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마켓 1983-152화 (152/252)

< EP. 25 : NEGA의 반격 (4) >

지난화에 분량을 추가한 부분이 있습니다.

참고해주시고 읽어 주셨으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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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씨.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는데, 질문 좀 해도 될까요?”

내 목소리에 행사장에 모여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단번에 나에게로 향했다.

“네. 그러세요.”

“방금 보여 주신 게임. 확실히 NEGA 드라이브용으로 제작된 포팅 맞나요? 제가 알기로 NEGA 드라이브는 CPU연산 속도는 높지만, 그래픽 부분에선 스프라이트 기능이 슈퍼 패밀리와 비교해 떨어지는 걸로 알고 있는데, 방금 보여주신 영상은 NEGA 드라이브의 그래픽 성능을 훨씬 웃도는 것으로 보이던데요?”

그러자 스즈키씨는 나의 질문에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듣고 보니, NEGA 드라이브 치고는 그래픽 퀄리티가 너무 높은 것 같은데?”

당시 NEGA 드라이브의 그래픽 성능은 슈퍼 패밀리의 반도 못 따라가는 수준에 불과 했기에 전체적인 색감의 톤이 한 단계씩 어두웠다.

그래서일까? 대부분의 게임이 화사한 색감보단 조금 칙칙한 색을 띄고 있었다.

이것은 차후 NEGA 드라이브 용으로 제작되는 게임들의 게임성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베어 너클이나 마이클 잭슨 같은 게임이 밝은 대 낮보단 밤이나 어두운 실내 스테이지가 많았던 것은 바로 이런 이유를 바탕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즈키씨는 당황하지 않고, 여유 있게 웃어 보였다.

“아무래도 준혁씨의 질문에 대한 답은 이것으로 설명을 드릴 수 있을 것 같군요.”

그러자 잠시 후. NEGA 측 직원 하나가 단상 위로 무언가를 들고 올라왔다.

행사장 안의 사람들은 크고 묵직한 기기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 거렸다. 직원은 스즈키씨에게 기기를 넘겨주고는 서둘러 단상을 내려갔다.

“여러분은 지금부터 새로운 시대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제가 들고 있는 이 장치는 머지 않은 미래에 게임 업계에 가장 큰 혁신을 가져다 줄 물건입니다.”

저거 설마.. 그건가?

스즈키씨는 직원에게 넘겨받은 검은색 기기를 자랑스럽게 우리에게 내밀며 소개했다.

“소개드립니다. NEGA 드라이브의 새로운 주변기기인 NEGA CD입니다.”

“…….”

드디어 저 희대의 망작이 튀어 나오는구나.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달리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신기한 눈으로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게 뭐지?”

“설마 CD를 사용하는 건가?”

놀라워하는 사람들의 반응을 즐기듯 스즈키씨는 천천히 단산 한 켠에 마련된 NEGA 드라이브 밑에 손에 들고 있던 기기를 장착 시켰다. 그러자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NEGA 드라이브와 NEGA CD가 마치 하나의 기기처럼 합체했다.

“우와아아!!!!”

그래... 나도 어릴 적 친구네 집에서 처음 저 물건을 봤을 땐 선채로 오줌 지리는 줄 알았지.

전자기기의 합체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그리고 먼 미래까지도 남자들의 로망이니까.

“앞으로 우리들은 카트리지 용량에 대한 규제에서 벗어나 누구나 650메가의 방대한 데이터를 자유롭게 쓸 수 있습니다.”

650메가의 방대한 데이터라...

하긴 이 90년대 초반에는 씨디 한 장의 용량이 웬만한 하드 드라이브 보다 용량이 더 컸으니까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저 극악의 로딩 속도에 대해선 일언반구(一言半句)도 없구나.

스즈키씨는 이어서 NEGA 드라이브를 NEGA CD에 장착 할 시 향상되는 시스템의 성능을 어필하며 개발자들을 유혹하기 시작했다.

“바로 이런 성능의 개선으로 방금 트라이포스에서 제작 중인 게임의 그래픽을 개선시킬 수가 있었습니다. 어떻게 답변이 좀 되었나요? 강준혁씨?”

“아주 훌륭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걱정 되는 점이 있군요. 분량 고용량의 CD를 사용하는 것은 좋은 정책이긴 한데, 아무래도 카트리지 보다는 데이터를 읽어 들이는 속도가 떨어질 것 같은데, 그에 대한 대비는 있나요? 아까부터 로딩에 대한 이야기는 한마디도 없으시던데...”

