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근접병기 활-133화 (133/172)

◈ 133화. 욘두해요~

최근 광팔이는 게이트 학살에 신나 밤새 각종 게이트들을 정벌하고 있었다.

광팔이의 토벌 활동은 서울을 넘어 전국으로 확장되고 있었다.

A급 게이트가 밥 먹듯이 쉽게 나타나는 것도 아니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지금 온 건가.”

사각을 노린 완벽한 기습이었으나 궁수는 조금도 놀라지 않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궁수로부터 마력이 퍼지며 금세 주변의 적들을 탐지했다.

그 나름대로 은신하고 있으려는 듯했으나 궁수로부터 기척을 숨기기란 S급 암살자도 막연한 일이었다.

적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아무리 보아도 S급 암살자의 기운으로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제 막 벼려지기 시작한 초보 살수의 기운에 가까웠다.

“요즘 날파리가 자주 꼬이네.”

며칠 전부터 느껴지는 시선의 정체를 알아낸 궁수는 조금의 기다림도 없이 대장 격으로 보이는 적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놈은 시위를 당긴다거나 일체의 준비 과정도 없이 날아온 화살에 순간 당황했으나, 이내 어렵지 않게 궁수의 화살을 쳐내었다.

그러나 궁수가 노린 것은 그게 아니었다.

파앗!

“뭣!?”

화살과 궁수의 위치가 바뀌며 순식간에 궁수가 놈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어딜!”

촤좌좌좌좌좌!

암살자 주제에 동료 의식이 있는지 곧바로 궁수를 향해 암기들이 날아왔다.

모두 극독을 바른 암기였기에 궁수는 적의 멱살을 잡아 확 몸을 틀었다.

푸푸푸푸푹!

“크하아아악!”

제법 위험한 독이었는지 놈은 공격을 받음과 동시에 전신에 경련을 일으키며 사망했다.

궁수는 곧바로 놈의 시체를 적에게 던졌다.

“대장!”

“네놈 감히 대장을!”

“흥.”

궁수는 미리 놈의 시체에 박아둔 화살을 터트렸다. 주변을 가득 채우는 신성력이 터져 나오며 놈들의 얼굴이 훤히 보였다.

다름 아닌 전에 보았던 허가연의 동료들이었다. 추가로 들어왔는지는 몰라도 다른 인공 각성자들도 있었다.

궁수는 이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얕보지 않냐?”

실력자들이 떼거지로 몰려와도 모자랄 판에 이런 오합지졸들이라니. 어이가 가출한 궁수가 피식 웃음을 지었다.

“일단 다 죽이고 생각할까?”

번쩍!

궁수의 뒤로 열 발의 화살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어지간한 상위 헌터도 반응하지 못할 초고속 화살, 전류 화살이었다.

황금빛 전류가 흐르는 그 모습은 너무나도 압도적이어서 감히 헌터들이 덤빌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죽어.”

그러나 궁수는 자신에게 덤빈 놈들을 살려 보낼 이유가 없었다. 더군다나 일반인도 아니고 각성자 들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콰직! 콰득!

“끄아아아아악!”

“죽여! 죽여버려!”

“호오?”

궁수는 지금 전체 전력의 5퍼센트도 꺼내지 않았다. 적들도 지금 자신들이 놀아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승산이라고는 1도 없는 상황에서 적들이 선택한 것은 도망이 아닌 전투였다.

‘이것도 각성의 영향인가?’

열 번의 섬광이 있었다. 그리고 시체 열 구가 생겼다.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손짓만으로 적 열 명을 학살한 궁수는 손을 털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흐으으음….”

시체를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고민하던 찰나 궁수의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구, 궁수야?”

“…어?”

‘네가 왜 거기서 나와?’

궁수는 설사 허가연이 볼세라 후다닥 그녀의 앞에 다가가 앞을 가렸다.

“궁수야…. 저거 저거….”

‘아 씨발.’

육성으로 나오는 욕을 꾹 참은 궁수는 최대한 그녀를 다독이며 상황을 말하고자 했다.

“어, 어째서? 왜…? 설마 너도 자연 각성자라고 인공 각성자들을….”

“아니야! 쟤들이 먼저 덤볐어!”

“덤벼…? 거짓말 하지 마! 네, 네가 죽인 거잖아!”

꼬여버린 상황에 궁수가 머리를 붙잡았다. 그녀에게 있어선 갑자기 궁수가 동료들을 모두 죽여 버린 것으로 보이리라.

‘그래 내가 죽였다. 네 동료 쩔드라!’

마음 같아서는 일단 내지르고 싶었으나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사실대로 말했지만 그녀는 워낙에 충격이 큰 듯 궁수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흑 흐흐흑, 어 어째서!”

“아니 그 그게 아니라!”

