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9화. 절이 망하면? 절망 어엌
“이 빌어먹을 자식이! 어디냐!”
“요기요!”
[정보 - PPL아님.]
[#나궁수 #뒷광고 #논란.]
ㄴ 얘한테 돈이 뭐가 급함ㅋㅋㅋㅋㅋㅋㅋㅋ
ㄴ 뭐 미국 뒷광고인가 보지 ㅋㅋㅋㅋㅋ
ㄴ 어엌ㅋㅋㅋ그건 몰랐네.
주먹이 머리빔의 복부 깊숙하게 박혀 들어갔다. 뼈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공중으로 떠올랐다.
사당에 박힌 수많은 화살, 그 말은 곧 궁수가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바닥에 꽂힌 화살을 머리 위로 던진 궁수가 머리빔 앞에 나타났다. 그의 당황한 표정에 궁수의 입가가 올라갔다.
“뭐야! 어떻게 말도 안되는…!”
머리빔 위에 나타난 궁수는 그대로 목을 조르며 바닥에 내려 꽂아버렸다.
반항 따위는 꿈도 꾸지 마라는 무언의 압박이다.
“크하아악!”
딱딱한 돌바닥에 쩌억 금이 가며 머리빔이 검은 피를 토해내었다.
헌터라도 치명상을 면치 못할 공격이었으나 놈은 아니었다.
‘엄청 단단하다.’
이 정도라면 목이 부러지는 것이 아니라 아예 목이 끊어질 정도다.
그러나 놈은 피를 토해냈을 뿐이었다.
“뭐, 괜찮아.”
그렇다면 궁수가 해야 할 일은 한가지뿐이었다. 전투에 굶주린 궁수 앞에 엄청 단단한 샌드백이 나타났다.
궁수의 주먹이 무자비하게 머리빔을 난타했다. 주먹 한방 한방에 살기가 담긴 살벌한 공격이 쏟아졌다.
- 아직 안 죽었다. 원 괴물 같은 놈이군.
“죽을 때까지 패면 돼.”
한여름의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궁수의 주먹에 서서히 놈의 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혹여나 스킬을 사용할까, 궁수는 머리통에 계속해서 주먹을 처박았다.
“크흐흐흐흐.”
“헛짓하지 말고 죽어.”
궁수의 주먹에 마력이 듬뿍 모였다. 놈의 머리통을 터트려버릴 생각이었다.
회색빛이 아닌 은빛으로 빛나는 궁수의 마력과 놈의 붉은 기운이 격돌했다.
‘여기서 끝을 본다.’
악착같이 버티려는 놈은 필사적으로 전신에서 마력을 일으켜 마력을 막았다.
직업이 궁수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원초적인 전투법.
그럼에도 기세 하나만큼은 압도적이어서 마력 사이에 스파크가 튀었다.
질펀하게 이어진 싸움은 궁수가 놈의 마력을 깨부수며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궁수도 터져 나온 마력에 몸이 밀려 잡고 있던 마운트를 풀 수밖에 없었다.
“크흐으으윽…. 괴물 같은 놈.”
“버거워?”
충분히 힘도 빼놨겠다, 더 이상 근접전을 할 필요는 없었다.
궁수는 눈앞에 왼손을 올렸다. 마치 머리빔이 궁수의 손위에 올라와 있는 듯한 착시가 일어났다.
“그러게 보스를 데려왔어야지.”
머리빔 주변에는 어느새 궁수의 화살 여러 발이 그를 노리고 있었다.
아이언 메이든이 사형수의 끝을 고하듯 궁수는 슬며시 주먹을 쥐었다.
“허어.”
잔존 마력은 제로. 근접전도 압도적인 패배, 원거리 전투는 감히 명함을 내밀지도 못할 수준.
푸푸푸푹!
“진짜 괴물이 여기 있었군….”
수십 발의 화살이 살결을 뚫고 들어가 놈에게 처박혔다.
미약하게 남아있는 마력의 잔향이 화살이 어떻게든 밀어내려 했다.
“크흐흐…. 역시 무리인가.”
비닐로 칼날을 막을 수 없듯 화살은 너무나도 쉽게 마력을 뚫어버렸다.
깊숙하게 박힌 화살은 그치지 않고 새하얀 폭발을 일으켰다.
눈이 먼 게 아닌가 할 정도로 창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머리빔을 구속하고 있던 지독한 마기가 씻겨나가며 종적을 감췄다.
- 쯧, 죽었군.
“무기한테 먹힌 놈은 못살려, 알면서 그래.”
- 그건 맞다만.
쓰러진 놈을 뒤로하고 궁수는 얕은 숨을 헐떡이는 나진에게 다가갔다.
그는 고요한 눈빛으로 궁수와 머리빔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정신이 드세요?”
