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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접병기 활-158화 (158/172)

◈ 158화. 마왕은 좋은 단백질원이죠.

[이건 또 무슨….]

마계를 아우르는 그가 경악했다. 누군가 전투하는 것을 보고 감탄하는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그것도 얼마 전에 죽였다고 생각했던 놈이 말이다.

분명 짓밟았다고 생각했던 새싹이 단단한 거목이 되어 돌아왔다. 더 이상 쉬이 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딱히 두려움은 없다. 오히려 전투의 희열과 환희에 몸이 달아올랐다.

어떻게하면 죽을 수 있는지, 그리고 죽일 수 있는지를 함께 고민했다.

아아 이 얼마나 행복한 고민이란 말인가. 그는 빨리 궁수가 진정한 ‘자신’에게 도달하길 바라며 수정구를 쥐었다.

[모든 마왕들에게 명한다.]

궁수가 제법 수를 줄이긴 하였으나 아직 그 수는 제법 되었다.

절대자의 명령에 따라 모든 마왕들이 그의 명령에 귀를 기울였다.

[나궁수를 죽여라.]

기존의 상황과 다를 것 없는 명령이었으나 지금은 그 의미가 달랐다.

단순히 ‘적이니 죽인다.’와 ‘마제의 명령이다.’ 는 무게가 다르기 때문이다.

마계의 모든 마왕들이 고작 인간 한명을 잡기 우해 진군을 준비했다.

***

“광팔아 몸은 좀 어때?”

“조금 무겁긴 하지만, 괜찮아!”

“그럼 다행이고.”

궁수와 광팔이는 이제 마력으로 연결되어 있다.

단순한 부모 자식의 사이가 아닌 심장으로 이어진 든든한 파트너인 것이다.

“궁수! 언제 쾅쿵펑찌릿?”

“세종대왕 시절이었으면 넌 사형당했겠다.”

“사형? 응?”

“어휴 정말.”

광팔이의 마력은 전에 비교해서 현저하게 약해졌다.

그러나 그것은 ‘드래곤’의 기준이지 인간에 기준에서는 똑같은 괴물이었다.

기존이 3 나법사라면 지금은 1.7 나법사라는 느낌이었다. 다행히도 비행에 관해서는 큰 문제가 없어 속도는 여전히 빨랐다.

그러나 여기는 마계, 감히 평온한 비행을 즐긴다는 사치는 허용되지 않았다.

- 피해라!

“피하지 마!”

파지지직!

거대한 어둠이 스파크를 튀기며 존재감을 드러내었다.

순간 ‘그’가 다시 강림한 것인지 궁수가 상황을 살폈으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어둠은 궁수에게 덤벼들기는커녕 오히려 땅에 거대한 마법진이 그려 갑작스럽게 적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꼴에 기습이라고 한 것 같은데 궁수를 가소롭게 웃으며 적들을 노려보았다.

“저게 전부야?”

은폐와 엄폐 따윈 개나 줘버린 놈들에게 궁수의 폭격이 쏟아졌다. 정확히 적들의 거리를 계산해서 신성 화살을 뿌리….

“느헤헤헿 쾅쾅쾅! 펑펑펑!”

“에라이 나도 모르겠다!”

…는 것은 개나 줘버리고 미쳐 날뛰었다. 과연 흡수되는 마력부터 질이 다르니 스킬의 효율도 배는 향상되었다.

“나궁수우우우! 비겁하다! 순순히 내려와 내 검을 받아라!”

성질난 마왕이 소리치며 궁수를 도발했다. 피식 웃은 궁수는 혈색 갑주를 입은 놈에게 화살을 발사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수많은 화살 중 한 개에 지나지 않았으나, 궁수에게는 특별했다.

드래곤 위에 있던 궁수의 인영이 흐려지며 마왕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까꿍?”

“허억!”

분쇄자로 폼을 바꾼 궁수는 있는 힘껏 마왕의 머리통을 날려버렸다.

단숨에 목이 꺾이며 머리와 목이 서로 헤어지고 말았다.

“다음.”

궁수가 분쇄자를 어깨에 이고 적들을 도발했다. 손을 까딱이는 그 모습은 여유가 흐르다 못해 넘칠 지경이었다.

“놈은 혼자다! 겁먹지 마라!”

“그거 말하면 지는 거 모르냐?”

적들은 끝이 보이지 않은 수십만의 대군. 하지만 적들은 움찔움찔 눈치만 볼 뿐 섣불리 들어오지 못했다.

오히려 보다 못한 궁수가 사자후를 터트리며 적들을 향해 돌진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티아라까지 합류하였다.