그녀는 양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궁수의 품에 머리를 툭 기대었다.

“흐흐흐흑 왜…. 왜….”

“아니 그게 아니….”

푸욱!

“어?”

궁수의 배에서 타들어가는 고통이 느껴졌다. 억지로 살을 째고 그 안을 불러 지져버리는 기분이었다.

타앗!

반사적으로 그녀를 내친 궁수가 상처를 부여잡았다.

- 계약자여! 정신 차려라! 쓰러지면 안된다!

“흐으으윽 씨발…. 왜…!”

그녀는 서서히 고개를 들며 궁수를 바라보았다. 허가연의 눈은 새빨간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적어도 평범한 인간의 눈은 아니었다.

궁수의 의식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얼마나 강한 독인지 베인지 1분도 안된 궁수의 상처가 곪고 있었다.

끊어지기 직전의 궁수의 시야에서 마지막으로 보인 것은 웃고 있는 그녀의 표정이었다.

그녀는 궁수가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도 입 모양으로 말했다.

‘왜’

‘죽’

‘였’

‘어’

‘?’

***

쓰러진 궁수가 다시 정신을 차린 것은 어두운 방이었다.

이곳이 어디인지 지금이 몇 시인지 그런 정보를 일체 알 수 없는 곳이었다.

그런 곳에서 궁수는 수십 개의 쇠사슬에 벽에 단단히 묶여 있었다.

“흐으으윽 여기가 어디야….”

더 이상 배에서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궁수의 몸 안에 흡수된 천궁이 모든 마력을 회복으로 돌렸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모든 독소는 궁수의 마력에 의해 씻겨나가고 잘린 배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원상복구 되었다.

“여긴 또 무슨….”

- 쉿, 조용히 들어라 계약자여.

‘뭐야.’

궁수가 정신을 차림과 동시에 천궁이 조용히 말을 걸어왔다. 그래봐야 천궁의 목소리에 머릿속에 울리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궁수는 기절한척 고개를 픽 숙이고 천궁의 말을 경청했다.

- 내 예측이지만, 아마 이곳은 가시 중 한명의 거주지다.

‘가시라고?’

- 그래, 뭐하는 놈인지는 모르겠다만 아주 지독한 취미를 가지고 있더군.

‘뭔데?’

- 인체실험이었다. 그것도 인간의 몸에 마물의 신체를 주입하는.

‘뭐?’

말만 들어도 절로 미간이 찌그러지는 실험에 궁수는 기함을 토해내었다.

그러나 천궁은 한술 더 떠 더욱 심각한 이야기를 궁수에게 전했다.

- 들어오면서 얼핏 다음 실험 대상이 허가연이라는 말을 들었다.

‘허가연? 아 걔는 왜 그렇게 된 거야?’

궁수가 아는 허가연은 절대로 자신에게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당했음에도 궁수는 아직 그녀에 대한 실낱같은 신뢰가 남아있었다.

- 아무래도 허가연도 뭔가를 주입받은 모양이더군, 뭔진 모르겠다만 상황이 좋지는 않다. 하루빨리 이곳에서 나가야 해.

‘쯧, 다른 방법은 없어?’

- 혼자서는 무리다.

‘제길…. 일단 여기서라도 나가야겠어.’

흐으으으으읍!

궁수의 전신의 근육이 미친 듯이 팽창했다.

그러나 궁수를 묶은 사슬도 평범한 사슬은 아닌 듯 끈질기게 버티고 있었다.

우지지지지직!

- 쉽게 부술 수 있는 물건은 아니다. 힘을 보태주마.

천궁의 마력이 더해지며 잠시 궁수의 신체 능력이 한층 더 올라갔다.

그러나 궁수도 얼마 전까지 심각한 내상을 입었던 상태였기에 컨디션은 심각한 상태였다.

당장에 상처를 꿰매고 급한 불을 껐을 뿐이었다.

‘혹시 밖에 적이 있을지도 모르니 최대한 천천히….’

우지지지직! 콰아아아앙!

“아.”

“안에서 굉음이 울렸다!”

“놈이 깨어났을 수도 있어! 제압한다!”

“씨발.”

이미 들켜버린 이상 궁수가 해야 할 행동은 한가지였다.

인벤토리에서 급하게 마력 포션을 꺼내 마신 궁수는 마력을 일으켜 화살통에서 화살을…. 화살…을.

“어디갔어!?”

- 아 그거 놈들이 가져갔다. 나는 흡수되어 있었으니 들키지 않았지.

“이런 옘병!”

“놈이다! 포위해! 곧바로 제압한다!”

궁수의 손에는 어느새 변한 분쇄자가 들려 있었다. 적들이 다 들어오기 전 궁수가 먼저 선수를 쳤다.

콰아아앙!

“비켜!”

