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7화. 웰컴 투 더 대머리 월드.
[나궁수 불용사 방문!]
[불용사에 왕의 행적!]
[쿵푸에 눈을 뜬 나궁수?!]
[불용사는 무슨 장소인가?]
“그새 소문이 퍼졌나, 쿵푸는 개뿔이 쿵푸.”
궁수는 광팔이와 다른 멤버들을 데리고 불용사로 날아가고 있었다.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베로니카와 수혁이는 데려오지 않았다.
대신에 허가연과 티아라가 일행에 추가되었다. 광팔이를 타고 가는 것이지만 더 이상 불편하지 않았다.
광팔이가 궁수와 일행을 배려하여 바람 장막을 펼치고 날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라면 엄청난 바람에 맞았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다르다.
비행기보다 몇 배는 빠른 속도로 궁수는 고작 2시간이 지나지 않아 불용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캬 대기하고 있는 거 보소.”
불용사에서는 궁수를 기다리는 수도승들이 잔뜩 나와 있었다. 양쪽 끝으로 나란히 서서 포권을 취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 모습만으로 정말 이곳이 무술인들의 장소라는 것이 와닿았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궁수의 태도가 바뀌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궁수는 부드럽게 착지하며 광팔이의 등에서 내렸다.
티아라가 내림과 동시에 광팔이 또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어후 더럽게 꽁꽁 숨겨놨네.”
궁수의 불평도 잠시 불용사의 주인인 나·진이 직접 궁수를 환대해 주었다.
귀에 달린 마력 통역기는 오늘도 역시나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영광입니다! 이렇게 직접 찾아오시다니!”
“하하, 예, 반갑습니다.”
불용사도 규모가 작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카데미 급으로 거대한 것은 아니다.
애초에 중국에 무술인 양성소만 열다섯 곳이 넘었다.
좋지도,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은 성적을 가진 불용사에게 있어서 궁수의 존재란 단비 같은 존재였다.
세계 랭킹 1위가 직접 불용사를 찾아준다 하니 반가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궁수는 그의 악수를 받아준 후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저 괜찮으시다면 머리빔씨도 뵙고 싶습니다만.”
“아…. 머리빔이라면 지금 폐관 수련에 들어갔습니다.”
“네? 폐관 수련이요?”
“예, 스스로 폐관 수련을 끝내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만날 수 없습니다.”
폐관 수련이라는 말에 어이가 털린 궁수는 헛웃음을 지으며 다른 멤버들을 바라보았다.
궁수에게 들어 전후 사정을 아는 티아라도 당황한 모습이었다.
‘이 새끼가 현피 신청을 하고 도망을 쳐?’
궁수는 최대한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간곡하게 부탁했다.
“머리빔씨에게 제가 전한 말이 있어서 말입니다. 어떻게 안될까요?”
“저희도 열어드리고는 싶습니다만…. 건물의 문은 사람이 있을 때는 밖에서 밖에 열 수 없습니다.”
“그러면 건물을…. 아 아닙니다.”
불용사 전체를 날릴 생각을 한 궁수는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궁수는 지금도 몹시 심기가 불편하였기 때문에 터트릴까 말까 중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면 얼마나 걸립니까?”
“글쎄요, 들어간 지 두 달 쯤 됐으니 말입니다.”
“네? 두 달이요?”
하루, 이틀도 아니고 두 달째 들어가 있다는 말에 궁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기껏 여기까지 와서 아무런 소득도 없이 돌아가기는 싫었기 때문이다.
“홀홀홀, 그러면 기다리는 동안 머무시는 것은 어떨지요?”
“그래도 될까요?”
“예, 저희에겐 오히려 영광입니다.”
“아 그렇다면….”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머, 머리빔 님!”
궁수의 말을 끊은 나·머리빔이 폐관 수련장의 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내었다. 과연 궁수가 보았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구, 궁수?”
“어디 가는가!”
“어디가! 어디가!”
“야! 너 어디가!”
머리빔을 확인한 궁수는 저벅저벅 그에게 다가갔다.
궁수의 인성을 모르는 불용사 사람들은 악수를 한다고 생각했는지 아무도 막아서지 않았다.
