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P. 26 : 태동(胎動) (2) >
-거대한 전쟁에서 승리를 거머쥔 마지막 플레이어가... 드래곤 엠블렘2의 주인공이될 것입니다.-
"...우...우와아아아아!!!!"
저 말은 차후에 잡지를 통해 정식으로 알리겠지만 사실이다.
나는 드래곤 엠블렘2의 모든 시나리오를 가장 먼저 끝장낸 최초의 플레이어를바탕으로 엔딩을 구상중이니까.
음...? 방금 뭔가 좀 말이 좀 이상하다는 걸 느끼지 않았나? 이미 만들어진게임에 대해 엔딩을 구상중이라니, 말이 안되잖아.
하지만 이렇게 설명하면 누구나 단번에 알아들을 것이다.
-드래곤 엠블렘의 두 번째 이야기는 총 3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 이제 대충 감이 오지 않나? 유저들에게 드래곤 엠블렘의 서계관을 정확하게어필시키기 위해서는 스토리 중심의 게임보다 유저들이 직접 그세계를 착실히탐험하는 느낌을 전달해 주어야 했다.
그러기에 단 한편의 이야기로 모든것을 설명하기에는 카트리지의 용량이 턱없이부족하다는 것을 느낀 나는 드래곤 엠블렘의 두번째 이야기를 3부작으로진행 시켰다.
우선 첫 번째 드래곤 엠블렘2의 기본적인 인터페이스는 방금 전 어느 유저의 말처럼 '육성 시뮬레이션'과 매우 흡사했다.
게임의 시작과 동시에 플레이어가 만들어낸 캐릭터는 과거의 기억을 잃어버린 설정으로 어느 작은 마을의 외각에 위치한 통나무집에서 몇 년 동안 마을을 도우며 살아가고 있다.
유저들이 초반에 선택한 직업에 따라 배정되는 마을의 의뢰를 수행하며 캐릭터를 성장 시켜 나간다. 그리고 레벨 업을 하며 얻는 능력치 포인트를
직접 배분해서 자신만의 캐릭터를 키워 낼 수 있는데, 배분하는포인트에 따라 여러 갈래의 직업으로 전직이 가능 하다.
'그리고 그 안에는 물론 내가 준비한 히든 클래스도 숨겨져 있지.'
드래곤 엠블렘2는 마왕군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는 인간의 영토를 다시 되찾는 것에서 시작한다. 조그만 마을을 번영 시켜 나가고, 플레이어는 마을 사람들의 퀘스트를 수행해 나가며, 힘을 키운뒤 마왕의 직속부하가 지배하고 있는 첫 번째와 두 번째 지역을 탈환하는 것이 드래곤 엠블렘2 첫번째 이야기의 목표다.
여기서 특이한 점은 바로 지역 탈환 미션인데, 싱글 스토리를 즐기는 도중 얻을 수있는 특정 아이템을 이용하여 마왕군이 주둔하고 있는 마성의 탑에 들어설 수가 있었다. 그리고 플레이어들은 자신이 키워낸 캐릭터를 이용해 총 4인 파티를 구성하여 마성의 탑 붕괴 미션을 수행할 수 있었다.
'50층 높이의 지옥 같은 난이도를 자랑하는 2개의 탑을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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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엠블렘2의 체험판 배포되기 시작하고 보름정도가 흐르자, 라온은 이번에도 사회적으로 큰 이슈거리가 되었다. 새해 첫날부터 게임을 다운 받기 위해 수많은 유저가 아키바 타마고 샵에 몰려든 것처럼 펜타곤과 계약 중인 전국의 게임 가게들은 폭발적으로 늘어난 유저들로 인해 북새통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어떤 지역은 펜타곤과 계약한 가게가 한 군데 뿐이라 사람들이 심해게 몰려 곤욕을 치룬 곳도 있었다. 그래서 일까? 체험판 배포와 함께 라온의 구매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전국 어느 곳에서도 라온 본체와 소프트를 찾아 볼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최근에 아키바에 위치한 게임 샵 문 앞에는 하나같이 다음과 같은 문구가 붙어 있었다.
-RAON 완판 되었습니다.-
하긴 펜타곤 소프트의 본점이라고 할수 있는 타마고샵에도 물건이 없는데 어디라고 있을까만은...
"손님 죄송합니다. 라온은 다음 주에 입고 예정입니다."
"얼마나 들어오나요? 그날 오면 살 수 있나요?
"수량은 아직 미정이지만, 연초부터 예약하신 고객님들이 있어 확답을 드리기 힘듭니다. 죄송합니다."
"왜 돈이 있는데 사지를 못 하냐구요!!!"
