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마켓 1983-147화 (147/252)

< EP. 24 : 동전을 집어 삼키는 귀신 (5) >

“우선 한 명!!”

나는 가볍게 콤보 한 세트를 먹여 준 뒤, 마무리로 승룡권 커맨드를 입력함과 동시에 강 킥으로 사쿠라를 높이 찍어 올렸다. 그리곤 내가 가진 SP 게이지를 소모해 공중에 머무른 캐릭터를 향해 권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공중에서 빗발치는 총탄에 사쿠라의 몸이 붉게 물들자, 나는 공중에서 그녀를 붙잡고 건물 밑으로 떨어져 내리며 계속해서 총탄을 쑤셔 박았다. 그리고 착지 직전에 점프로 자리를 이탈하자, 사쿠라는 추락 데미지와 함께 이름 그대로 벚꽃 잎을 휘날리며 사라졌다.

“우와아!! 쩐다..”

“아~!! 여기서 사쿠라를 선택했던 플레이어가 한 분 탈락 하셨습니다!! 대기 중인 플레이어는 곧바로 교체 투입을 준비해주세요~”

‘젠장 숨 돌릴 틈이 없네.’

하지만 그것은 나를 쫓은 플레이어도 마찬가지였다. 스피드라면 사쿠라 다음가는 휘린이기에 맵 전체를 오가며 미친 듯이 질주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포텐킹은 대체 어디 있는 거야!?’

유일하게 내 편이라고 볼 수 있는 포텐킹이었기에 슬쩍 유키의 화면을 바라보자 그녀는 금발의 마녀 록시와 대치중이었다.

다른 캐릭터에 비해 상대적으로 텔레포트에 대한 SP 게이지를 적게 사용하는 록시는 포텐킹과 상성이 매우 훌륭했다. 하지만 반대로 유키가 사용하는 포텐킹에게는 최악의 상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내가 도와줘야겠어..’

휘린을 쫓는 한 무리의 암살자들과 함께 나는 빠른 속도로 건물을 넘나들며 포텐킹을 향해 달렸다. 다행히 방어력 하나 끝내주는 유키의 캐릭터는 록시의 연속 공격에도 꿈쩍도 않고 방어에 치중하고 있었다.

“준혁씨 이 캐릭터 너무 느려요..”

“딱 봐도 빠른 캐릭터로는 보이지는 않잖아.”

“적의 공격이 마무리 될 때 타이밍에 맞춰서 가드 버튼을 눌러봐.”

그러자 아까 휘린이 보여준 것처럼 황금색으로 빛나는 무적 판정은 아니어도 록시의 공격에 대한 가드 데미지가 확 줄어든 것을 느낀 유키는 게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내가 도착 할 때까지 조금만 참아.”

“아~ 여기서 개발자인 강준혁이 이시카와씨를 독려하는군요. 정말 누가 이 커플 좀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그 순간 새로 난입한 플레이어가 유키와 같은 캐릭터인 포텐킹을 고르며 내 앞을 막아섰다. 그와 마주치기 직전 대각선으로 레버를 가볍게 튕기며 점프 버튼을 누르자 휘린의 뒤로 푸른색 잔상이 떠오르며 거구의 포텐킹을 단번에 뛰어 넘었다.

당황한 포텐킹이 나를 향햐 레버를 돌린 순간 나는 역방향으로 레버를 입력하며 발차기를 날렸다. 퍼억!!

“어라? 분명히 가드 했는데?”

역 가드. 2D 격투 게임에서 초심자를 무너뜨리는 방법으로 공중 발차기의 타이 밍을 조금 늦게 발동시켜 타격을 입히는 기술은 레버를 반대로 입력해야만 가드가 가능했다.

하지만 나는 추가타를 고려하지 않고 재빨리 유키를 향해 휘린을 이동시켰다.

곧이어 유키가 조작하는 포텐킹이 화면에 들어온 순간.

슬라이딩으로 포텐킹의 다리 사이를 빠져 나오며 건너편에 위치한 록시를 노렸다.

