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가디언 소드-131화 (131/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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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이것, 제법 괜찮은데?”

케라우는 자신의 양손의 건틀릿을 보며 말했다. 이니안에게서 받고 실전에서 사용해 보기는 처음이었다.

사용해 본 소감은 마음에 쏙 든다였다. 케라우 자신의 손톱 못지않은 위력이었다. 착용감 또한 좋아 마치 실제로 손톱을 뽑아서 싸우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면 좀 전에도 말했듯이 그 값을 해야겠지? 이번에는 왼쪽이다.”

그렇게 말한 이니안이 오른쪽으로 튀어나갔다.

“응?”

이니안의 말과 행동에 왼쪽을 바라본 케라우. 그곳에는 머리가 둘 달린 오우거가 흉포한 눈을 빛내며 달려오고 있었다.

“하아. 진짜 이곳은 어떻게 되먹은 곳이야? 트윈 헤드 오우거라니.”

케라우는 다시 건틀릿의 칼날을 폈다. 그러면서 이니안이 달려간 쪽을 바라보았다. 이니안이 달리는 곳의 맞은편에 달려오는 몬스터, 트롤이었다. 트롤은 트롤인데 피부가 짙은 회색이다.

“허어, 트윈 하트 트롤까지? 무슨 몬스터 대전이라도 벌이는 곳인가?”

케라우는 고개를 가로저은 후 굉장한 기세로 달려오는 트윈 헤드 오우거를 향해 말을 달렸다.

이제 병사들은 질려서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앞만 바라보았다. 좌측에는 트윈 헤드 오우거, 우측에는 트윈 하트 트롤이다.

어지간해서는 정말로 보기 힘든 희귀 변종 몬스터인 동시에 그만큼 무지막지하게 강한 녀석들이다. 보통의 오우거 정도는 애들 상대하듯 상대한다고 알려진 녀석들, 보통의 기사가 일생 동안 한 번 만날까 말까한 녀석이다.

희귀 몬스터 도감을 뒤져야 목록에서 이름을 찾을 수 있는 녀석들을 지금 이 자리에서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대단하네요.”

연이어 나타나는 엄청난 몬스터들에 다프네는 결국 포르시아 말리는 것을 포기했다. 대신 혹시라도 이니안이나 케라우가 혹시라도 놓친 몬스터가 마차로 달려올 것에 대비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검의 손잡이를 꽉 쥐었다.

‘호호호. 기회다. 이런 의외의 기회가 찾아올 줄이야.’

대형이 변하면서 이니안과 정반대로 대열의 제일 끝에 가 있던 미르에게 있어서는 절호의 기회였다. 지금 이니안은 트윈 하트 트롤을 상대하러 마차에서 거리를 두고 달려가고 있었다. 자신의 목표인 포르시아의 주위에는 다프네라는 여기사 한 명이었다.

제도에서 제법 이름난 여기사라고 하지만 미르는 충분히 감당할 자신이 있었다.

‘좋아.’

미르는 품에서 검신이 붉게 물든 단검을 꺼냈다.

열화(烈火)의 대거(Dagger).

단검으로 타격하는 순간 주변에 5서클의 파이어 월의 마법이 주변을 감싸는 아티팩트로 사용 횟수에 제한이 없는 엄청난 가치를 지닌 대거이다.

다크 크리스 길드가 보유하고 있는 세 개의 단검류 아티팩트 중 두 번째 물건이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이제 미르가 공격에 사용할 수 있는 단검 아티팩트는 하나였다. 그 이후는 오직 은신의 로브와 카르니아의 부츠, 두 개의 아티팩트만 남을 뿐이다.

열화의 대거를 품에서 꺼내면서 검끝이 살짝 로브 밖으로 삐져나왔다.

“응?”

그 순간 이니안은 마차 주변에서 이상을 감지했다. 나르센 산에서의 그 일이 있은 후 몸은 어디에 있더라도 항상 의식의 일부를 마차 주변에 집중하고 있는 터였다. 아주 작고 미세한 변화였지만 이니안은 금세 알아차렸다.

“케이로스.”

[네, 마스터.]