마치 명치를 세게 얻어맞은 사람처럼 잠시 머뭇거리던 스즈키씨는 내가 물은 질문에 전혀 엉뚱한 답을 내놓았다.

“그것은 프로그래머의 코딩 능력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부분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대답해 드리기가 힘들네요.”

‘그래서 너희가 만든 소니크 CD 버전은 한판 할 때마다 10초씩 기다리게 만들었냐..?’

하고 싶은 말은 산더미 같지만, 어차피 내가 NEGA 드라이브용 게임을 포팅 할것도 아니기에 그만 두기로 했다.

행사장의 분위기는 기기의 성능을 끌어 올려주는 새로운 주변기기의 탄생을 굉장히 반기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NEGA CD의 가격이 공개 되자, 행사장의 분위기는 한순간에 싸늘하게 식어 버렸다.

-NEGA CD 정가 49,800엔.-

“…….”

주변 기기 하나가 본체보다 비싸면 어쩌라는 거지?

NEGA는 항상 시대를 앞서 나가는 독특한 기술을 잘 이용했는데, 문제가 있다면 그것들이 시대를 너무 앞질러 나간다는 점이다.

CD 매체의 게임들의 보편화가 이루어지는 것이 90년대 중반부터 인데 반해 NEGA CD는 그들 보다 약 4년 정도 빨리 나온 편이다.

내가 알고 있는 NEGA CD의 최후는 고용량의 데이터를 사용할 만 한 게임조차 없는 마당에 CD의 비어있는 용량을 써보겠답시고, 고음질의 BGM이나 캐릭터에 음성을 추가하며 게이머들의 구매욕을 자극 했지만, 워낙에 비싼 가격과 극악의 로딩 속도로 인해 보급에 실패한 것으로 알고 있다.

NEGA CD 전용으로 나온 게임 타이틀의 개수가 열 손가락 안에 꼽혀질 정도면 말 다한 거지..

이윽고 새로운 주변기기에 대한 설명이 모두 끝나고 마지막으로 등장한 녀석은 바로 NEGA GEAR라는 휴대용 게임기였다.

이미 민텐도의 겜보이와 펜타곤이 만든 라온의 등장으로 독자적인 콘솔 노선을 만들어낸 휴대기기 시장은 NEGA에게도 상당히 먹음직스러운 시장이 아닐 수 없었다.

NEGA의 세컨드 파티 역시 휴대기기가 가진 파급력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던 상태라 NEGA GEAR에 거는 기대가 몹시 컸다.

그리고 그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내가 만든 라온으로 인해 NEGA GEAR의 성능에 어느 정도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닌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나의 기대는 잠시 후 거대한 실망이 되어 돌아왔다.

8비트의 CPU 스펙..

소니크의 빠른 움직임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잔상을 남기는 플레이 화면.

여러모로 부족한 부분이 많이 들어나 보이자, 실망한 나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카와구치씨. 전 먼저 돌아가 보겠습니다.”

“벌써 가시게요?”

“더 이상 여기 있는 건 시간 낭비인 듯하네요.”

나는 의자에 걸어두었던 외투를 챙겨들고 유유히 행사장 밖을 빠져 나왔다.

차를 세워둔 주차장으로 향하던 길. 잠시 발걸음을 멈춘 나는 NEGA의 제작 발표회가 있었던 이벤트 홀을 바라보며 담배를 꺼내 물었다.

‘NEGA에 대해 너무 기대했나? 이 정도 수준이면 준비해 두었던 패를 미리 공개 할 필요도 없지.’

잠시 후 나는 휴대용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끄고는 차에 올랐다.

&

1991년 12월 24일.

흥겨운 캐럴과 함께 거리마다 알록달록한 조명이 빛나는 크리스마스 이브.

해 마다 아이들에 대한 여론 조사로 크리스마스 선물로 가장 받고 싶은 선물 꼽으라면 TOP 3 안에 반드시 들어가는 것이 바로 게임기였다.

NEGA는 바로 이 크리스마스의 특수성을 노리고 2개의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제작 발표회에 나왔던 NEGA CD와 휴대용 콘솔인 GEAR 두 모델이었다.

NEGA는 발매 이전부터 CD를 통해 이루어지는 고화질과 고음질의 게임 환경에 대해 어마어마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부었지만, 결과는 글쎄...

