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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접병기 활-125화 (125/172)

◈ 125화. 파도 먹방

거대한 백룡이 몽골에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언론은 난리가 났다.

전 세계적으로 보도된 드래곤은 이제는 모르는 사람을 찾는 게 더 힘들 지경이었다.

몽골 헌터 협회는 오죽하면 모든 직원들이 나와 궁수를 환영할 지경이었다.

휘이이이잉!

통역기를 귀에 꽂은 궁수는 부드럽게 착지하며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안녕하세요?”

궁수가 구태여 몽골까지 온 것은 제안할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몽골 협회장은 굽신거리며 궁수에게 악수를 청했다.

최근 드래곤까지 얻으며 궁수의 세계 랭킹은 미친 듯이 치솟았다. 이제는 세계 랭킹 4위의 나궁수였다.

심지어 그것도 아직 광팔이의 전투력을 제대로 가늠할 수 없었기에 얻은 등수였지만 말이다.

어찌됐던 궁수는 협회장의 악수를 받아주며 환대를 받았다.

미리 언질을 줬던 대로 그는 곧바로 대통령에게 궁수를 안내해주었다.

“모셔왔습니다.”

“음, 수고했네, 자네도 여기 앉게.”

대통령의 개인 집무실에서 궁수는 차를 홀짝이며 운을 땠다.

광팔이는 집무실이 신기한 듯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었다.

“정신없으시겠습니다.”

“허허, 아무래도 그렇죠.”

겉으로는 여유로운 척 하였으나 그는 서글픈 눈빛을 하고 있었다.

이를 본 궁수는 넌지시 그에게 말했다.

“제가 구태여 몽골까지 온 이유를 아시나요?”

“흐음, 잘은 모르겠군요.”

궁수의 고향인 한국도 게이트니 뭐니 해서 바쁜 마당에 몽골까지 온 것이다.

궁수는 싱긋 미소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

“저는 몽골을 지원하기 위해서 왔습니다.”

“…예? 몽골을요?”

“네, 그것도 돈 한 푼도 받지 않고 말입니다.”

“그, 그게 사실입니까!?”

깜짝 놀란 대통령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며 궁수를 바라보았다.

방금 전까지 울적하고 비참한 표정이 해바라기처럼 확 펴졌다.

“네 ‘돈’은 받지 않을 생각입니다.”

“흐음…. 그렇군요.”

선을 긋는 궁수의 발언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에게는 궁수가 도와준다는 것만으로도 엎드려 절을 해야 할 심정이었다.

“그럼 뭘 원하십니까?”

‘장관 자리라도 바라는 건가?’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해 봤을 때 다른 국가도 아니고 고작 몽골의 장관직을 그가 원할 것 같지는 않았다.

대통령은 침을 꼴깍 삼키며 궁수가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궁수에게서 나온 답변은 퍽 놀라웠다.

“한국에 헌터들을 지원해주십시오.”

“…네?”

“러시아, 중국에서 오는 헌터들도 전부요.”

잠시 정적이 흘렀다. 몹시 껄끄럽고 번거로운 정적이었다.

순간적으로 궁수의 눈치를 살핀 그는 헛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아…하하! 헌터님도 농담이 심하십니다!”

“아뇨, 진담입니다.”

딱 잘라 거절하는 궁수의 말에서 장난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통령은 어이가 없었는지 팔짱을 끼고 궁수에게 물었다.

“그럼 파도는 누가 막는단 말입니까!”

“왜 소리를 지르고 그러세요?”

화아악!

조용히 집무실을 점거한 궁수의 마력이 그를 짓눌렀다.

일반인이라 이 정도지 만일 헌터였다면 궁수는 숨도 못 쉬게 압박했을 것이다.

“크흐윽…! 이게 무슨!”

물론 그것만으로 충분히 괴로웠는지 대통령은 얼굴을 구기고 숨을 헐떡였다.