궁수의 분쇄자가 길을 가로막고 있던 놈의 머리통을 시원하게 날려버렸다.

죄책감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빨리 허가연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만이 머리에 맴돌았다.

복도로 나오자 더 많은 적들이 궁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검과 창 도끼같은 병장기부터 시작해서 낫과 쇠사슬 심지어는 제압용 밀대까지 들고 있었다.

그리고 저 끝에는.

“어? 저거….”

- 화살통이군. 틀림없다.

궁수의 화살통을 가지고 있던 놈이 눈을 마주치자 화들짝 놀라 궁수로부터 도망치기 시작했다.

“야! 어디가! 그거 내놔 인마!”

“어림없다! 막아!”

그러나 각종 흉흉한 무기를 든 놈들이 궁수 앞을 막아버렸다.

“비켜 새끼들아!”

콰아아아아앙!

물론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아무리 적들이 대단하다고 한들 날뛰는 랭킹 1위 헌터를 잡을 수 있을 리 없었다.

분쇄자에 작은 폭발을 담아 스치는 것만으로 적을 폭사시킨다.

적들은 잠깐의 시간 끌기로도 이용되지 못하고 궁수의 분쇄자에 최후를 같이했다.

혹시나 궁수의 분쇄자에 털 끝 하나라도 걸리는 날에는 신체의 한 부위가 날아가게 생겼다.

“더럽게 단단하네!”

궁수의 압도적인 힘을 이용하여 어찌어찌 전투를 이어나가고 있었으나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적들이 너무나도 단단하다는 것이었다.

딱히 마력을 두른 것도 아니고 방어구를 입은 것도 아닌지라 궁수는 반신반의하며 종횡무진 적들을 쓸어버렸다.

새하얀 복도가 순식간에 적들의 피로 페인트질 되었다.

궁수는 막힌 문을 깨 부숴버리며 놈을 추적했다.

놈은 궁수가 달려오는 것이 보였는지 기겁하여 화살통을 품에 안고 도망치고 있었다.

콰아아앙!

그러나 분쇄자로 바람을 일으켜 날아간 궁수는 5초도 지나지 않아 놈을 붙잡았다.

“흐이이이이익!”

“넌 뒤졌다.”

불안한 눈빛과.

‘나, 난 뒤졌다.’

그걸 지켜보는 너어어어.

그건 아마도, 전쟁 같은…. 그냥 전쟁이네.

온몸을 사시나무처럼 떠는 그는 자신의 최후를 생각하며 궁수에게 화살통을 건네주었다.

“…어?”

“네?”

그러나 궁수는 당황하여 순간 얼빠진 소리를 내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당연히 덤빌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애초에 싸움을 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는지 무기조차 들고 있지 않았다.

“안 덤비냐?”

“더, 덤벼야 하나요?”

“허?”

화살통을 허리춤에 찬 궁수는 신기하다는 듯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흠.”

콰직!

“끄아아아악!”

궁수는 일단 놈의 손등에 화살을 한 발 꽂으며 말했다.

“내가 간단한 질문을 몇 개 하려는데.”

“흐그으으윽 마… 마랄게여 말할게으어어억!”

곧바로 덤벼들던 다른 놈들과는 달리 놈은 사시나무 떨 듯 몸을 움츠리며 머리를 다리 사이로 숙였다.

‘뭐 이런 찐따가 다 있어?’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미친 듯이 덤벼드는 놈들뿐이었기에 궁수는 이상함을 느끼면서도 놈에게 말했다.

“너 여기 구조 잘 알아?”

“네?”

얼빠진 대답에 나오자 이번에는 궁수의 화살이 놈의 손가락을 향했다.

그러나 그는 아예 눈치가 없지는 않았다.

“아, 알고 있습니다! 아주 속속들이 알고 있습니다!”

“오호? 그렇게 잘 알고 있어?”

“네! 뭐든 알고 있습니다!”

궁수의 입가에 미소가 드리웠다. 쓸 만한 길잡이를 얻자 컴컴하던 궁수의 계획에 희망이 보이는 듯했다.

“그러면 너 허가연이라고 알고 있냐?”

“예? 어, 으 으어 어 아! 알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새로 들어온 신입입니다!”

놈이 말을 더듬자 궁수의 화살에 불이 붙었다. 놈도 눈치가 좋은지 후다닥 대답했다.

“걔, 지금 어딨냐?”

“그, 그분이라면 아마 오늘 ‘각성’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각성? 이미 했는데?”

“아뇨 이번에는 그 마족? 으로 각성을 한다고….”

쏴아아아아

그 말과 동시에 궁수의 표정이 한없이 가라앉았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을 죽일 얼굴이었다.

“안내해.”

“예?”

푸우욱!

“끄아아아아악!”

[궁수(는) 인공지능 네비게이션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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