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마켓 1983-110화 (110/252)

EP. 24 : 악마의 달걀 (3)

&

카와구치 대표는 나의 기획안을 곧바로 통과 시키며 어마어마한 행동력을 보여 주었다.

다음 날로 언론사를 통해 공모전을 기획을 발표한 카와구치는 곧장 제 1회 타마고 몬스터 ‘캐릭터 공모전’의 포스터 제작을 모리타에게 맡겼다.

-거기 너!! 도전하지 않겠는가!?-

라는 파격적인 선전 문구와 함께 포스터에는 타마고상을 들고 있는 여교사 이미지를 그려 넣었다.

또 다른 디자인의 포스터에는 파이널 프론티어의 대표 환수 ‘바하무트’가 브레스를 뿜어내며 공모전 일정을 알리고 있었다.

두 번째 포스터는 파이널 프론티어의 전속 디자이너인 아마노 선생님의 그림체였다.

‘둘 다 진짜 쩐다. 거의 화백 수준이네..’

나는 포스터를 살피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결코 아마추어 공모전에서 쓰일만한 퀄리티가 아닌데?

카와구치씨 역시 공모전 포스터의 디자인이 굉장히 마음에 드는지 연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디자인 전문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제1회 타마고 몬스터의 캐릭터 공모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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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혁씨. 여기에요.”

벚꽃이 만개한 어느 화창한 봄날의 요요기 공원.

이른 아침부터 자리를 잡아둔 모리타 덕분에 우리는 굉장히 좋은 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묵직한 박스를 손에 든 채 땀을 뻘뻘 흘리며 그들에게 다가가자 하야시가 서둘러 달려와 내 짐을 받아 들었다.

“어이쿠 부장님. 뭘 이렇게 많이 싸오셨어요. 안 그래도 유키씨가 도시락 엄청 싸오셨는데, 이러다 배 터져 죽겠네요.”

“아, 그래요? 다행이다.”

“네?”

잠시 후. 내가 들고 온 박스 안을 열어본 그들은 일제히 고개를 들어 나를 노려보았다.

나는 잠시 헛기침을 하며 애써 그들의 시선을 외면했다.

“준혁씨. 진짜 사람이 어쩜 여기까지 일거리를 들고 올 수 있어요?”

“화창한 야외에서 꽃구경도 하고, 공모전 작품 1차 심사도 하고 1석2조 아냐?”

모리타와 하야시는 내 말에 질렸는지 고개를 좌우로 내저으며 한마디씩 내뱉었다.

“진짜.. 대단하다. 대단해.”

“그러게, 진짜 꽃놀이까지 와서 이럴 줄은 몰랐다.”

하지만 일단 박스를 개봉한 뒤 서로 그림을 돌려보자 금세 분위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야, 모리타 이거 어떠냐?”

“음? 오~ 확실히 멋진데, 하지만 타마고 몬스터에 쓰기엔 디테일이 너무 세밀한데..?”

“하긴 그것도 그렇네..”

도쿄 도내의 전문학교에서 쏟아져 들어온 공모전 출품작은 어마어마했다.

일인당 최대 3개의 몬스터까지 출품할 수 있었는데, 최근에 펜타곤 소프트의 입지가 상당히 오르면서 많은 학생들이 공모전에 참가한 것이다.

상자 안에는 ‘몬스터’라는 주제에 걸맞게 보기에도 흉측한 괴물들의 일러스트가 엄청나게 쌓여 있었고, 나는 빠르게 일러스트를 넘기며 타마고 몬스터의 분위기와 얼추 맞는 것들을 추려내기 시작했다.

어느새 유키 역시 학생들이 보내온 그림을 하나씩 감상하며 감탄사를 내뱉고 있었다.

“와.. 대단하다. 어떻게 이렇게 그릴 수가 있지? 정말 학생들이 그린 것 맞아요?”

유키는 늙은 노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 괴수의 일러스트를 나에게 보여주었다.

멋지긴 한데, 아이들이 플레이 하는 게임에 등장하기엔 너무 충격적인 모습이군. 나는 세밀한 디테일을 살리는 실력 있는 몬스터의 일러스트는 따로 추리며 다시 몬스터 분류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드디어 내가 원하던 스타일의 몬스터 디자인을 찾았다.

‘이거다..’

전체적으로 동글동글 한 이미지에 커다란 눈망울.. 몬스터라기보다는 애완동물의 이미지에 가까운 친근한 느낌..

거북이를 모티브로 했는지 등껍질에 물대포를 달고 있는 녀석은 내가 익히 알고 있던 ‘몬스터 볼’ 게임의 캐릭터 디자인과 흡사했다.

“이런 디자인 어때요?”

나는 정신없이 그림을 살피고 있는 모리타와 하야시, 그리고 유키에게 내가 본 몬스터 디자인을 보여주었다.

