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마켓 1983-146화 (146/252)

< EP. 24 : 동전을 집어 삼키는 귀신 (4) >

&

어쩌다 내가 이 자리에 앉게 된 건지...

유키와 준페이 녀석 덕분에 사이킥 포스 시연이라기 보단 나라는 인간의 처형식이 된 거 같은데?

살짝 고개를 돌려 건너편을 바라보니, 방금 전까지 나와 화기애애하게 라온 한정판을 주고받던 시연자 들의 눈에 불꽃이 타올랐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대기실에서 사이킥 포스의 시스템을 파악한 그들은 어느새 한마음이 되어 서로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이거 완전 6:2 핸디캡 매치가 되어 버렸잖아? 나는 가볍게 레버를 몇 번 돌리며 심호흡을 하였다. 일단 테스트 플레이는 질리도록 해보았으니, 잠깐 연습해본 초심자들에게 질 수는 없지. 나는 묘한 긴장감 속에 살며시 웃으며 화면을 응시했다.

“자~ 시연자들의 모든 준비가 끝난 가운데 드디어 최초의 8인 대전 게임 사이킥 포스의 중계가 시작 되겠습니다.”

“우와아아~~!!”

“빨리 좀 진행해주세요~ 현기증 납니다!!”

어느새 시연 기판 근처에 가득 모여 있는 사람들은 서로 엉기고 붙으며 고개를 쭉 내밀고 있었다. 그 순간 내 등 뒤에 설치된 카메라가 돌아가며 프로젝터에 화면을 쏘아주었다.

천장에 매달린 프로젝터 스크린에 게임 화면이 떠오르자, 사람들의 시선이 전부 위로 향했다.

‘완전 공개 처형이네...’

내가 피식 웃음을 흘리자, 나를 지켜보던 준페이가 마이크를 통해 외쳤다.

“아~ 강준혁 선수 여유 있는 미소를 보여줍니다. 마치 올 테면 와보라는 표정인데요~”

“…….”

젠장 마음대로 웃지도 못하겠네...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스타트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자리에 앉은 8명의 플레이어가 동시에 스타트 버튼을 누르며 게임에 접속했다.

‘일단은 다들 어느 정도 시스템을 파악했겠지만, 대전 격투에 서툰 사람도 있을 테니까. 머릿수를 빨리 줄여야한다. 그렇다면 한방에 제대로 데미지를 넣을 수 있는 캐릭터가 필요한데..’

“아, 그러고 보니 제가 자세한 이벤트의 내용을 설명 드리지 못했네요. 뭐~ 방식은 간단합니다. 시연에 참가한 플레이어 중 이시카와씨나 강준혁씨의 캐릭터를 가장 먼저 처치하시는 분께 패미통신 1년 정기 구독권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오~~ 정기구독권. 하지만 펜타곤에 비하면 상품이 뭔가 좀 초라한데?”

유저들의 시큰둥한 반응에 준페이가 나에게 다가와 물었다.

“야, 뭐 줄 거 없냐?”

“너 인마, 나를 이 꼴로 만들어 놓고 선물까지 뜯어가려고!?”

“서비스라 생각해~ 기사 좋게 써줄게. 덕분에 일반 시연보다 분위기가 훨씬 달아올랐잖아.”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거 게거품물고 덤벼들게 해주지.’

나는 잠시 상품에 대해 머리를 굴려 보다가 준페이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그러자 준페이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힐끔 상품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괘... 괜찮겠냐?”

“물론. 내가 질 거 같냐?”

“…….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가 널 꼭 없애줄 테니 그때까지 살아 있어다오..”

“그래보시던가.”

준페이는 한쪽 입 꼬리를 올리며 내 어깨를 툭툭 두드리곤 행사장 인원을 향해 소리쳤다.

“자~ 방금 악마의 디렉터 준혁씨가 시연자들에게 새로운 선물을 제시했습니다.

그를 물리친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상품은 바로...!!!!”

사람들의 기대에 찬 눈이 일제히 그를 향하자, 준페이는 손가락으로 행사장 한쪽 구석에 있는 사이킥 포스의 디오라마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저 안에서 원하는 캐릭터 피규어 하나를 가져갈 수 있습니다!!”

“우와아아악!!!!!!!!!!”

“아악!! 그런 게 어딨어. 저도 참가 시켜줘요!!!!”

“저도요!! 저도 제발요~!!!”

“으헝헝!! 부러워!! 라온 한정판도 부러워 죽겠는데, 개발자 죽이면 피규어 까지!!”

