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마켓 1983-111화 (111/252)

EP. 24 : 악마의 달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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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마고 몬스터 샵은 오픈과 동시에 어마어마한 속도로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개발 초기부터 패미통신을 이용해 타마고상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계속해서 홍보한 덕분이었다.

그 효과로 발매당일 뽑기 머신의 레버들은 쉴 새 없이 돌아갔고, 5대를 준비한 판매용 가챠 캡슐은 아무리 기계에 쑤셔 넣어도 채 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동이 나기 시작했다.

정가 1980엔짜리 휴대용 미니 게임기는 아이들 장난감으로서 충분히 납득할만한 가격으로 정말 어마어마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었다.

타마고 몬스터 샵은 연일 사람들로 붐비며 매일이 축제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부모님과 함께 온 아이들은 장내를 뛰어 다니며 마스코트인 타마고 인형과 놀기 바빴고, 배틀 존에서 사회를 보는 진행자는 목소리가 갈라질 때까지 ‘자~ 친구들 함께 외쳐요. 몬스터 배틀~ 파이트!!’를 외쳐댔다.

휴대용 겜보이가 없는 아이들은 판매대에서 카트리지만 구입한 뒤 30대의 겜보이가 설치된 어드벤쳐 존이라는 놀이방에서 무료로 한 시간씩 스토리 모드를 즐길 수 있었다.

(물론 놀이방을 나갈때는 기기를 반납해야한다.)

사실 배틀 요소를 갖춘 타마고 몬스터에는 절대적으로 강한 몬스터가 없다는 것이 특징이었다.

현재 타마고 몬스터에서 최강으로 설정된 몬스터는 파이널 프론티어에 등장하는 환수종 바하무트였지만, 그마저도 카운터를 칠 수 있는 몬스터는 존재했다.

저마다 약점이 존재했고, 상대방이 어떤 몬스터 종류로 치고 들어오느냐에 따른 심리전 요소와 손쉬운 배틀 방식이 아이들의 흥미를 제대로 자극하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돈 냄새를 맡기 시작한 개인업주들이 펜타곤 소프트에 직접 발주를 요청하기 시작했다.

카와구치 대표는 자신이 만든 파이널 프론티어 3의 판매량 검수도 잊은 채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달걀의 판매 수치에 넋을 놓고 있었다.

“준혁씨. 대체 지금 일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까?”

무슨 일이 벌어지긴..

앞으로 몇 십 년을 울궈 먹을 희대의 컨텐츠가 탄생한 거지.

현재 라이텍스를 비롯해 내 수중에 있던 3개의 공장들은 전부 타마고상의 제조만으로 풀가동 상태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자 정가 1980엔 짜리 미니 게임기는 초반에 품귀현상으로 1만엔에 거래된다는 소식에 초반에 물품을 사재기해서 비싼 가격에 되팔이를 하는 악습까지 생겨나고 있었다.

자판기 앞에 한 사람당 1개씩만 구매해 달라고 안내 문구를 써 붙여 두었지만, 지방에서 온 업자들은 몇 번이나 줄서기를 반복해서 대량으로 구매해 가는 모양이었다.

‘역시 샵 하나 만으론 버티기가 힘들겠어.. 판매 방식을 더 늘려야 해.’

결국 나는 원활한 제품의 공급을 위해 하청 기업까지 수주를 맡겨 단말기 제조에 더욱 열을 올렸다.

그렇게 약 한 달이 지난 시기부터 일본 열도 전역에 타마고상의 미니 자판기가 배급되기 시작했다. 자판기는 아이들이 자주 드나드는 문방구나 동네 게임 샵들이 자체적으로 관리한다는 조건 하에 무상으로 선착순 배급 되며 그 영역을 조금씩 넓혀 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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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릭. 삐리릭.

최근에 카페에 앉아 있다 보면 심심치 않게 타마고상의 전자음이 들려오곤 했다.

작고 귀여운 달걀 모양의 미니 게임기는 악세사리처럼 가방에 매달고 다니는 사람도 있었고, 미래의 스마트 폰 게임처럼 걸어 다니면서 플레이하는 사람도 종종 보였다.

그리고 내 앞에 있는 유키 역시 아까부터 타마고상에게 밥을 먹여주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무래도 이번 타마고상은 성격이 ‘까칠’ 인가 봐요.”

