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5 : 슈퍼 마리지 (1)
그 다음 날. 나는 민텐도 사에서 제공해준 기숙사 침대 위에서 눈을 떴다. 흐음.. 호텔보다 별로긴 한데, 그래도 회사에서 제공해주는 숙박시설이라~ 나쁘지 않은데? 무엇보다 회사도 가깝고, 살짝 사육당하는 기분이 들긴 하지만 그건 그냥 기분 탓이라 생각하자.
1980년대 회사 업무의 시작은 국민체조부터 일 줄이야.. 지금 나는 회사 사옥 앞의 마당에 서서 구령에 맞춰 체조를 하고 있었다. 설렁 설렁 하려고 해도 주변 직원들이 너무나도 열심히 하는 탓에 나 역시 뻣뻣한 자세로 체조를 따라 하였다.
“오늘도~!! 힘차게!!”
“와아아아~”
마지막 구호를 마치자 민텐도의 직원들은 마치 적진으로 돌격하는 병사들 마냥 뜀걸음으로 달려나갔다.
“미치겠네..”
나는 한국말로 중얼 거리며 그들의 뒤를 따랐다. 1980년대는 개인주의 보다는 단체주의 사상이 중시되는 묘한 시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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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어째서 강군이 해외 영업 파트인 겁니까? 제가 추천했으니 당연히 휴대용 콘솔 제작 파트에 넣어 주셨어야죠..”
“아니 군페이 형님. 형님이 강군 만나보라고 해놓고 자기 개발 파트로 쏙 빼가려하면 어떻게 합니까? 제가 대화를 나눠 보니 강군은 게임 소프트 개발 파트로 와야 합니다.”
“시끄러!! 모든 면접은 나를 통해 내가 적임이라고 생각하는 부서에 배속시킨다. 강준혁 군은 무조건 해외 영업 파트야. 저 녀석 이력서에도 특기가 영어로 되어 있었다고, 더구나 이놈은 미국 시장에서 크게 한방 먹여줄 녀석이란 말이다!!”
민텐도를 이끌어갈 세 우두머리가 나를 두고 싸우고 있었다. 내 부서가 해외 영업 파트로 발령이 나자 공고문을 본 군페이씨와 시게루씨는 동시에 사장실로 득달 같이 올라와 나를 데려가기 위해 난리법석을 피웠다.
“야 이 자식들아!! 내가 사장이라고!!”
카마우치 씨는 사장의 호통에 결국 군페이씨와 시게루씨는 조용히 입 다무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한구석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다가 하마터면 웃음이 터져 나올 뻔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나 하나를 두고 서로 자기가 원하는 부서에 배속시키겠다고 싸우고 있는데 당사자 입장에서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하지만 계속 이 상태로 둘수도 없었기에 나는 조심스레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저기, 죄송하지만 저도 한마디 해도 될까요?”
“뭐? 신입 사원이 윗사람들 얘기하는데 깡도 좋군. 좋아 어디 얘기나 들어보자.”
“계속 이 상태면 결론이 안날 것 같아서 간단히 교통정리를 해드리려는 거죠.”
“교통정리? 이 녀석 비유가 좋은데? 하하~”
카마우치 사장은 호탕하게 웃어넘겼다. 그는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굉장히 성격이 급하고 결단이 빠른 남자였다.
“우선 니세코이씨. 일단 저는 이미 차세대 휴대용 게임기의 초안을 전부 드렸다고 생각합니다. 그래픽을 유기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와 카트리지 시스템만 있다면 이미 다음 휴대용 기기로서의 골짜는 완벽합니다. 성능은 현재 8비트 패밀리 수준은 어려울 테니 최소한 의 사양으로 우선 판매가에 중점을 두어 보세요. 현재 패밀리 가격이 14,800엔이니 적어도 그보다는 저렴해야 사람들도 납득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단돈 1,000엔이라도 금액을 낮출 수 있는 방향이 있다면 그렇게 진행을 해보세요.”
“흠.. 확실히 그렇겠군. 카트리지 시스템은 우리 쪽 인력을 사용하면 되겠고, 그렇다면 유기 표현 디스플레이 단가를 얼마에 맞추느냐가 관건이군.”
“일단 제작이 들어가면 대량 발주가 예상 되니 공개 입찰을 해보세요. 그 편이 좋은 물건을 좀 더 저렴한 단가에 구입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자 카마우치 사장은 나를 바라보며 중얼 거렸다.
“이 놈 보소? 나이도 어린 게 경영에 빠삭한데?”
