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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접병기 활-163화 (163/172)

◈ 163화. 세상에 경험치가 가득하구나!

남은 두 분신이 궁수를 노리고 동시에 달려들었다. 이제는 뻔하디 뻔한 공격에 궁수는 실망하며 둘의 무기를 손으로 꽈악 쥐었다.

살벌한 칼날은 궁수의 살을 뚫지 못했다.

마력을 일으켜 왼손은 검을 오른손은 거대한 전투 도끼를 받아내었다.

“허허 거참.”

콰드드드득!

궁수의 우악스러운 손아귀가 적들의 무기를 꽉 쥐더니 이내 뜯어버렸다.

무기를, 그 단단한 검과 도끼를 맨손으로 찢어버린 것이다.

마력을 둘렀다곤 하나 기본적으로 맨손, 궁수의 마력이 적들을 한참 상회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래봐야 놈들이 움직이기 위해 마제에게 받은 마력보다는 자신의 마력이 크다는 말이었다.

분신이 사용하는 무기는 그 나름대로 마계에서 알아주는 무기들이다.

그런 무기를 궁수가 맨손으로 찢었으니, 천하의 마제라도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눈이 휘둥그레 하는 것이 제법 장관이었다.

[?????????????????????]

[미친?????]

[와…]

당황한 것은 채팅창도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인간의 상식을 아득히 뛰어넘은 악력에 모두 입을 떡 벌렸다.

궁수만이 아무렇지 않은 듯 다 부서진 무기를 잡고 적들을 내동댕이쳤다.

이가 나간 무기로도 어떻게든 피해를 입혀보려는 듯 부단히 노력했지만 칼날이 궁수에게 닿는 일은 없었다.

검을 든 분신의 복부에 궁수의 발차기가 격돌했다. 화살이 처박히며 놈이 뒤로 휙 날아갔다.

“남자는 폭발 따위 보지 않아.”

등 뒤로 폭발음이 들리며 경험치가 들어왔다. 깔끔하게 한 명을 처리한 궁수는 곧바로 전투 도끼를 든 놈에게 돌진했다.

궁수가 자신에게 파고들려고 하자 놈은 곧바로 손에 쥔 도끼를 버렸다.

당장 적이 달려드는 마당에 날이 개판된 무기를 사용할 틈 따윈 없다.

그리고는 곧바로 궁수의 양 손을 잡으며 힘 싸움에 들어갔다.

도끼 자체도 몇백 키로그램이 넘는 무게다. 평범한 헌터라면 벌써 무릎이 꿇렸을 것이다.

하지만 나궁수 그가 누군가.

“이게 미쳤나.”

궁수는 오히려 놈을 통째로 들어 올렸다. 다른 놈도 아니고 자신에게 힘싸움을 걸었다는 것 자체가 어이가 없었다.

어딜 3대 10000도 안되는 놈이 싸움을 건단 말인가.

“너 이거 절대 놓지 마라.”

“무슨 정신나간…!”

늘어진 말투로 마제가 뒤늦게 궁수로부터 벗어나려 했으나 때는 늦었다.

궁수는 이때다 생각하며 있는 힘껏 놈을 땅에 후려쳤다.

그 뒤로 경쾌한 매타작이 이어졌다.

쾅쾅콰콰쾅!

한두 번도 아니고 수십 번을 반복하며 땅에 패대기를 쳤다. 왼쪽 오른쪽 앞뒤 모든 곳에 놈이 처박힌 자국이 가득했다.

놈의 안면이 갈려 걸레짝이 되고 나서야 궁수는 손을 풀어주었다.

툭.

“워후 이건 방송 안되겠는데.”

갈려버린 놈을 뒤로하고 궁수는 주변 전장을 둘러보았다. 전투는 궁수의 생각보다 훨씬 치열했다.

기습이 효과적으로 먹혀 들어갔다 생각했는데, 과연 마제의 직속 병사들이다.

어둠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며 헌터들과 치열한 전투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우물쭈물 할 시간에 한 놈이라도 더 수를 줄여야 했다.

거기까지 생각한 궁수는 벌써 아스트라를 손에 들고 달려들었다.

헌터로서 사랑스러운 경험치들이 널려있는데 어떻게 참을 수 있겠는가.

화살 가득히 모인 신성력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현재 궁수의 위치는 완벽한 적들의 후방이다.

분신들이 궁수를 처리할 거라 생각했는지 적들은 전방에 몰아치는 헌터들에게 관심이 쏠려있었다.

“군침이 싹도네.”

