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마켓 1983-17화 (17/252)

EP. 6 : 미국 시장을 공략하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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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국에 온지도 어느새 4개월째가 되어 가고 있었다. 지난 달 사장님과 통화 후 창고 안에 있던 캐캐묵은 패밀리는 전량 일본으로 회수가 들어갔고, 오늘 오전 새롭게 디자인 된 M.E.S라는 녀석이 들어왔다.

이전의 패밀리는 딱 봐도 카트리지를 세로로 꽂아서 즐기는 게임기 이미지였던데 반해, 새로 디자인 된 녀석은 마치 컴퓨터 디스켓처럼 널찍한 카트리지를 전면부에 밀어 넣는 스타일로 바꾸었다.

또한 좁은 일본 가정집과는 다르게 넓은 거실을 즐기는 서양인 취향에 맞춰 컨트롤러 줄을 더 길게 늘이고 크기도 키웠다.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디자인 되었군. 그런데 이렇게 겉모습을 바꿨다고 사람들이 믿어줄까?”

“어차피 전 모델은 쳐 다도 안 봤을 정도니까 괜찮을 거예요.”

야마시타씨는 지사명을 바꾸고 새롭게 시작하는 동시에 술과 대마를 끊었다. 창고에서 먼지만 쌓여가던 패밀리를 전부 치우고 나자, 야마시타씨는 그제야 숨통이 조금 트이는 기분이 든다고 했다. 아무래도 팔리지 않는 부진 재고를 떠안고 있던 게 야마시타씨에겐 큰 스트레스로 작용했던 것 같다.

“자~ 그럼 이제 새롭게 공략을 하러 가볼까요?”

나는 샘플용 M.E.S 머신을 들고 야마시타씨를 향해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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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우린 뉴욕에서 가장 큰 장난감 가게 토이월드 앞에 서있었다.

“이거 원 또 멱살 잡혀 끌려 나오는 건 아닐지..”

야마시타씨는 벌써부터 긴장했는지 넥타이 끈을 느근하게 풀어내며 한숨을 내쉬었다. 나 역시 일전에 험한 꼴을 당해봐서 마른침을 삼키며 어색하게 웃어보았다.

“설마.. 이번엔 잘 될 거예요.”

딸랑~~ 가볍게 정문을 밀어 젖히며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점원들이 웃으며 우리를 반겨주었다. 하지만 딱 봐도 영업사원 티가 나는 복장이었기에 잠시 후 담당 매니저로 보이는 사람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어떤 일로 오셨죠?”

“안녕하세요. 저희는 M.H.E.S라는 업체 쪽 사람입니다. 새로운 장난감을 개발하여 오너와 상담을 하고 싶은데요?”

“M.H.E.S? 처음 들어보는데?”

“이번에 새로 미국에 등록한 일본계 회사입니다. 움직이는 로봇과 전자총 장난감을 개발 했지요.”

그러자 매니저는 전자총에 대해 살짝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전자총? 저흰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을 취급합니다. 사람을 다치게 하는 장난감을 판매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나는 매니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재빨리 전자총을 꺼내어 보였다. 회색빛깔의 투박한 권총은 아무리 보아도 위협용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가 가져온 총은 총알이 나가지 않습니다.”

“흐음.. 일단 오너실로 모시겠습니다.”

뭔가 미식쩍은 표정의 매니저는 우리를 데리고 가게 안쪽의 사장실로 안내했다. 좋아, 이제부터가 진짜 승부다. 사장실 안에는 전형적인 미국인 체형의 뚱뚱한 남자가 서류뭉치로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추운 겨울이 지나 봄인데도 그는 마치 한여름 복장을 하고 있었다.

“스미스? 그 사람들은 누군가?”

“그게 새로운 장난감을 개발했다는 M.H.E.S라는 업체 사람들입니다.”

“새로운 장난감? 장난감이 다 거기서 거기지. 새로울 게 뭐가 있나?”