“어.. 엄청 귀여워요.”

“타마고 몬스터 이미지랑 딱 들어맞는데요?”

“호오.. 저도 찬성입니다.”

세 명은 내가 보여준 몬스터 이미지에 굉장히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특히나 유키가 엄청 좋아하는 걸 보면, 여성 유저한테도 어느 정도 먹힐만한 이미지라는 거겠지?

“좋아. 그러면 이런 컨셉을 가진 그림들을 따로 모아보자.”

잠시 후. 일본도를 들고 있는 애꾸눈 고양이와 전기를 뿜어내는 노란 햄스터의 이미지까지 일단 귀여워 보이는 몬스터들의 이미지를 총 집합 시키자 얼추 50가지의 몬스터가 추려졌다.

“일단 타마고상에 하나 들어가는 몬스터 데이터는 최대 20종이니까. 오늘은 여기까지하고, 따로 모아둔 거에서 나중에 2차 심사를 하도록 하죠.”

그러자 하야시씨는 손에 들고 있던 일러스트를 간추리며 피곤한지 두 눈을 부볐다.

“아, 드디어 우리 점심 먹을 수 있는 건가요?”

“배고프다. 꽃놀이 구경 와서 일 시킬 줄은 꿈에도 몰랐네..”

모리타와 하야시는 툴툴 거리면서도 일러스트를 꼼꼼히 정리해두었고, 모든 일을 마치자 유키가 싸온 6첩 도시락이 빈자리를 메우기 시작했다.

“우와~ 유키씨 음식 솜씨가 장난이 아닌데요?”

“그러게, 이걸 다 언제 준비 하셨어요?”

... 속지 마. 이번에도 사랑과 정성을 다해 ‘옮겨’ 담았을 거야.

그들에게 진실을 전하기 위해 입을 열려는 순간. 나를 바라보는 유키의 싸늘한 눈빛에 나는 그냥 입을 다물기로 했다.

흩날리는 벚꽃을 바라보며 유키가 준비해온 음식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던 중 모리타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에게 물었다.

“그런데 부장님. 이번에 기획중인 타마고상 말인데요.”

“네. 말씀하세요.”

“기획 의도와 컨셉은 정말 감탄을 자아내지만, 아이들을 상대로 너무 가혹한 마케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러자 옆에 있던 하야시도 그에 동의했다.

“저도 그건 동감합니다. 아이들이 경제력이 있을 리도 없고, 그 부담이 고스란히 아이 부모에게 갈 텐데, 타마고상을 구입하면 휴대용 겜보이와 카트리지가 꼭 필요하잖아요. 아이들이 가지고 놀기엔 너무 금액이 커지는 게 아닐까 싶은데..”

맞는 말이다.

모리타와 하야시가 걱정하는 부분은 나 역시 기획 초기부터 고민하던 부분이었다.

‘이렇게 만들면 예전에 내가 싫어했던 뽑기 시스템과 별 다를 게 없잖아?’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나는 아이와 어른까지 모든 연령이 쉽게 즐길 수 있는 하나의 트렌드 장치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어차피 늦더라도 언젠가는 누군가가 만들게 될 악독한 상술의 아이템. 그렇다면 차라리 내가 그 표본을 만들어 보자.’

그 생각 하나로 나는 이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나는 차가운 음료수를 들이켜 입안을 헹궈낸 후 모리타와 하야시에게 대답했다.

“맞는 말입니다.”

내가 순순히 동의하자. 하야시는 고개를 갸웃 거리며 나에게 물었다.

“그럼 이 모든 걸 알고 있으면서 타마고상을 만들려고 하신건가요? 마지막 유통 구조 기획을 보니 파이널 프론티어에 등장하는 몬스터가 들어가 있는 타마고상도 있던데?”

“맞아요. 앞으로도 점점 콜라보레이션을 늘려가면서 다양한 타마고상을 준비할 계획입니다.”

“네에? 파이널 프론티어의 타마고가 끝이 아니라구요?”

나의 마케팅 전략에 그들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유키 역시 그건 좀 아니라는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계속해서 타마고상을 늘려가는 건 아이들 교육에도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이번엔 내가 질문을 던졌다.

“왜 다들 한 아이가 똑같은 타마고를 몇 개씩 구매할거라 생각하지?”

그러자 모리타가 대답했다.

“그야 당연한 거 아닐까요? 보통 타마고가 있고, 한정판인 파이널 프론티어 타마고가 있으면 둘 다 가지고 싶은 게 아이들 마음이잖아요? 그리고 타마고 하나만으론 아이들과 어울릴 수 없으니 결국엔 카트리지와 겜보이도 갖고 싶을 테고..”