“저놈이 어떤 놈인지 알고 있어?”

[네. 트윈 하트 트롤 아닙니까?]

“그럼, 상대할 수 있겠군.”

[절 너무 무시하시는 것 아닙니까?]

케이로스는 겨우 트윈 하트 트롤 따위와 자신이 비교 당했다는 것이 기분 나쁜 듯 대답했다.

“후훗. 좋아. 처리해.”

그 말을 남기고 이니안은 몸을 훌쩍 뒤로 날렸다.

순간 은색 빛살의 뒤로 검은빛이 쏘아져 나갔다. 마령보의 수법 중 가장 속도가 빠른 마령질풍의 수법으로 몸을 날린 이니안이 그 속도 때문에 검은빛으로 보인 것이다.

‘기이한 감각이었다. 살기와 마법의 힘이 뒤섞인.’

이니안은 자신이 느낀 기이한 감각의 근원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달렸다. 병사들은 갑자기 케이로스의 등에서 사라진 이니안의 모습을 찾느라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마차를 향해 곧장 달려오고 있음에도 그 빠른 속도에 제대로 알아보지를 못한 것이다.

이니안이 자신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있다는 사실을 미르는 금세 눈치 챘다.

‘어떻게 알아차린 것이지?’

지금까지 은신의 로브로 몸을 감싸고 있으면 완벽하게 이니안의 이목을 속일 수 있었기에 갑작스런 이니안의 움직임에 당황했다.

하지만 그녀는 수차례의 암살을 성공시킨 초특급 어새신이다. 곧 침착함을 되찾고 더욱 빠르게 움직였다.

‘칫. 그래도 내가 더 가까워. 일단 목표 대상을 암살하는데 성공하면 내가 이기는 거다. 그 후 네놈 손에 죽든 말든 그건 내 알 바 아니야.’

어새신은 한 번의 암살에도 목숨을 버릴 각오를 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의뢰를 완수할 수만 있다면 이미 일류 어새신인 것이다.

카르니아의 부츠가 빛을 발하며 빠르게 움직였다. 하지만 은신의 로브를 이용하여 움직였기에 누구도 그녀의 기척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순식간에 마차에 도착한 미르는 더 이상 숨길 것이 없다는 듯 마차의 문을 벌컥 열었다.

“누구냐!”

경고성과 동시에 미르를 향해 날아드는 검.

마차의 문에 누군가가 나타났다고 느낀 순간 다프네는 검을 뽑아들었고 열리는 순간 검을 날린 것이다.

온통 신경을 밖에만 집중하고 있던 포르시아는 다프네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깜짝 놀랐다.

“쳇. 네년도 만만치 않구나.”

미르는 카르니아의 부츠의 힘을 이용해 재빨리 몸을 움직여 다프네의 일격을 피했다.

넓다고는 하지만 마차는 마차다. 한정된 좁은 공간에서의 싸움은 미르에게 전적으로 불리했다.

물론 롱소드를 사용하는 다프네에게도 제약이 많은 공간이다. 하지만 어새신인 미르가 몸을 숨길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것은 다프네의 제약보다 훨씬 불리한 조건이었다.

“감히 어디를 난입하느냐!”

첫 일격을 미르가 피하자 재빨리 검의 진로를 바꾼 다프네는 곧장 미르를 찔러갔다.

하지만 갖은 암살 경험을 쌓은 미르도 만만치 않았다. 몸을 숙이며 곧장 암살 목표인 포르시아를 향해 몸을 날렸다. 이미 그녀의 손에는 섬뜩한 붉은빛을 발하는 열화의 대거가 들려 있었다.

“젠장. 또, 늦었군. 그래도 그게 있으니까.”

이니안은 더욱 달리는 속도에 박차를 가했다.

마차 안에는 다프네도 있었고 또 이니안이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준비해둔 것도 있었다. 모두 나르센 산의 교훈 덕에 준비할 수 있는 것이었다.

“크윽.”

요리조리 잘도 피하면서 포르시아를 향해 접근하는 미르의 모습에 다프네는 신음을 흘렸다. 어찌나 빠르게 몸을 날리는지 이제 거의 포르시아의 지척에 이르러 있었다.