“…죽였는가.”
“….”
대뜸 죽였냐니. 스승의 눈앞에서 제자를 죽였다는 것이 껄끄럽기는 하였으나 거짓을 고할수도 없는 노릇, 궁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그는 힘겹게 벽을 짚어 일어나 쓰러진 제자 앞에 섰다.
그의 눈동자에 오만 감정이 교차했다. 씁쓸하면서도 서글픈 가슴이 매이는 감정이었다.
“바보 같은 것….”
가냘픈 손으로 제자의 가슴을 두드리는 그 모습은 궁수라 하더라도 헛기침이 나왔다.
콰득! 콰드득!
일부러 뒤 돌아있던 궁수가 소리에 놀라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이게 무슨 소리야!”
“야 저거 빨리 막아!”
“저게 뭔데!”
쓰러져있던 머리빔의 몸이 좌우로 갈라지며 그 안에서 나타난 혀가 나진의 머리를 잡고 안으로 집어삼켰다.
“저건 또 뭐야!?”
머리빔의 몸에 솟아난 날카로운 짐승이 이빨들이 나진을 뼈째로 씹어 먹었다.
사람의 뼈가 부서지고 근육이 끊어지는 소리는 썩 유쾌하지 못했다.
“티아라.”
“이미 준비됐어.”
- 심연에 사는 짐승이다. 조심해라.
“저게 본체라고?”
- 쯧, 본체가 나오면 이미 넌 죽었어.
“그 정도라….”
고작 팔 하나라는 것에 감사하며 궁수는 리커브 보우를 손에 쥐었다.
과연, 가장 익숙한 무기라 그런지 긴장된 마음이 스르륵 풀렸다.
“조금 과감하게 한다. 후방 지원할 테니 최대한 적부터 파악해.”
“응.”
상대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가 있기에 가능한 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궁수는 시위를 팽팽하게 당겼다.
- 직접 조종하는 편이 좋지 않겠느냐?
“이게 더 익숙해.”
아무리 조종이 편리하다지만 궁수에게 활은 도구가 아닌 신체나 다름없었다.
황금빛 마력으로 전신을 채운 티아라가 먼저 돌격했다.
카케헤에에에에엑!
포효한 짐승이 티아라에게 혓바닥을 앞세웠다. 물렁한 외관과는 달리 놈의 혀는 몹시 단단했다.
“뭐가 이리 단단해!?”
“내가 커버해! 계속해서 압박해!”
끈적한 마기와 찬란한 금빛 마력이 격돌했다.
마물은 혓바닥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움직임을 보이며 끈질기게 티아라의 대검을 받아내었다.
키헤에엑?
괴물은 자신의 공격을 받아내는 인간에 놀란 듯 굉음을 터트렸다.
놈은 계속해서 혀로 티아라의 검을 휘감으며 빼앗으려고 했다.
그럴 때마다 신성력을 가득 머금은 궁수의 화살이 놈을 공격하며 이를 끊어내었다.
아직 놈의 무력 자체는 그리 대단하지 않았다.
문제는 사이의 틈이 더욱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근본은 인간인지라 그 틈은 그리 거대하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괴물은 억지로 틈을 벌리며 바깥으로 나오려고 발악했다.
“저거 못 죽여?”
- 진체를 상대한다면 몰라도 저 상태로는 무리다. 기껏해야 혀를 잘라버리는 게 전부겠지.
결국, 검을 부딪히던 티아라는 끈질기게 얽혀대는 혀가 짜증났는지 금빛 마력을 일으켜 어둠에 대항했다.
“야 이거….”
“이렇게라도 해야 해!”
잠시 물러선 그녀는 양 손으로 검을 쥐었다.
죄인인 괴물에게 죽음을 고하듯 처형인, 티아라의 검이 황금색으로 빛났다. 그리고는 형을 집행했다.
쿠구구구….
소리가 들려온다. 저 하늘 위에서 찬란한 성검이 떨어지는 소리가 말이다.
건물을 걱정할 때가 아니었다. 성검은 간단히 지붕을 관통하여 정확히 놈의 혓바닥에 닿았다.
키게카구궤에에!
거북한 소리를 내는 놈은 미친 듯이 혀를 떨며 그녀의 성검과 격돌했다.
역부족이라고 생각했는지 놈은 한계까지 틈을 벌려 거대한 팔 한쪽을 꺼냈다.
해골처럼 앙상한 팔에 수십 개의 눈이 박힌 혐오스러운 모습이었다.
“어딜!”
집중하는 그녀를 뒤로하고 궁수가 천궁을 흡수하며 달려 나갔다.
괴물의 주먹과 궁수의 주먹이 격돌했다. 놈의 팔은 궁수의 생각보다 훨씬 단단했다.