이 상황에서 궁수는 광팔이의 은발을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저 혼자서 막습니다.”

***

어둠이 내려앉은 알현실, 왕좌에 걸터앉은 그는 기분이 좋지 않은 듯 불편한 기색을 내비추고 있었다.

“쯧.”

단지 불편한 것만으로 주변의 신하들이 하나 둘 쓰러져나가기 시작했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압도적인 어둠은 일게 미물들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끼이이이이익!

“명에 따라 대령했나이다.”

그런 그를 알현하기 위해 온 이가 있었다. 우락부락한 근육에 소머리를 가진 마물이었다.

흔히 미노타우로스라고 불리는 놈은 전신에 수백 개의 상처를 가진 전사였다.

놈은 땅에 닿을 정도로 머리를 조아리고 그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실망시키지 마라.”

“…명 받들겠나이다.”

그의 손끝에서 뿜어져 나온 어둠이 미노타우로스의 전신에 깃들었다.

피처럼 붉은 혈기와 심연처럼 까만 어둠이 동시에 감돌기 시작했다.

***

“쓰흡 막상하려니까 긴장되긴 하네.”

“괜찮아 아빠! 나만 믿어!”

궁수는 정말로 게이트를 단신으로 막기 위해 전장에 나와 있었다.

정확히는 광팔이와 함께였지만 말이다.

게이트 출몰 지역 주변으로 드높게 솟은 성벽들은 조금이나마 궁수의 마음을 안정시켜 주었다.

파도형 게이트를 홀로 막겠다니, 웬만한 미친놈 입에서도 나오지 않을 말이었으나 궁수가 굳이 혼자를 고집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것은 바로 광팔이의 성장 때문이었다.

지금 광팔이의 레벨은 83. 이번 가시를 통하여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러시아와 중국의 유능한 S급 헌터들도 대거 한국으로 보낼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우리 둘이서 이걸 다 막아야 한다는 거지….”

“할 수 있어!”

“그래, 그래 우리 아들 믿어.”

광팔이의 등에 탄 궁수는 전장을 바라보며 짧게 탄식했다. 불가능할 거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러나 이 이후에 몰려올 일들이 조금 걱정되었다.

파도형 게이트가 세 개나 열리다니. 사실상 지구 멸망급 대사건이 아닌가.

한 개도 그리 힘들게 막아냈는데 세 개라니, 궁수의 마음이 편할래야 편할 수 없었다.

삐이이이이! 삐!삐!

“온다.”

“기대되네!”

관측기가 시끄러운 알람을 울리며 파도형 게이트의 시작을 알렸다.

곧바로 게이트가 열리며 엄청난 양의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왔다.

“갑주…?”

“아빠 아직이야?”

“기다려, 아직 안돼.”

게이트 안에서는 갑주를 입은 괴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정확히는 갑주에 어둠이 일렁이고 있는 형태였다.

미친 듯이 괴물들이 쏟아져 나왔으나 궁수는 덤덤히 이를 바라볼 뿐이었다.

수많은 괴물들이 내부를 가득 채웠을 때 궁수는 기다렸다는 듯 마력을 일으켰다.

퍼퍼퍼퍼퍼펑!

바닥에 꽂힌 수많은 익스플로전 애로우가 일제히 폭발하며 수많은 몬스터들을 쓸어버렸다.

그럼에도 파도는 파도인지라 순식간에 더 많은 양의 마물들이 쏟아져 내렸다.

“아빠!”

“그래!”

근질근질했는지 광팔이는 궁수의 허락이 떨어짐과 동시에 입을 쫙 벌렸다.

입속에서부터 미리 준비해둔 광원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성벽은 부수면 안돼!”

“알겠어!”

거대한 광선이 적들을 휩쓸었다.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이라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건물 수십 개를 갈아버렸을 것이다.

성벽 안의 괴물들은 짧은 단말마조차 외치지 못하고 무자비한 광팔이의 공격에 갈려 나갔다.

