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2화. 철거와 리모델링은 한 끗 차이.
“뭐야 이거 왜 무너져!”
- 마왕성은 마왕의 마력으로 운영되는 것, 주인이 사라졌으니 당연한 것 아니겠느냐?
“미리 말을 해주던가!”
붕괴는 순식간에 진행되어 벽과 바닥에는 균열이 가득했다. 이제 와서 나가기는 늦었다고 생각한 궁수는 광팔이에게 소리쳤다.
마침 광팔이도 걸맞은 수호 마법을 영창하고 있었다.
“오오오! 과연 드래곤!”
드래곤이 자아내는 순백색 마법은 보는 이로 하여금 기대를 가지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궁수 또한 아들하나 잘 뒀다고 생각하며 광팔이 옆에 섰다.
머리 위로 거대한 마법진이 생겨났다.
드래곤인 광팔이에게도 다소 난이도가 있는 마법인지 몸 전체에서 거센 마력의 기류가 흘렀다.
“좋아! 보호막을….”
마법진이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보호막을 줄 것처럼은 보이지 않았기에 헌터들의 반응이 꼬였다.
“보호막…?”
“보호 마법 맞아?”
“워프 마법 아니야?”
이제는 새하얀 원으로 보일 지경까지 속도를 높인 마법진은 눈일 멀어버릴 정도로 엄청난 섬광을 발현했다.
다만 그것이 헌터들이 아닌 천장을 향했다.
“어 잠ㄲ….”
삐이이이이-
시야에는 빛이 가득했고 귀에는 삐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마치 끝이 없는 새하얀 방에 갇힌 것이 아닌 가 착각이 들 정도였다.
“#[email protected]!”
“뭐라고?”
“*$%%#--!”
거의 10초간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겨우 섬광이 잦아들고 헌터들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맑은 하늘이었다.
그 옆에는 광팔이가 어떠냐는 듯 허리춤에 손을 올리고 ‘엣헴!’하고 있었다.
“어…. 음….”
천장이 뚫려 있었다. 헌터들의 눈에는 어두컴컴한 천장이 아닌 뻥 뚫린 하늘이 보였다.
“어…. 음….”
“위험이 되는 원인 자체를 부숴버리는 건가….”
“과연, 드래곤다운 사고방식이군.”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압도적인 격차에 헌터들은 물론이요, 궁수조차도 입을 떡 벌렸다.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안전해진(?) 헌터들은 할 말을 잊고 쩝 입맛을 다셨다.
그것은 궁수도 마찬가지 인지라 눈은 휴대폰을 향해 있었다.
“한국은 뭐 끝났고, 다른 나라는 어떻지?”
한숨 돌린 지 얼마나 됐다고 그새 다른 나라를 확인하고 있었다.
휴대폰을 뒤져가며 다른 나라를 확인한 궁수의 얼굴에 경악이 떠올랐다.
“뭐야…?”
다른 나라도 힘겹게 어떻게든 막아내는 형태였지만 아프리카는 특히 심각했다.
그러지 않아도 헌터의 수가 부족했기 때문에 헌터들은 마왕성에서 기어 나온 괴물들에게 추풍낙엽 쓸리듯 죽어나갔다.
“심각한데….”
더군다나 상당히 마계화가 진행되어 푸른 초원은 검은색에 가까운 보라색을 띄고 있었다.
대지가 녹아가며 독성을 띄는 그 모습은 녹음이 가득했던 기존의 아프리카와는 너무나도 대조적이었다.
- 제길, 빨리 막아야 해!
“누구 코가 석자인데 저걸 막아?”
- 가만히 두면 저 대륙은 완전히 마계화 될 거다. 더욱 많은 마계의 주민들이 건너오겠지.
“뭐…?”
-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란 말이다!
거기까지 설명을 들은 궁수는 동료들을 챙겨 광팔이의 등에 타고 있었다.
“어디가!”
“일단 타! 가면서 설명할게! 급해!”
저 빌어먹을 마계화가 끝나기 전에 어떻게든 저걸 막아내야 한다.
저쪽 세계의 놈들이 완전히 지구에 정착이라도 한다면 걷잡을 수 없이 규모가 거대해질 것이다.
***
지금 아프리카는 슷하그래프트의 저구가 떠오를 정도로 절망적이었다. 판자촌, 마을, 건물, 모든 것이 녹아버렸다.
절망과 공포만이 남은 아프리카는 생명의 향기가 아닌 죽음의 향기만이 가득했다.
이 거대한 사태는 고작 한 개의 성에서 시작되었다.
하필이면 소환된 마왕성도 한국에 소환된 것보다 몇 배는 더 거대한 것이었다.