심금을 울리는 한 유저의 절규에 부점장님 미야자키씨는 몇 번이고 거듭 고개숙여 사과했다. 어느 정도 손님이 빠진 시간. 나는 근처에 도너츠 전문점에서 갓 나온 녀석들을 잔뜩 사들고, 매장으로 돌아왔다.
"안 그래도 달달한 게 땡겼었는데 감사합니다. 부장님."
미야자키씨는 한 입 가득 도넛을 베어물며 나를 향해 활짝 웃어보였다.
"힘들죠? 미안해요. 디스플레이 생산에 시간의 좀 걸리다보니, 하나가 걸리니까 공장 자체가 지금 거의 올 스톱 상태라..."
"작년에도 많이 나가긴 했었는데, 드래곤 엠블렘2 이후엔 정말 폭발적으로 수요가 늘어난 것 같아요."
"예약 하시면 따로 연락을 드린다고 말씀 드려도 매일 같이 찾아오시는 손님도 계실 정도라니까요."
"다음 주 정도면 그래도 어느 정도 물건이 풀릴거 같은데..."
"정말 그랬으면 좋겠어요. 가끔은 엄청 화내고 가시는 손님들도 계셔서..."
"미안해요. 라이텍스에 연락해서 조금만 더 빨리 부탁한다고 전할게요."
"감사합니다. 부장님."
"그럼 전 일단 본사로 돌아가 볼게요. 요새 너무 타마고 샵에만 있었더니, 하야시가 시끄럽게 해서..."
가방을 챙겨든 나는 직원들에게 수고하라는 인사를 남긴 뒤 지하 주차장드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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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온이 이렇게 폭발 적인 인기를 누리게 된 것은 드래곤 엠블렘2의 체험판 역할이 굉장히 컸다.
사실 이 시기에 체험판은 오히려 본편보다 귀한 대접을 받는 물건이었다.
간단히 예를 들어 '사이킥 배틀 체험판'이 좋은 사례인데,발매 전 스테이지 클리어를 해낸 유저들에 대한 보상으로 배포된 이 물건은 워낙에 극소량으로 배포되어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는 물건이 되어 있었다.
또한 본편에서 첸드라가 조정해준 게임성과는 달리, 살짝 느껴지는 미완성의 느낌이 더욱 소장욕구를 자극 하고 있었다.
하지만 라온은 플래시 메모리 카트리지만 가지고 있다면 누구나 체험판을 다운로드 받아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더구나 본편에 대비한 우밍업 수준의 체험판이라도 그 구성이 상당히 알찼기에 유저들에게 큰 호응을 얻어 가고 있었다.
그날 밤. 평소와 같이 나는 책상 위에 따듯한 차 한 잔을 준비 해둔 뒤 PC통신에 접속을 시도했다.
-Mr.k님이 입장하셨습니다.-
-안녕하세요. Mr.k님~-
-반갑습니다.-
커뮤니티 대화방에 접속한 나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주고받으며 오늘의 대화 내용을 살피기 시작했다. 1년 전만 해도 발렌타인 데이의 이야기로 큰 화제가 되었던 이곳은 최근에 배포를 시작한 드래곤 엠블렘 체험판으로 인해 뜨겁게 달아오르는 중이었다.
잠시 인사를 나누고 난 뒤, 대화는 순식간에 다시 드래곤 엠블렘을 주제로 이야기가 흘러가기 시작했다.
-보름 동안 붙잡고 플레이 했는데, 이제 레벨5라니... 이 게임 진짜 경험치가 너무 짠 거 아닌가?-
-마을 주변 몬스터 토벌만으로는 레벨이 잘 안 오르는 느낌입니다.-
-그것보다... 벌써 20번째 캐릭터라는 게 문제입니다.-
-괜찮아요. 전 38번째 캐릭터거든요.-
-젠장. 고작 체험판인데, 뭐가 이렇게 어려운거지? 애초에 캐릭터가 사망하면 그대로 게임 끝이라니... 본편 생각하면 토나올거 같아요..-
나는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다가 마지막에 답 글을 달았다.
