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6 : 미국 시장을 공략하라!! (9)
“그리고 한 가지 더. 사장님께 제안을 드릴게 남아 있습니다.”
“음? 뭔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얼마든 돕겠네.”
“지금 가게를 정리하시고, 저희 민텐도 프리미엄 매장 1호점의 점장님이 되어주세요.”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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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돈은 참 편리한 역할을 한다. 때 마침 토이월드의 맞은편에 임대 건물이 비어있던 터라 계약은 순조로웠다. 어마어마한 인력을 투입시켜 단기간에 심플한 화이트톤으로 인테리어를 마친 우리는 일본에서 동킹콤과 마리지의 캐릭터 상품을 대거 공수하여 민텐도 캐릭터들도 꾸며진 예쁜 전용 매장을 만들었다.
카마우치 사장은 기존에 장난감을 만들어 내던 공장 라인으로 캐릭터 사업에 뛰어들었고, 슈퍼 마리지의 흥행에 힘입어 캐릭터 상품 역시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었다.
나는 열쇠고리부터 인형에 이르기까지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악세서리와 장난감 지식을 모두 동원 해 일본에 요청했으니 앞으로 품목이 점점 늘어나겠지?
시장은 이미 M.E.S의 재고가 모두 동이 난 상태라 어딜 가도 기기를 구할 수가 없어 난리가 난 상태였다. 지난 한 달 동안 홍길동처럼 여기저기 쏘다니며 협조적인 업체만 컨택 한 결과 매장 갯수는 예전 보다 적어졌지만, 각 점포의 충성도가 더욱 높아진 상태였다.
“이렇게 예쁜 가게를 가져보다니.. 정말 꿈만 같군. 내가 강군을 만난 건 진짜 행운이야.”
“사장에서 점장으로 직위는 강등 되었지만, 수입은 훨씬 나으실 거예요.”
야마시타씨는 내일 오픈을 준비 중인 프리미엄 매장을 바라보며 입이 떡 벌어진 상태로 윌슨씨에게 물었다.
“뉴욕 한가운데에 이만한 규모의 프리미엄 매장이라니.. 윌슨씨 굉장히 부자셨군요..”
“네? 아니요~ 이게 다 미스터 강..”
나는 윌슨씨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윙크를 보냈다.
“미스터 강을 만난 인연 덕분이죠~ 하하하~”
사실 이 프리미엄 매장에는 내 자본이 대거 투입되었다. 카마우치 사장에게 부탁하여 회사 돈으로 매장을 낼 수도 있었지만, 그 짠돌이에게서 돈을 뜯어내기란 쉽지 않을 테고, 또 뉴욕 한가운데에 내 매장 하나를 가지고 있다면 미래에도 큰 도움이 될 거란 생각에 투자하기로 했다. 물론 나는 외국인이기에 윌슨씨와 공동명의로 소유권을 내었고 증인으로 엘리스를 세웠다. 적어도 미국에서 이 두 명이 가장 믿을 만한 사람이니까~
길 건너편에는 불편한 심기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토이월드 직원들과 사장이 나란히 서있었다. 나는 그들을 향해 일부러 활짝 웃어 보이며 먼저 인사를 건네자, 그들은 침을 탁 뱉은 뒤에 매장으로 돌아가 버렸다. 어디 한번 제대로 붙어봅시다. 당신들이 원하는 돈지랄 나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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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1호점의 오픈은 그동안 쟁겨 두었던 모든 재고를 폭발시키는 순간이었다. 오픈 2주전부터 신문에 거대한 광고를 한 탓에 기다렸던 고객들은 모두 프리미엄 매장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덕분에 나와 엘리스 역시 윌슨씨를 도와 매장에서 판매직을 겸해야 할 정도였다.
길게 늘어선 행렬을 따라 계속 해서 결제를 해주고 있는데, 낯익은 얼굴의 남자가 나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길 건너 토이월드의 점원 스미스였다. 그리고 그 뒤에는 고객한테 눈탱이를 치던 제이슨도 보였다. 순간 울컥한 기분이 들었지만 나는 최대한 웃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M.E.S를 구입하러 오셨나요?”
“네. M.E.S 100대를 주문하려는데요?”
“아~ 100대요? 그런데 고객님 이거 안보이세요?”
나는 턱짓으로 슬쩍 옆에 있는 작은 팻말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이런 문구가 쓰여 있었다.
-저희 M.E.S는 보다 많은 유저분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한 분당 최대 2대까지만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지금.. 물건을 안 팔겠단 말입니까?”
“아뇨~ 팝니다. 대신 한 사람당 딱 두 대까지 만요. 스미스씨도 저희 민텐도 게임의 팬이실지도 모르는데, 판매를 안 할 순 없지요.”
“크으... 일단 두 대를 주시오. 다시 찾아오지..”
“하루에 두 대 씩이니 매일 오시겠네요~ 감사합니다.”
나는 카운터 뒤에 쌓아둔 M.E.S를 꺼내어 카운터에 올려두며 밝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398불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객님.”
하지만 패키지를 본 스미스씨의 돈을 건네줄 생각조차 못하고, 상자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게.. 뭐야? 언제부터 상자에 이런 게 쓰여 있었지?”
-M.E.S는 199불입니다. 그 이상의 가격을 지불하고 구입하셨다면 고객님은 사기를 당하신 겁니다. 만약 그런 매장이 있다면 아래 연락처로 신고해주세요. 곧바로 차액을 지급해 드리고, 매장에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저희 민텐도는 고객님들의 편입니다.-
문구 아래에는 패키지에 대문짝만하게 199불이라 쓰여 있었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스미스씨에게 물었다.
“저기 손님? 구입하실 건가요? 뒤에 손님들이 기다리고 계시는데..”
“빌어먹을 원숭이 새끼가!!”
“안 살거면 꺼져. 병신아.”
한국의 욕은 참 신비하다. 굳이 언성을 높이지 않아도 어감만으로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만들 수 있달까? 결국 스미스와 제이슨은 M.E.S의 구입을 포기하고 되돌아 갈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 미국 내의 소비자 단체가 토이 월드를 상대로 들고 일어섰다. 우리의 대대 적인 광고 효과로 인해 분개한 고객들이 법원소송과 토이월드 불매운동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나 역시 초기 대안으로 소송을 걸어볼까 생각했지만, 미국내 인지도가 높은 대기업을 상대로 고소했다간 가뜩이나 미국 내 신생 기업인 민텐도의 이미지에 좋지 않을 것 같았기에 내버려 두었다. 대신 패키지에 가격과 문구를 넣어 소비자를 자극 시키자는 내 생각이 멋지게 들어 맞았고, 결코 쓰러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토이월드는 미국 시민들의 힘으로 신용도가 바닥에 떨어지게 되었다. 쌤통이다. 이 자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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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다시 4개월이 흐르고, 점점 늘어가는 멤버쉽 가맹점 덕분에 점심조차 먹을 시간이 없던 나는 늦은 시간 사무실에서 맥도널드 햄버거로 끼니를 떼우고 있었다.
따르릉~~ 그때 퇴근을 앞두고 있던 엘리스가 전화를 받더니 나에게 물었다.
“저기 강준혁 부장님. 토이 월드 사장님이 전화를 걸어왔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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