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마켓 1983-117화 (117/252)

< EP. 18 : 신의 손 우치무라 (5) - 여기부터 유료연재 입니다.- >

잠시 후. 요다는 내가 건네준 파이널 프론티어의 타마고를 받아들고 신이 나서 집으로 돌아갔다.

약간 정신이 없지만, 그때 요다 대신 뽑아주었던 검은색 타마고는 내 손에 돌아왔다.

요다 녀석이 여기저기 떨어뜨렸는지 외관에 기스가 잔뜩 생겨나 있었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다. 다시 타마고상을 뒤집어 보자, 햇살에 비치고 있는 음각의 문장은 드래곤 엠블렘의 문장이 확실했다.

‘대박이다.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 왔어.’

마치 머릿속에서 ‘우치무라는 드래곤 엠블렘의 타마고를 손에 넣었다.’ 라는 메시지가 떠오르는 느낌이다.

끼이익. 쿵.

현관을 걸어 잠그고 방으로 돌아온 나는 침대에 걸터앉아 검은 타마고상의 버튼을 눌러보았다. 그러자 화면 안에 잠들어 있는 ‘알’ 하나 보였다.

“일단 기존에 타마고상이랑 별 다를 건 없어 보이는데?”

일단 ‘알’ 상태인 타마고상은 부화할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 현실의 시간으로 2시간 정도니까. 일단 이 상태로 두고 피규어 작업을 계속해 볼까?

나는 타마고상을 책상에 올려둔 채 곱게 접어둔 얇은 고무장갑을 다시 착용했다.

‘좋아 시작하자.’

그때 책상 위의 타마고 상에서 요란한 알람이 울렸다.

삐삐삐삐삐삐.

“뭐야? 벌써 깨어날 리가 없는데?”

고개를 갸웃 거리며 책상 위에 타마고 상을 집어 들어보니 방금 플레이를 시작한 타마고상이 게임 오버 상태가 되어 있었다.

“뭐야? 왜??”

어이가 없네..

뭔가 잘못했나 싶었지만, 게임 스타트에 잘 못하고 뭐 고가 어딨어?

다시 스타트 버튼을 누르니 다시 ‘알’ 상태로 게임이 시작되었다.

이젠 괜찮겠지 싶었던 나는 다시 자리로 돌아가 피규어의 다시 부분을 집어 들었다.

에나멜 염료를 적절하게 배합하여 최대한 살색에 가깝게 만들고 조심스럽게 붓을 집어 들려는 찰나.

삐삐삐삐삐삐.

“아~ 왜!!”

자꾸 중요한 순간에 왜 저러는 거야?

하는 수 없이 다시 타마고상을 확인해보니 이번에도 역시나 게임 오버 문구가 떠올라 있었다.

“이상하네. 고장 났나?”

하지만, 뭘 해도 삼세번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나는 다시 게임을 플레이 시키고 이번에는 계속해서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일단 타마고상이 죽기 전에는 ‘다잉 메시지’를 남기기 때문이다.

만약에 기기를 바닥에 떨어뜨릴 경우에 잠간 동안 ‘아파!!’ 라는 메시지가 나온다.

나는 대체 왜 타마고상이 시작하자마자 죽는 건지 이유가 궁금해졌다.

만약에 아무 짓도 안했는데 ‘아파!!’란 메시지가 나온 다면 아마도 충격을 인식하는 센서 부분이 고장 났을 확률이 컸기 때문이다.

잠시 후. 계속 타마고상에게서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리고 난 그 메시지를 보자마자 기겁한 듯 숨을 틀어막았다.

“더워...”

삐삐삐삐삐삐..

덥다니? 뭐가!? 내 방이?

당연하지!! 지금은 한 여름인 걸! 에어컨 따위 없는 걸!!

아니, 그것보다 이게 어떻게 내 방이 더운걸 아는 거야? 이런 타마고상 본적도 없다고!!

나는 타마고상을 손에 쥔 채로 잠시 동안 바라보다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내 방에 시원한 곳이 있을 턱이 없는데, 그렇게 두리번거리던 내 시선에 들어온 곳이 하나 있었는데, 아무리 그래도 저기는 좀..

“괜찮을까?”

잠시 고민 하던 나는 결국 싱크대 옆에 설치된 냉장고 문을 열었다.

덥다면 시원하게 해줘야지. 어쩌겠어?

게임을 스타트 시킨 나는 냉장실 문짝에 위치한 계란을 넣어두는 곳에 타마고상을 세웠다.

“아무리 생각해도 미친 짓 같지만, 누가 뭐랄 사람은 없으니까..”

행여 냉장고 문이 닫히는 충격에 타마고상이 또 죽을까봐 나는 조심스레 문을 닫아 주었다.