헐.. 그래도 죽인다는 표현은 듣기가 좀 그런데? 하지만 이것으로 나머지 6명의 어그로를 제대로 끌었겠지?

다시 한 번 벽에 걸린 거울을 이용해 반대편을 바라보니 다들 흥분에 가득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 상품은 정해졌습니다. 준혁씨를 물리친 플레이어는 사이킥 포스 피규어를 가져가고, 유키씨를 물리치는 플레이어는 패미통신의 정기 구독권을 가져가게 되었습니다.”

“왠지. 시작부터 준혁씨만 노릴 거 같은데요?”

“응. 그러라고 일부러 큰 거 건 거야.”

유키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인 나는 캐릭터 선택 창에서 류화영을 닮은 캐릭터인

‘휘린’을 선택했다.

그녀는 조작이 까다로워도 속성 탄을 이용해 가장 다양한 연계 스킬을 보유하고 있는 캐릭터 중에 하나였다.

유키는 8명의 캐릭터들 중에 체력이 가장 많은 근육질 남성을 선택했다.

오프닝 영상에서 붕괴되는 건물을 한 손으로 떠받칠 정도로 강력한 힘을 자랑하는 ‘포텐킹’의 모습은 육중한 장갑차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유키가 은근히 마초 취향이었나?’

잠시 후. 모든 이의 캐릭터 선택이 끝나자, 화면이 전환되며 휘린이 오토바이에 오르는 출격 영상이 흘렀다.

애니메이션을 이용해 탄탄한 그녀의 허벅지를 비추던 카메라 앵글은 이윽고 360도로 그녀의 주위를 비추자 화면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 나왔다.

“이야.. 퀄리티 끝내주는데?”

이윽고 도심을 질주하던 휘린을 향해 어딘가에서 붉은 레이저가 날아오자, 그녀는 오토바이를 박차고 뛰어 올라 대로변의 가로등을 박차고 하늘로 뛰어 올랐다.

그리고 그 순간. 정말 스무스 하게 도심의 야경으로 파고든 휘린의 앞에 캐릭터 중 가장 빠른 스피드를 자랑 하는 쿠노이치(여닌자) 사쿠라가 나타났다.

‘유키가 포텐킹이니 이 녀석은 적이지!!’

순간 일말의 견제도 없이 나는 레버를 앞으로 두 번 움직여 사쿠라를 향해 대쉬를 감행했다.

“뭐야? 저게 실제 플레이 화면이야? 완전 애니메이션이잖아!?”

도트 장인 모리타의 혼이 실린 휘린의 부드러운 모션에 사람들 입에서 감탄사가 흘러 나왔다.

쿠노이치 사쿠라는 자신을 향해 파고 들어오는 휘린을 향해 더욱 빠른 스피드로 파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두 명의 캐릭터가 가까워지며 화면이 캐릭터 위주로 클로즈 업 되었다.

나는 사쿠라가 뻗어 오는 주먹을 회피 동작으로 피해낸 후, 강 킥을 눌러 회피 모션에서 파생되는 뒤돌려 차기를 날렸다.

콰앙!! 카운터 히트로 인해 가볍게 화면이 흔들리며 사쿠라가 뒤로 물러서자, 나는 레버를 앞으로 두고 다시 한 번 강 킥으로 그녀를 걷어찼다.

뻐걱 소리와 함께 90도로 허리가 접힌 사쿠라가 뒤로 튕겨져 나가고, 추가타를 위해 레버를 돌리며 그녀가 나가떨어지는 자리에 총탄을 뿌렸다.

“아이스 불렛!!”

카아앙!! 그녀가 떨어지는 착지 지점에 피어난 거대한 얼음의 꽃은 다시 한 번 사쿠라를 공중으로 날려 보냈다.

“아아!! 멋진 연계기가 펼쳐졌습니다.”

휘린은 공중에 띄워진 사쿠라를 향해 권총을 난사 하며 추가 공격을 감행했지만, 사쿠라의 플레이어는 공중 대쉬로 빠르게 뒤로 물러섰다.

그 순간 휘린의 발밑으로 붉은 반점이 떠올랐다.

“치잇!!”

재빨리 레버를 뒤로 당겨 그 자리를 벗어나자, 동시에 거대한 불기둥이 치솟아 올랐다.

‘홍련의 마술사 저스틴인가!!’

아직 위치 파악도 안 된 상태인데, 어디 숨어 있지?