“괜찮아. 그 정도면 양호한 거야. 내가 키우는 녀석은 ‘도도’거든.. 배고프다고 해서 밥을 줘도 자기가 원하는 게 아니면 먹지를 않으니. 굉장한 편식 쟁이야..”

타마고 상의 성격은 여러가지가 있다. 물론 처음에는 성격 자체를 드러내진 않지만, 키우다 보면 알 수 있었다.

온순한 녀석, 까칠한 녀석, 비겁한 녀석부터 겁쟁이나 용감무쌍한 성격도 있었다.

최근에 나 역시 한 마리 키워볼까 해서 파이널 프론티어의 타마고 하나를 까서 키우고 있는데, 이 자식 성격이 더럽게 도도하다.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재미나게 놀다가도 어느 순간 토라져서 알로 돌아가 잠을 자버릴 때도 있고, 그러다가도 지가 심심하면 놀아달라고 알람을 울린다.

조금은 짜증나는 시스템이지만, 바로 이 성격이라는 것 때문에 타마고상은 단순한 미니 게임 형태의 영역을 훨씬 뛰어 넘을 수 있었다.

만약 모든 몬스터가 똑같이 온순하고, 정해진 시간에 밥을 달라하며, 그것을 주는 대로 받아먹었다면 아마 단숨에 최강의 몬스터를 만드는 공략이 떠돌았을 것이다.

어쩌면 너무나 단순한 게임 방식에 한 순간의 유행으로 사라질 수도 있었다.

거기서 내가 제안한 아이디어가 바로 성격이라는 ‘A.I 시스템’ 이었다.

말은 거창하게 A.I라 설정했지만, 사실은 단순하기 그지없는 명령 불복종 판정 형식을 기기마다 제 멋대로 나열한 것뿐이지만..

“준혁씨 저기 테이블에 앉아 있는 커플도 타마고상을 같이 키우나 봐요.”

유키의 말에 살짝 고개를 돌려보니 유키가 가리킨 테이블 말고도 연인들이 앉아 있는 테이블 위에는 타마고상이 한 두 개씩은 놓여 있었다.

무언가를 키워서 서로 데이터를 공유한다는 것에서 ‘타마고상’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연인들에게도 무척이나 인기 있는 아이템 중에 하나였다.

그래서일까? 근처에서 들려오는 대화중에 간혹 ‘타마고상’이라는 단어가 섞여 들려왔다. 아무래도 자기가 키우고 있는 몬스터에 대해 자랑 중인 모양이다.

나는 마시던 음료수를 테이블에 내려놓은 뒤 여전히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유키를 향해 입을 떼었다.

“아마 다음 주 중으로 타마고상에 대한 판매금액의 일부가 입금될 거야.”

“정말요? 이번엔 얼마나 들어오나요?”

“전에 내가 없는 거리의 나나세 시나리오 작업 인세로 준 돈이 얼마였지?”

“50만엔이요.”

유키는 테이블에 양손을 올린 채로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나와 함께 작업한 모리타와 하야시는 각각 성과급으로 150만엔 씩 넣어주었다.

물론 내가 없는 거리에 대한 흥행도와 판매량을 따진다면 그들에게 건네준 성과급이 적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착각해선 안 되는 부분이 있는데, ‘내가 없는 거리’가 엄청난 판매량으로 인해 수많은 이익을 내었다 해도, 그 돈이 전부 내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은 펜타곤 소프트라는 회사를 운영하는 금액이었고, 차기작을 마련할 개발금이나, 사원들의 복지에 쓰였다. (사실 내가 사이킥 배틀을 만들고 민텐도에서 받은 성과급에 비하면 다들 어마어마한 금액이지..)

전에도 한 번 느꼈지만, 유키는 돈에 대해 큰 욕심이 없어 보였다.

내가 없는 거리의 성과급도 받은 즉시 통장에 입금했을 정도니까. 그녀는 또래와는 달리 물건에 대한 욕심이 별로 없었다. (대신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가는 것을 제외하고는..)

창가로 들어오는 밝은 햇살에 살짝 눈을 부비던 그녀에게 나는 툭하고 말을 던졌다.

“거기서 5배정도라 생각하면 돼.”

