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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접병기 활-155화 (155/172)

◈ 155화. 대충 개쩌는 제목.

“구면이지?”

“…….”

그는 놀랍게도 방금 전에 쓰러트린 놈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닮은 것은 외관 뿐, 그 이외에는 전혀 다른 놈의 기운이었다.

어둠, 보다는 아무것도 없이 텅 빈 것을 보는 기분이었다. 심연에 가까운 그는 천천히 걸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 힘이 얼마나 압도적인지 광팔이 조차도 공포를 느끼고 벌벌 떨고 있었다.

이전 쇠사슬의 악몽이 떠오른 것이리라. 궁수는 어떻게든 어둠에 저항하며 입을 열었다.

“그래.”

적은 상대할 수 없는 수준의 강대한 절대자. 그에 반에 자신은 이제 뿌리를 뻗기 시작한 나무다.

그럼에도 궁수는 이를 악물고 놈을 노려보았다.

어둠을 짓밟고 올라선 궁수의 호승심에 감탄하며 그가 박수쳤다.

키우는 투견의 전투력을 바라보듯 그런 짐승에게 고기를 던져주는 마음으로 말이다.

“좋은 눈빛이군.”

그와 동시에 땅을 박차고 날아든 놈이 궁수의 눈을 후벼 파버리겠다는 듯 날카로운 손을 앞세워 돌격했다.

“쉴드!”

광팔이가 어떻게든 힘을 쥐어 짜 궁수 앞에 작은 보호막을 만들어 주었다.

급조되어 강도는 형편없었으나 그의 공격을 아주 조금 빗나가게 하기는 충분했다.

완벽한 기습에 궁수의 반응이 조금 느리긴 하였으나 그 틈은 광팔이가 벌어주었다.

몸을 낮추어 공격을 피한 궁수가 오히려 거세게 왼 발을 앞으로 한발 나서 놈의 복부에 주먹을 꽂았다.

퍼억!

분명 ‘복부’에 주먹을 꽂았다고 생각했는데 타격감은 무슨 거대한 벽을 후려치는 기분이었다.

그것도 아무런 타격도 없는 벽을 말이다.

“호오!”

최소 장기가 터져나갈 수준의 강력한 반격이었으나 놈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자신의 배를 쓰다듬었다.

“그 상황에서 반격할 생각을 하다니! 역시 물건은 물건이군.”

적이 아닌 도구를 보는 눈빛으로 그가 궁수를 감정했다. 도살장에 끌려간 짐승의 기분이 이런 걸까.

궁수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더욱 이를 악물었다.

“천궁.”

- 제길 못 이겨.

“닥쳐.”

- 지금 네 수준이라면 잘 해봐야 팔 한쪽이다. 그것도 목숨을 걸고 천운이 작용해야….

“닥치라고.”

천궁의 충고를 씹은 궁수가 리커브 보우를 거세게 쥐었다.

고작 마주한 것만으로 이렇게 얼어버리면 어쩌자는 거냐. 사냥꾼이 사냥감에게 겁을 먹어서야 안된다.

자신은 사냥하는 입장이고 적은 사냥당하는 입장이다.

그 사냥감의 덩치가 다소 크긴 했지만 상관없다. 이 정도야 궁수 또한 예정하던 범위다.

놈은 우리의 최종 목표다. 그런데 눈을 마주친 것만으로 얼어버린다니? 언어도단이다.

기세를 회복한 궁수가 천궁을 흡수하며 눈을 부라렸다.

궁수가 놈을 향해 손가락질하자 등 뒤로 수십의 화살이 생겨났다. 같잖은 장난질 따위 할 시간이 없다.

손짓하며 놈 주변을 화살로 촘촘히 매운 궁수가 말했다.

“본캐로 와라 개자식아.”

“뭐?”

“본체로 오라고 쫄보 새끼야.”

명백히 도발하는 말투였으나 그는 오히려 더욱 마음에 들었다는 듯 호쾌하게 웃었다.

용기는 마음에 들었다. 실력도 나쁘지 않다.

한참을 박장대소한 그는 팔짱을 끼고 궁수에게 외쳤다.

“너, 내 부하가 되어라.”

뜬끔 없이 적에게 부하가 되라니.

“동료도 아니고 부하?”

“동료라면 들어올 것이냐?”

피식.

“아니?”

자신이 무엇을 위해 그렇게 싸웠는데,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놈을 포위한 궁수의 화살이 일제히 놈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흐으읍!”

그러나 그가 거세게 땅을 밟음과 동시에 어둠이 터져 나오며 화살이 모두 힘을 잃고 땅에 곤두박질쳤다.