나는 화면 위에 표시된 맵(MAP)을 살피며 사쿠라와 더욱 거리를 벌렸다. 그 순간 이번에는 휘린의 몸에 록온 마크가 떠올랐다. 아마 어딘가에 저격술사 쉐도우 프레셔가 나를 노린 모양이었다.

군인 출신인 녀석의 총탄은 맵에 위치한 사물을 이용해 튕겨져 괴상한 각도로 날아오는지라 나는 록온 마크가 떠오름과 동시에 텔레포트로 자리를 이탈했다.

그렇게 나를 노리는 플레이어들과 더욱 거리를 벌리자, 앵글이 멀어지며 맵의 전체적인 구도를 그려주었는데, 보아하니 6명의 캐릭터가 나를 향해 빠르게 거리를 좁혀 오는 게 눈에 확 들어왔다.

‘젠장 이러라고 만든 게임이 아니라고!!!’

나는 재빨리 건물의 간판을 딛고 방향키를 아래, 위로 빠르게 입력함과 동시에 점프 버튼을 누르며 건물 옥상으로 슈퍼 점프를 감행했다.

순간 건물 옥상에 숨어 있던 쉐도우 프레셔의 플레이어가 나의 등장에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헉!! 어느새!!”

쉐도우 프레셔는 원거리에서 발군의 기량을 자랑하지만, 근접전 타격에 취약한 캐릭터 였기에 나는 아이스 불렛으로 녀석의 발을 묶은 뒤 빠른 속도로 거리를 좁혔다.

“휘린!! 여기서 쉐도우 프레셔를 노립니다!!”

‘야, 인마!! 내가 뭘 하는지 일일이 떠벌리지 마!!’

나는 얄미운 준페이 녀석을 한번 흘겨 본 뒤, 쉐도우 프례셔를 향해 강하게 앞차기를 날렸다. 그리고 동시에 레버를 앞으로 두 번 튕겨 날아가는 녀석의 몸을 공중에서 붙잡아 복부에 수발의 총탄을 쑤셔 넣었다.

“우와아아아!!!!”

퍽퍽퍽퍽!!! 결국 건물 바닥으로 나가떨어지는 쉐도우 프레셔의 몸을 짓밟고 뛰어 오른 나는 반대편 건물에 발을 딛었다.

그 순간. 콰아아아앙!!!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휘린의 주위로 대폭발이 일어났다.

‘빌어먹을!! 이번엔 폭탄마 로이 인가!?’

로이는 맵 곳곳에 함정 폭탄을 설치하고, 원거리에서 그것을 발동 시키는 캐릭터로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하기 까다로워지는 캐릭터 중에 하나였다.

사이킥 포스의 체력은 게이지가 아닌 퍼센트로 표시 된다.

HP는 도합 200%라는 숫자로 표현 되는데, 방금 전 공격으로 48%의 데미지를 입었다.

“크윽!!”

나는 정신없이 손을 움직여 다시 본래의 건물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이미 그곳에는 어느새 나를 쫓아온 사쿠라가 스킬을 준비하고 있었다.

“젠장맞을!!!”

그녀에게서 쏘아지는 수리검을 SP 게이지를 사용한 베리어로 튕겨내자, 사쿠라의 수리검이 다시 주인을 노리며 되돌아갔다.

“이건 사이킥 배틀에서 류화영이 사용하던 카운터 베리어 군요!!!”

“우오오오!! 멋지다!!”

사쿠라의 수리검을 되돌려 줌과 동시에 두정의 권총에서 얼음과 불의 총탄이 그녀를 향해 날아갔다. 그러자 사쿠라의 모습이 순간 통나무로 바뀌며 본체가 내 등 뒤를 잡았다.

닌자의 기술인 바꿔치기의 술법.

‘짧은 시간 안에 별 기술을 다 익혔네..’

재빨리 가드 버튼으로 사쿠라의 연계기를 막아낸 나는 사쿠라가 결정타를 날리려는 순간 레버를 앞으로 밀어 넣으며 가드 버튼을 눌렀다.

카앙!!

그러자 휘린의 몸이 황금색으로 빛나며 오른쪽 화면에 ‘저스트 블로킹’이라는 문자가 떠올랐다. 강한 공격

“어어? 뭐야!?”

아직 피니쉬 동작을 끝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품안에 파고든 휘린의 몸은 여전히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저스트 블로킹에 성공하면 1초 동안 무적시간이 발동하지!!’

“우선 한 명!!”

< EP. 24 : 동전을 집어 삼키는 귀신 (4)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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