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마켓 1983-118화 (118/252)

< EP. 18 : 신의 손 우치무라 (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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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저녁.

집으로 돌아온 나는 오늘 구입한 물건들을 바닥에 깔아둔 채 한숨을 내쉬었다.

‘저질러 버렸다. 월급 받고 하루 만에 5만엔 가량을 써버렸어.’

바닥에 놓인 물건은 일단 피규어의 옷을 제작할 원단과 따로 옷을 꾸며줄 악세서리들. 그리고 내가 없는 거리 히로인들의 여름 한정 피규어 3세트..

한정판 피규어를 3개나 구입했는데, 왜 가격이 5만엔도 안되냐고?

그것은 이게 도색 전 모델이기 때문이다.

도색이 입혀지지 않은 미완성 피규어는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편이니까..

저번에 망가진 피규어의 도색 작업을 하던 중 나는 뭔가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인 느낌이 들었다.

본래는 나나세의 한정 피규어를 구입하기 위해 아키바를 찾아갔지만, 자세히 보니 도색이 완료 된 것 중에도 조금씩 아쉬운 부분이 눈에 띄었다.

‘나라면 저기서 조금 더 디테일을 살릴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마음으로 매장을 살피던 중. 내 눈에 들어 온 것이 바로 이 도색 전 피규어들이었다.

오히려 완성 된 제품을 구입하는 것보다 애정을 가지고 하나씩 만들어 가는 것에 재미를 붙인 나는 결국 세 히로인의 한정 피규어를 전부 구입해 버렸다.

‘이번 달에도 생활비가 빡빡하겠지만, 후회는 없다.’

우선은 수첩을 꺼내 들고 오전에 긴자 거리를 걸으며 스케치 해둔 기모노 중에 미유키에게 어울릴 만한 것을 찾아보았다.

‘역시 이게 제일 낫겠군.’

잠시 후. 하나의 대상을 고른 나는 우선 값싸게 구입해온 천을 잘라 작업을 시작했다.

비싼 원단을 함부로 소비할 수 없었기에 고안한 방법 중에 하나였다.

‘우선은 이걸로 연습을 하고, 비단은 가장 마지막에 도전한다.’

그렇게 또 다시 수 일이 흐르고..

“와.. 완벽하다!!”

미유키는 내가 상상했던 모습 그대로 책상 위에서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위험해. 내가 만들었지만, 너무 잘 만들었어!!’

생각해보니 현재 내가 입고 있는 천 쪼가리보다 미유키에게 만들어준 비단의 원단이 훨씬 비싸다.

절대 실수 하지 않기 위해 한 땀 한 땀 공을 들인 미유키의 기모노는 정말로 피나는 노력 끝에 얻은 결과물이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피규어.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성취감이 느껴졌지만, 왠지 모르게 허전함과 동시에 묘한 감정이 일어나고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 자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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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주말.

나는 많은 고민 끝에 책상 위에 올려진 미유키의 피규어를 조심스레 포장해 가방에 집어넣었다.

기모노 버전 미유키에 대해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했던 나는 내가 자주 들르던 피규어 샵에 전시장 하나를 빌리기로 마음먹었다.

가끔 피규어 장인들이 개인 소장 물품을 진열해두면 피규어 샵에 방문한 손님들 중에 경매에 붙는 경우가 있었다.

물론 고생해서 만들어낸 첫 번째 작품을 아무에게나 팔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단지 어떤 반응이 올 것인가? 얼마까지 입찰가가 붙을 것인가?

그것이 너무나 궁금했다.

잠시 후. 피규어 샵에 들른 나는 직원에게 문의해 입구 쪽에 위치한 조그만 진열장 하나를 빌리는데 성공했다.

‘나쁘지 않은 위치다. 가게 안으로 들어오면 바로 보이겠어.’

직원이 내민 계약서에 사인을 마치고, 진열장을 빌리는 금액을 지불하자. 잠시 후 내가 만든 피규어가 진열장에 올랐다.

진열대 내부에 설치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환하게 웃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니, 마땅히 그녀가 있어야 할 곳을 찾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어마어마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뭐야 이거? 누구 작품이지?”

“뭔데? 응? 헉!! 쩌.. 쩐다!!”

