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마켓 1983-156화 (156/252)

< EP. 26 : 태동(胎動)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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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나는 크리티컬 회원들을 따로 모아 타마고 샵 내부의 스탭 휴게실에서 간단한 다과회를 가졌다. 정모에 참석한 회원은 나를 포함해 총 8명으로 다들처음만나서 그런지 어색한 표정들을 짓고있었다.

그런 그들에게 내 소개와 함께 오늘 우리가 플레이하게될 '홉 고블린 던전'의 파티플레이에 대해 따로 이벤트 존을 마련 했다고 설명하자, 모두가 깜짝 놀라 나를바라보았다.

"그러니까.. Mr.k님이 드래곤 엠블렘의 개발자 강준혁씨고, 오늘 우리가 플레이 하기로 했던 던전 공략을 직접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시연해 달라는 말씀이신가요?"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혹시 이 자리에 레벨 10 찍으신 분이 몇 명이나 계시죠?"

그러자 5명 정도가 손을 들었다. 그럼 나랑 준페이까지 7명이네.. 그럼 한명이 부족한데? 그때 내 뒤에 있던 미야자키씨가 살짝 손을 들며 말했다.

"부장님.. 저기 저도 레벨 10 캐릭터가 하나 있는데요."

"아, 그래요? 마침 잘됐네요. 그렇치않아도 파티 플레이를 한 번만 보여주고 끝내기엔 아쉬웠는데, 적어도 두 번은 시연해볼 수 있겠네요."

그러자 '크리티컬'회원 중에 하나가 퉁명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기, 아직 우리가 이벤트에 참여한다고 확답을 드린 건 아닌데요?"

그래서 나도 똑같이 퉁명스럽게 대답해주었다.

"그래요? 오늘 이벤트에 참여해주신 분들께는 차후 드래곤 엠블렘2 정식판은 무료로 드리려고 했는데, 안타깝네요."

그러자 크리티컬 회원들의 얼굴에 경악이 스쳤다.

"단지 게임을 플레이 하는 것만으로 그냥 게임을 주신다구요?"

"저희 펜타곤 역시 여러분들의 플레이 덕분에 충분한 홍보효과를 볼 수 있을 테니까요.

따라서 당연히 보상을 해드리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만?"

회원들은 나의 대답에 너도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회원들의 마음이 약간이나마 흔들린 틈을 타 나는 다시 한번 그들에게 제의 했다.

"자~ 그럼 어떻게 하시겠어요? 이벤트에 참여 해주실 건가요? 물론 강제성은 없습니다.

원치 않으시는 분은 그저 구경만 하셔도 되니까요. 하지만 한가지 약속 드릴 수 있는 것은..."

잠시 동안 호기심어린 표정을 짓고있는 회원들과 눈을 마주치다가 뒤에 말을 이었다.

"분명히 재밌는 경험이 될 겁니다. 여러분은 드래곤 엠블렘 최초로 '몬수터 레이드'를 플레이한 유저들로 기억될 테니까요.."

"아..."

최초.최고.최강.이 만큼 남자의 마음을 설레이게 만드는 단어가 또 있을까?

단지 소소하게 모여 함께 게임을 즐기려던 크리티컬 회원들은 내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모두 참석 의사를 밝혔다.

'그래. 당연히 이렇게 나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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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조금 더 시간이 흘러. 어느 정도 사람들이 모여드는 오후 시간대.

타마고 샵 내부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갑자기 드래곤 엠블렘의 테마곡에 흘러나오며 깜짝 이벤트를 알렸다.

-잠시 후 배틀 존에서 드래곤 엠블렘 캐릭터  레벨 10을 달성한 유저들의 몬스터 레이드가있겠습니다. 드래곤 엠블렘의 파티 플레이가 궁금하신 유저분들께서는 지금 바로 배틀 존 앞으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말씀 드립니다...-

"음? 몬스터 레이드? 그게 뭐지?"

"글쎄... 드래곤 엠블렘2 에 관련한 이벤트인가?"

