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마켓 1983-94화 (94/252)

EP. 21 : 진화하는 게임기 (2)

&

사실 두 개의 콘솔을 병합하는 것은 딱히 새로운 발상은 아니다.

내가 알고 있는 과거에서 NEGA 드라이브의 주변기기로 NEGA CD를 개발해 하드웨어 성능을 높이는 방법을 92년도에 실행한 바가 있었다.

NEC의 PC-엔진 듀얼 이라는 고성능 슈퍼 CD-ROM을 장착한 모델에서 영감을 얻은 NEGA는 기존에 NEGA드라이브 우측에 CD롬을 장착하는 추가 콘솔 모델을 제작했다.

두 대의 기기를 연결하는 것으로 CD-ROM을 사용하는 것은 물론 하드웨어의 성능의 파워 업을 노렸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대 실패했다.

당시 NEGA는 일본에서는 아니더라도 북미와 유럽 시장을 꽉 잡을 만큼 잘나가고 있었는데,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입을 바로 이 NEGA CD라는 헛발질로 어마어마한 적자를 보았다.

그 후로 콘솔 역사상 합체기기란 더 이상 등장하지 않았다.

가만히 사태를 주시하던 민텐도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NEGA의 자폭에 비웃음이 담긴 선전 문구를 내보내는 등 네거티브 광고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것을 계기로 민텐도 역시 카트리지에 대한 신뢰감을 더욱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되는데..)

CD는 카트리지에 비해 데이터를 읽어 들이는 속도가 현저하게 낮았기 때문에 보통 스테이지 하나를 불러오는데 10초에서 15초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물론 상향된 BGM과 카트리지와 비교가 안되는 용량으로 최고의 그래픽을 보여주었지만, 게임 한판 하려는데 한판마다 10초 이상 기다리는 건 좀 무리가 있었지..

그때 다시 한 번 기획서를 살펴보던 첸드라가 나에게 말했다.

“강준혁. 그럼 이 CD를 사용하는 보조 장치는 먼저 카트리지 형식의 콘솔을 출시 후에 나중에 내려는 거냐?”

“맞아. 그런데, 보조 장치란 표현은 좀 틀린 것 같은데?”

“응? 그게 무슨 말이냐.”

“정확히 말하자면 보조 장치를 뜻하는 대상이 뒤바뀌었다는 거지.”

“뭐라고? 그럼 설마 이 카트리지 시스템을 가진 장치가?”

“맞아. 그게 보조 장치야.”

첸드라는 나의 대답에 더욱 자세한 설명을 요구했다. 대체 무엇이 메인이고, 무엇이 보조 역할을 하는 장치인지 헷갈리는 모양이었다.

“좋아. 잘 들어 봐.”

나는 음료수로 목을 축이고는 첸드라에게 신형 콘솔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우선 내가 기획한 신형 콘솔은 첸드라가 말한 대로 두 대의 기기가 차후에 서로 연결되는 형식을 취하고 있었다.

90년대 초반에 런칭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그 시기의 게임들은 대부분이 2D 스프라이트를 사용하는 게임들이 태반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CD 형식의 게임을 출시해 봤자, 기나긴 로딩은 플레이어들을 지치게 만들 뿐이었기에 이 시기에는 확실히 카트리지 형식의 게임들이 인기를 끌 것이 뻔했다.

그렇기에 나는 카트리지를 인식하는 신형 콘솔의 ‘보조 장치’를 먼저 출시하기로 했다.

이 보조 장치는 독자적으로 카트리지를 인식해 최대 64Megabit (이 시기 게임 업계는 Byte 수치보다 Bit 수치 더 많이 사용했다.) 의 게임 용량을 사용하는 롬 칩을 읽어 들일 수 있었다.

슈퍼 패밀리보다 약 1~2년 늦게 출시하는 만큼 초고속 연산이 가능한 CPU와 슈퍼 패밀리의 두 배 이상의 스프라이트 성능을 낼 수 있는 그래픽 모듈을 찾고 있었다.

대표 런칭 타이틀은 물론 슈퍼 패밀리를 왕좌로 자리 매김 하였던 펜타곤 소프트의 ‘파이널 프론티어 4’를 예상 중이었다.

그리고 ‘내가 없는 거리’ 프로젝트가 종료 후 다음 프로젝트로 기획 중인 게임 하나를 생각 중이었다.

제목은 ‘시계탑의 살인마’라는 호러 장르랄까?

그리고 약 1~2년의 텀을 두고 등장하는 CD와 3D 그래픽을 사용하는 메인 기종은 사실 단일기기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단일 제조 단가가 있는 만큼 3D 게임을 즐기기 위해 기존에 카트리지 기기까지 구입을 하게 되면 확실히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주기도 하고 나 역시도 손해가 크기 때문이었다.

CD를 사용하는 매체는 롭이 만들어낸 3D 가속 장치를 이용해 폴리곤을 활용한 독자적인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의문점이 하나 발생한다.

그럼 왜 이 두 기종을 합칠 수 있는 기능이 굳이 필요한 거냐고..

첸드라 역시 예상대로 나에게 똑같은 질문을 걸어왔다.

“둘 다 독립적으로 사용이 가능한 기기에 뭐 하러 연결 요소를 넣으려는 거냐. 솔직히 난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말했잖아. 카트리지 시스템을 가진 콘솔은 보조 장치라고, 네가 말한 대로 CD만을 읽어 들이는 장치는 데이터를 읽어 들이는 속도가 너무 낮다며. 그렇다면 그것을 커버 할 수 있는 보조 RAM 카트리지가 필요하지 않겠어?”

