에 있나요?
이제 나에게로 와주세요.
내가 이곳에서 그대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나요?
난 여기에서 이렇게 노래 불러요.
포르시아가 눈을 감은 채 그 감미로운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이니안의 휘파람 소리와 포르시아의 목소리가 만들어낸 노래가 감미롭고도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며 울려 퍼졌다.
포르시아가 노래를 끝내자 이니안의 휘파람 소리도 멎었다.
“좋은 노래군요. 저는 처음 듣는 것 같습니다만.”
이니안이 몸을 일으키면서 말했다.
“그래요? 저도 처음 듣는 노래예요.”
“네?”
이니안이 포르시아의 말에 의아한 듯 물었지만 포르시아는 이니안을 지나쳐 언덕 아래로 걸음을 옮겼다.
“갑자기 차 생각이 간절해지네요. 호에 아주머니의 차 끓이는 솜씨가 일품이죠.”
포르시아가 갑자기 화제를 바꾸는 바람에 이니안은 그녀의 말뜻을 곰곰이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녀가 부른 노랫말이 의미하는바 역시 그냥 지나쳐 넘어갔다. 그저 아름다운 노래라고 생각하면서.
“그런데 세이버 경.”
아래로 내려가던 포르시아가 몸을 빙글 돌리며 이니안을 바라본다.
“위험합니다. 공녀님.”
언덕의 내리막길에서 포르시아가 보여준 위험천만한 움직임에 이니안은 가슴이 철렁했다.
“풋. 이 정도는 괜찮아요.”
이니안의 걱정 어린 표정에 포르시아는 보란 듯이 내리막을 뒷걸음질쳐 보였다.
“그런데요, 이 마을은 어떻게 아는 거예요? 상당히 어린 시절부터 왔던 거 같은데?”
포르시아가 걸음을 멈추고 양손을 허리 뒤로 돌린 자세로 올려다보며 물었다. 포르시아의 그 눈망울을 마주 보고 있자니 이니안은 도무지 대답을 피할 수가 없었다.
“할아버지께서 이 마을과 인연이 있으셨습니다. 그 뒤로 종종 아버지를 따라 들렀었지요. 그때의 인연이 작은 것이 아니라 우리 집안사람들의 검을 아무 조건 없이 타라 족장님이 기꺼이 만들어 주셨습니다.”
“흐응. 그래요?”
포르시아가 눈을 가늘게 만들며 지그시 이니안을 바라본다. 아마도 대답의 진실성을 그녀 나름대로 가늠해 보겠다는 몸짓이리라. 그 모습에 이니안의 입에 웃음이 떠올랐다.
“모두 사실입니다.”
“알겠어요, 세이버 경. 비록 성도 없이 용병 생활을 하고 있지만 알고 보면 대단한 집안의 아들이겠네요. 드워프제 검을 집안사람들이 가지고 있다니, 결국 그 보물을 지킬 힘도 있다는 거겠죠? 세이버 경만 하더라도 이미 소드 마스터이고 말이에요.”
지혜로운 포르시아는 이니안의 대답만으로도 벌써 몇 가지 사실을 유추해 냈다.
“글쎄요.”
하지만 이니안은 포르시아의 유도 심문에 넘어가지 않았다.
“역시, 세이버 경도 보통은 아니네요.”
자신의 유도 심문이 실패했다는 사실에 포르시아는 안타깝다는 듯이 웃었다.
그렇게 이런저런 대화를 하는 사이 두 사람은 타라 족장의 집에 도착했다.
그리고 다시 일주일의 시간이 흘렀다.
이니안의 예상대로 두 자루의 검이 완성되었다.
타라 족장이 건네는 검을 받아들었을 때 다프네가 보인 그 감격스러운 얼굴이란…….
“이렇게 귀한 것을 제가 받아도 될는지요?”
다프네는 정말로 타라가 만들어준 검을 받아도 될까라는 고민이 가득한 얼굴로 조심스레 물었다. 기사로서 훌륭한 검을 손에 넣은 것은 기뻤지만 그녀의 분수에 넘치는 검이었기에 또한 조심스러워지기도 했다.
“괜찮아. 내가 그 검을 만드는 동안 즐거움을 얻었으니 그 즐거움의 대가라 생각하고 받아. 자네도 고생 많았어.”
타라의 말이 사실이었다. 다프네는 그녀의 검을 만드는 타라 족장의 요구에 부응하느라 정말로 빈번히 그에게 불려갔다. 그녀의 임무인 포르시아의 경호는 거의 하지 못할 정도였다. 물론 이 마을 안에서는 별달리 경호할 일이 없기도 했지만.
“어서 뽑아봐.”
검집째 건네진 검이었기에 다프네는 아직 그 검신을 보지 못했다. 타라 족장의 재촉에 다프네는 검을 받아들고 처음으로 검병을 잡았다.