그렇게 되자 이제 다프네는 더 이상 미르를 공격하지 못했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포르시아까지 자신의 검격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호호호. 결국 이렇게 의뢰를 완수하게 되는군요. 잘 가요, 포르시아 공녀!”

의뢰를 완수했다는 기쁨일까? 미르는 그녀답지 않게 큰 소리로 웃으며 오른손에 든 열화의 대거를 포르시아를 행해 내질렀다.

“멈춰라!”

“안 돼!”

동시에 울린 다프네와 캐서린의 목소리.

다프네의 목소리는 절망과 스스로에 대한 자책에 차서 울린 반면 캐서린의 목소리는 결사적이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 포르시아를 향해 몸을 날리면서 외친 목소리인 것이다.

“쳇, 방해하지 마.”

일단 열화의 대거가 마법을 발동시키면 자신도 파이어 월에 휘말리게 되어 있기에 일격에 끝내야 했다. 포르시아를 지키기 위해 몸을 날리는 시녀를 찌른 후 포르시아를 찌를 수 있는 여유 따위는 없는 것이다.

미르는 재빨리 열화의 대거를 왼손으로 옮겨지면서 발을 교차해 스텝을 바꿨다. 속도를 이용해 왼쪽으로 캐서린을 등지고 몸을 반 바퀴 돌린 후 역수로 쥔 대거를 그대로 포르시아에게 꽂았다.

“아아…….”

자신의 등을 찌르려는 미르를 포르시아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꺄악!”

자신이 몸을 날렸음에도 날렵하게 몸을 바꾸어 포르시아를 찔러가는 습격자의 모습에 캐서린은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마차의 방음창은 모두 닫혀 있었기에 누구도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다프네가 포르시아를 위해 와이번이 떨어진 후 해들이 창도 닫았고 마부석의 이중으로 된 창도 밖을 볼 수 있는 창만 열어둔 채 소리를 막는 창은 닫아두었던 것이다.

포르시아를 위해 한 조치가 오히려 마차를 외부와 완벽히 차단해 그녀를 위험하게 만들었다.

대거의 끝이 포르시아의 등에 닿는 감촉이 나는 순간 미르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먼저 죽어간 동료 네 명을 드디어 떳떳하게 웃으며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대거의 끝이 포르시아의 등에 닿는 바로 그 순간 열화의 대거의 마법이 발동되어 검신에서 붉은 불꽃이 사방으로 피어올랐다.

‘됐어. 이걸로 끝이야.’

마법이 발동되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미르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이제 남은 것은 품에 있는 실드 마법이 담긴 스크롤 카드를 찢어 방어 마법을 발동시킨 후 카르니아의 부츠로 최대한 멀리 도망치는 것이다.

그때.

포르시아의 옷의 가슴 부분이 부풀어 올랐다.

‘뭐지?’

갑작스러운 이상 현상에 눈을 크게 뜨는 미르.

그 순간 옷이 찢어지며 찬란한 빛이 포르시아의 가슴에서 쏟아져 나왔다.

그 빛의 근원은 포르시아의 가슴 앞에 둥실 떠 있는 육망성의 펜던트였다.

“이, 이건?”

갑작스러운 현상에 미르의 입에서 경악성이 터져 나왔다.

파앗!

순식간에 그 빛은 포르시아의 몸을 감싼 후 둥그런 구체로 크게 확장되어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펑!

빛의 확장으로 인한 충격으로 마차가 커다란 소리를 내며 터져 나갔고 열화의 대거에서 발동된 파이어 월 역시 빛 안으로 침투하지 못하고 빛의 위력에 밀려 밖으로 튕겨 나갔다. 미르 역시 실드의 스크롤 카드를 찢지도 못하고 빛에 튕겨 나가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샤이닝 실드.

빛의 방패. 8서클의 방어 마법이 목걸이에서 발동된 것이다. 그것도 일반적인 샤이닝 실드의 방어 범위를 훨씬 초월한 광범위 방어였다. 그 안에 포르시아의 곁에 딱 붙어 있던 캐서린은 물론, 좀 떨어져 있던 다프네까지 있었으니 말이다.