“네?”

“250만엔.”

“……. 히끅.”

유키는 250만엔이라는 금액에 깜짝 놀랐는지 나를 보며 딸꾹질을 하였다.

“준혁씨. 히끅. 250만엔이면 제 연봉이랑 거의 비슷한데요.. 히끅.”

“이번에 타마고상이란 캐릭터는 전적으로 네 아이디어니까.”

“전 그냥 제가 그렸던 타마고상이 게임으로 나온 것만으로도 충분한데..”

유키는 놀란 가슴을 진정 시키려는지 찬물을 한 모금 들이켰다.

“너무 부담 안 가져도 돼. 그동안 벌어들인 수익의 정말 일부일 뿐이니까.”

“이렇게 큰 금액을 한 번에 벌어본 적이 없어서.. 그런데 공모전에서 수상한 학생들은 어떻게 됐어요?”

“아.. 그 학생들?”

지난 5월 나는 공모전에서 입선 한 몬스터 디자이너들을 모두 불러 모아 간담회를 가졌다.

그중에서 펜타곤 소프트에 취직을 원하는 이들은 따로 타마고 몬스터 관련 디자인 팀을 만들어 적극적으로 받아 들였다.

물론 학교를 졸업하고 입사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인센티브 제도를 이용해 자택에서 그림을 그려 펜타곤 소프트로 송부하는 것으로 다양한 디자인을 얻어낼 수 있었다.

“몇몇은 펜타곤 소프트에 입사해서 타마고 몬스터의 디자인을 맡고 있어.”

“잘 됐다. 사실 궁금한 게 있는데, 처음 준혁씨가 우리한테 보여줬던 그 귀여운 몬스터를 그린 사람은 누구에요?”

“아, 코부기 디자이너? 그림 만큼이나 굉장히 생기가 넘치던데? 덕분에  펜타곤 소프트 분위기가 굉장히 밝아졌어. 하야시한테도 막 엉겨 붙어서 후배니까 밥 사달라고 어찌나 조르던지..”

“하야시씨한테도요? 나도 구경하고 싶다.”

“언제 시간 되면 놀러와. 아마 타마고상 캐릭터 디자이너라고 하면 다들 반겨줄 거야.”

“준혁씨가 회사에 있어야 놀러가죠. 저 혼자 거기 가서 뭐해요.”

하긴 타마고상 기획하고 샵 만드느라고 정신이 없다보니 아직까지 펜타곤에 정식 입사를 미루고 있었다.

그때 옆 테이블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커플의 대화중에 재밌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너 혹시 전설의 타마고라고 들어봤냐?”

“전설..?”

“내 친구가 들은 이야기라는데, 캡슐에 들어 있는 타마고 중에 굉장히 신기한 것이 있다더라?”

“정말? 그거 2종류뿐이라고 하지 않았어?”

“글쎄.. 혹시 모르지. 밀봉 캡슐 안에 특이한 타마고가 몇 개 섞여 있을지도..”

“에이~ 요즘에 이거 없는 사람이 없다던데, 그런게 섞여 있으면 벌써 알려졌겠지. 그냥 도시전설 아냐?”

“하긴 그럴 수도 있겠다. 그 녀석 평소에도 뻥이 심한 편이니까.”

커플은 서로를 향해 킥킥 거리며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타마고상을 집어 들었다.

“아, 얘 똥쌌다.”

“카페에서 그런 소리 하지 마.”

“미안..”

유키 역시 커플의 대화를 들었는지 나를 바라보며 중얼 거렸다.

“전설의 타마고? 정말로 그런 게 있어요?”

“음..? 아, 글쎄.. 난 잘 모르겠는데?”

“수상한데? 설마 뭔가 또 숨기고 있는 거 아녜요?”

내가 드래곤 엠블렘을 만든 개발자였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그녀는 내가 만든 게임들에 대해 살짝 의심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미심쩍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유키의 눈을 피하기 위해 머그잔을 들어 커피를 삼켰다.

솔직히 나는 ‘이스터 에그’ 라는 깜짝 쇼를 좋아라하는 편이다.

유저의 예상을 깨부수는 것만큼이나 개발자에게 그보다 더 큰 희열은 없을테니까.

물론 나의 장난질은 이번에 타마고상에서도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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