피규어 샵을 둘러보던 손님들은 새롭게 등장 한 기모노 버전의 미유키를 보자마자, 감탄사를 내뱉기 시작한 것이다.

“이거 아직 입찰 등록 아무도 안했는데? 파는 거 맞나?”

일단 판매등록은 해두었지만, 차후에 일정 부분 수수료를 지불하고 거절할 수도 있었기에 상관은 없었다. 자~ 그럼 어디까지 올라가나 구경이나 해볼까?

그때 어느 정도 눈썰미가 있는 녀석들은 미유키의 모형이 여름 한정 수영복 버전과 같다는 걸 깨달았다.

“이거 이미 완성 된 피규어를 다른 버전으로 커스텀 한 것 같은데? 수영복 버전이랑 포즈가 비슷해. 그런데 이 미칠 듯 한 퀄리티는 뭐지?”

내가 만들어낸 피규어 주변에는 금세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첫 번째 입찰자가 나왔다.

-25,000엔-

최초 입찰가 치고 나쁘지 않은 금액이지만, 그 걸로는 재료값도 안 나오거든?

피규어 샵 한구석에서 사람들의 반응을 지켜보던 나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손에 들고 있던 음료수를 삼켰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번째 입찰자가 나타났다.

-35,000엔-

10분 만에 1만엔이 더 붙었다. 하지만 이제 겨우 피규어에 들어간 재료값의 본전치기 수준이랄까? 내가 들인 시간과 노력에 비하면 저 금액도 싸게 느껴졌다.

하지만 전시 하자마자 채 30분도 안되어 35,000엔까지 금액이 오르다니..

기적이다. 기적이야..

일요일인 다음 날.

아르바이트를 마친 나는 설레이는 마음에 잠도 자지 않고 아키하바라로 향했다.

조급한 마음에 미처 피규어 샵이 오픈하기도 전에 도착한 나는 근처 패스트 푸드점에서 간단히 아침을 떼우고 다시 가게에 들렀다.

‘자~ 그럼 얼마까지 올랐을지 구경이나 해볼까.’

그렇게 웃으며 가게 안으로 들어선 나는 미유키의 진열대에 적힌 금액을 확인하자마자, 선채로 굳어 버렸다.

-189,000엔-

어라?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189,000엔이면 내가 한 달 동안 일한 급여보다 더 많잖아!?

고작 하루 만에 가격이 이렇게 뛰어 오를 줄이야. 갑자기 평온했던 심장이 쿵쾅거리며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거 뭐지? 팔아야 하나? 그래도 심혈을 기울려 만든 첫 작품인데, 고작 돈 따위에 넘어갈 수는.. 하지만 가격이 189,000엔이라니..’

한 7~8만엔 정도까지 오르면 준수한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초 레어 아이템이 되어 버렸잖아?

아니지. 전 세계에 하나뿐이니 초 레어 아이템이 맞구나..

그리고 그 순간. 내 머릿속에 한 가지 사악한 생각이 스쳐 지났다.

“저기, 기모노 버전 미유키 피규어를 제작한 사람인데요. 잠시 피규어를 조정할게 있어서 그런데, 장식장 좀 열어 주시겠어요?”

“아, 네. 알겠습니다. 손님.”

점원은 진열대에서 미유키의 피규어를 꺼내 나에게 돌려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정말이지. 어제 하루 동안 손님께서 전시한 피규어 때문에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마지막엔 손님들끼리 싸움까지 붙을 정도였다니까요.”

“정말요?”

“진짜 엄청난 인기였습니다. 대체 어떻게 이런 피규어를 만드실 생각을 하셨어요?”

“하하.. 그게 우연찮게..”

피규어가 박살나는 바람에..

나는 대충 말을 얼버무리며 기모노의 옷깃을 벗겨 미유키의 바깥 어깨 쪽으로 걷어부쳤다. 그러자 눈앞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점원의 입에서 절로 비명이 새어 나왔다.

“손님!? 이건..!! 이건!!!”

최초에 부서졌던 미유키의 팔과 다리를 이어 붙이며 나는 한 가지 기믹을 만들어 두었는데, 그것이 바로 이 흘러내린 기모노 버전이었다.