"파티 플레이를 레이드라고 하는 건가?"

"뭔지 모르지만 일단 가보자."

미야자키씨의 안내 방송에 매장 안에 있던 사람들은 우르르 배틀 존 앞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미 배틀존 위에서 크리티컬 회원들과 함께 시연준비를 하고 있던 나는 마치 밀물처럼 밀려오는 사람들의 모습에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이윽고 배틀존 앞이 금세 손님들로 빼곡하게 둘러 싸이자, 방패 기사 플레이어인 타야마씨가 긴장된 표정으로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근처에 서있던 나는 살포시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응원해주었다.

"구경하는 사람들은 신경 쓰지 마시고, 타야마씨는 게임에만 집중해주시면 됩니다."

"아,네. 저희 파티는 두 번째로 플레이 하는 거 맞죠?"

"네. 일단은 크리티컬 회원 분들 만으로 이루어진 첫 번째 파티의 레이드가 끝난 후.

타야마씨와 저. 그리고 아까 만난 미야자키가 한 팀입니다."

"어라? 그럼 세 명 아닌가요? 레이드 플레이는 4인 파티로 알고 있는데?"

"그게, 아직 한명이 덜와서..."

그 순간 내 등 뒤로 미야자키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장님!! 준페이씨 방금 오셨어요."

"늦어서 미안하다."

"왜 이렇게 늦었어? 아침에 바로 전화 줬더니만..."

"너야 자가용이 있으니 금방 오겠지만, 난 아니거든? 너 우리 집에서 아키하바라가 전철로 얼마나 걸리는 줄 알아? 안 그래도 어제 새벽까지 야근해서 피곤해 죽겠구만.."

나는 툴툴거리는 준페이의 불평을 한 귀로 흘려버리며 대답했다.

"너랑 나는 두 번째 파티로 참가할 예정이니까. 일단 잠시 쉬고있어."

"뭐야, 파티가 두개나 있어?"

"너랑 나까지 총 8명."

"헐, 이 지옥 같은 난이도에 레벨 10을 찍은 사람이 여덟 명이나 있어? 나는 그게 더 신기하네..."

"나도 클리어는 가능하게 만들어 놓거든?"

"어이구~ 꼭 고양이가 쥐 생각 해주는 것 같네."

준페이는 얄미운 표정을 지으며 나를 놀려대었다. 하긴 지금까지 내가 만들어 온 게임들 중에 뭐하나 편하게 즐길만한 게임이 없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게임들은 굳이

펜타곤 소프트가 만들지 않더라도 다른 제작사에서 충분히 나오고 있으니까...

예를 들어 펜타곤과 반대 되는 성향을 가진 민텐도의 게임들은 모든 연령층이 웃으며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많이 출시하곤 하지...

게임을 만드는 회사는 저마다 자신 만의 색깔이 있기 마련이다.

'발렌타인 데이' 같은 호러라는 장르를 이용하더라도 2000년대에 민텐도에서 만든 '루이지 맨션' 같은 경우엔 아이들이 즐겨도 무리가 없을 만큼 귀여운 유령들과 웃음코드가 숨어 있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펜타곤이 가지고 있는 색깔은 굉장히 하드하다. 드래곤 엠블렘2라는 타이틀만 발표한 것만으로도 매니아 층 유저들은 손에 땀이 베이는 기대와 흥분을 느끼곤 했다. 그들 역시 슈퍼마리지를 플레이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모든 사람들이 조금만 노력하면 클리어 할 수 있는 게임 대신, 조금 고생하더라도 그 고행(苦行)을 견뎌내고 클리어 한 순간. 느껴지는 카타르시스는 플레이어에게 굉장한 만족감을 전해준다.

그렇기 때문에 드래곤 엠블렘에 대한 정보를 처음 풀었을 때 사람들이 지어 보이던 표정을 아직도 난 잊지 못한다.