“하악 경험치!”

날뛰는 궁수를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처음에야 분쇄자의 손맛이 좋았으나 이제는 천궁을 흡수하여 본격적인 학살에 나서고 있었다.

“쾅쾅!”

“아 님아 자리요!”

“몰라! 몰라!”

하늘에선 법사의 융단 폭격이, 땅에서는 티아라와 궁수가 날뛴다.

성검을 소환하여 황금빛 마력을 일으킨 그녀는 적들의 목을 치며 호전적으로 전투를 이어나갔다.

궁수 또한 고삐를 풀고 날뛰며 적들의 머리통에 구멍을 뚫어주었다.

자신 주변에 화살들을 회전시키며 오는 족족 적들을 갈아버렸다.

상대는커녕 눈길조차 주지 않고 무참히 쓸려나가는 것에 놀란 마왕이 놀라 소리쳤다.

“대형을 갖춰라! 압박해!”

“갖출 시간이 없습니다!”

“장난하나 이쪽이 수가 몇인데!”

“방패도 뚫어버립니다!”

마족은 냉철하다. 필요에 따라 버리고 죽이며 잡아먹기도 한다.

그런 그들은 무참히 부하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

자신이 직접 나서도 죽일 수 있을지 의문인 적이다. 보통은 후퇴를 결정하겠으나 그럴 수도 없다.

이것은 다른 이도 아니고 지고의 존재께서 직접 내리신 명이니까.

결국 마왕들은 자신의 무구를 들고 궁수 주변을 둘러쌌다.

“그럼, 이래야지.”

“젠장….”

마왕들에게 포위당했으나 궁수의 표정은 시종일관 여유가 넘쳤다.

오히려 왜 이제야 왔냐는 듯 피식 웃으며 화살을 띄웠다.

도저히 빈틈이 보이지 않는 압도적인 모습에 마왕들이 욕지거리를 뱉었다. 인간이기에 무시했고 궁수이기에 깔보았다.

하지만 대체 저것이 어딜 보아서 궁수란 말인가.

인간은 졸업한지 오래고 근거리 공격이 취약한 궁수라곤 생각할 수도 없다.

궁수가 손가락을 부딪혀 딱 소리를 내자 화살들이 마왕들을 향해 촉을 들이밀었다. 해볼 테면 해 보라는 듯이 오만하게.

“잡졸로 못 잡는 거 알고 있잖아.”

“오만한 놈….”

“하하.”

중앙에 있던 궁수의 모습이 사라졌다. 과연 마왕들, 곧바로 마력을 터트려 궁수의 위치를 알아내었다.

궁수는 가장 앞에 있던 놈에게 주먹을 들이밀며 말했다.

“알면 뒤져.”

마검과 주먹의 격돌은 훨씬 격렬했다. 마력이 스파크를 튀기며 궁수의 주먹을 버겁게 받아내었다.

찌이이잉 마검이 고통에 몸부림쳤다.

“두 개의 심장 새꺄!”

“한 개잖아?”

“닥쳐 티아라.”

주변 마왕들이 서슬 퍼런 무구들을 궁수에게 들이밀었으나 주변의 화살들이 이를 모두 쳐내었다.

마치 화살 한 발 한 발에 자아가 깃든 것이 아닐까 착각할 수준이었다.

다만 모든 화살을 궁수가 컨트롤 하고 있다는 점을 그들은 알지 못했다.

막연히 화살이 주인을 보호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쾅! 콰콰쾅!

마왕은 몰아치는 궁수의 매콤한 주먹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계속해서 물러나고 있었다. 도대체 저 주먹은 뭐란 말인가.

마계에서도 알아주는 강력한 마검이다.

그런 강력한 검을 무기도 없이 맨 주먹으로 받아치고 있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심지어 가면 갈수록 빨라지는 궁수의 주먹에 마왕이 침음을 삼켰다.

“크어 이 집 샌드백 찰진 거 보소!”

궁수의 주먹 위로 신성력이 일렁이고 있었다.

“뭣!?”

“마우스피스는 끼고 왔냐!”

콰앙!

거세게 흙바닥을 밟아 먼지를 터트린 궁수는 시야를 가림과 동시에 더욱 속도를 높였다.

등 뒤로 날아드는 마왕들의 공격이 잦아들었다.

자칫 동료를 공격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배신이 넘치는 마계였으나 궁수라는 강적을 상대하기 위해선 마왕 한 놈 한 놈이 중요하다.

좌로 한번 우로 한번 다시 좌로 한번, 적을 교란하는 스탭을 밟은 궁수가 마지막으로 뒷발에 힘을 실어 적에게 돌진했다.