궁수도 이런 얄팍한 공격이 먹힐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떨어지는 화살중 한 개와 위치를 바꾼 궁수는 손에 분쇄자를 들고 놈을 향해 돌진했다.

예측할 수 없는 변칙적인 공격이지만 상대는 놈이다.

왼쪽에 선 궁수의 분쇄자가 놈을 후려치기 직전 한번 더 위치를 바꾸어 오른쪽에서 놈을 후려쳤다.

머리통을 터트릴 생각으로 날린 공격이었으나 아무런 대미지도 주지 못했다.

놈의 몸이 어둠에 침식되어 일렁였다. 다시 말해서 물리적인 공격은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뜻했다.

“너무 예의 없군.”

콰직!

“커허어억!”

놈은 보지도 않고 날뛰는 궁수의 목을 콱 잡았다.

전투 경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센스, 그리고 자신의 강함까지 어느 하나 궁수가 이기는 것이 없었다.

- 나궁수!

“크흐으윽!”

놈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천궁을 흡수하고 화살을 뒤로 날려 위치를 바꾸었다.

하지만 가소롭다는 듯 궁수가 나타날 위치에 다시 놈이 달려들었다.

“궁수! 너무 빠르다!”

“아빠!?”

마법사도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 했으나 둘의 움직임이 너무 빨라 겨우 버프를 걸어주는 것이 전부였다.

티아라도 검을 휘둘러 어둠을 걷어내는 것이 전부였다. 저 싸움은 자신이 낄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오히려 이 상황에서는 방해만 될 것이다.

궁수가 수십 번 위치를 바꾸면 그 또한 수십 번 위치를 바꾸어 궁수의 목을 노려왔다.

당연히 공격은 꿈도 꿀 수 없고 간간히 방어하는 것이 전부였다.

“흐그으윽!”

곧 마력이 동날 것이다. 그 안에 어떻게든 승부를 봐야만 했다. 그의 진체가 아닌 분신을 상대로 말이다.

“제길, 이렇게 된 거!”

나만 힐은 어떻게든 궁수에게 도움을 되고자 마력을 일으켰다. 개인 힐이 불가능하다면 광역 힐이다.

어차피 적은 어둠 속성이니 만큼 힐이 오히려 독이 되어 들어갈 것이다.

신성력은 워낙에 눈이 부셔 궁수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레이티스트 힐!”

궁수가 날뛰는 거대한 공간에 초록빛 치유력이 발생했다. 놈에게 입은 궁수의 상처가 조금씩 아물어가는 것이 보였다.

생채기에 불과했으나, 그것만으로도 호흡이 훨씬 편했다.

‘계속 도망칠 수는 없다.’

어떻게든 승부수를 띄워야한다.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황폐화된 토지가 대부분인 곳에서 궁수를 도울만한 것은 딱히 보이지 않았다.

“아!”

그러다 궁수의 눈에 다른 것이 들어왔다. 도망치다 말던 궁수는 있는 힘껏 하늘에 화살을 던졌다.

그는 궁수가 하늘 위로 갈 것을 예상하여 시야를 하늘로 돌렸으나 오히려 궁수는 움직이지 않고 놈의 턱을 후려쳤다.

빠악!

그리고는 한 박자 늦게 하늘로 순간 이동한 궁수가 거대한 화살 한 개를 만들었다.

반드시 죽이겠다는 살의를 담은 화살은 뒤늦게 도약하는 놈이 아닌.

“어?”

성벽 위에서 관전중이던 마왕을 향해 날아갔다.

워낙에 갑작스러운 일격이었기에 놈은 반격은커녕 반응조차 하지 못하고 상반신이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궁수의 거의 모든 마력이 뭉텅이로 깎여 나갔다.

“흐음, 나는 이기지 못하니 부하라도 죽이겠다 이거냐?”

“글쎄다?”

궁수의 입가에는 호선이 그어졌다.

***

“젠장 이거 언제까지 나와!”

“죽여! 계속 죽여!”

헌터들은 상황을 바꾸어 이제는 게이트 주변의 땅을 깊숙하게 파버렸다.

나타난 마왕들은 랭커들이 이를 악물고 싸워 마지막 놈까지 심장을 터트렸다.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으나 기존에 예상했던 피해에 비하면 경미한 수준이었다.

그리하여 생각한 것이 게이트 주변을 완전히 파버리는 것이었다.

게이트 아래로 만들어진 수백 미터의 구덩이는 마물들이 낙하하며 사망하거나 동료들의 무기에 찔려 죽어 나가고 있었다.

