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2화. 대충 내용 예상 안되는 제목.
최소 A급 마물이 10만.
상태를 보아하니 S급 놈들도 제법 섞여 있었다. 저런 놈들이 지구에 갔다간 큰 피해를 막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 위해서라도 지금 적들을 쓸어버릴 때였다. 가볍게 인사차 궁수의 신성 화살이 적들의 사이사이에 박혔다.
“신성 대비는 얼마나 잘돼있나 볼까?”
궁수가 손가락을 부딪힘과 동시에 촘촘히 박힌 화살에서 신성 폭발이 일어났다.
인사치고는 과한 공격이었으나 적들에게는 큰 타격을 주지 못했다.
어둠이 벗겨지긴 커녕 아주 조금 색을 잃은게 전부였다.
‘흐음 그렇다 이거지.’
처음부터 쉽게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어차피 이쪽에는 광팔이가 있다. 정 불리하면 그대로 도망치면 된다.
그 과정에서 물론 적들도 적잖은 피해를 입을 것이다.
궁수가 적들을 바라보며 고심하던 중 광팔이가 피어를 터트리며 말했다.
“아빠….”
“응?”
“저거, 다 먹어도 돼?”
적은 커녕 완전히 먹잇감으로 보고 있었다. 물리적인 ‘먹는다’가 아닌 적들을 죽여 경험치를 얻는다는 것이다.
다소 황당한 질문에 궁수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다 먹어치워.”
그러자 광팔이의 입에 빛이 응축되기 시작했다. 신성력이라기 보단 ‘빛’ 그 자체에 가까운 힘이었다.
태양이 떠오를 정도로 강력한 그 빛을 광팔이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적들에게 발사했다.
크기는 고작 수박 한 개 만 했으나 그 안에 담긴 힘은 결코 작지 않았다.
“마, 막아라!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
마족들 또한 무언가 심상치 않은 낌새를 눈치챘는지 다급하게 방어에 들어갔다.
그러나 드래곤 조광팔, 고작 마족들의 급조된 방어막 따위로는 이를 막아낼 수 없었다.
그럴 것이 성룡의 능력을 아득히 뛰어넘은 광팔이가 살의를 담아 날린 일격이니까.
아무리 뛰어나고 정예군이라 한들 종족의 격차가 너무나도 거대했다.
보호막은 잠시 광팔이의 공격을 견뎌내는 듯했으나 5초도 안돼 간단하게 파괴되고 말았다.
보호막이 사라진 적들의 결과는 뻔했….
“어?”
뻔하지 않았다.
광팔이의 공격이 칠흑의 검격에 절반으로 갈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수많은 참격들에 가루가 되어 힘이 풀리고 말았다.
놀랄 시간은 없다. 궁수는 곧바로 공격이 날아온 방향을 특정하여 화살을 발사했다.
천궁을 흡수한 것이 아닌 직접 컴파운드 보우에 시위를 걸어 발사했다.
신기하게도 화살을 직접 조종하는 것보다 명중률이 배는 올라갔다.
그러나 그 공격들 역시나 이어진 검격에 모두 베이고 말았다.
“거물이다.”
“전투 준비하지.”
“티아라 너도 준비해.”
“나는!”
“법사 너는 광팔이랑 같이 대단위 마법 준비해.”
“대단위?”
“제일 화끈한 걸로.”
거기까지 말한 궁수는 티아라에게 다가갔다.
“어떻게 할 거야?”
“응? 뭘 알면서 그래.”
“…어휴.”
거물이 있다는 것은 알았다. 다만 그뿐이다. 궁수의 입장에서는 굳이 저 녀석만 골라 죽일 필요가 없었다.
“내가 괴롭힐….”
“치잇! 비켜!”
상당히 높이가 있었기에 공격이 날아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마물들이 공격은 대부분 광팔이에게 닿지 못했다.
설사 닿았다 하더라도 힘이 빠져 광팔이의 보호막을 뚫지 못했다. 그러나 저 공격은 명백히 위험해 보였다.
섬뜩한 칠흑의 검기가 광팔이를 노리고 날아왔다.
그러나 티아라도 눈치 챘는지 황금빛 마력을 일으켜 힘차게 검을 그었다.
카드드드드득!
금빛 초승달과 흑빛 그믐달이 격렬하게 부딪혔다. 아슬아슬했으나 그 승리는 밝게 빛나는 금빛 초승달이었다.
저의 검기를 부숴버린 초승달은 그대로 적들 위에 쏟아져 제법 큰 피해를 낳았다.
