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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접병기 활-134화 (134/172)

◈ 134화. 푹! 콰직! 끄아아악!

구불구불 깊숙한 복도를 따라 이동하니 두 갈래 길이 나타났다.

혹여나 다른 마음을 먹을까 궁수는 화살 두 개를 놈의 관자놀이에 가져다 대며 목소리를 낮췄다.

날카로운 화살촉이 따끔따끔 그의 머리를 위협했다.

“히이이이익!”

“잘하자?”

“무, 물론입죠!”

놈은 온몸을 벌벌 떨며 왼쪽 복도로 발을 돌렸다. 궁수도 날카롭게 주변을 둘러보며 마력을 일으켰다.

‘흐음?’

가볍게 마력을 일으킨 것만으로 수많은 적들이 감지되었다.

궁수는 그의 뒷목을 콱 잡고는 낮게 읊조렸다.

“뒤질래?”

“이 길이 맞습니다! 정말입니다!”

궁수의 마력에 걸린 적만 하더라도 사십이 넘었다. 그러나 놈은 정말로 억울한 듯 울상을 지었다.

‘흐음, 이 길이 맞으니까 더 경비가 삼엄한 건가.’

어찌되든 상관은 없다.

적은 궁수의 마력조차 감지하지 못하는 풋내기, 그런 놈들에게는 궁수의 화살 한 발이면 충분했다.

쐐애애애액!

궁수의 화살이 복도를 타고 날아갔다.

콰득! 콰직!

“끄아아아악!”

“사, 살려줘!”

“뭐야! 어디서 날아온 거야!”

풋내기 놈들이 아무리 노력해본들 궁수의 화살은 정확히 적의 머리를 꿰뚫었다.

단 한 발의 화살이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40명을 학살했다.

“흐어어어어….”

“왜, 너도 저렇게 되고 싶어?”

“아, 아닙니다! 똑바로 하겠습니다!”

“그래, 그래 오래 살아야지.”

궁수는 무언의 압박을 계속하며 서서히 내부를 뚫어 나갔다.

목격자만 없으면 암살이라고 소리 없는 궁수의 암살은 은밀하게 이뤄졌다.

“캬 이게 암살이지.”

거의 오백에 달하는 적을 죽였음에도 기지에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사실은 반응을 한 적들을 궁수가 모두 죽여 버렸기 때문이지만 말이다.

“이 복도만 지나면 소환의 방입니다.”

“여기가?”

“예, 그렇습니다.”

“흐음, 그런가.”

이번에도 수많은 적들이 궁수의 앞길을 막아서고 있었다.

궁수는 일말의 표정 변화도 없이 화살을 날렸다.

세 발의 화살이 소리 없이 복도를 향해 날아갔다.

콰직 콰드드득!

“뭐야!”

“끄아아악!”

이번에도 적들은 출처도 모르는 화살에 하나 둘 죽어 나갔다.

카앙!

“호오?”

쾌속으로 적들을 죽이던 궁수의 화살은 마지막에 있던 누군가에 의해 파괴되고 말았다.

하긴 고작 화살 세발로 수백을 학살했으니, 슬슬 조금은 강한 상대가 나오더라도 이상한 것은 없었다.

“뭐 어때.”

“모습을 드러내라! 침입자!”

“어휴, 드러낸다고 드러내겠냐.”

궁수는 다시 화살 한발을 발사했다. 마력을 뿌리며 날아간 화살은 적이 아닌 적의 옆을 스쳐지나갔다.

“이런 모자란 실력으로는 날 잡을 수 없다.”

그러나 이미 궁수는 화살과 위치를 바꾸어 놈의 등 뒤에 도착해 있었다.

“언제…!”

“방금 새꺄 방금.”

콰아앙!

날아가는 뚝배기가 퍽 아름다웠다.

마지막 적을 처치한 궁수는 거대한 문 앞에서 우드득 우드득 몸을 풀었다.

5미터가 넘어가는 거대한 크기에 쇠사슬에 묶인 검이 조각된 모습이었다.

마력을 일으켜 내부를 조사하려 하였으나 원천 차단되어 조금도 알 수 없었다.

누가봐도 중요한 장소였지만 구태여 궁수는 놈에게 물었다.

“여기가 네가 말한 곳 맞아?”

“네! 맞습니다!”

“흐음, 그래 수고했어. 가봐.”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놈은 궁수가 정말로 살려줄 줄은 몰랐는지 걸음아 나살려라 도망치기 시작했다.

콰득!

“어…?”

“지옥으로 가봐.”

뒤에서 날아온 궁수의 화살이 그의 심장을 관통했다. 애초에 이곳은 적진 한복판이다.

