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마켓 1983-18화 (18/252)

EP. 6 : 미국 시장을 공략하라!! (5)

“어떻게 된 거지? 어떻게 저걸로 TV안의 오리를 떨어뜨릴 수 있는 거지?”

물론 이해할 수가 없겠지. 그들에게 있어서 지금 상황은 마치 4D영화를 처음 체감한 것과 같은 충격일 것이다. 전자총의 총구에선 아무 것도 발사 되지 않았지만, 확실히 한발 한발 TV 속의 오리를 상쾌하게 격추 시키고 있었다.

사장과 매니저는 마치 귀신에 홀린 것처럼 내 플레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역시 군페이씨는 천재야. 단기간 안에 아주 훌륭한 걸 만들어 주셨군.

일본에 돌아간 군페이씨는 게임에 사용하는 새로운 컨트롤러를 위해 밤을 새워 수많은 연구를 거듭했다. 그러던 중 그는 TV화면의 주사율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가 만들어 낸 전자총은 단 한순간이지만 TV의 주사율을 강제로 조작할 수 있었다.

전자총의 방아쇠를 당기면 화면 전체가 일순간 깜빡이며 검은색이 되는데 워낙 순간이라 사람의 눈으론 확인이 불가능 했다. 그리고 날아오르는 오리의 오브젝트를 흰색으로 표시하며 전자총이 하얀색 오브젝트를 인식하게 만들도록 제작 되었다.

이게 뭔 말이냐고? 사실은 나도 몰라. 아무튼 전자총에 티비를 강제로 제어하는 기능을 넣어 날아가는 오리를 인식 시키는 거라는데, 군페이씨도 이걸 성공하고 오죽 기뻤으면 시차 생각도 안하고 새벽에 전화 해 생난리를 치셨으니..

그때 작동 방식에 대해 뭔가 주저리주저리 하셨던 것 같긴 한데, 잠결이라 나도 잘은 모르겠더라.. 그냥 아~ 드디어 만들어졌군. 하고 다시 잠들긴 했지만..

“확실히 재미있는 장난감이군.”

“마음에 드시나요?”

“그래. 하지만 말이야.”

토이 월드 사장은 두꺼운 시가에 불을 붙이며 히죽 거렸다. 대놓고 사람을 무시 하는 듯 한 표정을 읽은 나는 이 계약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을 직감했다. 눈이 빠른 그는 M.E.S의 카트리지 뚜껑을 열어젖히며 안에 들어 있는 덕헌트의 게임팩을 확인했다.

“내 눈은 속일 수 없지. 이건 누가 봐도 비디오 게임기야. 장난감이라고 애둘러 표현한 뒤에 어떻게든 우리 매장에 이걸 납품하려는 모양인데, 아무튼 좋아~ 우리 가게에 받아주지.”

토이 월드 사장의 말에 야마시타씨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하지만..

“단, 덕 헌트 전용 머신으로 만들어줘. 다른 카트리지는 필요 없으니까. 그럴싸한 게임 하나 끼워주고 나서 나중에 쓰레기 게임들을 유통 하려는 너희 속셈을 내가 모를 거 같아?”

덕헌트 전용 머신을 만드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소프트웨어의 판매로 부가 수익을 노리는 콘솔 사업에서 그것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지 않습니다. 저희 민텐도는 게임의 퀄리티 유지를 위해 모든 게임을 본사에서 검토 후에 출품하고 있습니다. 사장님이 걱정하시는 것 같은 저급 게임은 저희 기기에 출시 될 수 없을 겁니다.”

“웃기지마!!”

결국 나와 야마시타씨는 점원들의 손에 이끌려 쫓겨나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저희와 계약하고 싶으면 덕 헌트 전용 머신을 만들어 오세요. 저희 토이 월드는 더 이상 게임 콘솔을 취급하지 않습니다.”

매니저는 M.E.S가 담긴 박스를 거칠게 바닥에 던져두고는 가게 안으로 돌아갔다. 아오.. 삭신이야. 아무튼 미국 놈들 힘도 좋아. 수틀리면 같은 사람이고 뭐고, 그냥 길바닥에 내동댕이 치는구만..

“역시 힘들군.. 사람의 인식이란 게 이렇게나 무서울 줄이야.”

“역시 배떼지 부른 매장부터 찾아오는 게 아니었어.”

“배떼지? 그게 무슨 말인가?”

“배가 부른 녀석들이란 한국말입니다. 아무튼 장소를 옮기죠. 여긴 더 이상 볼 거 없으니.”