“어딜!”

“아 상관없어.”

명치 깊숙하게 날아드는 궁수의 주먹을 마검을 들어 막았다.

궁수도 고작 주먹질 한 번에 적을 죽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궁수의 오른팔이 힘을 받아 부풀었다. 신성력 위에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콰앙!

“제길!”

갑주를 입은 마왕이 하늘 위로 솟구쳤다. 마왕은 곧바로 날아올 공격을 대비했으나 궁수는 움직이지 않았다.

“광팔아! 밥 먹자!”

“밥이라니 그게 무슨….”

콰직.

“마왕은 좋은 단백질 원이죠.”

약해질 대로 약해진 놈은 광팔이의 이에 물고 뜯고 씹고 삼켜지고 말았다.

먼지가 가라앉으며 궁수는 차분하게 뒤를 돌아보았다.

마왕들이 주춤거리며 어물쩡거렸다.

“그런 점에서 마계는 아주 단백질이 풍부하다고 할 수 있죠.”

포식자의 시선에 마왕들은 침을 삼켰다. 궁수가 한걸음 걸으면 그들은 한걸음 물러나며 손을 떨었다.

겁먹은 마왕들을 바라보며 궁수가 피식 웃었다.

“누가 보면 내가 잡아먹는 줄 알겠어.”

“…….”

주변의 잡졸들은 광팔이와 법사의 마법과 티아라의 활약으로 착실하게 그 수가 줄어들고 있었다.

“덤벼 뭐해.”

촤악!

“오.”

땅바닥에서 솟아난 마왕의 단검이 궁수의 가슴을 스쳤다.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한 궁수는 놈의 팔뚝을 잡고 하늘로 날려버렸다.

푸푸푸푹!

“크허어억!”

“…초 뒤에 죽는다고 새꺄!”

화살 수십 발이 마왕에게 처박혔다. 암살자답게 방어력이 그닥 높지 않았다.

놈은 몸을 파르르 떨더니 이내 축 늘어졌다.

“어 뒤졌네.”

화살을 조종하여 궁수가 놈의 시체를 휘적휘적 흔들었다. 노골적인 조롱에 마왕들의 살기가 피어났다.

다른 적이라면 사기 자체가 꺾일 잔혹한 도발이었다.

그러나 산전수전을 겪어온 마왕들이 보기에는 도발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어차피 실패해서 죽을 거라면.”

“오오오.”

마왕 전부가 궁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기술을 이용하여 날아오는 화려한 돌진에 궁수는.

“…분 안에 다 죽인다고 새꺄!”

말은 질렀지만 궁수는 움직이지 않았다. 마왕들의 미간에 화살을 한발씩 띄웠다.

평범한 화살이라면 무시하겠으나 궁수의 화살은 가히 무시할 수 있는 위력이 아니었다.

날아들던 마왕들이 주춤하며 돌진을 멈췄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 바닥에는 광팔이가 만들어둔 마법진이 있었다.

“끄아아아악!”

“사, 살려줘!”

화려한 빛의 기둥이 강림하여 마왕들을 무참히 짓이겼다. 빛이 잦아들고 남은 마왕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과연 괜히 마왕이라는 칭호가 붙은 게 아닌 듯 모두 죽지는 않았다.

그러나 살아남은 놈들도 팔이 잘리거나 어느 한쪽이 없는 등 멀쩡하진 못했다.

남은 적들은 그야 말로 경험치 주머니나 다름없었다. 궁수는 마왕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손뼉을 두 번 짝짝 쳤다.

콰지지직!

하늘에서 날아온 드래곤이 마왕들을 한입에 집어삼켰다.

풍부한 마력이 입에 맞는지 광팔이는 행복한 표정으로 마왕을 꼭꼭 씹어 먹었다.

“어후 잘먹네.”

“마이쩡!”

“적당히 먹어.”

계획이 중간에 조금 주춤하긴 해였으나 큰 문제는 없다. 가장 큰 고비였던 마왕들을 무참히 찢어발겼다.

전이라면 제법 고비를 겪었을 것이지만 새로 받은 드래곤의 심장은 결코 주인의 고비를 허락지 않았다.

드래곤이라 함은 절대자의 위치에 서서 관음하며 오만한 존재, 그렇기에 오만한 드래곤 하트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한걸음 남았다.”

가까워지는 마제의 성을 노려보며 궁수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가장 걷기 힘든 한걸음을 남겨둔 궁수가 뜨거운 숨을 뱉었다.

최후의 결전을 남겨둔 궁수가 묵묵하게 활을 손에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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