당연히 점프로 파고 들어올 줄 알았던 록시의 대공 마법이 허무하게 빗나가고, 허점을 보인 순간 나는 유키에게 외쳤다.

“지금이야!!”

이제껏 방어에만 열중해 있던 포텐킹의 거대한 주먹이 록시의 캐릭터에 제대로 꽂히자, 순식간에 절반의 체력이 날아갔다.

‘좋아. 추가 타는 나에게 맡겨라!!’

“아아앗!! 포텐킹의 아이언 피스트가 명중!! 단방에 그로기 상태로 날아가는 록시... 를!! 휘린이 따라 붙습니다!!”

“우와!! 연계 공격이다!!”

록시가 날아가는 방향 반대편에 아이스 불렛을 날려 내가 있는 쪽으로 다시 튕겨지게 만든 뒤. 나는 다시 한 번 유키의 포텐킹을 향해 뒤돌려 차기를 날렸다.

“한번 더!!”

콰아아앙!!!

또 다시 포텐킹의 아이언 피스트가 작렬하며 록시는 순식간에 빛이 되어 흩어졌다.

“어억!!! 파워가 무슨.. 단 두 방에 즉사네..”

“방금 태그 기술 겁나 멋지다!!”

“무슨 애니메이션 보는 줄 알았네..”

그때였다. 화면의 절반 가까이 붉게 물드는 위험 표시와 함께 후방에서 거대한 불길이 날아왔다. 이미 피하기엔 늦었음을 깨달은 나는 재빨리 포텐킹 쪽으로 가까이 붙으며 유키에게 외쳤다.

“가드 해줘!!”

쿠와아아앙!!! 휘린보다 몸집이 3배는 큰 포텐킹은 날아오는 불길을 온몸으로 막아내 주었다. 다행히 불길은 녀석의 몸집에 가로 막혀 휘린에게 아무런 피해도 입히지 못했다.

“가자!!”

내 말과 동시에 우리를 향해 달려오는 5명의 캐릭터와 대접전이 시작되었다.

나는 최대한 포텐킹의 근처에서 그를 방패로 두고 주변의 적들을 향해 권총을 난 사했다.

가끔 유키의 조작 미스로 나에게 주먹이 날아올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적진 한 복판에 뛰어 들어서 다구리 당하는 것 보다는 낫지.

나는 점점 포위망을 좁혀오는 플레이들이 상대하기 껄끄럽도록 좌우로 빠르게 이동하며 권총을 쏘아댔다.

‘아, 간만에 버튼을 너무 심하게 두드렸더니, 손가락이 아파오네..’

그 순간 다시 한 번 나와 포텐킹이 서있는 바닥에 붉은 반점이 떠올랐다. 홍련의 마법사 저스킨의 불기둥이 다시 한 번 쏘아진 것이다. 나는 재빨리 방어를 굳힌 포텐킹의 머리를 밟고 슈퍼 점프를 이용해 자리를 이탈했다.

“끈질기다!!”

나는 새로 참전한 포텐킹를 향해 아이스 불렛을 날려 움직임을 묶은 뒤 다시 한 번 녀석을 박차고 뛰어 올랐다.

“와, 아주 그냥 날아다니네?”

“나도 해보고 싶다. 겁나 재밌을 거 같아..”

“강준혁의 휘린이 거침없이 맵을 헤집고 다니는 군요. 도저히 그를 막아설 자가 보이지 않습니다!! 아직까지 그의 체력 게이지는 120%를 유지하고 있네요. 아!! 말씀 드리는 순간 휘린의 연속기에 쉐도우 프레셔가 말려듭니다. 체력이 얼마 남지 않았을 텐데요!? 아~ 여기서 쉐도우 프레셔가 안타깝게 탈락!! 어느새 3명의 플레이 어를 탈락 시켜버린 악마의 디렉터 강준혁!! 쉽게 목숨을 내놓지 않습니다! 사이킥 포스의 피규어가 아까운 걸까요?”

