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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접병기 활-161화 (161/172)

◈ 161화. 만든 라면!

“어쩐지 쉽다 했다.”

홀로 남겨진 궁수는 수많은 마제의 직속 부하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섬뜩한 칼날이 당장에 전신을 관통할 듯 형형히 빛났다.

“절대 틈을 주지 마라!”

“대열 더 붙여!”

“마법사들한테 섬멸용 마법식 단단히 짜라고 전해!”

궁수를 포위한 방식도 남달랐다. 다수라 해서 절대 방심하지 않고 차근차근 궁수의 목을 조여왔다.

날뛰는 사자를 포위하듯 신중한 움직임이었다.

이렇게 다가온다면 맹수인 궁수는 기대에 부응해 줄 필요가 있다.

기왕 이렇게 공을 들이는데, 적들이 경계하는 이유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어디까지 버티나 볼까.”

이곳은 마제의 홈그라운드. 힘을 아낀다는 오만한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시작부터 궁수의 마력이 날뛰었다. 일부러 더욱 사납고 날카롭게 마력을 갈무리하며 적들을 노려보았다.

전투의 고양감이 마음을 울리며 전신에 열이 올랐다.

날뛸 수 있다는 기대감과 저 너머에 자신을 기다리는 놈이 있다는 것이 궁수를 설레게 하였다.

두근. 두근.

“어떡해, 첫사랑인가 봐.”

- 지랄마렴.

“네.”

드래곤 하트가 두근거리며 마력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거친 파동과 피어오르는 마력에 화살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신성력은 물론 각종 속성을 머금어 오색 빛으로 궁수를 지키는 화살들은 너무나도 믿음직스러웠다.

마치 자신의 등 뒤로 수백의 전사들이 있는 것만 같았다.

고양된 궁수를 바라보며 충고하듯 천궁이 외쳤다.

- 급이 다르다. 조심해.

“죽기밖에 더하겠어?”

상태를 보아하니 아직 결계는 풀리지 않았다.

계획을 위해서라도 동료들이 탑주를 죽이기 전까지는 어떻게든 자신이 견뎌내야만 했다.

‘견딘다…라.’

수백의 화살이 변칙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날뛰기 시작했다.

단순히 적을 교란하는 것만 아니라 기습적으로 급소를 노리기까지 하니, 적들의 입장에서는 눈이 핑 돌아갔다.

“내가 견디는 동안, 너네는 몇이나 죽을까.”

패배 따위 점치지 않았다. 버틸 수 있으면 버티고, 이길 수 있으면 이긴다. 지극히 단순한 말이었지만 지극히 어려운 일이었다.

“마제 직속 기사단?”

조롱을 담은 비아냥에 적들이 발끈 하였으나, 감히 궁수에게 덤벼들 수 있는 녀석은 없었다.

저들 또한 알고 있었다. 여유로운척하고 있지만 궁수에게 보이는 빈틈은 조금도 없었다.

“내가 말했잖아.”

주변을 둘러본 궁수가 우드득우드득 몸을 풀며 표정을 구겼다.

“본캐로 오라고.”

궁수는 으르렁거리며 활들을 조종하고 있었다. 조종하고 조정하는 궁수의 화살은 끊임없이 적들을 압박해나갔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같은 모습으로 전장을 조율하는 모습에 적들이 표정을 구겼다.

“뭘 꼬라봐?”

여유가 넘치는 얼굴로 궁수가 성큼 적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화살이 몰아치며 날카로운 폭풍과 적들의 어둠이 격돌했다.

“왜, 졸개한테 템 좀 주면 이길 것 같더냐?”

그 한 걸음에 닮긴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천에 달하는 수의 화살을 통제하며 움직이는 것은 수십 톤의 추를 달고 움직이는 것처럼 버거웠다.

전이라면 버거웠을 것이다.

그러니까, 새로운 심장을 얻기 전까지는 말이다. 드래곤의 심장은 인간이 사용하기에는 지닌 힘이 너무나도 방대했다.

평범한 인간이 사용하기엔 효율이 너무나도 떨어졌다.

천재지변과 같은 드래곤의 힘을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부위거늘, 평범한 인간에게는 돼지목의 진주 목걸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궁수의 능력은 가히 재앙이라고 불리울 수 있을법한 힘이었다.

꿰뚫고 터트리는, 불태우는, 얼어 붙이는, 휘어잡는, 강력한 화살.

모두 궁수의 손끝에서 시작되는 힘이었다.

그렇기에 심장을 받은 지금은 더욱 날뛸 수 있다.

적들은 귀에 딱지가 나도록 궁수의 능력을 익히 들어왔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고 그들이 가진 궁수에 대한 정보는 매우 정확했다.

그러나 그들은 알지 못했다.

