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20 : 슈퍼 패밀리의 탄생까지 (2)
하위 호환이란, 기존에 제작된 콘솔의 카트리지를 차세대 모델에도 플레이할 수 있는 일종의 팬 서비스용 기능이다.
카마우치 사장의 의도는 신규 콘솔 출시에 겪게 되는 타이틀의 부재를 해소 하면서 기존의 유저들도 자연스레 끌어 올 수 있기에 얼핏 좋은 생각 같기도 하지만..
문제는 그 기술이 단지 ‘우리 하위 호환 하자!!’ 라고 해서 ‘네!!’ 하고 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한 작업이 아니란 말이지..
새로운 콘솔을 만든다는 것 전 세대보다 훨씬 업그레이드 된 스펙으로 유저들에게 새로운 게임을 체험시켜주기 위함이다.
그렇기에 당연히 기존보다 해상도가 늘어나고, 스프라이트 기능도 좋아져 그래픽이 월등하게 좋아진다.
하지만 그것은 차세대 기종으로 출시되는 게임들의 이야기고, 기존에 출시된 패밀리 게임들은 본래 가지고 있는 소스의 한계를 벗어 날수 없었다.
거기다 달라진 콘솔의 스펙으로 인해 기존에 없던 버그가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도 생각해야한다.
“사장님. 지금 시기에 하위호환을 결정하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습니다.”
“왜?”
나는 카마우치 사장의 너무나 간결한 대답에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러자 내 곁에 있던 군페이씨 역시 나를 돕기 위해 나섰다.
“사장님. 그건 강군 말이 옳습니다. 하위호환이란 콘솔 제작 초기 단계부터 면밀히 검토하여 기존의 게임을 구동시키기 위한 로직을 따로 설계해 두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패밀리용 카트리지를 인식할 수 있는 카트리지와 CPU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현재 슈퍼 패밀리는 그 단계를 훨씬 지나 있는 상태입니다.”
“그럼 다시 개발 초기로 돌아가면 되잖아?”
“설마 슈퍼 패밀리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자구요!?”
카마우치 사장의 정신 나간 대답에 공돌이 1호인 군페이와 3호인 나는 환장할 지경에 이르렀다.
지금 시기에 슈퍼 패밀리를 새로 제작한다면 스펙이 달리질 확률이 있었고, 그것은 ‘내가 없는 거리’의 개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도 있었다.
거기다 첸드라가 리코사의 CPU를 복제 생산하여 납품한 라이5A22 역시 하위호환이 가능한 성능에 맞춰 다른 업체로 바뀌게 될 가능성이 있었다.
‘그 것 만큼은 절대로 안 돼..’
군페이씨는 계속해서 하위호환의 문제점에 대해 사장님에게 피력하고 있었지만, 카마우치 사장의 표정을 보아하니 그 뜻을 굽힐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기존 유저에 대한 배려? 신형 콘솔의 타이틀 부재를 해소 시키는 장치?
말이야 번지르르 하지만, 사실 카마우치 사장이 노리는 건 단 하나.
패밀리 카트리지 제작에 대한 로열 티였다.
드래곤 엠블렘 이후로 서드 파티의 로열티를 줄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보았지만, 거의 독점 체제로 들어간 민텐도 패밀리의 카트리지 공장은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드 파티의 수요는 줄어들지 않았고, 민텐도는 서드 파티의 카트리지 제작 로열티 만으로도 매출에 어마어마한 금자탑을 쌓아가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다보니 카마우치 사장은 최근에 서드 파티의 카트리지의 생산 수량과 소프트 가격까지 직접 손을 대기 시작했다.
내가 운영하는 펜타곤 소프트나 드래곤 워리어의 피닉스 소프트, 폭스 소프트와 같이 대형 개발사들이야 자금력을 바탕으로 카트리지 제작의 우선권을 따낼 수 있었으나, 10명 이하의 소규모 개발사는 게임을 완성 시켰어도 민텐도에 로열티를 지불한 돈이 없어 게임을 발매 못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이럴 때 그들의 선택은 단 하나. 자신들이 만든 게임을 헐값에 대형 개발사에 팔아넘기는 수밖에 없었다.
억울하더라도 어쩔 수가 없다. 아예 게임을 폐기 시키는 것 보단 그 편이 조금의 수익을 더 챙겨 갈 수 있었으니까..
군페이씨는 어떻게든 카마우치 사장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하위호환의 문제점에 대해 열심히 설명했지만, 애초에 돈에 눈이 먼 카마우치 사장의 마음을 돌리기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사실 방법은 하나 있긴 한데..
나는 잠시 그들의 대화를 지켜보다가 카마우치 사장에게 말했다.
“사장님. 정 그렇게 하위 호환을 고집하신다면 제가 맡아 보겠습니다.”
“옳지~!! 역시 강군. 그렇게 나와야지.”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
“일단 슈퍼 패밀리는 지금 스펙 그대로 진행하게 해주세요.”
그러자, 군페이씨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에게 물었다.
“음? 그러면 패밀리용 카트리지 슬롯은 어쩌려고?”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만, 어댑터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어댑터?”