“무슨 주변기기 가격이 5만엔이나 해?”

“갖고 싶어~ 사줘~~”

“안 돼. 얘가 미쳤어. 무슨 선물로 5만엔짜리 게임기를 사달라고 해?”

오늘따라 어머니에게 등짝 스매싱을 당하는 꼬맹이들이 거리에 넘쳐나는 구나..

타마고 샵에서 소비자들의 반응을 지켜보던 나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동시 발매한 게임은 NEGA의 대표 게임인 소니크 더 헤지혹 CD 단 하나.

CD라는 새로운 매체의 도입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반응은 굉장히 싸늘했다.

이것이 만약 3~4년 전쯤 출시되었으면 상황이 조금 나았을지도 모르나 지금은 대 불황의 시대.

아무리 기기 성능이 올라간다고 해도 요즘 같은 시기에 5만엔이라는 거금을 고작 주변기기에 쓸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일까? 내가 보기엔 수많은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부은 NEGA CD보다 오히려 NEGA 드라이브가 훨씬 더 반응이 좋아 보였다.

한편 펜타곤의 타마고 샵 역시 크리스마스 기간 중 수많은 고객들로 발을 디딜 틈이 없이 붐볐다. 그것은 크리스마스 전후로 원하는 타마고를 곧바로 손에 넣을 수 있는 자판기를 운영한 덕이 컸다.

이미 타마고 몬스터만 해도 ‘스트리트 파이어2의 타마고’ 라던가 ‘파이널 파이트의 타마고’가 추가되어 총 5종류의 타마고 몬스터 기기가 있었기에 새로운 타마고 몬스터를 원하는 아이들이 손쉽게 기기를 뽑아가곤 했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값비싼 게임기를 사주는 것 보다 타마고 몬스터 하나가 오히려 싸게 먹혔기에 부담 없이 아이들에게 여러 개의 타마고 몬스터를 사주는 사람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미야자키씨를 비롯한 수많은 펜타곤 직원들은 크리스마스 기간 중에 몰려드는 손님들을 상대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지만, 다들 힘을 내서 서로를 격려 하며 무사히 크리스 마스 이브 행사를 마칠 수 있었다.

“부장님. 수고 하셨습니다.”

“다들 수고 많으셨어요.”

타마고 몬스터는 자판기를 이용하는 판매 방식이지만, 역시나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는 나는 수고해준 직원들에게 격려차 금일봉을 전달해 준 뒤, 곧장 차에 올랐다.

“부장님. 이제부터 유키씨 만나러 가시나요?”

타마고 샵에서 공개 프로포즈를 한 덕에 몇몇 직원들은 가끔 유키의 안부를 묻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미소와 함께 고개를 가로 저으며 대답했다.

“아뇨. 본사에 갑니다.”

“네? 오늘 크리스마스 이브인데요?”

“크리스마스 이브에 본사에서 야근 중인 사람들이 있거든요.”

“네? 정말요?”

“그럼, 먼저 갑니다.”

직원들의 인사를 받으며 타마고 샵을 떠난 나는 곧장 펜타곤 사무실로 향했다.

회사 근처에서 야식 거리를 사들고 사무실에 들어서니 한적한 사무실 안에 어디선가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를 따라 걸음을 옮긴 곳은 내가 관리하는 제 2 개발팀이었다.

끼이이익

“어라 부장님 오셨어요?”

“다들 수고한다. 이거 먹고들 해.”

테이블 위에 야식 거리를 올려두자, 허기졌는지 직원들이 성난 맹수처럼 달려들기 시작했다.

봉투에서 캔커피를 꺼내어 하야시와 모리타에게 하나씩 건네주자, 그들은 한숨 돌리려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굳은 허리를 풀었다.

사이킥 포스의 완료 이후 거의 곧바로 드래곤 엠블렘 2 작업에 들어간 직원들은 다들 피곤에 절어 있었다.

“다들 미안하다. 가급적 야근 시키고 싶지 않았는데...”

그러자 내가 사온 샌드위치를 입에 우겨 넣던 직원 하나가 고개를 내저으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오히려 재밌습니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

“아뇨. 정말입니다. 부장님이 기획하신 게임은 만들 때마다 유저들의 반응이 머릿속에 그려져서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거든요. 모두가 기대중인 드래곤 엠블렘 2의 장르가 SRPG가 아니라니 다들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 EP. 25 : NEGA의 반격 (4)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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