[I CAN’T THIS TUNA]

[테러 ON]

ㄴ 이게 파키식 대화법이지ㅋㅋㅋㅋㅋㅋ

ㄴ 테러 강국 대한민국!

[테러와는 협상하지 않겠다.]

ㄴ 그럼?

ㄴ 항복하겠다.

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햇반 가져와라.]

[헤으응 뒤에서 그렇게 큰걸…!]

“노, 놈이 살아있다!”

뒤늦게 신성력을 느낀 적들이 다급히 궁수에게 대응하려 했으나, 궁수의 힘은 대응한다고 대응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이 ‘어둠’을 쓰는 자들이라면 더더욱 그러했다.

재앙과 재난은 대비한다고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그저 피해가 적길 기도할 뿐.

“자알 먹겠습니다!”

궁수의 손아귀에서 화살이 떠나가려던 찰나, 갑작스럽게 터져 나온 어둠이 궁수를 휘감았다.

‘왔군.’

장난기 넘치던 궁수의 표정이 확 바뀌며 수심이 깔렸다. 과연, 조우하는 것만으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 정신 차려라.

“정신 멀쩡해.”

어둠은 질리도록 맛보았다. 적이 어둠을 사용한다면 자신은 그보다 더 밝은 빛으로 흑을 찢어발기면 될 뿐이다.

“나와.”

이렇게까지 대놓고 티를 내면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니, 어지간히 신중한 녀석이다.

하지만 바보같이 어둠에 계속 갇혀있을 궁수도 아니었다.

원래는 마제의 부하들에게 쏘려던 화살을 방향을 바꾸었다. 궁수의 눈가에 빛이 올라오며 트루 스나이핑이 활성화되었다.

혹시나 뭐라도 잡힐까 사용했지만 어느 곳으로 시선을 돌려도 어둠이 자욱할 뿐이었다.

“뭐, 상관없나.”

아스트라를 풀고 천궁을 흡수한 궁수가 수많은 신성 화살을 만들어 내었다.

궁수의 마력이 사르르 녹으며 평소의 배는 응축된 신성 화살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칠흑 속에서 날뛰는 화살을 끊임없이 모여드는 어둠을 쫓아내며 궁수의 시야를 트였다.

“확실히, 강해졌군.”

“약해질 순 없잖아?”

어둠이 걷히며 서서히 놈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1미터가 넘어가는 길이의 뿔에 시뻘건 적안을 가진 녀석이었다.

등에는 자신이 마제라는 듯 거대한 날개와 흘러넘치는 어둠까지.

분명 각오하고 온 것일 텐데 궁수의 표정이 급격하게 구겨졌다.

‘지독해.’

- 이렇게 바로 끌려올 줄은 몰랐군.

이곳은 마계이며 그 동시에 마제의 성이다. 그 사실은 곧 이곳에서의 마제는 무적에 가깝다는 뜻이다.

신처럼 군림하는 자의 성역에 들인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궁수는 애써 표정을 피며 놈을 노려보았다.

“본캐도 그닥 쌔진 않네?”

“…….”

그는 메마른 표정을 짓고 궁수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본체 앞에서도 쏟아지는 막말에 그의 눈썹이 움찔 움직였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하룻강아지한테 줫발린 소감 한마디?”

[한 마디를 안 지네 ㅋㅋㅋㅋㅋㅋ]

[킹댕이면 ㅈ랑이쉑 처바르지 ㅋㅋㅋㅋㅋㅋㅋ]

[그냥 너 개새끼라고 돌려 말한거 아니냐 ㅋㅋ]

[지가 먼저 쳐들어와 놓고 어쩌란거임ㅋㅋㅋ?]

[도둑 새끼가 왜 못 훔치게 하냐고 성질 ㄷㄷ]

ㄴ 거! 옆집은 다이아도 있고! 금도 있드만!

ㄴ 부모는 못 훔쳤나 봄ㅋㅋㅋㅋㅋㅋ.

ㄴ 딜미터기 터져욧!

다행히 방송은 연결되고 있었다. 그 말은 곧 이곳이 궁수가 있던 곳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뜻했다.

그는 당장에 궁수와 싸울 마음은 없는지 왕좌에 걸터앉아 턱을 괴었다.

거대한 알현실에 궁수와 그 단 둘이 있으니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구구절절한 대화는 필요 없다. 늘 그렇듯 육체의 대화가 적을 ‘설득’해 줄 것이다.

궁수는 알현실을 가득 채운 수천 발의 화살을 모두 그에게 조준하며 말했다.

“일어나는 게 좋을 걸?”

“오만하기 짝이 없….”