방금 전 격돌에서 나온 풍압에 건물이 파괴된 잔해가 날아갈 지경이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 했지만 이 정도의 팔이라면 정말로 성검을 막아낼지도 모른다.
한 번 더 주먹을 내질러 거리를 벌렸다.
“죽어도 못 보내.”
열 발의 화살을 등에 업은 궁수는 허리를 낮추고 다시금 돌격했다.
공기를 찢고 날아든 주먹이 계속해서 궁수의 목숨을 조여왔으나, 그런 위협적인 공격도 궁수를 따라오진 못했다.
코앞에서 주먹이 지나가며 궁수에게 저릿한 공포를 선사했으나, 고작 이 정도 공포로 무릎꿇기에 그가 넘어온 수라장은 너무나도 험난했다.
일반인이라면 곧바로 주저앉을 수준이었으나 궁수는 개의치 않았다.
주먹을 피한 궁수는 놈의 팔에 난 수많은 눈에 화살을 처박았다.
괴물은 격렬하게 날뛰었으나 이성을 잃은 공격에 맞아줄 궁수가 아니었다.
키케에에엑! 키엑키케에엑!
‘확실하게 잡는다.’
팔 하나에 서른 발이 넘는 화살이 박혔다.
그리고 준비한 마지막 한발. 죽이는 것은 무리다. 그렇다면 목표는 놈이 포기하고 돌아가게 하는 것.
궁수가 준비한 기다란 화살이 손에 쥐어졌다.
3미터가 넘는 화살은 그 전체가 신성력으로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고통에 분노한 놈은 난동을 부리며 궁수에게 벗어나려 했으나, 의미 없는 몸부림일 뿐.
“가만히 있어!”
거대한 화살이 괴물의 팔뚝에 처박혔다. 고작 이 정도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궁수는 이를 악물고 화살을 회전시켰다.
살점이 뜯기며 피가 주변으로 잔뜩 튀었다. 이를 악문 궁수는 화살을 박아놓고 갑자기 점프했다.
순식간에 고층건물 10층 높이로 도약한 궁수의 손에는 분쇄자가 들려있었다.
몰아치는 바람이 시야를 막으며 자꾸만 방해했으나 다만 그뿐이었다.
에어 커터도 아니고 평범한 바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콰앙!
박힌 화살에 분쇄자가 작렬했다. 대못을 박는 해머처럼 결국 화살은 놈의 팔을 관통하여 땅에 단단히 처박았다.
놈의 행동을 단단히 고정시킨 궁수는 마력을 담아 있는 힘껏 소리쳤다.
“후으으으으읍!”
보다 처절한 음성으로 지금 당장 자신에게 달려올 수 있도록.
“광팔아아아아!”
마물 위에 군림하는 존재 그중에서도 마, 흑계열 적에게 절대적인 우위를 점한다는 백룡.
“아빠 왜?”
그가 전장에 강림했다. 1분은커녕 3초도 안되어 궁수의 옆에 모습을 드러낸 광팔이는 뭐라 말하기도 전에 괴물을 노려보았다.
“더러운 놈이 아빠의 눈을 더럽혀?”
마침 티아라도 일을 완수했는지 괴물의 혀는 티아라의 성검에 처박혔다.
베지 못했다는 것이 분한 듯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누나도 뒤로 빠져.”
“…고맙다.”
드래곤.
모든 마법에 능통하고 한없이 게으르며 한없이 무한에 가까운 삶을 누리는 존재.
그렇기에 아무런 한없이 사는 존재.
그들이 분노한 경우 중 대표적인 이유는 이것이다.
바로 가족을 건드는 것. 드래곤은 백 년에 한 마리 나오면 대박일 정도로 그 수가 적었다.
그렇기에 놈들은 ‘가족’과 ‘동족’에 한없이 예민하게 반응한다.
실제로 장로급 드래곤의 헤츨링을 훔쳤다가 한 시간 만에 도시 국가 한 개가 괴멸한 일도 있었다.
그리고 괴물은 드래곤의 하나뿐인 가족을 건들고 말았다.
“추악한 것. 가루도 남기지 않겠다.”
놈의 위아래로 새하얀 마법진이 생겨났다. 쇠사슬이 나온다거나 천사가 나온다거나 하는 거창한 마법은 아니었다.
너무나도 단순하지만 그렇기에 아무도 따라할 수 없는 마법이 작렬했다.
괴물의 위 아래로 만들어진 마법진이 서로를 향해 엄청난 양의 신성력을 발사했다.
궁수처럼 무기에 입혀 사용하는 것이 아닌 신성력 그 자체가 괴물에게 작렬했다.
심연도 아닌 지구에서, 그것도 반푼어치 괴물에게는 호사스러운 죽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