“이, 이건?”

갑작스런 현상에 당황한 포르시아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때 어깨에 무언가 내려앉는 감촉이 느껴졌다.

“응?”

“공녀님, 이것을.”

언제 다가온 것일까? 이니안은 미르를 튕겨낸 샤이닝 실드 안으로 너무도 자연스럽게 들어와 자신의 로브를 벗어 포르시아의 양어깨를 덮어주었다.

“아!”

그제야 자신의 옷가슴 자락이 찢어졌다는 것을 기억해 낸 포르시아는 황급히 이니안의 로브 자락을 여몄다.

“고마워요, 세이버 경.”

“별말씀을요. 오히려 죄송합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해 이런 일을 당하셨으니.”

“아니에요. 세이버 경이 준 목걸이 덕에 또 한 번 위기를 넘겼는걸요.”

포르시아는 로브 자락 사이로 살짝 삐져나온 육망성의 펜던트를 보면서 미소 지었다. 이니안에게서 받은 이후 한 번도 몸에서 떼놓은 적이 없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몸에서 떼어놓기가 싫어 항상 목에 걸고 있었던 것이다.

로즈의 시선을 따라가던 이니안의 얼굴에 살짝 변화가 생겼다. 그도 자신이 준 목걸이를 본 것이다.

설마 하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 목걸이는 칼에게 부탁해 특별히 만든 목걸이로 최초의 착용자를 기억에 그 착용자에게 물리적인 위험이 생겼을 때 샤이닝 실드를 발동하게끔 만들어진 것이다.

일단 최초 착용자가 정해지면 그 이후에는 착용자로부터 반경 일 킬로미터 이내에 목걸이가 있기만 하면 되었다. 마법사라도 느낄 수 없는 마나의 실로 연결이 되어 있기에 최초 착용자의 신변이 물리적인 위험에 노출되었을 때 순간적으로 이동해 마법을 발동시키는 것이다.

이니안은 포르시아가 자신이 준 목걸이를 버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렇게 만들어서 건넨 것이다.

나르센 산에서와 같은 일이 벌어지더라도 자신이 포르시아를 향해 달려올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 말이다. 한데 그것을 포르시아가 목에 걸고 있던 것은 이니안의 예상 밖이었다.

“그럼 저는 습격자를 잡도록 하겠습니다.”

포르시아에게 살짝 고개를 숙인 이니안은 샤이닝 실드의 밖으로 걸어나갔다. 실드의 여파에 튕겨나간 충격이 굉장히 컸는지 미르는 몸을 휘청거리며 겨우 서 있었다.

“쳇. 이렇게 끝날 줄이야.”

“다크 크리스 길드원 맞나?”

이니안이 담담히 물었다. 상대는 이미 모든 것을 포기한 듯했다.

“맞아. 네놈 손에 처참히 죽은 그 네 사람의 동료지.”

“그럼 네가 마지막이군.”

“호호. 그래. 어서 죽여.”

미르가 한이 맺힌 눈으로 이니안을 노려보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다.”

그렇다. 포르시아가 지켜보고 있는 앞에서 살인은 자제해야 한다. 그녀에게 살인하는 모습 따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 호호. 그럼 네가 죽어!”

이니안이 한 발, 한 발 걸어 불과 서너 걸음 앞으로 다가오자 미르의 오른손이 품속에 들어갔다가 나오면서 섬광과도 같은 빛이 이니안을 향해 날아갔다.

파괴의 스틸레토.

미르가 가지고 있던 마지막 아티팩트였다. 모든 걸 부수고 지나가는 극강한 마력을 지닌 마의 단검. 그것이 파괴의 스틸레토다.

“우윽.”

이니안은 갑작스레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어마어마한 힘에 깜짝 놀랐다. 소드 마스터 급의 기사가 사용하는 피어스 브레이크 못지않은 위력이었다.

‘이건… 샤이닝 소드보다 훨씬 강력할지도…….’

이니안이 느끼기에 그것은 카르세온의 피어스 브레이크보다도 훨씬 강력한 위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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