적은 알았지만 ‘나’는 몰랐다는 것을.

궁수의 능력을 아는 그들은 방패를 좁혀 더욱 수비적으로 나왔다. 하사받은 어둠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궁수의 공격을 받아냈다.

카카카캉!

확실히, 평범한 어둠이 아니다. 뚫어버리고 싶어도 사사건건 막아오는 어둠에 궁수는 ‘쯧’하고 혀를 찼다.

“잘 안 뚫리네.”

- 직속 부하들이니 그리 쉽지는 않을게다.

다른 마족들은 궁수의 공격을 피하는데 급급했다면 놈들은 지금도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반격의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자신을 향해 전진하는 적들의 모습에 궁수가 확 짜증이 났다.

위로 순간이동을 하고 싶어도 마법사 놈들이 호시탐탐 눈을 부라리고 있으니 선 듯 움직일 수도 없다.

표정을 구긴 궁수가 ‘후우’하며 숨을 내쉬었다.

“덮쳐라!”

궁수가 당황했다고 생각한 듯 적들이 일제히 무기를 들이밀며 궁수를 향해 돌격했다.

대방패를 들고 속도를 높이는 것이 아무래도 단숨에 승부를 볼 생각인 듯했다.

한 둘도 아니고 수백이 그리 달려드니 궁수는 표정을 구기며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그리고는 동서남북 네 곳으로 화살을 발사했다.

일부러 어디로 갈지 모르도록 어지럽게 화살을 날렸다.

“순간이동이다!”

곧바로 눈치챈 마법사들이 폭발적인 마력을 일으키며 마법진을 전개했다.

주변의 모든 화살에 강력만 공격 마법들이 쏟아져 내렸다. 어느 곳으로 가던 적잖은 피해를 입을 것이다.

‘공부 좀 했네.’

수를 읽힌 상황이었으나 궁수는 예상했다는 듯 씨익 웃었다.

“그런데 진도를 덜 나갔네.”

궁수는 어느 방향으로도 이동하지 않았다. 어느새 궁수의 손에는 아스트라가 들려 있었다.

변칙적인 궁수의 행동에 아주 조금 틈이 생겼다. 일류 헌터라면 절대로 놓치지 않을 틈이었다.

그리고 궁수는 일류가 아닌 일등 헌터였다. 궁수의 화살이 향한 곳은 마법사도, 아래의 적들도 아니었다.

피잉!

화살이 궁수의 손아귀를 떠나갔다. 거대한 순백 광선을 쏘아낸 궁수는 입꼬리를 끌어올려 섬뜩한 미소를 자아내었다.

“놓친 건가!?”

“설마, 그놈이?”

자신들을 노리지 않는 화살에 당황한 병사들이 소음을 만들었다.

적들의 당황은 궁수에게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황이다.

상황은 갈수록 어지러웠지만 궁수는 조금의 표정 변화도 없었다.

궁수가 날린 화살은 굴곡 없이 날아가 가장 끝에 어떤 ‘건물’을 타격했다.

“어?”

다름 아닌 힐이 담당했던 탑이었다. 그와 동시에 성을 감싸고 있던 결계가 풀리며 성 내부가 드러났다.

“이, 이런! 성으로 복귀한다!”

“들어올 땐 마음대로지만.”

다급히 적들이 후퇴하며 성문을 닫으려 했으나 궁수의 화살이 이를 용서치 않았다.

천궁을 흡수한 궁수의 화살 수십 개가 성문에 박혔다.

“나갈 땐 아니란다.”

붉은 빛을 머금은 화살들은 불끈 주먹을 쥠과 동시에 화려한 폭발을 일으키며 성문을 날려버렸다.

결계가 풀림과 동시에 성대한 첫 공격이었다.

“아빠!”

“다 왔어?”

“응!”

“죽을 뻔했잖아!”

“까비, 이걸 사네.”

갑작스럽게 날아온 공격에 힐이 푸념을 늘어놓았으나 궁수는 신랄한 대답으로 간단히 묵살했다.

광팔이는 어렵지 않게 처리한 듯 조금의 생채기조차 나지 않았다. 반쪽짜리라 해도 드래곤은 드래곤이다.

고작 일게 탑주가 막아내기에는 그 그릇의 크기가 급이 달랐다.

“후, 이제 시작해볼까.”

결계는 물론 성문까지 부쉈다.

적들은 사납게 어둠을 내비치며 궁수를 위협하고 있었으나 그 기세는 전과 비교해서 훨씬 못했다.

다시 말해서 ‘계획’을 펼치기에는 최고의 시기였다.

“자, 다들 위치 기억하죠?”

“당연하지, 그거 하려고 여기까지 온 건데.”

“느헤헿!”