구출해야 할 인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죽인다. 그것이 궁수의 생각이었다.

“후으으읍!”

끼이이이익!

거대한 문이 바닥에 긁히며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안에 허가연이 있다고 생각하니 문을 터트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쏴아아아아!

“쯧 벌써 시작했나….”

방 안에서는 엄청난 양의 마력이 한곳으로 집중되고 있었다.

방 중앙에 있는 보라색 보구를 둘러싼 헌터들이 이를 악물고 마력을 불어넣었다.

“이 개새끼들이.”

보라색 구체안에서는 허가연이 눈을 감고 둥실 떠 있었다.

이를 악문 궁수의 옆으로 수십 개의 화살들이 떠올랐다.

“침입자다!”

“뭐!? 저, 저놈이 어떻게 탈출을!”

“막아라! 의식이 끝날 때까지는 어떻게든 막아!”

“하.”

궁수의 침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적들이 다짜고짜 무기를 들고 덤벼들었다.

궁수는 머리끝까지 화가 나면 폭발하는 분류가 아닌 말수가 적어지는 분류였다.

푹! 푸푸푸푸푹!

“케흐으윽!?”

콰드득!

가장 선두를 달리던 적에게 궁수의 화살 다섯 발이 꽂혔다.

그리고는 한 번 더 힘을 발휘하여 그대로 적을 관통해버렸다.

궁수는 벌레를 상대하듯 귀찮은 표정으로 천궁에게 물었다.

“저거 어떻게 멈추냐?”

- …쯧, 저건 못 멈춰.

“왜?”

쐐애애애액!

궁수의 화살이 적의 머리를 뭉개버렸다. 분노한 나머지 과하게 힘이 실리고 말았다.

- 허가연을 살리려는 것 아니냐?

“당연하지.”

- 그럼 못 멈춰, 마력이 하나라도 끊어진다면 곧바로 마력 폭발이 일어날 거다.

“그러면 가만히 지켜만 보라는 거야?”

콰득! 푸욱!

아무리 많은 수의 적들이 몰려와도 궁수의 손짓 한 번에 쓸려나가 버렸다.

적에게는 관심도 없다는 듯 궁수의 메마른 학살이 이어졌다.

- 한 가지 방법이 있다.

“뭔데 빨리 말해봐.”

적들의 시체가 늘었다. 진득한 피 냄새가 방을 가득 채웠다.

놈들은 기겁하면서도 구체에 마력을 쑤셔 넣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 허가연이 각성한 걸 네가 막는 거다.

“막는다고?”

- 그래, 최대한 상처 없이.

“그거야 쉽지.”

허가연이 각성한다 하더라도 궁수는 충분히 그녀를 막아설 자신이 있었다.

오만이 아닌 현실적인 자신감이었다.

그러나 천궁은 그것이 아니라는 듯 혀를 내치며 말을 이었다.

- 네 상처가 아니라 허가연이 상처를 입으면 안된다는 거다.

“뭐? 그게 말 돼?”

- 팔이 부러진다거나 그 정도는 괜찮다만, 그 이상은 안된다.

“허어….”

궁수는 허탈한 모습으로 허가연을 바라보았다.

고통도, 슬픔도 느껴지지 않는 표정으로 그녀는 고요하게 눈을 감고 있었다.

“얼마나 쌔려나.”

- 글쎄다. 일단 제압을 해야 뭘 하든 말든 할 것 아니냐.

“그건 맞지.”

한가롭게 대화하는 도중에도 적들의 수는 착실하게 죽어 이제는 궁수에게 다가오는 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오…. 온다!”

“드디어! 드디어 성공시켰어!”

- 쯧, 법사나 드래곤이라도 있었다면 좋으련만.

“당장에 휴대폰도 안 터지는 곳에서 무슨.”

다른 사람이었다면 죽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모두 죽여버렸겠지만 안에 있는 것이 허가연이다보니 섣불리 행동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오, 온다! 드디어 됐어!”

“오신다! 드디어 강림하신다!”

“꺄하하하하! 결국! 결국 성공한 거야!”

“쯧.”

대놓고 눈앞에서 동료가 뭔가를 당하고 있었으나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짜증에 궁수는 혀를 찼다.

그도 잠시 모든 마력의 주입이 끝나며 잠시 고요가 찾아왔다.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고 누구도 감히 움직이지 않았다.

- 군단장…. 아니 최소 귀족급이군.

“뭐? 어떻게 아는데.”

- 허가연한테 귀족의 힘을 주입하는 거다. 쯧, 편하게 가기는 글렀군.