방패들이 두동강나고 적들의 목이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궁수는 마침내 놈을 확실하게 찾아냈다.
“저깄다.”
수백 미터는 떨어져 있고 심지어 죄다 시커먼 놈들이라 특정하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그런 힘든 상황에서 사냥꾼이 먹잇감을 찾아냈다.
그럼 남은 일은 뻔했다.
바로 먹잇감을 잡는 것이다.
“아빠! 준비 다 됐어!”
“화끈해?”
“맵다! 매워 죽는다!”
마침 들려오는 완성 소식에 궁수가 씨익 웃었다.
“날려버려!”
“간다아아앗!”
“느헤헿! 쾅펑쾅펑!”
쾅쾅은 아니었다. 최고의 마법사와 최강의 종족이 만들어낸 마법은 궁수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파지직 황금빛 전류를 튀기며 마법진 안에서 거대한 드래곤이 날개를 펄럭이고 있었다.
물론 살아있는 드래곤은 아니다.
저 녀석이 분신처럼 공격을 하지도 않을 것이고 말이다.
쿠콰콰콰!
새롭게 만들어진 드래곤이 적들을 향해 포효하며 낙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녀석도 그렇게 두진 못한다는 듯 드래곤을 향해 도약했다.
“에헤이 그렇게는 못 두지.”
쉽게는 보내줄 수 없다는 듯 궁수의 화살이 놈의 머리통을 노리고 날아갔다.
카캉!
검을 휘둘러 간단히 궁수의 화살을 베어버린 놈은 어떻게든 드래곤을 저지하려 했다.
하지만 궁수가 예사 헌터도 아니고 한번 노린 먹잇감을 쉽게 놓아줄 리 없었다.
수십 발의 화살이 궁수의 손끝을 떠나 놈을 노렸다.
흑기사라고 하기에는 몸에 두르고 있는 갑주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
검은 근육에 검은 바지를 입고 검은 망토를 두른 검사였다.
손에는 해골이 새겨진 마검을 들고 계속해서 궁수의 화살을 쳐내고 있었다.
오죽 그 화살이 예리하면 놈도 결국에는 궁수의 화살을 막는데 진심을 다해야 했다.
사냥감의 발악을 지켜보는 것도 썩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며 궁수가 마지막 화살을 날렸다.
마검이 또 다시 궁수의 화살을 베어내려던 찰나.
“안녕?”
화살과 궁수의 위치가 바뀌었다.
“!?”
마치 얼굴에 ‘저 당황했어요’라고 쓰여있는 듯했다. 그러나 0.1초도 안되어 곧바로 궁수를 향해 검이 그어졌다.
하지만 인간계 최강에게 있어 전투의 0.1초란 너무나도 길었다.
턱을 후려쳐 고개를 위로 올려버린 궁수는 그대로 놈의 멱살을 잡고 있는 힘껏 던졌다.
“한 번 막아봐라!”
날아오는 골든 드래곤을 향해 말이다.
콰아아아앙!
“끄아아아아악!”
만반의 준비를 갖춘 것도 아니고, 자세 또한 무너진 상태였기에 놈은 드래곤을 정통으로 맞고 말았다.
“캬 저거 독하네.”
그러나 그 와중에서도 놈은 악착같이 이를 악물고 버티며 드래곤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힘 빠진 마족에게 드래곤이란 너무나도 버거운 공격이었다.
콰아앙!
적들의 위로 드래곤이 낙하했다. 그리고 작렬했다. 고농도로 응축된 전류가 터져 나오며 적들을 찢어발겼다.
단순히 감전이 아니라, 적들을 간단히 가루로 만들어 버릴 정도의 출력이었다.
“아빠! 달아!”
“그래! 더 먹어! 더 먹어 아들!”
“응! 맛있어!”
부자지간의 진한 정(?)을 느끼며 화려한 전투가 시작되었다. 그럼에도 아직 적들의 수는 넘쳐났다.
저 수많은 적 사이에 들어간다면 궁수도 제법 곤란할 것이다.
그렇기에 아직은 광팔이의 등 위에서 계속 적들의 수를 줄일 생각이었다.
굳이 멍청하게 적진 한가운데로 들어가 싸울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렇게는 못하지.”
“엉!?”
그러나 그런 궁수의 마음을 알아봤는지 어디선가 고고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와, 저게 그 드래곤이야?”
“저 정도면 고룡도 저리가라 하겠는데.”
“드래곤! 맛있다!”
차원을 찢고 나타난 마왕 스무 명이 궁수를 노려보고 있었다. 다행히도 느껴지는 기운은 전의 마녀보다는 약했다.