종종 등장하는 공중 유닛만을 학살하며 헌터들은 어떻게든 싸움을 이겨나가고 있었다.

“제길, 언제까지 나오는 거냐.”

하다못해 적들의 본진이라도 알 수 있다면 직접 찾아가 모두 죽여 버릴 텐데. 그러지도 못하니 답답할 노릇이었다.

상황은 유리했으나 헌터들은 지쳐가고 있었다. 마력 회로가 가열하며 피를 뿜고 쓰러지는 헌터들도 제법 있었다.

그러나 전 세계의 최상위 헌터들이 모인 이상 그 수는 결코 적지 않았다.

쓰러지면 최상위 힐러 팀들이 순식간에 모여 무지막지한 치유 스킬들을 때려 박는다.

오죽하면 헌터들 중에서는 제발 죽여달라는 이들까지 나올 지경이었다.

어떻게든 견뎌나가며 지루한 싸움을 이어나가던 그때.

“어어어! 게이트 수치 급증합니다! 어…마 마왕보다 더해요! 모든 헌터들 전투 준비합니다!”

게이트가 갑자기 수십 배 덩치를 키웠다.

***

[레벨업! LV - 200]

마지막 마왕을 끝으로 궁수의 레벨이 200에 다달았다.

[LV - 200]

[직업 - 궁수]

[스테이터스]

[잔여 스테이터스 - 144]

힘 : 382

민첩 : 30

마력 : 80

체력 : 30

각성이라느니 3차 전직이라느니 그런 화려한 알람 따윈 없었다.

궁수도 조금 기대하긴 했지만 없어도 큰 상관은 없었다. 오히려 궁수가 기대를 거는 것은 다른 쪽이었다.

“당연히 힘이지!”

100여 개가 넘는 스테이터스가 모두 힘으로 들어갔다.

382던 궁수의 힘이 506을 달성했다. 나머지 20개의 스테이터스는 마력에 들어갔다.

마력 100에 힘이 506.

정신나간 궁수가 아닐 수 없었다.

대부분의 스탯 포인트를 힘에 투자하니 그제야 궁수가 원하던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3대의 끝을 뚫었습니다. 천궁의 최종 형태가 개방됩니다.]

“활…?”

[최종형태 - 아스트라]

“오오오!”

신궁이니 최후의 속삭임이니 그런 것 없었다. 설명은 간출하게 ‘아스트라’가 전부였다.

하지만 여태까지 천궁이 자신을 실망시킨 적은 없었다.

궁수는 믿져야 본전이라며 일단 아스트라를 들었다. 아주 투박한 활이었다.

“어?”

투박했다. 그것도 정말로 투박했다. 고목으로 만들어진 활은 이파리가 자라나 있었다.

“이게 뭐야?”

그냥 나무 활, 그것도 관리가 안된 나무 활이다.

- 허.

“이거 뭔데! 어떻게 쓰는 거야?”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궁수가 아리송 한 표정으로 천궁을 바라보았다.

- 풋.

“뭐.”

- 활을 가지고 어떻게 쓰냐니?

“…….”

어이가 없었으나 궁수는 일단 시위에 화살을 걸었다. 이상하게 잠잠해진 그를 바라보며 궁수는 줄을 당겼다.

“어…어떻게 네놈이 그걸!”

“뭐야, 이거 알아?”

“그건…. 그건!”

“시끄러.”

별다른 힘을 주지도 않았다. 그저 화살을 시위에 넣고 화살을 발사한 것이 끝이다.

그럴 힘도 없었거니와 상당히 지쳤기 때문에 자포자기로 발사해본 것이다.

“어?”

일순간 고요가 찾아왔다. 그가 있던 자리에는 스파크만이 지지직거리고 있었다.

단 화살 한 발로 그의 상반신이 깔끔하게 날아갔다.

혹여나 어둠으로 재생하나 하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궁수도 자신이 지금 무엇을 쏜 것인지 어안이 벙벙했다.

화살…. 과연 그것을 화살이라 칭해도 괜찮은 걸까? 궁수는 마치 거대한 폭풍을 발사한 기분이었다.

그것도 지구를 뒤덮은 엄청나게 거대한 폭풍을 말이다.

“내가 이긴 거 맞지…?”

압도적인, 그야 말로 ‘신’과 같은 힘을 보여준 활의 위력에 궁수는 당혹스러웠다. 애매한 기분으로 승리를 확인한 그때.

화아아아악!

마계 전체에 어둠이 드리웠다. 그것도 한 치 앞도 볼 수 없을 정도로 진한 어둠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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