콰콰콰콰쾅!

가벼운 인사라도 하듯 스무 발의 화살이 놈을 향해 날아갔다.

그는 절대적인 어둠, 그 것을 넘어 흑 그 자체. 전신에 박힌 궁수의 화살이 눈 녹듯 사라졌다.

첫 가시와 몹시 흡사한 모습이었다.

“역시, 마음에 들어.”

“난 여자가 좋아서.”

“네 놈, 내 밑으로…”

“까잡숴.”

“역시 그런가.”

놈은 진심으로 아쉬운 듯 몇 번이고 궁수를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수천 년 만에 나타난 인재다.

버리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쉬이 설득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가능하면 최대한 부수지 않고 싶었다만.”

왕좌에서 일어난 그가 똑바로 궁수를 응시했다. 칠흑의 장발에 붉은 눈빛이 궁수를 관통했다.

고작 일어선 것만으로 궁수의 숨통을 조여왔다.

거대한 날개가 줄어들며 서서히 그의 몸에 붙었다.

이 뒤로 어떤 기상천외한 일을 보여줄지, 궁수로서는 예상조차 되지 않았다.

예상한다고 뭔가 상황이 바뀌는 것도 아니었기에 궁수는 차분하게 화살을 빚어내었다.

두근 두근.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주변의 모든 마력을 빨아드리겠다는 것처럼 폭발적인 움직임이었다.

궁수는 뜨거운 숨을 뱉으며 그 주변을 신성 화살로 가득 채웠다.

“상대해주마.”

“죽어.”

전투의 시작을 알리듯 궁수의 주먹이 꽉 쥐어졌다. 마제가 있던 자리에 수백 개의 화살이 꽂히며 그의 목숨을 노렸다.

그러나 아쉽게도 궁수의 공격이 놈에게 닿는 일은 없었다.

그림자처럼 궁수의 공격을 피해낸 그는 어둠을 퍼트리며 계속해서 궁수를 압박해나갔다.

궁수가 만들어낸 거대한 화살의 파도가 끊임없이 그것을 막아내었다.

양쪽 모두 가만히 서 있었으나 그 전투의 급이 달랐다. 단 한걸음, 손짓 한 번이라도 잘못 쉰다면 패배한다.

모든 공간에 화살을 배치한다. 몰려드는 어둠을 효율적으로 쫓아내며 공간의 지배력을 높인다.

‘여기는 내가 먹었다.’

스멀스멀 기어오는 마제의 어둠이 궁수의 화살에 막혀 섣불리 침범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둠이야 막았지만 문제는 놈이다. 어떤 속성을 써도 놈에게 대미지를 줄 수는 없었다.

그 강력한 신성력 조차도 놈을 멈칫하게 하는 것이 전부였다.

현실적으로 자신의 모든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 는 소리였으나 궁수는 아무렇지 않은 듯 심리전을 계속했다.

궁수도 고작 신성 화살 따위로 놈을 죽일 수 있을 거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먼저 발을 놀린 것은 궁수였다. 수많은 화살 중 한 곳에 등장하여 마제의 정면에 나타났다.

등 뒤도 아니고 정면, 일부러 변칙적인 공격을 만들어 틈을 벌리겠다는 소리였다.

놈의 붉은 눈동자에 자신의 모습이 비춰졌다.

자신이 놈의 시야에 담긴다는 것 자체가 거부감이 든 궁수는 놈의 턱주가리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닿았으나 닿지 못했다. 연기처럼 흩어진 놈은 궁수를 비웃으며 주변의 신성 화살들을 부러트렸다.

‘이 새끼 봐라.’

직접적인 반격은 하지 않았다. 그저 계속해서 연기 형태로 궁수 주변을 맴돌며 약올리는 것이 전부였다.

궁수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어째서 이 놈이 자신을 바로 덮치지 않고 이렇게 시간을 끄는지, 이 정도 능력이라면 공격력도 심상치 않을 터였다.

화살 한발을 손에 쥔 궁수가 변칙적으로 몸을 틀어 마제의 머리통에 화살을 처박으려 했다.

휘익!

“가엾구나.”

하지만 당연히 닿지 않았다. 일부러 자세를 크게 취했다. 마제나 되는 놈이 이 틈에 반격을 하지 않는다니, 말이 안됐다.

놈을 그윽하게 바라본 궁수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하, 본캐로 오라니까 진짜.”

그 말과 함께 궁수가 있는 힘껏 알현실의 바닥을 후려쳤다. 그 옆으로 거대한 화살이 함께 박히며 폭발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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