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마켓 1983-14화 (14/252)

EP. 6 : 미국 시장을 공략하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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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수고 했다. 슈퍼 마리지 완성을 축하하며 건배~!!”

“건배~!!!”

1983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비디오 게임 최초의 횡스크롤 게임 슈퍼 마리지가 완성이 되었다. 지난 9월에 출시된 전작 마리지 브라더스는 둘이서 즐기는 독특한 게임 방식으로 이미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기에 이번 슈퍼 마리지에 거는 기대감이 더욱 커져가고 있었다.

동킹콤과 마리지 브라더스 덕분에 패밀리 역시 아이들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불티나게 팔린다는 소식에 카마우치 사장도 크게 기뻐했다. 오죽하면 개발팀 축하 파티에도 직접 찾아와 저렇게 신나게 떠들어 대고 있을까?

“이봐 시게루 이번에 자네가 만든 게임은 얼마나 팔릴 것 같나!? 응? 100만개!? 200만개?? 으하하하~~”

전 세계적으로 1000만개가 나갈 녀석입니다. 나는 속으로 빙긋 웃으며 맥주를 홀짝였다.

“사장님. 저 혼자 만들어낸 게 아닙니다. 솔직히 강 준혁군이 없었다면 이렇게 빨리 슈퍼 마리지를 만들어 내지 못했을 겁니다.”

“그렇지, 그렇지. 이~봐 강군~!! 어딨어!?”

“여기 있습니다.”

“옳지, 옳지~ 그래 거기 있어 내가 갈게~!!”

카마우치 사장은 벌써부터 얼큰하게 취해 덩실덩실 춤을 추듯 내게 달려왔다.

“크하하~ 어디서 이런 보물 같은 사원이 들어와서 나를 기쁘게 해주는 거냐~!!”

크~ 이정도면 완전 주정뱅이가 따로 없군.. 나는 술 냄새를 풍기며 들러붙는 카마우치 사장과 살짝 떨어지며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강군.. 그를 만난 건 우연이었습니다. 그때 만약 신칸센에 오르기 전 도시락을 사기 위해..”

“시끄러 군페이!! 그 말은 내가 백번도 더 들었다!!”

민텐도 입사 후 3개월. 나는 1983년에 잘 적응해 나가고 있었다. 개발실 직원들도 매우 친절 했고, 나에게 적대감을 갖는 사람도 없었다. 일을 하다 보니 돈쓸 시간이 없어서 통장의 잔고는 계속해서 차오르는 중이었다.

만사가 형통하니 걱정이 전혀 없군. 이대로 분위기 좋게 연말을 보내고 1984년을 맞이하자~ 그때 내 옆에 있던 카마우치 사장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강준혁군.”

“네. 사장님~”

“이제 총 들려 줬으니까. 미국 가야지?”

“네..?”

그로부터 약 한 달이 흐르고.. 1984년 1월 25일. 나는 슈퍼 마리지의 카트리지 생산 작업을 시게루씨에게 일임한 뒤 군페이씨와 함께 미국에 와있었다.

“아오!!! 씨발!!! 추워!! 적어도 겨울은 보내고 여길 보내던지 카마우치 개새끼야!!”

“음? 강군? 지금 뭐라고?? 얼핏 사장님 이름이 들린 것 같은데?”

“한국말로 혼잣말 좀 했습니다.”

나는 눈에 파묻혀 잘 굴러 가지도 않는 여행용 캐리커를 끌고 뉴욕 한복판을 걷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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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이익.. 우린 민텐도 미국지사에서 예약해준 허름한 호텔에 들어왔다. 샤사삭.. 뭐지? 방금 바닥에 뭐가 기어간 거 같은데? 아니 일본에서 온 본사 직원 숙소를 이딴 곳에 잡아두다니. 카마우치 사장이 조금 제멋대로긴 해도 직원들 복지는 신경 쓰는 편인데. 내 옆에 서있던 군페이씨 역시 표정이 좋아보이진 않았다.

“미국 호텔은 다 이런가? 일본에 비해 너무 시설이 좋지 않군..”

“그럴리가요. 여기 사람들이라고 숙박업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그냥 가장 싼 숙소로 예약한 거겠죠”

“에이, 설마.. 미국 지사를 담당하는 야마시타씨는 카마우치 사장님의 사위일세. 그런 분이 설마 우리를 이렇게 대접했을까?”

“아무튼 군페이씨. 전 여기서 못자요. 우리 호텔을 옮기죠.”

“뭐!? 하지만 다른 곳에 숙소를 잡으면 회사 돈이 아닌 사비로 해야 할 텐데?”