나는 보조 장치 콘솔을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그러자 첸드라는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로 나에게 외쳤다.

“설마 이 콘솔 자체를 램 팩 역할을 하게 만들자고!?”

“응.”

내 대답이 너무 간단했는지 첸드라는 세차게 고개를 저으며 반박했다.

“무리다 강준혁. 기존에 모델에 램팩 기능을 넣는다고 해도 그것을 원활히 연결 시켜줄 디바이스 즉 OS가 필요하단 말이다.”

“물론, OS (Operation System) 까지 생각해 뒀지. 내가 그렇게 허술해 보이냐?”

“뭐라고? 대체 어디에다 OS 시스템을 넣을 수 있는 거냐?”

그러자 이번에 내 볼펜은 보조 장치 콘솔의 카트리지 삽입구로 향했다.

“말도 안 돼. 카트리지에 OS를 넣자고? 기술적으로 그게 가능한 거냐?”

“이론 적으론 가능해보이는데? 첸드라 1억엔 벌기가 그렇게 쉬울 줄 알았어?”

물론 나는 쉽게 벌었지만, 미안하다 첸드라.

하지만 첸드라에게 말한 램팩 카트리지 시스템이 완전히 별나라 이야기는 아니다.

사실 이 시스템도 NEGA사의 32비트 콘솔 ‘쥬피터’에서 실현 돼었던 기능이거든..

당시 NEGA는 3D 폴리곤 게임에 대해 굉장히 불안한 기색을 표하고 있었다. 혹시나 3D라는 기술이 잠시 스쳐가는 유행일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이 유행이 끝나면 다시 본래대로 2D의 시대가 열리는 게 아닐까하는 모호한 환상에 빠진 NEGA는 신형 게임기 ‘쥬피터’의 성능을 2D 성능으로 잡았다.

하지만 자사에서 발매한 ‘리얼 파이터’의 흥행에 아예 3D의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었는지, 결국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이란 최악의 선택을 하고 말았다.

극강의 2D 성능을 갖추었지만, 빈약한 3D 성능으로 결국 희대의 명작 ‘파이널 프론티어 7’을 놓치게 되는데..

그것을 계기로 센소니의 기어 스테이션과 격차가 더욱 벌어지며 차세대 콘솔 전쟁에서 또다시 2인자라는 낙인이 찍히게 되었다.

그러나 바로 이 NEGA 쥬피터에서 칭찬할만한 요소가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부족한 CD 매체의 기능을 파워업 시켜주는 RAM 카트리지라는 요소였다.

4MB의 램팩은 기기와 별도로 구매해야 하지만, 바로이 4메가 램팩을 이용해야만 구동되는 게임들이 다수 존재했었다.

몇 가지를 예로 들자면 SMK의 희대의 명작 ‘더 킹 오브 플레이어’라는 2D 대전 격투 게임이나 호혈사 일족의 마지막 작품인 ‘그루브 온 파이트’ 그리고 32비트 기종에서 유일하게 이식 된 CAPCO의 ‘던젼 & 드래곤’이 있었다.

특히나 마지막 던전 드래곤은 4인용에서 2인용 게임으로 하향 이식이 되었지만, 그래도 이식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기념할만한 작품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게 바로 RAM 카트리지 덕분이라 볼 수 있었다.

그럼 다시 이야기를 돌려 내가 만드는 콘솔에 대해 결론을 내리자면..

카트리지 시스템을 가진 콘솔과 CD롬 시스템을 가진 콘솔은 둘 다 독립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기존에 카트리지 시스템 콘솔을 가진 유저가 새로운 CD롬 콘솔에 기존 모델을 장착하게 되면 데이터 연산의 상호작용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단지 두 개의 콘솔을 붙이는 걸로는 파워 업이 불가능하며 두 기기의 디바이스를 소프트웨어로 풀어주는 OS 카트리지를 이용해야 만한다.

OS 카트리지는 CD 롬 콘솔과 함께 필수로 동봉 되어 발매되며 차세대 유저는 답답한 로딩에 방바닥을 뒹굴다가 결국엔 기존의 보조 장치 콘솔을 찾게 될 것이라는 것이 내가 생각 한 시나리오다.

그리고 이 방법으로 완벽한 하위호환과 함게 차세대 기기의 게임도 동시에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아.. 갑자기 머리가 아파온다.”

“그러니까 혼자서 끙끙대지 말고 롭과 상의 해봐.”

“롭이랑..?”

“내가 그랬잖아. 처음으로 프로토 타입을 만들어 내는 ‘팀’에게 성과급을 주겠다고..”

“그랬지. 그래서 지금 우리들이 서로 견제를.. 어라?”

“생각보다 간단하잖아? 너희 둘이 함께 단일 팀을 만들어 버리면 되지 않겠어? 1억엔은 큰돈이야. 너희만으로 부족하면 너희가 알고 있는 인력을 전부 모아. 1/N로 나눈다 해도 한 사람당 몇 백만엔의 돈을 가져갈 수 있다고.”

“강준혁 너 처음부터 이걸 노린 거냐..”

첸드라의 질문에 나는 빙긋 웃으며 음료수를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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