“현재 휴대용 겜보이의 보급률을 낮은 건 아녜요. 동네 아이들 중에서도 겜보이 하나쯤 없는 집이 없죠. 특히나 최근에는 슈퍼 패밀리가 등장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겜보이의 판매량이 더욱 늘었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겜보이를 가지고 있지 않은 아이들도 있는 건 맞아요. 그 아이들도 물론 타마고상을 플레이하고 싶을 겁니다.”

“제 말이 그 말입니다.”

“그래서 하나쯤 만들어 보려고 해요.”

“네? 무얼요?”

“겜보이가 없는 아이들도 즐겁게 타마고상을 즐길 수 있는 놀이터를요.”

“네에..?”

&

1990년 7월 초 여름 아키하바라의 역 근처에 거대한 샵이 들어섰다.

NEGA에서 직접 운영하는 아케이드 게임 센터 앞에 만들어진 이 샵은 건물 1층을 전부 사용하는 만큼 굉장히 규모가 거대했다.

‘아이들이 뛰어 놀려면 적어도 이 정도는 돼야지.’

나는 바쁘게 움직이는 인부들 사이로 인테리어 업자와 상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쪽이 배틀존? 이라는 곳이고 이쪽이 어드벤쳐 존이라는 거죠?”

“네. 맞아요.”

그때 밖에서 간판을 올리는 업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깐, 잠깐!! 스톱!! 오른쪽 더 올리고, 그래~!! 스톱!!”

인테리어 업자는 나의 요청에 고개를 끄덕인 뒤 인부들에게 전파하기 위해 물러났고, 나는 매케한 먼지가 흩날리는 매장을 빠져 나와 건물 외부에 설치되는 간판을 바라보았다.

-타마고 몬스터 샵-

거대한 달걀의 모습을 한 전사가 검과 방패를 들고 파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그러자 그 모습을 나와 함께 보고 있던 하야시가 담배를 입에 문 채 떨리는 목소리로 옆에 있던 모리타에게 물었다.

“이게 진짜..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모리타?”

“샵을 차리신 다길래, 동네 게임샵 정도로 생각했는데, 이건.. 맞은편에 게임 센터 보다 규모가 더 크잖아..”

얼빠진 표정으로 간판을 바라보는 그들에게 나 역시 담배 한대를 물며 미소 지었다.

“이거라면 누구나 찾아와서 타마고 몬스터를 친구들과 즐길 수 있겠죠? 배틀존과 어드벤쳐 존에는 겜보이가 설치되고 모두 무료로 운영 될 겁니다. 아이들은 자기 몬스터를 담아 둘 카트리지만 있으면 되죠.”

“이거 참.. 실제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네.. 그런데 이만한 규모의 샵을 운영하려면 직원들도 만만치 않게 필요하겠는데요? 타마고상을 구입하는 고객들이 몰리면 계산대도 정신없을 것 같고..”

“계산대라..”

그때 때마침 거대한 트럭이 들어오며 가챠폰 업체 직원들이 우르르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트럭 문이 열리자. 달걀 모양의 갸챠폰 기계가 나란히 줄지어 있었다.

“부장님 저건 뭔가요?”

“보면 몰라요? 타마고상을 판매할 자동판매기입니다. 뽑기 몬스터답게 모든 판매는 이 기계에서만 판매가 될 겁니다. 이로서 판매를 도와줄 직원도 필요가 없지요.”

“허어..”

“그리고, 타마고상에서 키워낸 몬스터는 친구들과 몇 번이고 교환이 가능합니다. 타마고상의 데이터를 초기화 하지 않는 한 자기가 키운 몬스터는 데이터 케이블을 이용해 여러 친구들의 몬스터를 전해 줄 수 있어요. 혼자서 키우는 것보다 여럿이 함께 몬스터를 기르는 게 훨씬 더 강한 부대를 빨리 만들 수 있겠죠?”

“그럼 파이널 프론티어 타마고를 얻은 친구의 데이터도 같이 데이터를 교환할 수 있는 겁니까?”

“물론입니다. 그냥 타마고는 하나만 있어도 그것을 즐기는 친구가 늘어날수록 여러 몬스터를 양도 받을 수 있어요. 물론 자신의 수집 욕으로 인해 억지로 무리하게 타마고 상을 모으는 사람만 아니라면 누구나 타마고상 하나로도 즐거운 플레이를 할 수 있을 겁니다.”

모든 가챠 기계에는 6:4비율로 파이널 프론티어의 타마고와 일반 타마고가 섞여 있었기에 약간의 운만 따르면 누구나 손쉽게 파이널 프론티어의 몬스터가 들어있는 타마고상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쓸데없는 수집 욕을 줄이기 위해 배려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타마고상을 가진 모든 유저가 편하게 데이터를 교환하고 즐길 수 있는 거대한 놀이터를 만드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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