나는 카마우치 사장을 향해 빙긋 웃으며 바라보았다.
“다음은 사장님. 저를 해외 영업부에 배속 시켜주신 것에 대해 큰 불만은 없습니다. 기회를 주신다면 패밀리를 미국 시장에서 성공시켜 보이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무기도 없이 전쟁터에 나가 총알받이 하라는 말씀은 마세요.”
“뭐라고라?”
“현재 패밀리는 일본에서도 시작 단계입니다. 미국에서 통할만한 타이틀이라고는 동킹콤 하나뿐입니다. 이대로라면 미국인들에게 그저 ‘동킹콤 머신’으로 불리며 다른 타이틀은 팔려나가지 않게 될 것입니다. 지금은 비록 우리가 혼자 기계와 소프트를 독자 공급하고 있지만, 조금만 기다리시면 분명 아케이드쪽 게임 회사들도 우리 패밀리에 눈길을 돌리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기다릴 순 없지 않은가?”
“물론 그렇죠. 그래서 시게루씨가 필요한 겁니다. 현재 시게루씨가 구상 중인 타이틀은 아마 발매와 동시에 대히트를 기록할 녀석으로 생각됩니다. 현재는 그 타이틀에 주력하여 최단 시간 내에 발매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가능하면 기판 제작을 먼저 해서 미국의 게임 센터에 공급을 하면 어떨까요. 그렇다면 미국 시장에서 패밀리를 판매할 때 엄청난 무기가 될 것 같습니다.”
자~ 내 교통정리는 여기서 끝.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여기까지입니다.”
“내가 민텐도 사장질 하면서 이렇게 따박따박 말로 치고 들어오는 직원은 처음 본다. 어이 군페이. 한국인들은 원래 이래?”
“그, 글쎄요?”
“성격 하난 시원해서 좋구만~ 좋아, 네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시게루. 오늘부터 강군 데리고 그놈의 마리진지 머시긴지 그것 좀 빨리 만들어 봐.”
“네, 알겠습니다~!!”
시게루씨는 사장의 결정에 만족한 듯 힘차게 대답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요~ 같이 만들어 봅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릴 전설의 게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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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아닌데.. 왜 이렇게 어색하지?”
“뭔가 잘 안되세요?”
“아, 강군 마침 잘 왔어. 새로운 마리지 게임에 횡 스크롤 도입은 괜찮은데 말이야. 뭔가 움직임이 좀 어색해 보이지 않아?”
“아~ 그래요?”
시게루씨와의 공동 작업은 나에게 있어서 참 재미있는 일이었다. 이미 슈퍼마리지에 대한 기본적인 진행 구조는 시게루상과 나의 아이디어로 인해 미친 속도로 제작이 되어 가고 있었지만, 벌써 며칠째 시게루씨는 아무것도 없는 비어있는 스테이지 위에서 마리지만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그가 고심하고 있는 정답에 대해 이미 눈치를 채고 있었지만, 굳이 알려주진 않았다. 마치 수능 시험 답안지를 손에 쥔 채 테스트 중인 학생을 바라보는 느낌이랄까? 내가 정답을 공개하면 슈퍼마리지가 더욱 빨리 제작이 될 수 있었지만, 나는 지금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11월의 어느 날.
“시게루씨. 패밀리 게임용 데모 디스크가 도착했는데요?”
“아, 지금은 좀 바쁘니 거기 테이블 위에 놓아두세요.”
여전히 마리오의 움직임에 대해 연구 중이던 시게루씨는 직원이 가져다준 소포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었다.
아타리 쇼크를 교훈 삼은 민텐도는 양질의 게임을 판매하기 위해 직접적으로 패밀리에 출시될 게임들을 검수하고 있었다. 검수는 개발부서인 우리가 직접 플레이를 해보고 그 가치를 판단하여 합격이 되면 카트리지로 생산하는 시스템이었는데, 2015년에 비유를 하자면 어플리케이션을 만든 제작사가 앱스토어에 출품하기 전 검수 받는 것과 비슷한 작업이었다.
나는 바쁜 시게루씨를 대신해 테이블 위에 놓인 소포를 집어 들었다. 발신자는 HEG 연구소 라는 다소 묘한 이름의 회사명이었는데, 그 밑에 쓰여 있는 담당자 이름을 본 나는 손끝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왔다. 드디어 왔어!!’
카와타 사토시라는 담당자 이름에 나는 서둘러 소포를 뜯어보았다. 조그만 플로피 디스크에 쓰여 있는 게임 이름은 ‘벌룬 파이트’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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