“저 그 정도 돈은 있거든요? 우리가 여기서 몇 달을 있을지 모르는데, 어떻게 여기서 계속 생활해요!?”

결국 나는 군페이씨를 잡아끌고 호텔 앞에 서있던 택시에 올랐다.

“Please take me to the best hotel around here.”

“Yes. sir~”

“이봐, 강군 우리 지금 어디로 가는 건가?”

“이 근처에서 가장 좋은 호텔로 가달라고 했어요.”

“뭐!? 이, 이봐.. 강군. 정말 괜찮은 거야?”

잠시 후 우린 휘황찬란한 조명에 빛나는 거대한 호텔 앞에 서있었다. 확실히 변두리에 있던 호텔과는 달리 번화가엔 온통 신년을 축하하는 메시지들로 가득했다. 이제야 좀 사람 사는 곳 같군..

“그래 적어도 이 정도는 되어야 잘 만하겠지?”

“여긴 너무 비싸 보이는데? 어? 강군!? 강군!!”

뒤에서 들려오는 군페이씨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나는 캐리어를 끌고 호텔로 들어가고 있었다. 당장 추워 뒈지겠는데, 돈은 이럴 때 쓰는 거지. 혹시나 해서 환전 많이 해오길 잘했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호텔 로비를 지나 프론트에 다가가자 푸른 눈동자의 금발 미인이 나에게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

“How may I help you, sir?”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손님?

“I'd like a room please.” (방을 빌리고 싶은데요.).

“Did you make a reservation?” (예약은 하셨나요?).

“No. I didn't.” (아니오.).

“Ok. would you like a single or double?” (.알겠습니다. 방은 싱글과 더블 중 어느 쪽을 원하십니까?)

“I'm staying for a month. I'd like the best room you have.” (.한 달 정도 머무를 생각입니다. 이 호텔에서 가장 좋은 방을 주세요.)

“Yes. sir~” (알겠습니다. 손님~).

군페이씨는 멍하니 내 곁에 서서 우리의 대화 내용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하.. 한 달!? 강군 혹시 지금 이 호텔에서 가장 좋은 방을 한 달 동안 쓴다고 한 게 맞나?”

“네.. 일단은 최소 한 달 잡고 상황을 봐서 늘리는 게 낫지 않을까요?”

“아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우린 출장을 온 거지 놀러온 게 아니라구!!”

“누가 뭐랍니까. 일은 일이고, 휴식은 휴식이죠. 잘 쉬어야 일도 열심히 할 것 아닙니까?”

“그렇다고 스위트룸을 빌리다니..”

“헉.. 군페이씨 설마 싱글 룸에서 저랑 한 침대에 주무시려고 하셨어요!?”

“아니, 내 말 뜻은 그런 게 아니라~!!”

하지만 이미 게임은 끝났다. 우리가 옥신각신 하는 사이에 프론트 직원은 모든 준비를 마치고 우리에게 열쇠를 건네주었기 때문이다.

“Thank you. Happy New year~”

나는 열쇠를 받아들며 프론트 직원에게 인사를 건넨 뒤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나 참. 이거 사장님께는 뭐라고 보고 해야 하나?”

“군페이씨야 말로 걱정도 태산입니다. 회사 경비 말고 내가 내 돈으로 호텔에서 묵겠다는데 뭐가 문제에요?”

1983년 뉴욕 최고의 호텔의 스위트 룸 가격은 하룻밤에 149달러였다. 물론 한 달로 치면 450만원 이라는 어마 어마한 금액이긴 하지만, 그 정도 금액쯤이야. 내 통장의 예치금 수수료조차도 안 되기 때문에 나는 마음 편히 캐리어를 끌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강군은 한국인이라 잘 모르나 본데, 일본 사회에서는 말이야. 주변 사람들의 인식이 중요하다네.. 이런 고급 호텔에서 묵었다고 하면 일본에 있는 직장 동료들은 분명 놀고먹고 있다고 생각할 거야.”

흔히 일본인에게는 혼네 (본심 와 타테마에 (겉으로 드러내는 마음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본심은 무슨 꿍꿍인지 모르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점잖고 배려가 깊은 척을 한다고 할까? 그만큼 겉과 속이 다른 민족이라 그런지. 일본인은 주변 시선에 참 신경을 많이 쓰는 듯했다.

“일만 잘 처리하고 가면 되지. 뭐 하러 피곤하게 그런 것까지 따진 답니까?”

아~ 몰랑. 거의 15시간을 날아와서 피곤해 죽겠는데, 그런 것까지 신경 쓰기도 귀찮아!! 어서 뜨거운 물로 샤워하고 잠이나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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