흘러내린 기모노 사이로 탐스러운 그녀의 브래지어가 드러나자, 점원은 콧바람을 훅훅 거리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아니 뭐 이정도 갖고 그러지?

나는 자연스럽게 풀어 진 기모노의 옷자락을 반대로 돌려 기모노 버전 미유키의 최대 감상 포인트인 접혀진 엉덩이 살을 그대로 드러내 보였다.

“푸억!! 이런 세상에!! 디테일 보소..”

나는 점원의 열렬한 반응에 피식 웃음을 흘리며 미유키를 다시 장식장으로 돌려보냈다.

“아, 그리고 이거 카메라 촬영은 금지 시켜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잠시 후 매장에 방문한 손님들은 어제 와는 또 다른 미유키의 모습에 경악했다.

“뭐야 이거!? 수영복을 아예 속옷으로 바꿨잖아!!”

“쿨럭.. 천재다. 일부러 기모노가 걸리게 제작 하다니.. 완전히 노렸구나.”

하지만 어마 어마한 입찰가 때문일까? 아무도 선뜻 새로운 입찰 금액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카메라를 들고 있던 한 손님이 피규어를 향해 렌즈를 들이밀자, 그것을 지켜보던 점원이 급히 제시했다.

“손님!! 사진 촬영은 안 됩니다!!”

“아..”

점원의 외침에 손님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카메라를 내려두었다.

사람들은 눈으로라도 미유키의 모습을 실컷 담아 두려는지 진열대 주변을 빙빙 돌며 구석구석 살피고 있었다.

그때 한 남자가 아까부터 노골적으로 미유키의 엉덩이를 살피던 중에 ‘유레카’를 외쳤다.

“여기다. 여기 이 부분!! 살이 접힌 표현까지 구현 되어 있어!! 미친 진짜 돈만 있으면 당장 살 텐데!!”

“그런데 이거 왜 안 팔지? 189,000엔이면 신인치곤 엄청난 금액인데, 설마 팔려고 내놓은 게 아닌가?”

‘안 그래도 지금 그것 때문에 겁나 고민 중이거든!?’

그때 가게 안으로 느끼하게 생긴 중년의 남자가 들어 와 점원에게 물었다.

굉장히 부담스러워 보이는 인상의 남자는 새로운 모습의 미유키 피규어를 바라보더니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입맛을 다셨다.

“여기 기모노를 입고 있는 미유키 피규어 판매자에게서는 아직 연락이 없습니까?”

그러자, 점원은 힐끗 내 쪽을 바라보았다.

불길한 느낌에 세차게 고개를 좌우로 내저어 거부하자, 점원은 난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 그게 아직까지는..”

“이따 오후에 다시 들릴 테니 혹시라도 판매자가 방문하면 꼭 전해 주시오. 내가 얼마를 내든 사고 싶다고.”

중년의 남자는 유리 진열대를 톡톡 두드리며 기분 나쁜 미소와 함께 사라졌다.

‘아.. 안되겠다. 저런 놈에게 돈을 받고 미유키를 넘겨주느니 도로 가져가야겠어.’

나는 결심을 굳히고 몰래 점원에게 다가갔다.

“저기, 아무래도 미유키 피규어를 가져가야 할 것 같아요.”

“네? 손님 그게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 이게 지금 가격이 얼만데요!?”

“원래부터 팔 생각은 없었어요.. 그냥 얼마까지 가격이 오르나 확인만 하고 싶었을 뿐인데..”

“뭐라구요!? 손님. 그런 의도로 입찰을 유도하시면 곤란합니다. 하지만, 본래 주인께서 판매를 원하지 않으시니 이번만큼은 취소 시켜 드릴 수밖에 없네요. 입찰가에 10% 금액을 내주시면 취소 시켜 드리겠습니다.”

“네? 10%요?”

“아무래도 판매하려던 제품을 다시 가져가지면 저희 매장 이미지에 손해가 가기 때문에, 부득이 하게 10%의 수수료를 받고 있습니다.”

잠깐만, 189,000엔의 10%면 18,900엔을 내야 도로 가져갈 수 있는 거잖아!?

크.. 큰일이다. 지금은 그만한 돈이 없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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