실제로 궁수의 입가에는 은은한 미소가 걸려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다른 멤버들은 알고 있었다. 저 미소만큼 사악한 표정도 따로 없다는 것을 말이다.
궁수는 머리빔 앞에 서 그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눈빛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었다면 이미 궁수는 놈을 10번도 더 죽였을 것이다.
“반갑….”
콰아앙!
“도, 도 도련님!?”
“지금 이게 뭐하는 거요!”
궁수는 일말의 언질도 없이 반짝이는 놈의 머리에 자신의 머리를 쾅! 부딪혔다.
정확히는 ‘때려 박았다’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궁수는 머리를 처박고 마치 잡아먹을 것처럼 놈을 노려보았다.
“우리 구면이지?”
살벌한 시선이 오가는 곳에서 궁수는 으르렁거리며 놈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머리빔도 밀리지 않고 궁수를 바라보았다.
인자하기 짝이 없는 미소였으나 실정은 전혀 달랐다.
“잘 모르겠군요, 오늘 처음 뵈는 분이라서 말이죠.”
“아하, 그러셔?”
“예, 헌터 랭킹 1위라는 것쯤은 알고 있습니다.”
“연기도 개같이 못하네, 가시 새끼가.”
그도 궁수가 이렇게 나올 거라고 예상은 했는지 대놓고 당황하진 않았다. 그는 조용히 주먹을 꽈악 쥐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의 모든 행동은 궁수에게 관찰당하고 있었다.
‘이 새끼 봐라.’
오리발을 내미는 그 모습에 궁수는 씨익 웃으며 미소로 응대했다.
과연 살인 미소라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 수 있었다.
“지금 남의 후계자에게 뭐하는 겁니까!”
그의 머리에서 한줄기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당황한 진이 머리빔과 궁수를 갈라섰다.
‘이 사람이랑은 관련 없나.’
그는 정말로 무고해 보였다. 궁수는 씨익 웃으며 광팔이에게 눈치를 주었다.
쿠콰콰콰콰!
거대화한 광팔이가 인간들을 내려다보며 입을 쩌억 벌리며 피어를 날렸다.
당장에라도 브레스를 날릴 수 있다는 위협이었다.
적의 본진임에도 불구하고 궁수의 대담하기 짝이 없는 행동에 주변의 수도생들은 진땀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들도 궁수의 명성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파도형 게이트 솔로 클로징, 파도 보스 몬스터 반 솔로 클리어, ‘섬’을 지워버린 남자, 내전 종결자.
그 와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칭호는 이것이었다.
궁신 - 弓神.
검신, 투신 등 다른 칭호는 정해지는 과정에서 격한 논쟁이 있었다.
다들 충분히 강한 사람들이었으나 과연 ‘신’급 칭호를 가져가기에는 애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칭호 역사 최초로 궁수의 궁신은 만장일치를 얻었다.
보통 몇 시간이 넘게 이어지는 토론이 고작 5분 만에 끝난 사건은 너무나도 유명한 일이었다.
활에 관해서는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압도적인 존재, 활에 대해서는 유일신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실력을 가진 헌터, 그것이 나궁수였다.
얼떨결에 신이 되어버린 궁수는 웃음으로 얼버무리며 머리빔의 손을 잡았다.
“죄송합니다. 제가 강한 사람을 보면 흥분해서 말이죠.”
“예?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불용사의 다른 사람들은 그게 무슨 궤변이냐는 듯 궁수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였다. 당장에 전면전을 연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모두 궁수에게 괴멸 당할 것이 뻔했다.
그렇기에 그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궁수의 농담을 받아줄 수밖에 없었다.
“그, 그렇습니까?”
“예, 다른 강자에 대한 호기심 정도죠.”
“하하하하, 그으렇군요!”
분위기는 풀어지는 듯했으나 사람들은 모두 동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미친놈.’
그것도 건들면 무는 수준이 아닌 미사일을 날려버리는 미친개였다.
법사만 하더라도 불용사 전체를 날려버릴 힘을 지녔으니 말이다.
궁수만큼은 아니지만 그 나름대로 유명한 것이 나법사였다.
궁수라는 이름의 테러리스트와 법사라는 이름의 폭파광이 함께하고 있으니, 어지간한 놈들로는 턱도 없었다.
