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마켓 1983-113화 (113/252)

EP. 25 : 신의 손 우치무라 (2)

‘바..하.. 무트다.’

할 수 있다. 이거라면 가능해!!

세상에 이런 타이밍에 바하무트가 나올 줄이야. 이것은 분명 미유키가 무리해서 피규어를 구입한 나에게 행운을 내려준 거야!!

나는 혹시라도 타마고상을 떨어뜨려 데이터가 삭제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근처에 직원에게 다가갔다.

“저기.. 혹시 데이터 케이블을 좀 빌릴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손님. 이쪽으로 오세요.”

친절하게 웃으며 카운터 쪽으로 나를 인도하는 여직원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같았다.

잠시 후 여직원이 가져온 데이터 케이블을 이용해 안전하게 ‘바하무트’를 카트리지 안으로 옮긴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케이블을 돌려주었다.

현재 내가 가진 병력은 총 5마리..

몬스터 종류에선 물속성의 코부기와 불속성의 퐈이야.

인간에선 방패 보병과 이도류를 사용하는 여검사.

그리고 마지막 최강의 환수종 바하무트.

나쁘지 않은 조합이다.

나는 타마고샵의 한쪽 구석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새로 등장한 바하무트를 키우기 시작했다.

지금 막 태어난 바하무트는 아무런 스킬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어느 정도 레벨 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최강의 스킬 ‘메가 플레어’까진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쓸만한 스킬을 손에 넣어야한다.

그 순간에도 배틀 존에서는 참가 희망자가 줄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기에 조금은 초조한 마음이 일었다.

“주말 이벤트 참가 종료 10분 전입니다~”

뭐라고!? 참가 시간이 정해져 있었단 말인가?

하긴 무작정 사람을 받아 하루 종일 이벤트를 할 수도 없었기에 어쩌면 당연한 조치일 수 있었다. 하는 수 없이 나는 바하무트의 레벨을 8정도까지 올린 후 대회 참가 신청표를 작성했다.

타마고 몬스터의 배틀은 총 5:5 배틀로 3번을 먼저 이긴 사람이 승자가 된다.

배틀 시작 전에 상대방의 타마고 몬스터를 잠시 볼수 있었고, 이윽고 배틀이 시작되면 상대방의 몬스터 정보를 참고해 몬스터를 배치시킨다.

그리고 차례대로 등장한 몬스터끼리 1:1로 겨뤄 승부해 나가는 방식이었다.

도전자로서 승자와 겨룬 후 10연승을 해야 했기에 총 11번의 승리를 거두면 누구에게나 상금 2만엔을 지급해주었고, 방어에 성공한 우승자는 그 달의 챔피온 쉽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할 수 있다. 고작 레벨 8이지만, 내가 가진 몬스터는 최강의 환수종 바하무트. 11연승이야 문제없다.’

바하무트가 아니더라도 물속성의 코부기나 이도류 여검사 역시 꽤나 상위에 랭크되어 있는 데미지 딜러였기에 가능성은 충분했다.

“자~ 여러분 함께 외쳐요. 몬스터 배틀~ 파이트!!”

“파이트!!”

어느새 대기 줄에 서있는 아이들과 하나가 되어 감을 느낀 나는 주먹을 불끈 쥔 채 ‘파이트’를 외쳤다.

5:5의 배틀이더라도 경기 진행은 굉장히 빠르게 진행 되었다.

역시나 아직 몬스터 배틀의 깊이를 모르는 꼬맹이들의 놀이라는 것이지.. 크큭

상대방의 몬스터 배열을 미리 보여준다는 것은 서로의 몬스터를 보여줌으로서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하라는 뜻이다. 어떠한 속성의 몬스터를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상대방이 몬스터를 꺼내는 등장 타이밍에 카운터를 칠 수 있는 몬스터를 등장 시키는 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

하지만 아이들은 그저 자기가 키워낸 몬스터를 자랑삼아 내세울 뿐 그 속에 숨어있어야 할 전략이란 눈꼽 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건 정말 식은 죽 먹기야. 2만엔은 무조건 내꺼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초반에는 흥미롭게 바라보던 배틀 장면도 슬슬 지루해지기 시작할 때쯤 사회자가 내 이름을 불렀다.

“다음 도전자는 우치무라 히로키씨!! 배틀존 위로 올라와주세요~”

현재 올라와 있는 승자는 방금 전에 도전해서 겨우겨우 1승을 챙기고 첫 방어전을 치루는 애송이였다. 일단 사뿐히 즈려 밟고 시작해 볼까?

“자~ 그럼 양쪽 모두 몬스터를 배치해주세요~!!”

훗 그 누구와도 데이터 교류를 하지 않은 나는 어차피 5마리의 몬스터 밖에 없다. 꼬맹이들이야 친구들끼리 데이터 교류를 통해 수십마리를 모았겠지만..

나는 이를테면 소수 정예라고 할까? 어디 나의 최강의 5마리를 버텨 보거라.

어차피 내가 고를 수 있는 몬스터는 5마리뿐이었기에 순식간에 등록을 마치자, 회장 안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저 사람 몬스터가 다섯 마리밖에 없어.”

“그런데 방금 마지막으로 선택한 몬스터 환수종 바하무트 아냐?”

“뭐? 정말?”

“검은 드래곤 모습이었는데..”

나는 슬쩍 입꼬리를 올리며 상대편 꼬맹이를 바라보았다.