-이번에 출시되는 작품은 나에게 어떤 극한의 난이도를 보여줄 것인가, 대체 이번엔 어떠한 반전으로 내 뒤통수를 후려 쳐줄 것인가?-

바로 이것이 유저들이 펜타곤 소프트의 게임을 좋아하는 이유였다.

그리고 나는 그런 그들의 심리를 잘 이용할 줄 알았다.

잠시 후. 언제나 배틀존에서 '몬스터 배틀~ 파이트!!'를 외치던 사회자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긔의 뒤에는 긴장감 으로 얼굴이 굳어진 4명의 커뮤니티 회원들이 천천히 테이블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자신의 라온을 꺼내들었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오늘은 특별히 여러분들께 드래곤 엠블렘 체험판에서 즐길 수 있는 파티 플레이에 대해 알려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올랐습니다."

"우와아아아~~~"

"하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저 역시 지금까지 한 번도 4인 파티 플레이를 하는 RPG게임을 플레이 해본 경력이 없기에 중계가 조금 어설프더라도 양해 부탁드리기 바랍니다."

"어라? 그럼 사회자님도 그럼 파티플레이를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인가요?"

"네.그렇습니다.그렇기에 어쩌면 우리는 지금 드래곤 엠블렘 시리즈의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지켜보는 것이나 마찬가지랍니다."

"오오오~"

"그럼 우선 최초로 몬스터 레이드에 도전하는 플레이어 분들을 소개시켜 드리겠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먼저 소개 시켜드릴 분은 첫 번째 파티의 리더를 맡으신 나카무라상입니다."

사회자의 소개에 자리에서 일어난 나카무라씨는 유저들의 박수에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꾸벅였다.

"안녕하세요. 나카무라씨. 유저들에게 간단히 자신이 키우고 있는 캐릭터의 직업과 포시션을 말씀해 주시죠."

"캐릭터 직업은 창기사입니다. 포지션은 탱커입니다."

"여기서 나카무라씨가 말씁하시는 '탱커'란 파티의 선봉에서서 동료들을 지키는 포지션입니다. 타 직업보다 방어력이 강하기에 적의 시선을 끌면서 공격을 버텨내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이곳에 적혀 있군요~"

사회자는 자신이 들고 있는 대본 쪽지를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밝게 웃어 보였다.

이어서 나머지 플레이어까지 차례차례소개를 마친 사회자는 첫 번째 파티의 직업과 포지션에 대해 다시 한 번 정리해 설명해 주었다.

"이로서 홉 고블린의 던전에 최초로 입장하는 파티는 창기사와 각(角)궁수,도적과 약(藥)술사입니다.포지션으로 치면 탱커,딜러,딜러,힐러.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RPG으로 비교하자면 기본에 충실한 파티 구성이라 생각합니다."

사회를 보는 직원 역시 게임에 대해 정통한 편이었는지.친절한 설명을 덧붙여 알기 쉽게 설명해 주었다.

"그럼, 이제 여러분들께서 기다리셨던 드래곤 엠블렘의 첫 번째 레이드를 시작 하려고 합니다. 이벤트에 참여해 주신 게임 커뮤니티 '크리티컬'의 회원님들께 힘찬 박수

부탁드립니다,"

"우와아아아~ 잘해라~"

"저도 크리티컬 커뮤니티 회원입니다~ 일부러 이거 보려고 나고야 에서왔어요~!!"

"오오~!! 시작이다!!"

참가자들은 은근히 긴장되는지 작게 한숨을 내쉬곤 라온의 전원버튼을 올렸다.

혹시나 중간에 게임이 꺼질 수도 있기에 베터리 체크는 이미 완료해 두었고, 데이터케이블 역시 빠지지 않게 단단히 고정시켜 두었다.

이윽고 그들의 손에 들려 있는 라온에 드래곤 엠블렘의 소형 카메라는 그것을 천장에

설치된 4개의 프로젝터에 영상을 뿌려주었다.