펑!

“어?”

퍼퍼펑!

“어어!?”

“흐, 흐아아아악!? 뭐야!”

어둠이 완전히 잦아들자 주변 마법사들의 머리통이 하나 둘 터져가기 시작했다.

기겁한 마법사들은 깜짝 놀라 도망쳤으나 아무 소용없는 짓이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마력도 어떤 물리적인 힘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주변의 마법사들의 머리통이 순식간에 터져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는 마법사들에게 터져 나온 피가 다시 한번 중앙으로 흡수되었다.

마치 한 방울도 놓치지 않겠다는 것처럼 중앙의 수정구는 모든 피를 들이마셨다.

파직! 파지지직!

마법사들의 피골이 접힐 때까지 피를 흡수하고 나서야 허가연이 들어있는 수정구에 쩌억 금이 갔다.

수정구는 더 이상 보랏빛 기운이 아닌 섬뜩한 붉은 기운을 머금고 있었다.

- 터진다!

퍼어어엉!

“쯧, 귀찮게.”

수정구가 터지며 주변에 파편이 튀었다. 제법 크기가 거대하여 궁수는 분쇄자로 파편들을 쳐 내었다.

“정말 저급한 마력이군.”

허가연은 또각 또각 구두소리를 내며 모습을 드러내었다.

외관은 허가연이었으나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소름끼치는 기운은 감히 동일인물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그래도 뭐, 없는 것보다는 낫군.”

“야, 허가연.”

“음? 네 놈은 누구지?”

그러나 그녀는 누군지 모르겠다는 듯 표정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흐음, 그런가 본래 주인의 지인인가? 아닌가? 정인?”

“하하하, 우리 세입자께서 뒤지려고 개소리를 하시네.”

친하게 지내던 허가연이 역겨운 기운을 퍼트리며 헛소리를 한다는 것이 궁수는 몹시 아니꼬웠다.

이제는 아는 사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했으나 어찌됐든 좋았다.

궁수는 마력 포션 두병을 그 자리에서 들이키며 천궁을 흡수했다.

- 쯧, 안되겠어, 죽여라.

“헛소리 하지 마, 무조건 살린다.”

- 아니, 잘못하다간 개죽음이다. 이기기는커녕 봐주면서 상대할 수 있는 놈은 아니야.

“아, 괜찮아.”

궁수의 전신에 마력이 퍼졌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기운에 궁수는 손을 털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내가 이겨.”

콰아앙!

“흐크흐으읍!”

순식간에 자리를 박차고 날아온 허가연이 궁수에게 주먹을 꽂았다.

다행히도 팔을 들어 그녀의 공격을 막았으나 궁수는 멀리 날아가 벽에 처박히고 말았다.

후두두두둑

벽에서 돌가루가 떨어지며 궁수 또한 땅으로 착지했다. 고통은 크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경이로운 전투력에 궁수는 인상을 구겼다.

- 강하군, 최소 남작급이다.

“닥쳐, 그럼 난 왕이야.”

궁수는 절대로 그녀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그간 정을 생각해서라도 새로운 프로틴의 개발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저건…?”

그녀의 머리 위로 마력으로 이루어진 짐승의 귀가 솟아났다.

뒤에는 짐승의 꼬리까지 모습을 드러내었다.

마력으로 만들었기에 실체는 없었다. 붉은 기운이 그녀의 머리와 뒤에서 일렁이고 있을 뿐이었다.

“흐으으으! 이제야 조금 개운하군!”

‘집승…?’

인간보다는 한없이 짐승에 가까운 힘이 느껴졌다.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적의 목을 꿰뚫는 패왕의 기운이었다.

과연 이렇게까지 몰아치니 궁수도 조금은 진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

든든한 파티원도, 만능의 티아라도, 강력한 조광팔도 없다.

오로지 궁수 혼자서 저 강력한 적을 막아내야 하는 것이다.

“야, 가연아 듣고 있냐.”

“….”

대답은 없었다.

궁수의 마력이 더욱 짙어지며 버프들이 하나 둘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트루 스나이핑과 쉐도우 파트너, 그리고 등 뒤로 만들어진 다섯 발의 화살까지.

“내가 그거 사기라고 말했냐 안 했냐?”

“허, 네가 아무리 그렇다고 한들 계집은 죽었다.”

“어휴, 내가 이래서 결혼을 안해요. 너 같은 딸 낳을까봐.”

“인간, 내 말 듣고 있는 거냐?”

거기까지 말한 궁수는 한 발의 화살을 제외하고 남은 네 발의 화살을 겨냥했다.

“딱 한 대만 맞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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