“작업 좀 하자. 작업 좀..”

다시 자리로 돌아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냉장고를 바라보았지만, 더 이상 알람소리는 울리지 않았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 미유키의 다리를 집어 들었다.

길고 매끈한 미유키의 다리를 바라보던 나는 잠시 후에 커터 칼을 집어 들었다.

아무래도 엉덩이로 이어지는 라인이 조금 매끈하지 않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리가 이렇게 뒤로 가면 엉덩이 밑 부분이 살짝 접히는 게 정상이잖아.’

어차피 차후에 옷을 입히면 보이지도 않는 부분이지만, 나는 쓸데없는 곳에 디테일을 살리는 이상한 버릇이 있다.

결국 커터 칼을 들고 몇 십 분을 소비한 끝에 살짝 엉덩이 살이 접히는 주름을 표현해낸 나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거 괜찮은데? 의외로 나 이쪽 계통에 소질이 있을지도?’

스스로의 업적에 경탄하며 다시 붓을 집어 든 나는 미유키의 한쪽 다리 작업만 거의 몇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다.

미켈란젤로가 ‘피에타’ 조각상을 만들 때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마치 자신의 혼을 한 줌 떼어내어 빗어내는 이 느낌.

만들다보니 재미가 붙은 나는 채광에 의한 그라데이션 기법까지 이용해 그녀의 매끈한 한쪽 다리를 살려냈다.

꼬르르륵..

몰려드는 허기에 시계를 바라보니 벌써 점심때가 훌쩍 지나 있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아르바이트 가기 전에 잠은 좀 자둬야하는데..”

끈적끈적 한 에나멜이 묻은 장갑을 벗겨 내고, 장시간의 양반 다리로 인해 저릿저릿한 다리를 주무르며 일어선 나는 냉장고를 바라보다가 잊고 있던 무언가가 생각났다.

“아차, 타마고상!!”

피규어에 집중하느라 알이 깨어난 시간도 잊어 버렸네.

냉장고 문을 조심스레 열어 타마고상을 꺼내보니 화면엔 게임 오버가 떠있었다.

“또 죽었네. 대체 뭐 이런 녀석이 다 있냐..”

하지만 잠시 생각을 정리해보니 어쩌면 충분히 그럴 만도 했다.

아직은 시중에 알려지지 않은 희귀한 달걀.

거기다가 패밀리 게임 중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드래곤 엠블렘’의 문장을 등에 달고 있다는 것은 어쩌면 이 녀석 역시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타마고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타마고상에게는 각각의 성격이 있다.

오늘 오전 요다 녀석이랑 교환했던 파이널 프론티어 타마고는 ‘위풍당당’ 무얼 먹여도 잘 먹고 놀때는 신나게 노는 씩씩한 녀석이었다.

그 녀석에 비교하면 요 검은 달걀의 성격은 ‘극악의 까칠함’ 인 듯하다.

더구나 다른 타마고상에게선 한 번도 본적 없는 체온 시스템이라니..

아무래도 이 녀석을 키워내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정성이 필요할 것 같았다.

‘지금은 미유키의 피규어를 완성 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네 녀석을 부화시키는 것은 그 이후로 미루겠어.’

나는 게임이 종료된 타마고상을 일단 서랍에 넣어두었다.

&

그리고 다시 일주일의 시간이 흐르고..

“돼.. 됐다!!”

본래 모습. 아니 그 이상의 아름다움으로 눈앞에 서있는 그녀의 모습에 절로 탄성이 새어나왔다.

다시 나를 향해 활짝 웃고 있는 미유키의 미소를 마주하니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산산히 부서졌던 팔 다리와 허리는 감쪽같이 붙여 놓았다. (거기에 살짝 추가 적인 기믹까지 포함해서..) 거기다 의상에 더욱 버전 업을 시켜 비키니 수영복 차림이던 그녀의 복장을 리페인팅 하여 속옷으로 바꿔놓았다.

‘그런데, 뭔가 미유키 보다는 행사장에서 보았던 유키씨를 더 닮은 느낌인데? 아무튼 다음 주에 월급이 들어오면 예쁜 옷을 입혀줄 테니. 조금만 기다려줘.’

그날 밤.

아르바이트 휴일이었던 나는 미유키가 완성 된 기념으로 ‘내가 없는 거리’ OVA를 처음부터 끝까지 돌려보았다.

오리지널 비디오 애니메이션으로 제작 된 내가 없는 거리는 모리타씨가 직접 작화 검수에 들어간 만큼 굉장한 퀄리티로 제작 되었다.