‘저 녀석이 나를 뭘로 보고!?’

나는 속으로 준페이 녀석에게 욕을 한마디 날려주며 휘린을 다시 유키에게로 이동시켰다. 그 순간.. 콰아아앙!!

“아~!! 여기서 폭탄마 로이가 설치 해둔 함정이 발동합니다!!”

‘제길 이번 건 좀 크다. 53%라니 데미지를 너무 많이 먹었어..’

거기다 게임에 익숙해지기 시작한 플레이어들이 시간차를 두고 연계 공격을 펼쳐오자, 내 체력은 순식간에 바닥을 드러냈다.

‘아직인가? 조그만 더 버티면 나타날 거 같은데?’

나는 이를 악 물고 최대한 방어에 집중했다. 그때 나에게 결정타를 날리기 위해 접근을 시도하던 플레이어 하나가 포텐킹의 주먹에 제대로 걸리며 단방에 즉사했다.

“와~!! 저도 한분 탈락 시켰어요~”

“일단 가드를 굳히고 조금만 버텨 곧 회복 아이템이 나올 거야.”

“에? 회복 아이템이요?”

나와 유키라는 공공의 적에 맞서 플레이어들은 여러 방향에서 공격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식적인 팀 매치가 아니었기에 서로 쏘아낸 탄막에 같은 편이 맞을 때도 종종 있었다.

“저기 홍련의 마법사 저스틴 플레이어님 불기둥 좀 잘 좀 쏘세요. 우리 편도 맞잖아요.”

“우리가 팀이었나요? 분명 상품은 개발자 캐릭터를 탈락 시키는 사람에게만 돌아가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래도 이런 식으로 싸우면 우리 다 죽는 다구요!!”

“저는 휘린만 맞히면 됩니다. 그러니 알아서들 피하세요.”

슬슬 저쪽도 분열이 생기는구나.

그런데 이 목소리는 행사 시작부터 팔짱끼고 툴툴대던 그 남자 목소리잖아? 그 사람이 저스틴을 이용하고 있는 건가?

나는 유키의 포텐킹에 기대어 강펀치와 강 킥을 동시에 눌러 SP 게이지를 틈틈히 모아 두었다. 그러자 잠시 후. 휘린의 SP 게이지가 100% 차올랐다.

“유키. 약손으로 나한테 펀치 한 방만 날려줘”

“네?”

“빨리!!”

퍼억!! 나는 일부러 유키의 포텐킹에게 주먹 한방을 얻어맞은 뒤 체력 게이지를 30% 이하로 떨어 뜨렸다. 그러자 휘린의 캐릭터가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아~!! 이제 개발자의 캐릭터인 휘린의 체력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준페이의 중계에 주변에 모여 있던 적들이 득달 같이 나에게 모여들었다.

유키의 포텐킹이 내 곁에서 가드를 굳히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사방에서 날아오는 공격을 버터 낸 포텐킹도 체력이 거의 바닥나 있었다.

나는 모든 플레이어가 한군데에 모이는 순간을 기다렸다. 내가 가진 체력은 23% 기술 한방만 제대로 맞출 수 있다면 곧바로 절명할 수치였다.

그 때 그 아까처럼 화면의 절반이 붉게 물들었다. 거기다 추가적으로 불기둥을 예고하는 바닥까지.. 온 화면을 새빨갛게 물들인 주모자는 홍련의 마법사 저스틴의 소행이었다.

“역시 이렇게 나올 줄 알았지!!”

나는 모든 캐릭터가 한꺼번에 모인 순간 유키의 포텐킹을 박차고 슈퍼 점프를 감행했다.

콰아아앙!!!

저스틴의 어마어마한 화력과 더불어 각자 최강의 기술을 날린 이들은 즉사에 이르는 데미지를 입히고 사라졌다.

그리고 내가 조작하는 휘린이 향한 곳은 이때까지 멀리서 마법만 쏘아대던 홍련의 마법사가 숨어 있는 건물 옥상이었다.