머리빔을 잠시 바라본 궁수는 나진에게 말했다.
“저 수련도 할 겸 잠시 이곳에 머물러볼까 합니다.”
“네? 아아, 지, 지금은 내부가 수리중이라….”
“아까는 된다면서요?”
“그, 그러니까 그것이….”
궁수는 인벤토리에서 지폐 다발을 쏟아내었다. 10억을 가뿐히 넘을 거액이었으나 궁수는 조금도 아까워하지 않았다.
억은커녕 조를 넘어버린 궁수에게 더 이상 돈이라는 것은 큰 의미가 없었다.
“허어어어억!”
그러나 나진에게 그것은 의미가 달랐는지 눈이 휘둥그레진 그는 덥썩 궁수의 손을 맞잡아 주었다.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거대 사원도 아니고 불용사같은 중소 사원에게는 늘 돈이 급한 법이었다.
가볍게 전액 현금 박치기로 결제를 완료한 궁수는 곧바로 머리빔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말했다.
“저 바로 반 죽이…가 아니라 대련을 하고 싶습니다만 가능할까요?”
“아…아하하 제자가 이제 막 폐관 수련을 하고 와서 그것은 조금….”
“가능합니다.”
스승은 제자를 살리고자 노력하는데 저 눈치 없는 제자 놈이 스스로 불구덩이로 들어가고 있었다.
“아…아하하하 제자 놈이 이제 막 폐관 수련을 마쳐서 머리가 아픈가 봅니다.”
“아뇨 멀쩡합니다.”
거기까지 말한 둘은 어느새 앞마당의 대련장에서 대련을 준비하고 있었다.
사실 준비라고 해봐야 양쪽의 자리에 서서 기다리는 것이 전부였지만 말이다.
“자, 그럼 상호 간의 동의 아래에 대련 시작!”
콰아앙!
결투는 기본적으로 두 사람 모두 맨손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궁수급의 랭커가 무기를 쓰다면 사원이고 뭐고 남아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궁수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선수를 잡기 위해 머리빔이 궁수의 턱을 향해 파고들었다.
쉬익!
섬뜩한 주먹이 궁수의 턱을 스쳤다. 가볍게 고개를 비틀어 피한 궁수는 마력을 모아 땅을 거세게 밟았다.
콰아아아앙!
“흐음!”
충격파가 퍼져나가며 머리빔 또한 순간적으로 휘청거렸다.
몹시 찰나의 순간이었기에 평범한 사람이라면 눈치조차 채지 못할 수준이었다.
그러나 나궁수.
“딱 걸렸다 이 새끼야.”
그는 평범과는 담을 쌓고 지내는 사람이다.
그 찰나에 땅을 박차고 돌격한 궁수가 놈의 복부에 무릎을 꽂아 넣었다.
“쿠허어억!”
적의 몸이 활대처럼 휘었다.
휘이이이익! 콰아아앙!
놈의 몸이 날아가며 그대로 벽에 처박혔다.
궁수는 혹시나 적이 기권을 할까 더욱 속도를 높여 놈의 턱에 주먹을 때려 박았다.
퍼퍼퍼퍼퍼퍼퍽!
한 방 한 방이 폭격에 가까웠다.
궁수의 주먹이 벽에 처박힌 놈을 난타하며 피가 튀기 시작했다.
“그만! 그만하시오!”
“흐음.”
그만이란 말과 동시에 궁수는 주먹을 거두었다.
보통 이 정도라면 적은 거의 빈사 상태에 이르는 게 정상이지만 적은 그렇지 않았다.
입술이 터지며 코피가 흐르는 것이 전부일 뿐이었다.
“사부님! 저는 괜찮습니다!”
“오, 오호! 그렇군! 드디어 그 경지에 올랐구나!”
“예, 맞습니다. 금강불괴에 도달했습니다.”
“과연! 그래서 그런 건가!”
나진은 홀로 뭐라도 깨달은 듯 궁수를 바라보았다. 여태껏 자신이 오해했다는 듯 미안한 표정은 덤이다.
마치 궁수가 머리빔의 새로운 경지를 확인시켜준 형태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궁수는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저게 안죽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