아이는 회장에서 술렁거리는 ‘바하무트’라는 단어에 바짝 긴장한 모양이었다.

걱정마라 초반부터 바하무트를 내세우진 않을테니까.

‘왜냐하면 레벨 8짜리 바하무트라는 걸 들키면 후반에 갈수록 그에 대한 대응 법이 나올 수 있으니까. 무조건 바하무트는 마지막이다.’

그렇기에 나는 이도류 검사를 가장 최전방에 내세웠다.

이도류의 여검사는 두 자루의 검을 들고 있는 만큼 한번에 2회 공격이 가능했고 내가 가장 애정을 가지고 키운 녀석이기에 발군의 성능을 자랑했다.

“자~ 그럼 모두 함께 외쳐요. 몬스터 배틀~ 파이트!!”

“파이트!!”

사람들의 외침과 동시에 화면 안에는 이도류 검사와 동물계 몬스터 샤갈 타이거가 등장했다. 긴 갈기를 휘날리는 제법 위력적인 몬스터 중에 하나였다.

‘제법인데? 하지만..’

나는 히죽 웃음을 흘리며 도전자로서 선제공격을 날렸다.

‘동물계 몬스터는 인간형에게 약하지!!’

파팟!! 시작부터 최강의 스킬을 사용한 이도류 검사의 화려한 검격에 샤갈타이거의 체력 게이지의 절반이 통째로 날아가며 스턴을 일으켰다.

스턴은 기절 공격으로 적에게서 한 번의 공격 턴을 빼앗아 올수 있었다. 5%확률로 터지는 기절이 여기서 걸리다니 출발이 좋군.

“우와!! 이도류 검사가 강하다고는 들었지만 이정도일 줄이야..”

샤갈 타이거는 단한번의 공격도 해보지 못한 채 이도류 검사의 칼에 무릎을 꿇었다.

허무하게 첫 번째 몬스터를 잃은 꼬맹이는 재빨리 다음 몬스터를 등장시켰다.

“번개속성의 동물계 몬스터 비카츄가 두 번째 몬스터로 등장했습니다! 여기서 도전자 우치무라씨는 두 번째 몬스터는!? 아!! 불속성 몬스터 퐈이야가 등장하는군요!! 우치무라씨 상대방의 몬스터 배열을 꿰뚫고 있습니다!”

당연하지, 비카츄는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몬스터.

분명 애정을 갖고 키웠으니 앞쪽에 두었을 거라 예상했기에 최악의 상성인 물속성의 코부기는 4번째로 미뤄두었지. 크큭.. 역시 난 대단해.

“두 번째 몬스터 배틀~ 파이트!!”

불속성의 퐈이야와 번개속성의 비카츄.

이번에는 꼬맹이의 비카츄가 선제공격을 할 차례였다. 하지만 불속성의 퐈이야에게 치명타를 입히긴 어려웠고, 서로 스킬을 주고받는 난전 끝에 퐈이야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손쉽게 두 번의 승리를 거둔 나는 여유 있게 다음 배틀에 임했고 3차전에서 뛰어난 방어력으로 적의 공세를 막아낸 방패 기사의 활력으로 여유 있게 승자가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뒤이어 나에게 도전한 꼬맹이들에게도 마찬가지 승리 공식이 도입되었다.

‘크큭.. 너무 쉽군. 이건 거의 학살 수준이잖아. 굳이 바하무트를 꺼내지 않아도, 3~4차전에서 다 무릎을 꿇으니 하품이 나올 지경이군.’

이대로라면 챔피온 쉽에 도전해서도 가뿐히 이길 수 있겠어.

그때가 되면 나의 바하무트도 최종 진화로 궁극의 바하무트가 되어 메가 플레어를 뛰어 넘는 기가플레어를 사용할 수 있겠지?

나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쿡쿡 거리며 배틀에 임했다.

“아아~!! 우치무라씨 강합니다. 적절한 몬스터의 배합으로 다섯 마리의 몬스터를 가지고 모든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고 있습니다~!! 자~ 이제 마지막 한 번의 방어만 성공하면 챔피온쉽 도전 자격과 함께 상금 2만엔을 거머쥐게 될 텐데요. 과연 마지막 도전자가 그의 연승 행진을 멈출 수 있을까요?”

이 짓도 피곤하군. 빨리 아무나 올라와라. 2만엔 타고 집에 돌아가 조금 쉬어야겠어. 저녁엔 아르바이트도 나가야하니까..

“도전자 토시유키 타카시군~ 배틀존으로 올라오세요.”

마지막으로 올라온 상대는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이었다. 꼬맹이들만 상대하다가 마지막은 고등학생이라~ 조금은 날 즐겁게 해줄 수 있을까?

왕좌의 기분에 취한 나는 가볍게 버튼을 눌러 다섯 마리의 몬스터를 출격시켰다.

“아~ 토시유키군. 몬스터 배합에 굉장히 신중한 모습인데요.”

‘어차피 너에게는 죽음뿐이니 순순히 받아들이거라~’

하지만 고등학생은 몬스터의 선택만으로 거의 5분 가까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 자식.. 무의미한 짓을 하고 있군.

이 몸은 어서 집에 돌아가고 싶단 말이다.

빨리 집에 돌아가서 나의 미유키쨩을 쓰담쓰담..

응..?

.....

...

없다..? 분명 아까까지 내 발 밑에 있었는데?

미유키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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