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마켓 1983-92화 (92/252)

EP. 20 : 슈퍼 패밀리의 탄생까지 (5)

“1.. 1억엔!!!??”

성과급 1억엔이라는 말에 롭과 첸드라를 비롯해 이 자리에 모인 모든 사람들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롭은 대충 현재 환율을 계산해보더니 경악스러운 표정과 함께 입을 열었다.

“어이, 미스터 강. 농담이지?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거의 100만 달러에 가까운 돈을..”

물론 성과급으로 지급하기에 너무나 파격적인 조건이긴 하다.

하지만, 나는 이들에게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였기에 내린 결론이었다.

“왜? 액수가 너무 커서 무섭냐?”

“그 정도로 돈이 많다면 우리보다 훨씬 나은 인력을 뽑아서 직접 제작을 의뢰하면 되잖아?”

“물론 찾아보면 너희보다 나은 인력이 있겠지. 하지만..”

“하지만?”

“너희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인재들이니까. 만약에 돈에만 관심이 있었다면 내가 보내주는 개발비로 놀고먹으며 시간을 질질 끌었겠지. 그런데 너흰 그렇지 않았고, 결국엔 스스로 만들고 싶었던 GPU 장치를 만들어 냈잖아? 물론 조금 크긴 하지만.. 킥킥”

“원래 초창기에 만들어진 컴퓨터도 집채만 했었거든?”

“나도 알아. 먼저 단순한 형태로 구조를 파악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크기를 줄이며 동시에 성능을 높혀 나간다.”

“쳇.. 그럼 새로 만들어 달라는 GPU장치는 어디에 쓰려고?”

“새로운 콘솔에서 사용될 그래픽 가속 장치라고 해야 하나? 너희 잠깐 나랑 얘기 좀 하자.”

나는 잠시 롭과 첸드라를 따로 불러내었다.

깔끔하게 정돈된 복도를 가로 질러 파티장과 조금 떨어진 휴게실에 도착한 우리는 푹신한 소파에 마주 앉았다.

롭은 자리에 앉자마자 휴게실을 두리번거리며 나에게 말했다.

“그런데, 여기 무슨 공장 같은데, 이렇게 막 돌아다녀도 되냐?”

그러자 롭의 곁에 앉아 있던 첸드라가 웃음을 터뜨리며 내 대신 대답해주었다.

“걱정마라. 강준혁은 여기 공장 주인이다.”

“뭐라고?”

나는 피식 웃으며 자판기에서 음료수 3개를 뽑아 하나씩 던져 주었다.

라이텍스의 자판기는 전 사원이 누구나 부담 없이 뽑아 마실 수 있도록 무료로 운영 중이었다.

“미스터 강. 전에 만났을 때는 민텐도 직원이라고 하지 않았나?”

“아직 민텐도 소속이긴 하지.”

차가운 음료수 캔의 뚜껑을 뜯어낸 나는 음료수를 삼키며 대답했다.

“민텐도 직원 이면서 이 공장의 사장이라고? 대체 몇 가지 일을 하는 거야?”

“이 공장의 주인은 맞지만 사장은 아냐. 실제 경영자는 따로 있지.”

“강준혁 말이 정확하다. 강준혁 실제로 라이텍스에 관한 일은 하고 있지 않으니까.”

롭의 어이없는 표정에 첸드라는 킥킥대며 음료수를 마셨다.

“내가 너희를 따로 부른 이유는 아까 전에 내가 말한 신형 콘솔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해두고 싶어서야.”

“첸드라 벌써부터 기대 된다. 이번엔 대체 어떤 기발한 물건을 만들려는 거냐?”

첸드라는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생글거렸다. 나는 그런 첸드라와 마주 웃으며 축하고 말을 내뱉었다.

“스스로 진화하는 게임기.”

“엥?”

“향후 10년 동안 일본.. 아니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 받을 콘솔을 만들 거야.”

“대체 어떤 형식으로 만들려는 거냐? 스스로 진화하는 게임기라니.. 감이 잘 안 온다.”

롭 역시 첸드라와 마찬가지로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그런 둘의 반응을 즐기며 가방에서 기획서 한부를 꺼내 보였다.

“이게 바로 내가 기획 중인 신형 콘솔의 초안이야.”

첸드라와 롭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테이블에 놓인 기획서로 손을 뻗었다.

1억엔의 성과급이 걸린 프로젝트가 눈앞에 놓여 있으니 너무나도 당연한 반응 속도였다.

“잠깐!!”

새로운 기획서를 막 손에 집어 들려던 첸드라와 롭은 나의 외침에 그대로 손을 멈추었다.

“아무리 너희와 내 사이지만, 그 안에 쓰여 있는 기획은 기밀 사항이니까. 절차는 밟아야겠는데?”

나는 롭과 첸드라에게 내가 작성한 기획서에 대해 절대 발설하지 않을 것에 대한 서약서를 받아내었다.

“어차피 우린 그걸 만들어 낼만한 자본도 없거니와, 다른 회사에 팔아넘긴다고 해도 100만 달러를 줄 거 같진 않은데?”

“그래도 이런 건 확실히 하는 게 좋으니까. 자 그럼 이제 봐도 돼.”

나의 허락이 떨어지자 첸드라와 롭은 잽싸게 기획서를 낚아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소파에 기대어 천천히 변화해가는 그들의 표정을 즐겼다.

잠시 후. 기획 초안을 모두 살펴본 첸드라와 롭은 황당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게? 정말 가능하냐?”

“발매 후 10년 동안 콘솔 시장에 군림 할 녀석이니까. 그 정도는 되어야하지 않겠어?”

“그것보다 이 작업을 1년 만에 하라는 게 말이 돼?”

물론 힘들겠지. 사실 나 역시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초안을 작성한 나조차 초기에는 이게 정말 가능 할지 고개를 갸웃 거릴 정도였으니까. 나는 롭의 질문에 살짝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나는 분명 가장 먼저 성공한 ‘팀’에게 100만 달러의 성과급을 줄 거야. 1년이 지나면 달마다 성과급은 5%씩 차감될 계획이니 가능하면 1년 안에 프로토 타입을 만들어 내는 게 서로에게 좋겠지?”

“재수 없는 녀석. 차라리 이럴 거면 성과급 얘기는 꺼내지나 말지.”

“그래도 충분한 보상이 있어야 힘이 나지 않겠어?”

그러자 첸드라가 한심한 눈으로 롭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미국 팀은 포기하는 거냐? 그럼 이 프로젝트는 우리가 가져가겠다.”

“무슨 헛소리야 누가 포기한데, 그리고 우리가 없으면 그 안에 있는 GPU 모델은 누가 만들냐.”

“아, 그렇지? 나 잠깐 파티장에 돌아가서 GPU라는 것 좀 분해해봐야겠다.”

“뭐? 누구 맘대로!!”

“첸드라 예전에 패밀리 모델 복제 해본 적 있다. 콘솔도 못할 거 없다고 생각한다. 성과급 1억엔은 우리 거나 다름없다.”

마치 톰과 제리를 연상케하는 롭과 첸드라는 파티장으로 돌아가는 순간까지 서로에게 으르렁 거렸다. 나는 그런 그들을 뒤따라 걸으며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경쟁의식도 나쁘지 않지만, ‘팀’이라는 내 말 뜻을 아직 이해하지 못했나 보군. 일단 롭 일행이 일본에 머무르는 동안에는 이대로 둘까?

일본에 있는 동안에 저들 스스로 깨달을 수도 있고, 아니면 불붙은 경쟁 의식으로 인해 전혀 새로운 재밌는 물건이 탄생할 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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