애니메이션의 메인 히로인은 유저들의 앙케이트 조사를 통해 이루어졌고, 최종적으로 미유키로 결정 되었다는 기사를 보았을 때 나는 환호성을 내질렀다.

2위인 나나세와 200표라는 근소한 차이로 거둔 미유키의 승리였다.

“역시 몇 번을 돌려 보아도 명작이구나.. 역시 소장하길 잘했어.”

총 5편으로 제작 된 내가 없는 거리의 비디오 테잎을 다시 케이스에 넣어 둔 나는 책상 서랍을 열어 드래곤 엠블렘의 타마고를 꺼내보았다.

‘기다려라. 조만간 제대로 키워줄 테니. 어디 누가 이기나 해 보자구.’

&

“이번 달도 수고했다. 우치무라. 자~ 이번 달 급료다.”

“감사합니다. 점장님.”

점장님이 내민 흰 봉투 안으로 빳빳한 지폐의 감촉이 느껴졌다.

심야 알바는 주간보다 급료가 조금 더 높았기에 이렇게 일주일에 4번씩 한 달 동안 일해서 버는 돈은 약 16만엔에 달했다.

하지만 월세 4만엔과 기타 관리비. 그리고 교통비를 제하면 내게 남는 돈은 약 10만엔 가량?

미유키의 피규어를 구입한 이 후 매일 같이 컵라면으로 연명하던 지난날이 떠오르자, 꽉 막혔던 숨구멍이 탁 트이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이왕 이렇게 된 거 세츠나씨와 나나세의 한정 피규어도 질러 버릴까?’

왠지 미유키 혼자 있으니 쓸쓸해 보이기도 하고, 역시나 히로인 세 명이 뭉쳐 있어야 든든하겠지?

새벽에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잠깐 눈을 붙인 뒤 아침에 눈을 떴다.

그리곤 서둘러 옷을 챙겨 입고는 곧장 전철역으로 향했다.

오후에 아키바에 들리기 전에 먼저 가봐야 할 곳이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 후. 내가 도착한 곳은 도쿄의 명품 거리라 불리 우는 ‘긴자’ 였다.

일본의 전통 의상을 판매하는 매장이 즐비한 이곳에서 나는 미유키의 의상을 만들어 낼 컨셉을 찾고 있었다.

수첩을 손에 들고 거리를 둘러보면서 쇼윈도에 전시된 의상들을 빠르게 스케치해 나가던 중. 나는 미유키에게 꼭 어울릴 만한 밝은 연 분홍색의 원단을 찾아냈다.

하지만 굉장히 고급스러운 매장의 인테이어에 기가 죽은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천천히 가게 문을 열었다.

“저기, 원단을 좀 구입하고 싶은데요..”

가게 문을 열고 조심스레 말을 건네자, 직원은 친절한 미소로 나를 반겼다.

“옷 맞추시게요?”

“아, 그게..”

차마 피규어에 입혀줄 옷을 맞추러 왔다고는 못하겠고,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돌렸다.

“전통 의상에 대해 공부 중인데, 샘플이 필요해서요. 혹시 조금만 구입할 수 있을까요?”

그러자 가게 점원은 살짝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원단이 필요하세요?”

“저기 쇼윈도에 진열된 기모노와 같은 색상의 원단을 원하는데..”

“아, 저건 전통 방식으로 제작 된 최고급 기모노인데요. 주 원단은 ‘비단’이예요.”

“비단이요?”

그럼 엄청 비싼 거 아닌가? 갑자지 점원의 얼굴에 화색이 도는 걸 보니 굉장히 불길하다.

“한 마에 얼마.. 인가요?”

“네. 가격은 16,000엔입니다. 만져보시면 아시겠지만, 최고급 원단이에요. 봄에 피어오르는 벚꽃을 연상케 해서 인기가 좋은 색상입니다.”

커헉. 90cm x 110cm 사이즈에 16,000엔!? 그렇다면 한정판 피규어 하나랑 맞먹는 가격이잖아? 엄청나게 비싸다.

실패할 것도 생각하면 적어도 두 마는 필요한데, 무리무리. 절대 무리다.

하지만 발길을 돌리려 해도 자꾸만 저 원단이 눈에 밟히던 나는 결국 눈을 질끈 감았다 뜨고는 점원에게 말했다.

“저 색상으로 한 마 만 주세요.”

“한 마요? 흐음.. 원래 저희 가게는 한 마 단위로는 안 파는데, 그래도 공부하는 학생이라니까 이번에만 특별히 해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잠시 후. 원단 가격을 지불하고 가게를 나오며 나는 생각했다.

‘기회는 오직 한 번. 절대 실패는 없다.’

< EP. 18 : 신의 손 우치무라 (5) - 여기부터 유료연재 입니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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