“일종의 변환 장치죠. 슈퍼 패밀리용 카트리지 위에 패밀리용 슬롯을 만들어 에뮬레이팅 하는 장치입니다.”
그러자 군페이씨가 나의 발언에 손가락을 딱하고 튕겼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 확실히 별도로 보조 장치를 만들면 굳이 카트리지 슬롯을 늘리지 않아도 되겠군.”
“호오.. 나야 패밀리용 카트리지만 사용하게 할 수 있다면 상관없지.”
“하지만, 사장님. 이 어댑터는 차후에 슈퍼 패밀리를 발매하고 나서 유저들의 반응을 보고 제작할지 결정하겠습니다.”
“음? 어째서??”
“하위 호환은 분명 기존에 게임 카트리지를 가지고 있던 유저들에겐 매력적인 기능일 수 있지만, 차세대 게임들이 늘어날수록 점점 사용하지 않게 될 게 뻔합니다. 차세대 게임으로 높아져 버린 눈 덕분에 구세대 게임을 플레이할 가치를 점점 잃게 되는 거죠. 차라리 동시 발매되는 런칭 타이틀 개발에 힘을 쏟는 게 더 현명한 선택일 겁니다.”
카마우치 사장은 나의 말에 회의실에 설치된 NEGA 드라이브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NEGA의 킬러 소프트라고 불렸던 수왕기도 저 모양인데, 과연 발매 초기부터 슈퍼 패밀리를 견인 해줄 만한 타이틀이 뭐가 있을까?”
“수왕기는 조금 별개죠. 콘솔을 견일 할 수 있는 건 독점 타이틀입니다. 수왕기는 이미 아케이드용으로 발매된 게임을 가정용 콘솔로 이식한 것에 불과하죠. 유저들에겐 친숙하지만, 가정용 콘솔 게임으로선 메리트가 많이 떨어집니다.”
“흐음..”
“생각해보세요. 저희 패밀리 역시 초반에는 동킹콤이나 마리지 브라더스를 이용해 게임센터용 아케이드 게임을 집에서 즐길 수 있다고 선전했지만, 결국 패밀리를 성공으로 이끈 건 아케이드 게임이 아닌 드래곤 워리어와 같은 가정용 RPG 게임이었습니다.”
“하긴 듣고 보니 그렇군. 일리가 있어. 우리야 이제 아케이드 산업에서 완전히 손을 땠으니 NEGA와는 다르게 슈퍼 패밀리만의 독점 타이틀을 내세울 수 있지..”
“최근에 업계에서 들은 소식인데, 이미 슈퍼 패밀리의 스펙을 기반으로 여러 서드 파티에서 게임을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올 초에 펜타곤 소프트로 이직한 모리타씨에게 들은 정보입니다.”
“그래? 그것 참 반가운 소리군. 그들도 런칭 타이틀을 노리고 있는 건가?”
“아마도 그렇겠죠. 전 민텐도 소속이었으니까 시장 상황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거기에서 그렇게 나온다면, 우리도 손가락 빨고 있을 수 없지. 우리 민텐도도 슈퍼 패밀리에서만 즐길 수 있는 최고의 타이틀을 함께 런칭 해야 하지 않겠어?”
카마우치 사장의 질문에 나는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물론이죠.”
“근데, 이 자식은 왜 아직까지 안 오는 거야? 회의 시작한지가 언젠데..”
“글쎄요. 며칠 전부터 해외로 휴가 계획 준비한다고 여행사를 알아보던데..”
“여행?”
그때 가벼운 노크 소리와 함께 회의실 문이 덜컥 열리며 시게씨가 들어왔다. 어이구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최근에 슈퍼 마리지 3개발을 끝내고 카트리지 제작에 들어간 시게씨는 굉장히 여유 있는 표정이었다.
“사장님~ 저 왔습니다.”
“시게 너 인마. 지금이 몇 신데 이제 회의실에 기어들어와!?”
“슈퍼 마리지3 생산 공장을 들렀다오는 길에 차가 좀 막혀서요. 하하~”
“벌건 대낮에 뭔 차가 막혀. 혹시 여행사 다녀온 거 아냐? 너 휴가 낼 계획이라며”
그러자 시게씨는 뜨끔한 표정으로 우리를 향해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에이~ 사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그냥 생각만 하고 있었습니다.”
“아, 그래? 그럼 다행이네.”
“네? 뭐가 다행인지?”
“너 슈퍼 패밀리용으로 새로운 슈퍼 마리지 좀 만들어 봐라.”
“네!?”
“제작 기간 1년. 동시 발매 타이틀이니까 기간 짤 없으니 열심히 만들어야 할 거야.”
“아니 저기 사장님!! 저 이제 막 슈퍼 마리지 3를 끝냈는데요..?”
“그래서 새로 나오는 슈퍼 패밀리엔 마리지 안낼 거야?”
카마우치 사장의 말에 시게씨는 벙찐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테이블 밑으로 두 손을 모아 그를 향해 살짝 고개를 숙였다.
하긴 런칭 타이틀로 슈퍼 마리지 시리즈만한 게 없긴 하지.
일해라 공돌이 2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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