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마켓 1983-68화 (68/252)

EP. 15 : 그리고 전설로..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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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그룹 SMEP의 리더. 사카이 마사히로 군이 소속사의 스케쥴을 무시하고 아키하바라의 역 앞에서 게임 구매를 위해 거액의 금액을 제시한 것이 알려져 화제입니다. 사카이군이 구입하려던 게임은 민텐도에서 개발한 ‘사이킥 배틀’이라는 슈팅 게임으로 사카이군은 정가 6980엔의 게임을 5만엔에 구입하겠다는 피켓을 내걸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자세한 소식은 현장에 취재를 나가있던 카츠라기 기자가 전해 드리겠습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숙소에서 캔 맥주를 마시던 시게씨가 멍한 표정으로 뉴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화면에서는 미사토씨가 사카이 군을 쫓으며 끊임없이 그의 이름을 외치고 있었다.

“사카이군? SMEP의 사카이 마사히로군 맞죠? 대답 좀 해주세요!!”

와, 미사토씨도 대단하네.

피켓을 버리고 도망치는 사카이군을 전력 질주로 쫓아간 미사토씨는 결국 그의 정체를 밝혀내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쟈니스 소속의 매니저가 올 때까지 그녀는 사카이와의 단독 인터뷰에 성공했다.

“방송 활동 때문에 게임을 할 시간이 없지만 꼭 사고 싶었어요.”

뉴스는 연이어 사카이군이 5만엔이라는 금액을 제시했던 게임에 대해 다루며 짤막한 게임 영상과 함께 오전에 내가 한 인터뷰를 그대로 이어 붙였다.

왜냐하면 5만엔과 더불어 20만엔을 내건 황금 티켓에 대한 정보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으니까. 홍보한다고 뭐라 하더니 결국엔 편집 없이 그대로 내보냈네?

뉴스를 보던 시게씨는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지 얼떨떨한 표정으로 나에게 물었다.

“그럼 우리가 역 앞에서 봤던 미친놈이 사카이군이었던 거야?”

“몰랐어요? 난 딱 보니까 알겠던데, 연예인이니까 그렇게 얼굴을 전부 가리고 서있었겠죠.”

“아, 사인이라도 한 장 받아둘걸?”

“남자 아이돌 사인은 받아서 뭐하시게요?”

“어? 나중에 여자 아이돌 사인이랑 바꾸게..”

처.. 천잰데?

수건으로 머리를 털어내며 시게씨의 비상한 잔머리에 감탄하고 있는데, 숙소 안에 전화벨이 울렸다.

-따르르릉. 따르르르릉.-

“누구지? 이 시간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수화기를 집어 들자 귀가 따가울 정도로 큰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강군이냐!? 으하하하~!! 나 카마우치야~ 너 지금 뉴스 보고있냐?”

“물론 시게씨와 함께 보고 있죠. 사장님. 술 한 잔 하셨어요?”

“암~!! 마셨지!! 오늘 같은 날엔 한 잔 마셔줘야지~!!”

“저희도 숙소에서 간단히 캔 맥주 마시고 있습니다.”

“뭐!? 캔 맥주? 야!! 당장 숙소 나가서 비싼 술 마셔, 그리고 영수증 청구해!!”

“괜찮아요. 시게씨랑 하루 종일 걸었더니 좀 쉬고 싶기도 하고 내일 또 본사에 들어가 봐야죠. 그런데 왜 이렇게 기분이 좋으세요? 혹시 뉴스 때문에 그러세요?”

“인마!! 네가 말한 프리오던지 뭔지 때문에 전국 각지에서 물건 달라고 난리가 났다.”

“아.. 벌써 발주요청이 왔어요? 몇 건이나 들어 왔는데요?”

“오늘 하루만 10만개다. 그런데도 발주 요청이 끊이질 않는다. 이 사랑스러운 녀석아!”

히익.. 첫날에 10만!? 나는 고작해야 3~4만 건 정도 될 줄 알았는데, 기대 이상의 수확이군. 사실은 이게 모두 미사토씨의 재빠른 행동력 덕분이랄까?

“아무튼 네 녀석. 운도 좋구나. 어쩌다 매스컴까지 타게 됐는지는 모르겠다만.”

“사장님. 그게 정말 운이라 생각하세요?”

“뭐라고? 그게 무슨 말이냐.”

“물론 약간의 운이 적용된 것도 있지만, 방송국 리포터에게 사카이가 있다는 걸 알려준 게 저예요.”

“뭐!? 진짜냐? 그럼 너..”

“제가 SMEP의 사카이군와 방송국 리포터를 만난 건 확실히 우연이긴 하지만, 그 둘을 엮은 건 우연이 아니란 거죠.”

“너란 놈은.. 진짜..”

“그래서 말인데요. 사장님. 이왕 이렇게 된 거 사카이군을 좀 더 이용해 보죠.”

“어떻게?”

“지금 한창 인기를 올리는 아이돌 그룹이니. 일단 사이킥 배틀의 골든 티켓과 함께 무료로 전해주는 겁니다.”

“호오.. 그래서?”

“사이킥 배틀을 좋아하고 골든 티켓을 얻었다면 사카이군이 어떤 행동을 취할까요?”

“설마..”

“그래요. 사이킥 배틀의 여름 행사에 찾아오겠죠. 행여 오지 않더라도 게임을 건네주는 시점에서 홍보 자체는 충분히 될 겁니다.”

“그렇지. 맞는 말이야. 네가 말 한대로 진행해 보도록 해.”

“그럼 내일 쟈니스 엔터테이먼트 사무실에 들렀다가 본사로 돌아가겠습니다.”

“그래. 푹 쉬어라. 시게 녀석한테도 수고했다 전해주고.”

“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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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쟈니스 사무실에 방문한 나와 시게씨는 사카이군을 만나고 싶다고 소속사 대표를 설득한 끝에 겨우 사이킥 배틀과 골든 티켓을 전해 줄 수 있었다.

그리고 사카이군은 민텐도의 깜짝 선물에 크게 기뻐하였다.

물론 초반에 소속사 대표는 우리의 방문을 탐탁치 않아 했으나, 차후 게임 매체 성장할 시에 얻게 될 반사 이득에 대해 설명하자,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SMEP 매니저를 불러 들였다.

그리고 내 예상은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다.

뉴스에 보도 된 이후 사이킥 배틀은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까지도 크게 이름을 떨쳤다. 소속사 역시 사회적으로 이슈거리가 된 사카이군을 더 이상 나무라지 않고, 연예인이기 전에 게임을 좋아하는 평범한 고등학생의 철없는 행동으로 용서를 구했다.

하지만, 그 날 사카이군의 행동은 먼 훗날에도 가끔 우스겟 소리로 회자되곤 했다.

철없던 데뷔 초기 때 생방송 펑크 내고 아키하바라로 달려간 남자 아이는 그렇게 일본 아이돌 계에 다시없는 ‘전설’적인 일화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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