그 말은 성을 지배하는 마왕이 더 높은 수준이라는 것을 뜻했다.
“막아! 어떻게든 막아!”
“신성 마법 없어? 포션은?”
“없어! 다 죽었어!”
“제길! 뭐 어떻게 하라는 거야!”
중앙의 마왕은 고사하고 당장에 몰려드는 마계화조차도 막지 못해 남은 사람들의 목을 조여 오고 있었다.
공략대는 전멸, 구조대는 괴멸, 후발대 역시 살아나온 사람의 수가 죽은 사람의 수의 반도 미치지 못했다.
“이대로…. 이대로 죽는 건가.”
아프리카의 땡볕 아래에서 부족한 마법을 써가며 열심히 노력하고 있었으나, 노력만으로 해결될 일이라면 진작 마왕은 죽었을 것이다.
“크흑….”
주변에서 몰려드는 마계화가 헌터와 일반 시민들을 집어삼키려는 찰나.
“세이프티 존!”
하늘 위에서 들려온 목소리와 함께 거대한 방어벽이 만들어졌다.
마계화는 꾸역꾸역 쉴드 안으로 밀고 들어오려 했으나 광팔이의 탄탄한 보호막은 단 1미리도 양보하지 않았다.
광팔이의 속도를 한계까지 높이고도 꼬박 3시간이 걸리고 나서아 아프리카에 도착했다.
“저거 얼마나 막을 수 있어.”
“으음, 세 시간!”
“세 시간? 흐음.”
쉴드의 유지 시간은 총 세 시간, 다시 말해서 마왕성을 세 시간 안에 클리어해야함을 뜻했다.
그것도 조직적으로 짜여진 공략대가 아닌 궁수 멤버들로 말이다.
“안돼?”
“어떻게든 해봐야지.”
시야가 멀어질 정도로 빠르게 날아 늦지 않게 마왕성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프리카의 성은 피칠갑을 한 듯 붉었다. 어쩌면 진짜 피칠갑을 했을지도 모른다.
심지어 그 크기도 한국과 비교해서 거즘 2배는 거대했다.
“아빠 어떻게 할까!”
한국에서야 주변 도시들이 갈려버릴 수 있기 때문에 하지 못한 방법, 궁수는 먼저 트루 스나이핑을 활성화했다.
지속적인 스킬 사용에 트루 스나이핑은 지나가는 개미 한 마리까지 감지할 정도로 예민해진 상태였다.
그런 신안을 가지고 강대한 마력을 가진 마왕을 차지 못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주의 깊게 성을 꿰뚫어본 궁수는 마왕성의 중앙부 거대한 기운이 응집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저기야! 저기에 브레스 꽂아!”
“브레스? 얼마나?”
“바로 죽여 버릴 정도로!”
주변은 건물도, 사람도 없다. 마왕성이 붕괴하더라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뜻이었다.
흐으으으읍!
복부를 팽창시키며 마력을 끓어 올린 광팔이는 한 번 더 마력을 응축시켰다.
광팔이의 눈에도 최심부의 붉은 마력 덩어리가 보였다.
성 전체를 날려버리는 것이 아닌 마왕만을 죽여 버리겠다는 광팔이의 의지, 아니 살기였다.
한번, 두 번이 아닌 수십 번을 응축시킨 마력, 그 크기는 고작 농구공만한 크기였으나, 안에서 느껴지는 위력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죽어!”
하늘에서 새하얀 선이 떨어졌다.
이를 눈치 챈 마왕도 다급히 방어를 전개했으나 다급하게 만들어진 보호막으로는 광팔이의 공격을 완전히 막지 못했다.
제 9위 마왕, 리치킹.
인간으로서 이룰 수 있는 한계에 막힌 마법사가 더욱 큰 힘을 갈구하여 만들어졌다는 존재, 리치.
리치킹은 개중에서도 단연 압도적인 수준의 마법사였다.
인간의 대마법사 수백을 데려와도 리치킹 혼자서 가뿐히 찍어 누를 수 있는 그런 괴물이었다.
그러나 지금 놈은 상공 수천 미터에서 날아온 브레스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말았다.
여태껏 상대한 적들의 수준은 가히 처참한 수준이었다.
알현실에 도달하기는커녕 입구도 뚫지 못하여 쩔쩔매고 있었다.
그렇기에 조금은 방심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리치킹은 방심을 하더라도 압도적인 존재였다.
오직 강자만이 대우받는 마계에서 아홉 번째로 강하다는 것이 그 증거다.
그런 그였기에 조금이나마 광팔이의 공격을 막을 수 있었다.