나궁수, 나만힐, 나법사, 티아라, 그리고 조광팔까지.

규격외의 존재들이 일제히 마력을 일으켰다. 다만 그 마력은 공격이나 방어가 아닌 이질적인 마력이었다.

앞선 다섯 명 뒤로 수많은 게이트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마왕성을 점령해가며 얻어낸 게이트 들이었다.

광팔이의 마력과 천궁의 정보를 얻어 만들어낸 마계로 향하는 게이트였다.

수많은 게이트에서 믿음직한 모습의 헌터들이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백, 천, 만을 넘어 거의 전세계 모든 헌터들이 비장한 표정으로 무기를 손에 쥐었다.

외부와 브리핑을 위해 곧바로 게이트 사이에 마력망 인터넷을 설치하며 곧바로 ‘공략’에 들어갔다.

10위권 랭커들은 자신의 조직을 통솔하며 선두에 섰다.

당황한 적들을 뒤로하고 착착착 모인 헌터의 수는 이제 마계의 적들을 압도할 수준이었다.

“많이도 기다렸다.”

휴대폰을 조작하던 궁수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LIVE] - [쌘 놈 잡는다.]

궁수를 기다리던 수억 명의 시청자들이 우르르 쏠렸다.

[ㅎㅇㅎㅇㅎㅇㅎㅇ]

[나궁신!나궁신!나궁신!나궁신!나궁신!나궁신!]

[나궁수 파이팅!]

[제발 할 수 있다! 궁수야 가즈아!]

물밀듯 들어오는 시청자들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찰랑거리는 머리를 쓸어 올리며 오늘도 주옥같은 멘트를 뱉었다.

“이 몸 강림, 멋있음, 확정.”

[꺄아아아아 좆같아!]

[우주 최초 구역질형 헌터.]

[구토유발형 헌터!]

[나구토!나구토!나구토!나구토!나구토!나구토!]

ㄴ 그림자 분신술 쓰냐?

ㄴ 그런 방송 아닙니다.

티아라는 세이비어를 통솔하러 향했으며 힐과 법사는 프로틴 프로의 동료들에게 돌아갔다.

“부탁한 건?”

“여기 있어.”

“흐음…. 이 정도면 되려나.”

물건을 챙긴 궁수는 드래곤 위에 타 선봉을 지키며 화살을 빗어내었다.

“아빠.”

“응.”

“나, 100레벨 찍었어.”

“…백?”

자세히 보니 광팔이의 뿔이 2개 더 늘어났다. 느껴지는 기력 또한 범상치 않았다.

어지간한 고룡과 비견될 정도로 강력한 기운에 궁수가 만족스럽게 광팔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드래곤과 그 뒤로 만들어낸 수천의 화살, 그리고 마법진.

최선봉에 서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 헌터들은 그간 뼈 빠지게 노력한 훈련대로 대열을 맞추며 궁수의 명령만을 기다렸다.

전투가 임박했음에도 놈은 모습을 드러낼 생각이 없는 듯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별 상관없다.

나오지 않으면 끌어내면 된다. 끝까지 나오지 않겠다면 끝에 죽이면 된다.

쓰으으으읍!

숨을 힘껏 들이마신 궁수가 전장을 호령했다.

“가즈아아악!”

조금은 저렴한 멘트와 함께.

[천국 갈끄니까아아!]

[궁수코인 떡상 가즈아아아아!]

[나일론 머스크 당신이 맞았어!]

ㄴ 땃쥐 코인 가즈아아아아아!

궁수의 호령과 함께 날아간 수천 개의 화살이 모두 성벽 위로 떨어졌다.

성벽 위의 병력들이 직접적으로 궁수의 공격을 맞지는 않았다.

대부분이 떨어져 성벽에 처박혔다. 그러나 그것이 궁수가 노리는 것이기도 했다. 해맑은 표정의 궁수가 입을 열었다.

“느헤헿.”

[어어?]

[와ㅠㅠㅠㅠ미치겠다 ㅠㅠㅠㅠㅠ]

[ㅉIㅉI가 웅장해진다…]

ㄴ 응 A컵

ㄴ C컵인데?

ㄴ 올ㅋ

ㄴ 남자임.

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가능.

ㄴ ????????

단순한 두 마디.

늘상 법사가 입에 달고 사는 그 말.

“쾅쾅.”

아군에게만 화려한 불꽃놀이가 전장에 강림했다. 신성력과 화염이 합쳐진 백색 불꽃이 터지며 성벽을 무력화시켰다.

적들의 비명이 낭자하는 것이 아름다운 오케스트라를 듣는 것만 같았다.

“돌겨어어어억!”

궁수의 선공과 동시에 돌격형 헌터들이 눈에 핏대를 세우며 돌진했다. 최후의 전투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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