"자~ 드디어 드래곤 엠블렘.. 아니 휴대용 게임기 역사상 최초로 4명의 플레이어가 한자리에 모여 게임을 즐기게 되었는데요. 여기서 여러분께 깜짝 이벤트를 하나 더 알려드리겠습니다. 혹시 이 자리에 모이신 유저 분 중에서 캐릭터 레벨 10을 달성하신 분이 계신가요?"

사회자의 질문에 몇몇 유저의 손이 번쩍 들렸다.

"아~!! 방금 손드신 분들도 원하신 다면 '홉 고블린의 던전'이벤트에 참여 할수 있습니다. 지금 즉시 카운터로 가셔서 레벨 10짜리 캐릭터를 인증 하시고 참가

신청서를 써주세요. 오늘 이벤트에 참여해 주신 유저 분들에 한해 차후 드래곤 엠블렘2 를 무상으로 증정해 드립니다."

"우와아아!!대박!!"

"저기 제가 지금 레벨이 8인데,여기서 레벨 업 하고 바로 행사에 참여할 수 있나요?"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은 사회자는 은근슬쩍 내 눈치를 살피기 위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런 그에게 묵묵히 고개를 끄덕여주자, 사회자는 활짝 웃으며

소리쳤다.

"가능합니다~!!"

사회자의 입에서 허락이 떨어지자,그 순간 이벤트 존 앞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라온을 꺼내들기 시작했다. 모두가 한마음 한 뜻으로 똑같은 행동을 취하는 바람에 당황한 나는 사회자를 불러 이벤트 참가 시간을 조정했다.

"레벨 10을 달성한 캐릭터를 이용해'홉 고블린의 던전'에 도전하기를 원하시는 분들은 지금부터 딱 한시간 동안 참가 신청 받고 있으니 카운터에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일단 신청부터 해야겠다. 혹시나 같이 퀘스트 할 사람 없나 해서 와봤는데, 이게 웬 떡이냐!!"

드래곤 엠블렘2를 공짜로 얻을 수 있다는 말에 레벨 10짜리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너도 나도 카운터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자~ 이제 그럼 진짜로 '홉 고블린의 던전' 이벤트를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참가자 분들 모두 준비 되셨나요?"

사회자의 질문에 테이블에 앉아 있던 유저들이 고개를 끄덕였다.천장에 매달린 하얀 스크린에는 4명의 캐릭터가'홉 고블린의 던전'퀘스트창을 모두 띄운 상태였다.

"그럼~!! 시작해주세요!!"

첫 번째 파티원들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동시에 A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스크린 속의 게임 화면에 플레이어 캐릭터들이 올라탄 마차가 '홉 고블린의 던전'을 향해 출발했다.마차를 타고 이동하는 로딩 화면이 지나고,던전의 첫 번째 스테이지로 화면이 전환 되자, 화면을 지켜보던 모든 사람들의 입에서 '헉'소리가 새어 나왔다.

이벤트를 진행해야 하는 사회자 마저,익숙한 게임 화면에 눈물을 글썽이며 소리쳤다.

"아아!!! 화면속의 이것은!! 이것은!!!!"

사회자는 감격에 겨운 나머지 안면 근육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시뮬레이션 RPG형식이군요~!! 드래곤 엠블렘의 시스템은 살아 있었습니다~!!"

"우와아아아아!!!!!"

"이거지~!! 역시!!"

수많은 사람들의 함성 속에 괜히 머쓱한 기분이든 나는 슬쩍 코를 훔치며 웃어 보였다.

앞으로 10년은 후에나 등장할 MMORPG의 레이드 시스템.

물론 화려한 그래픽도 아니고, 여러 파티들과 거대보스가 우글거리는 느낌도 아니지만, 현재 내가 살아가고 있는 레트로 시대에 걸맞게 드래곤 엠블렘 만의 레이드 시스템을 꾸며 보았다. 턴이 돌아 올때마다 스스로 키운 캐릭터를 움직여 적과 싸워 나가는 '택틱스류 시뮬레이션 RPG'시스템을...

< EP. 26 : 태동(胎動) (4)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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