어지간한 낮은 순위의 마왕이었다면 벌써 전신이 불꽃에 갈려나갔으리라.
#*%@)#%!!!
분노한 리치킹의 포효가 성을 울렸다.
자신이 아끼는 무기인 데스사이드를 들고 등 뒤로는 붉은 날개를 펼치며 적을 처형하기 위해 날아올랐다.
“뭐야, 언데드 주제에 낮에 움직이네?”
적은 리치킹의 생각보다 더 천박했다.
그러나 약하진 않았다. 오히려 그의 마생에서 다섯 손가락에 들 정도로 강해보였다.
@&$*@%($!!
“어우 시끄러워.”
마법 수준이 낮은 적은 듣는 것만으로 혼절해버린다는 리치킹의 비명을 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견뎌내었다.
사실 비명이 스킬이라는 것 자체를 알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렇든 말든 광팔이와 궁수 일행은 리치킹을 향해 속박 마법을 걸었다.
상하좌우전후 순백의 마법진이 리치킹을 감쌌다. 그 안에서 나온 쇠사슬이 리치킹을 꿰뚫기 위해 쏘아졌다.
카앙!
캐스팅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기습이었으나 리치킹은 우습다는 듯 데스 사이드로 마법진을 베어버렸다.
그리고는 반지를 낀 왼손을 뻗어 뒤로 수십 개의 검은 마법진을 만들어내었다.
“불꽃?”
“일단 피해!”
마법진에서 나온 것은 검은 화염구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놈들은 날카로운 이빨을 쩌억 쩌억 벌리며 궁수 일행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휘잉!
“위로! 위로 피해!”
“응!”
달려드는 불꽃을 피해 광팔이가 수직으로 몸을 날렸다. 마치 롤러코스터가 360도 회전하듯 아찔한 순간이었다.
단순히 피하는 것이라면 차라리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나는 것이 더 쉬웠을 것이다.
그러나 궁수가 구태여 위로 날라 명령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광팔이가 회전하며 정확히 리치킹의 위를 잡았다.
광팔이의 등을 박찬 궁수는 천궁을 흡수하여 리치킹을 향해 돌격했다.
#$*%(@@%**!
리치킹은 우습다는 듯 궁수를 비웃으며 낫을 쥐었다. 통째로 베어버리겠다는 듯 소름끼치는 웃음소리였다.
카앙!
죽음을 선사하는 낫이 궁수를 향해 휘둘러졌다. 그러나 둔탁한 소리만이 남을 뿐 궁수는 그곳에 존재하지 않았다
[email protected]!?
분명 소리가 났음에도 궁수는 어디에도 없었다. 놈이 눈치 챌 시간도 없이 리치킹의 아래에서 궁수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
궁수의 마력을 느낀 리치킹은 곧바로 자신의 발아래에 낫을 휘둘렀으나 이번에도 궁수는 낫을 가볍게 피했다.
궁수의 인영이 사라지며 모습을 드러낸 곳은 다름 아닌 데스사이드였다.
(#$*@$($!?!
미끄러지듯 날의 손잡이를 쥐고 내려온 궁수는 있는 힘껏 리치킹을 발로 차 팔을 뽑아버렸다.
과연 마법사라 그런지 방어력 자체는 별볼일 없었다.
¶▒▨▧▣!!!
무기를 빼앗겨 당황한 리치킹이 날개를 펄럭이며 곧바로 돌격했으나 이미 궁수는 화살을 날려 거리를 벌린 뒤였다.
격노한 리치킹은 마계 쌍욕을 남발하며 궁수를 쫓았다.
고고한 자신이 농락당했다는 일에 눈이 돌아갔다.
어떻게든 저 애송이를 자신의 손으로 친히 찢어 죽이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언데드란 본능에 잡혀 본능대로 살아가는 마물, 아무리 리치킹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무기는 물론 팔까지 뜯겼는데 화가 나지 않을 리 없었다.
℃ÅÅ£¢∂!!
감정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날아든 그는 마침내 궁수의 뒷목을, 뒷목을.
%*#!?
잡지 못했다.
“또 속냐 병신아!”
어느새 궁수는 광팔이의 머리 위에 타고 있었다. 당황한 리치킹을 맞이해 준 것은 광팔이의 새하얀 마법진이었다.
“죽어.”
2미터에 달하는 리치킹이 광팔이의 브레스에 뼈 한조각도 남기지 못하고 갈렸다.
하다못해 데스사이드라도 있었다면! 왼팔이라도 있었다면! 사망이 아닌 빈사 정도로 버틸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그래봐야 궁수에게 막타를 맞았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