나는 바닥에 나뒹구는 컨트롤러를 정리한 뒤에 몸을 일으켰다. 토이 월드를 떠나기 전 나는 뒤돌아 매장 입구를 바라보며 중얼 거렸다.

“돼지 새끼. 두고 봐라. 제발 우리 매장에 물건 좀 넣어 달라고 벌벌 기게 만들어 줄 테니까..”

&

야마시타씨와 나는 결국 뉴욕 상점가 끝자락에 위치한 작은 장난감 가게에 들렀다. 중심가와는 달리 사람도 한적했기에 상대적으로 조용한 분위기인 이 가게의 이름은 ‘토이 박스’ 장난감 상자라는 아기자기한 이 가게는 점원도 없이 사장 혼자 가게를 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M.H.E.S 라는 회사의 영업 담당들인데 새로운 장난감을 납품하러 왔는데요..”

그러자 카운터에 있던 중년의 남자가 웃으며 우리를 맞아주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그런데 죄송하지만, 저희 가게는 다음 달에 문을 닫을 예정인데, 괜찮으세요?”

“문을 닫으신다구요?? 어째서..”

“실은 최근에 번화가 쪽에 장난감 가게가 많이 생긴 탓인지 저희 쪽에 손님이 많이 줄어서 가게 운영이 어렵거든요..”

“아, 저런.. 현재 저희는 아직 아무 장난감 가게와도 계약을 하지 않은 상태인데, 혹시 괜찮으시다면 한번 봐주시기라도 하시는 건?”

“그건 어렵지 않죠. 안으로 들어오세요.”

토이월드와는 확실히 대비되는 친절함에 나와 야마시타씨는 일단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따로 사장실은 없었기에 우리는 가게 한 구석에서 토이 월드에서 시연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로봇과 덕헌트를 시연해보았다.

“아, 굉장히 새로운 조작 방식이네요. 하지만, 게임.. 이군요?”

역시나 덕 헌트의 조작은 흥미를 당겼지만, 게임이라는 것에 토이 박스의 사장님도 난감한 기색을 표했다. 그로 그럴 것이 토이박스의 매장 절반은 아타리 사의 게임 카트리지로 가득 차 있었다.

“저도 게임을 좋아하지만, 보시다 시피 아타리 게임을 너무 신용한 탓에 가게 운영이 더욱 어려워 졌거든요. 그래서 선뜻 이 기계를 매입한다는 게 두렵습니다.”

“그 마음 십분 이해합니다. 하지만 저희 M.E.S는 결코 아타리와 같은 불행을 안겨드리지 않을 겁니다.”

나는 준비해 왔던 가방에서 슈퍼 마리지와 마리지 브라더스를 꺼내 들었다. 사실 토이월드에서 분위기가 좋다면 밀어보려고 가져온 녀석들이었는데, 시연해 볼 기회조차 없이 쫓겨난 탓에 이곳에서 처음 시연 해볼 수 있었다.

토이박스의 사장님은 기본적으로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기에 순식간에 슈퍼 마리지의 시스템에 적응하며 횡 스크롤 형태의 새로운 진행 방식에 굉장히 놀라워했다.

“이건 정말 대단하군요!!”

“이 게임은 곧 미국 지역의 게임센터에도 들어갈 예정입니다.”

“그렇군요. 이 정도 퀄리티의 게임이라면 분명 미국에서도 통할 것 같습니다. 특히 기존 아케이드처럼 화면 안에 묶여 있지 않다는 점이 대단하네요. 완전히 새로운 방식입니다!!”

토이박스의 사장님은 마치 아이처럼 슈퍼 마리지를 즐기며 행복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타리에서.. 이런 게임이 나왔더라면 내 가게도 계속해서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는 이제와 슈퍼 마리지를 만난 게 억울했는지 눈물까지 글썽이고 있었다. 야마시타씨 조차 안쓰러운 표정으로 토이박스 사장님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장님은 게임을 좋아하시는군요. 만약에 가게 문을 닫지 않는다면 저희 민텐도의 게임기를 받아 주실 수 있겠습니까?”

“물론이죠. 하지만 저는 더 이상 가게를 운영할 수 없어요. 또한 이 게임기를 매입할 만한 자금도 없구요.”

“좋아요. 사장님. 그럼 저희가 사장님을 도와드리겠습니다.”

“네?”

“저희 민텐도의 M.E.S를 무상으로 100대 지급해드리지요. 그리고 이 가게의 월세 3개월분도 선 입금으로 미리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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