그렇지만 이 곳은 마계, 그리고 적들은 그중에서도 한가락 하는 마왕들이다. 그런 놈들이 스물이라니.
“와아 마왕이다.”
전장을 압도하는 적들을 상대로 궁수가 피식 웃었다.
과연, 저 정도로 많은 병력들이 어째서 모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궁수가 먼저 놈들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비실비실하여 당장에라도 떨어질듯한 화살이었다.
“풋, 힘이 빠진 모양이…”
팟!
“어?”
“만나서 반갑다고 뽀뽀뽀 새꺄.”
콰앙!
마왕 한명이 궁수의 주먹을 맞고 떨어져 나갔다. 죽지는 않았기에 곧바로 마력을 일으켜 올라왔다.
“허어 이게 미쳤나.”
“스스로 사자의 입 안에 들어오는군.”
마왕 스무 명이 궁수를 감쌌다.
다른 동료들이 다급하게 궁수를 바라보았으나, 그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손을 휘둘렀다.
전과 같이 남은 적들을 부탁한다는 의미였다. 천궁을 흡수한 궁수가 마력을 빛내며 화살 수십 발을 준비했다.
“사자보단 킹랑이지 이 새끼야.”
그와 동시에 신성 화살의 폭풍이 시작되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어거지로 날린 힘없는 화살이었으나 한 발 한 발이 적들의 급소를 노리고 날아가고 있었다.
화살을 의자처럼 만든 궁수는 그 위에 앉아 다리를 꼬고 있었다.
“크흐으윽!”
마왕들이 다급히 자신의 무기를 꺼내 궁수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그때 그놈도 이런 기분이었으려나.’
자신에게 날아왔던 쇠사슬을 떠올리며 궁수가 크게 마력을 일으켰다.
수십의 화살이 공중을 떠 있던 터라 궁수는 어렵지 않게 마왕의 뒤를 잡을 수 있었다.
“뭣!?”
마왕이 다급하게 뒤를 돌아보았으나 궁수의 주먹이 더 빨랐다.
“자꾸 킬각보지 마라, 기분 줫같으니까.”
아까부터 힐끔힐끔 틈을 노리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것은 다른 마왕들도 마찬가지였으나 놈은 너무 노골적이었다.
“감히 틈을 보여!”
곧바로 궁수를 썰어버리기 위해 흉흉한 공격이 날아들었으나, 공격을 맞추기에는 주변에 화살이 너무나도 많았다.
마왕의 공격은 허공을 갈랐다. 궁수가 나타난 위치는 당연히 놈의 후방이었다.
“너도 새꺄.”
콰드득!
궁수의 우악스러운 손이 놈의 머리를 꽈악 잡았다. 그리고는 확 내려 무릎을 처박아 주었다.
“끄아아아악!”
“시끄러 인마.”
일방적인 폭행이었다. 화살은 이용하지도 않고 맨몸으로 마왕을 패고 있었다.
그것도 권사나 격투가도 아닌 궁수가 말이다.
이를 바라본 마왕들이 움찔움찔거리며 틈을 노렸으나 함부로 발을 놀릴 수 없었다.
저 싸움에 잘못 끼었다간 어떻게 되는지 잘 알고 있기에.
서로 무기만 만지작거릴 뿐 별다른 행동을 취할 수 없었다.
그렇게 놈들은 자신의 동족이 죽어가는 모습을 눈앞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어디든 꼭 한 명씩 특이한 놈들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전투욕이 꺾이지 않은 듯 거대한 몽둥이를 든 놈이 궁수에게 달려들었다.
“뭘 보기만 해? 한번에 덮쳐!”
그제서야 다른 마왕들도 정신을 차렸는지 자신의 무기를 들고 궁수를 향해 일제히 돌진했다.
섬뜩한 칼날과 각종 무기들이 궁수를 노렸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이들의 공격이 궁수에게 닿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순식간에 위치를 바꾼 궁수는 자신의 아래에서 놀아나는 마왕들을 보며 피식 웃었다.
“제길 마계에서도 이런 격차라니.”
분명 이곳은 자신들의 홈그라운드다. 그러나 지금 그들에게 더 이상 마계는 편안한 장소가 아니었다.
“왜? 마계면 뭐라도 될 줄 알았어?”
피식 웃는 궁수가 화살을 넓게 퍼트리며 말했다.
“지금부터 여긴 내 땅이다.”
억지가 따로 없는 발언이었으나 궁수의 말에 반박할 수 있는 마왕은 아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