그때 손에 착 감기는 그 느낌이란…….
검을 잡는 순간 검이 이미 몸의 일부가 되었다. 처음부터 자신의 몸이었던 것만 같은 느낌. 잘려서 떨어져 나갔던 몸의 일부가 다시 붙는 듯한 느낌이었다.
다프네는 자신의 손에 전해져 오는 감각에 감격하며 천천히 검을 뽑았다.
찬란히 빛나는 그 신성한 은광.
“아아…….”
다프네는 검신을 보며 감격에 찬 소리를 흘렸다.
“오리하르콘이야.”
“네?”
타라 족장의 말에 다프네는 깜짝 놀랐다.
“놀랄 것 없어. 귀한 금속이긴 하지만 이곳에서는 그래도 여유가 있는 편이니까. 자, 막내, 옛다.”
다프네에게 대수롭지 않게 말한 타라 족장은 이니안에게 검을 휙 던졌다.
이니안은 검을 받고는 아무렇게나 허리에 찼다.
“막내, 너는 어째 검을 받는 모습이 영 불만인 모양이구나.”
타라 족장은 그 모습이 심히 마음에 안 드는 듯했다.
자신이 준 검에 감격에 겨워하는 다프네의 모습과 아주 절묘한 대조를 이루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믿으니까요.”
이니안은 짤막하게 대답했다.
“에휴.”
자신을 믿는다는 말에 달리 대꾸할 말이 없었기에 타라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이제 갈게요.”
이니안은 옆집에 놀라왔다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처럼 간단히 말했다. 타라 족장 역시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정도로 대답을 대신했다.
“공녀님, 이제 떠나도록 하겠습니다. 마차에 오르시죠.”
이니안의 말에 포르시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완전히 새로 태어난 마차에 몸을 실었다. 캐서린과 다프네도 그 뒤를 따라 마차에 올랐다. 그러는 동안에도 다프네의 눈은 자신의 허리에 있는 검에 머물러 있었다.
“출발!”
이니안의 지시와 함께 마차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포르시아는 창밖으로 드워프들에게 인사를 했다. 다프네 역시 인사를 하며 연신 타라 족장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니안의 안내에 따라 일행들은 마을을 벗어나 처음 동굴을 통해 갱도로 접어들었다.
마차가 겨우 지나갈 폭이었기에 대열이 길게 늘어섰다. 이니안은 갱도를 지나는 동안 케이로스의 등을 떠나 마차의 마부석에 앉았다. 포르시아를 경호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가까이 있어야 했다.
특히나 이렇게 좁은 곳은 자신이 재빨리 달려올 수 없었기에 가까이 있는 것이 더욱 중요했다.
“그럼 갱도로 계속해서 가는 건가요?”
포르시아가 마부석으로 통하는 창을 열고 이니안에게 물었다.
“네, 그렇습니다. 빛의 일족이 광석을 채굴하면서 만들어진 길이지요. 이 길이 버티컬 산맥을 관통하고 있답니다.”
“아, 그래서 가로지를 수 있다고 했던 거로군요.”
“네.”
이니안이 자신만만하게 대륙을 가로지를 수 있다고 말한 수단은 바로 버티컬 산맥을 꿰뚫고 만들어진 갱도였다.
“그럼 이 길의 끝에 또 마을이 있는 건가요?”
“아닙니다. 단지 입구를 가리고 있는 결계가 있을 뿐이지요.”
이니안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결계요?”
이니안의 대답에 포르시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네. 저희가 들어올 때 지나쳤던 곳과 같은 곳이죠, 몬스터들이 나왔던. 그 몬스터들도 결계의 일종이었습니다.”
“그래요?”
포르시아가 놀랍다는 듯 물었다. 그녀는 그곳이 결계였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나갈 때도 몬스터들 때문에 위험하겠네요.”
“들어오려는 사람들에게만 반응하는 결계이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이니안의 대답에 포르시아는 안도한 표정을 지었다. 들어올 때는 몬스터가 아닌 다른 것 때문에 고생을 했지만 그래도 한 번 겪고 나서 포르시아는 몬스터를 피해가는 것이 좋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이 길을 드워프의 길이라고 부릅니다.”
“멋진 이름이네요.”
이니안의 말에 포르시아가 웃으며 대꾸했다.
상당한 시간을 드워프의 길을 따라 걸었다. 갱도였던 탓에 벽 곳곳에 박혀 있는 마법등 덕에 어둡지는 않았다. 단지 해가 뜨고 짐을 알 수 없어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막다른 곳이 나타났다.
이니안이 마부석에서 훌쩍 뛰어내려 일행의 이동을 멈춰 세웠다. 그리고 벽의 한 곳을 꾹 눌렀다.
그르르릉.
벽을 긁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십여 미터 앞의 벽이 올라가며 밝은 빛이 갱도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다음 편은 외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