굉장히 퉁명스레 반응하는 오너에게 나와 야마시타씨는 최대한 입꼬리를 올리며 웃어 보였다.

“일본인인가? 재밌군. 그래도 노란 원숭이 녀석들이 장난감 하나는 잘 만드니까. 어디 한번 구경이나 해볼까?”

말하는 싸가지 하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을의 입장이었던 우리는 테이블 위에 새로운 장난감을 올려두었다.

“로봇? 그리고 총? 이게 뭐가 새로운 장난감이라는 거지?”

“이것들은 여기 있는 기계에 연결하여 사용하는 전자동 장난감입니다.”

“기계? 뭐야 이거? 이거 혹시 게임기 아냐?”

“아뇨. 이것은 홈 엔터테이먼트 컴퓨터입니다.”

“컴퓨터라고?”

“네 이걸 이용해 이 로봇을 움직일 수 있고, 총을 쏠 수 있죠. 잠시 연결을 해볼까요?”

“흐음.. 일단 해봐.”

사장은 조금이라도 허튼 수작을 부리면 나를 던져 버릴 기세로 노려보고 있었다. 야마시타씨 역시 긴장했는지 무릎을 세운 채 불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우선 외부 포트에 로봇을 연결시키고 전원 스위치를 올렸다. 패밀리 패키지에 포함된 로봇은 별도의 카트리지 없이 조작이 가능했기에 나는 곧장 컨트롤러를 쥐고 로봇을 조작해보았다. 다행히도 카마우치 사장은 내가 처음에 알려준 힌트를 곧이곧대로 듣지 않고 로봇에 팔을 만들어 물건을 들어 올리는 기능도 추가 해두었기에 나는 테이블에 올려져있던 전자총을 들어 올려 보았다.

로봇의 양팔이 집게처럼 좁혀지며 전자총을 집어 올리자 그것을 지켜보던 사장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호오.. 재밌군. 그런데 그 총은 뭐지?”

“아, 이것은 TV를 사용해야 하는 총인데요.”

“TV!? 왜 장난감 주제에 TV를 사용하지? 이거 게임기 아냐?”

“아뇨. 이건 가족끼리 즐겁게 사격 연습을 할 수 있도록 제작된 오락 프로그램입니다.”

내가 해놓고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 게임은 게임인데 게임이 아니라고 하니.. 홍길동 호부호형하는 소릴 하고 앉아있군. 사장이 굉장히 미심적은 표정을 하고 있었기에 나는 슬슬 눈치를 봐가며 사장실 한구석에 있는 TV에 케이블을 연결했다.

행여 카트리지를 꽂는 걸 보이면 확실히 트집 잡힐 것 같았던 나는 미리 게임기에 카트리지를 꽂아둔 상태였다.

외부포트에서 로봇을 제거 하고 전자총으로 바꿔 낀 나는 전원 스위치를 올렸다. 그러자 TV에서 덕헌트 (오리사냥 라는 문구가 떠오르고, 그와 동시에 사장과 매니저의 표정은 심히 불편해 졌다.

불안했던 나는 전자총의 방아쇠 부분을 딸각 거리며 빨리 메인화면이 넘어가길 바랬다. 그리고 잠시 후 화면에는 녹색의 수풀이 그려진 화면이 등장하자 사장의 이마에 핏대가 굵어졌다.

“이거 게임기 맞잖아!!”

타앙~!! 그 순간 나는 TV 화면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고 그러자 화면 안에 날아오르던 오리 한 마리가 꽥하고 떨어졌다.

“어? 뭐야 방금??”

피요오오옹~ 타앙~ 펑~!! 피유우웅~ 타앙~ 펑~!! 화면 안에 날아가는 오리들은 내 전자총에 의해 차례차례 추락하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지? 어떻게 저 총으로 TV안의 오리를 떨어뜨릴 수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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