“찾았다!!”

그동안 원거리 마법으로 스트레스가 조금 쌓였던 터라 나도 모르게 함박웃음을 지으며 가볍게 콤보 한 세트를 먹여주자, 저스틴은 데미지를 입으면서도 거리를 벌리기 위해 백스탭을 시도했다.

“어딜 도망가!”

키이잉!! 그 순간 휘린의 눈이 붉게 빛나며 저스틴을 향해 빠르게 달려들었다.

그것은 체력이 30%이하시 SP 게이지 80%를 소비해 사용하는 휘린의 초필살기였다.

“우와!! 빠르다!! 저건 뭐지!?”

“아아앗!!! 여기서 휘린의 초 필살기가 터집니다!!”

화려하게 출렁이는 바스트 모핑과 함께 잠시 그녀의 컷인이 스쳐 지나자, 행사장에 모신 사람들의 입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뭐야!? 방금 휘린의 가슴이.. 가슴이!!”

“나도 봤어!! 움직인다!!”

단지 화면 안에 여자 가슴이 조금 출렁인 것만으로 이렇게 난리법석이 일어날 줄이야..

뭐? 가슴에 손을 얹고 나는 안 그랬냐고...?

물론 나도 슈퍼로봇결전에서 등장한 2D 캐릭터의 바스트 모핑에 박수를 보낸 적이 있긴 하지만, 크흠...

화면 안에서는 휘린은 좌우로 저스틴의 주위를 돌며 자기가 가지고 있는 모든 화기를 사용해 난무를 펼치고 있었다. 마지막 발차기로 공중에 뜬 상대에게 저격 총으로 헤드샷을 날린 그녀는 자신의 키와 엇비슷한 길이의 총을 쿨 하게 바닥에 내던졌다.

결국 휘린의 초필살기에 대비하지 못한 저스틴은 전세를 역전하지 못하고 불꽃이 되어 흩날렸다.

“아~ 여기서 탈락자가 대거 발생하는 군요!! 팀워크의 실패입니다. 그럼 이제 저 준페이도 사이킥 포스의 배틀에 참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 맞다. 저 녀석도 참가자였지!?’

준페이는 어느새 유키의 옆자리에 앉아 캐릭터를 고르고 있었다.

실실 웃는 모습을 보니 어부지리로 나를 죽여 피규어를 득템하려는 속셈인거 같은데, 제기랄 이젠 정말 체력이 없다.

나는 준페이가 나타나기까지 최대한 SP 게이지를 모아두었다.

현재 게임에 남아 있는 플레이어는 유키의 포텐킹. 그리고 교체 투입된 플레이어가 고른 또 다른 포텐킹. 그리고 내가 플레이 중인 휘린과 폭탄마 로이 뿐이었다.

나는 어딘가에 숨어 있는 로이를 경계하며 SP 게이지를 모으기 시작했다.

“유저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월간 패미통신의 자존심을 걸고!! 제가!! 반드시!! 기필코!! 개발자 강준혁의 숨통을 끊어 놓겠습니다.”

‘그냥 피규어가 갖고 싶다고 말해!!’

준페이는 얼마 안남은 나의 HP를 확인하며 입이 찢어져라 미소짓고 있었다.

그가 고른 캐릭터는 류화영을 닮은 휘린..

사이킥 배틀 때부터 류화영을 좋아했던 녀석에게는 어쩌면 당연한 선택일지도 몰랐다.

“준페이. 이~키마스~~(갑~니다~)”

그때였다. 준페이의 캐릭터가 한 건물의 옥상에 등장함과 동시에 화면 중간에

‘WARNING’ 이라는 붉은 경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어? 뭐지!?”

예상치 못한 이벤트에 준페이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화면을 응시하던 중. 건물과 건물 사이로 거대한 눈동자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것이 준페이의 짧았던 플레이의 마지막이었다.

< EP. 24 : 동전을 집어 삼키는 귀신 (5)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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