-그렇게 말하셔도 드엠2 출시 날 되면 제일 먼저 달려가 구입하실 거면서...-
-물론입니다!! 하지만 지금 라온 본체도 물건이 없는 걸 보니, 드엠2 나오면 또
한바탕 전쟁 치러야 할 듯...-
-무조건 1차 수량때 사야합니다. 요새 라온 엄청 팔려서 운 나쁘면 2, 3차 수량때까지 기다려야 할 거 같아요.-
-그러면 또 프리미엄 붙겠네... 저는 라온 게임 정가 주고 사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빌어먹을 되팔이 녀석들. 어차피 플레이 할 것도 아니면서 물건 떨어지면 바로 3~4천엔씩 더 받고 팔더군요. 여기 커뮤니티 장터 게시판만 봐도 진짜 그런 사람 수두룩해요.-
-회원을 조금 쳐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 합니다.-
-자자~ 진정들 하시고, 질문 하나만 하겠습니다. 혹시 이 대화방에 드엠 체험판 10레벨 찍으신 분이 계신가요?-
-10레벨이요?? 저는 안 죽고 5레벨 넘어보는 게 소원입니다.-
-이건 뭐 죽으면 곧바로 캐릭터부터 다시 만들어야 하니...-
그때 이제껏 가만히 있던 유저 하나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저 지금 9에요. 퀘스트 몇 개만 더 하면 레벨 10찍을 것 같습니다.-
-전 8이요. 아직 경험치는 중간 정도지만, 그런데 10레벨은 왜요?-
-아마 드엠 체험판은 레벨 10이 마지막인 것 같습니다.-
-아, 그래요? 그럼 혹시 10 찍으셨어요?-
-네. 한시간 전쯤에 10 달성했습니다. 그런데 한 시간 동안 몬스터를 아무리 잡아도 경험치 퍼센트가 오르지 않아요.-
-진짜요? 그래도 대단하십니다. 캐릭터 뭐 키우세요?-
-전사입니다. 헌데 좀 특이한 전사에요.-
-특이한 전사?-
-몇 번 죽으니 짜증나서 이번 캐릭터는 레벨 업 할 때마다 스탯을 전부 방어력에 투자했더니, 레벨 10에서 전직 했어요.-
-어? 레벨 10찍으면 전직 할 수 있나?-
-저기 무슨 직업으로 전직하셨어요? 직업을 선택할 수 있나요?-
-아뇨. 그냥 레벨 10이 되자마자, 알림창이 뜨고 방패 기사라는 직업으로 자동으로 바뀌던데요. 그리고 인터페이스에서 공란으로 표시되던 곳에 '탱커라고 적혀 있더군요'-
-탱커? 그게 뭐지..-
-포지션 설명에는 '최전방에서 아군을 지키는 수호자'라고 쓰여 있더군요.-
-아군을 지키는 수호자? 캬~ 멋있다.-
-잠시만요. 저도 이제 마을로 돌아가면 곧 레벨 업 할 거 같거든요.-
-오오!! 축하드립니다. 직업은 뭘로 하셨어요?-
-아, 저도 전사에요.-
-그럼 같은 전사니까 탱커가 되시는 건가?-
-저는 방어력보다 공격 쪽에 치중했는데, 아!! 방금 전직 알림이 떴습니다.-
-아, 부럽다. 나도 전직하고 싶어...-
하지만 전직했다는 남자는 그 후로 아무 말이 없었다. 덕분에 대화방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재촉하듯 계속해서 전직에 대해 많은 질문을 걸어왔다.
그리고 잠시후..
-저는 양손검사로 전직했는데요?-
-으잉? 양손검사? 그게 뭐지? 포지션은 뭔데요?-
-그게... 저는 딜러입니다. 포지션 설명은 '적의 목숨을 앗아가는 검투사'라고...-
-멋지다, 딜러... 혹시 캐릭터 어떻게 키우셨어요?-
-저는 공격력이랑 손재주요.-
-손재주? 손재주 올리면 뭐가 좋아요?-
-적을 때리거나 막을 때, 타이밍 베리에이션이 좀 넓어지더라구요. 그래서 연격을 넣거나 방어가 좀 수월해요. 대신 방어력이 약해서 방어 타이밍에 실패하면 무지 아픕니다...-
-아!! 그럼 레벨 업 후에 스탯에 따라 직업이나 포지션이 달라지는 건가?-
-그런 것 같네요. 방어를 치중하신 분은 '탱커'라는 포지션이고, 공격력을 극대화하신 분은 '딜러'라는 포지션이 되었으니...-
그러자 대화방에 있던 사람들 몇몇이 비명을 내질렀다.
-으아악!!! 나는 모든 스탯이 들어올때 마다 모든 능력치를 순서대로 하나씩 올렸는데, 심지어 지력마저...-
-헐... 전사한테 지력이 필요할까요?-
-아, 그럼 다시 키워야 하나?-
그때 탱커로 전직했다는 방패 기사유저가 딜러가 된 유저에게 물었다.
-저기.. 혹시 방금 전직하셨으면 홉 고블린 던전 퀘스트 열리셨나요?-
-아,네. 방금요. 그런데 설마 이거...?-
-왜요!? 뭔데요? 전직하면 새로운 퀘스트 창이 열리나요?-
그러자 잠시 후, 양손검사로 전직한 유저가 말을 이었다.
-이거 혼자서는 퀘스트 실행이 안 되는데요? 레벨 10을 달성한 4명의 유저가 필요하다고 나옵니다.-
대화방을 바라보던 나는 허브차를 한 모금 삼키며 피식 웃어 보였다.
< EP. 26 : 태동(胎動)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