궁수는 광팔의 등 위로 미리 장비를 해두었기에 그리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신기전이 철컥거리는 소리와 함께 발포를 기다렸다. 애석하게도 적의 속성이 어둠이었다.

“쯔쯧, 왜 하필 어둠을 띄어서는.”

궁수의 속성 중 최고의 가성비를 자랑하는 신성의 기운이 신기전에 깃들었다.

투다다다다!

분명 적들은 강력했다. 어둠을 둘러 실체가 없을뿐더러 단단한 갑주는 핵을 노리기 어려웠다.

심지어는 실체가 애매하여 공격 패턴 또한 쉬이 파악할 수 없다.

신성 스킬을 가지고 있지 않은 헌터들이라면 제법 고전할 적들이었다.

그러나 궁수는 신성력으로도 테러를 할 정도로 강렬한 인물이었다.

분당 수천 마리의 마물들이 쏟아져 내렸다.

그러나 게이트 밖에는 분당 수천 마리의 마물을 학살할 수 있는 헌터가 있었다.

궁수의 방송을 모니터링하며 상황을 체크하는 몽골 측 인사들은 체면도 생각하지 않고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압도적인 화력에 끝없는 마력이 더해지니 일인군단의 진면모를 보여주고 있었다.

오죽하면 과연 마법사 100명을 둔다고 궁수의 화력을 능가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면 순순히 대답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 과연 드래곤이군.

“그러게, 무슨 스킬을 저렇게 숨 쉬듯이 쉬냐.”

- 드래곤은 마력 흡수력 자체가 수준이 다르니 말이다.

“응? 흡수력?”

- 대기의 마력을 100%에 가깝게 흡수할 수 있다는 소리다.

“뭐야, 그럼 거의 무한이잖아.”

- 그러니까 드래곤이지.

궁수도 궁수였으나 광팔은 한술 더 떠서 추가로 다섯 개의 마법진을 일으켜 천재지변을 빚어내는 그의 모습은 과연 이게 태어난 지 1년도 안된 드래곤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아빠! 나 이 썩을 것 같아!”

“응? 왜?”

“경험치가 너무 달아!”

“오냐! 먹고 싶은 만큼 먹어!”

과연 파도형 게이트가 맞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가면 갈수록 전투는 가열되었다. 게이트에서는 끊임없이 적들이 밀려 들어왔다.

[태어나주셔서 감사합니다…]

[헌터님 힘내세요!]

[나궁수!나궁수!나궁수!나궁수!나궁수!]

[늘 감사합니다! 힘내세요! 응원합니다!]

[왜 몽골이 더 안전해 보임?ㅋㅋㅋㅋㅋㅋ]

[화력만 보면 둘이서 씹어먹음…]

[진짜 처돌았네…]

궁수의 채팅창은 응원과 소름이 교차하고 있었다.

실시간으로 이천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궁수의 방송에 몰려왔다.

당장에라도 서버가 터질 듯 했으나 운영진들의 이를 악문 쉴드 덕분에 궁수의 방송은 무사히 진행될 수 있었다.

“흐으으.”

“왜 그래 아빠?”

“별거 아니야.”

몇 시간 동안 단신으로 조금의 휴식도 없이 마법을 난사하다보니 지치는 것도 사실이었다.

궁수는 다 마신 마력 탱크를 떨어트리며 인벤토리에서 새로운 마력 탱크를 꺼냈다.

“이제 시작인데, 벌써 힘 빠질 수는 없지.”

아주 잠깐 혼자 처리한다고 말한 자신이 후회되긴 하였으나 그 또한 찰나일 뿐이었다.

한가롭게 후회나 할 시간은 없었다.

지금도 몰려드는 적들을 향해 궁수는 끝없이 신성 화살을 쏟아내고 있었다.

수천 번의 신성 폭발이 일어나며 적들을 짓눌렀다. 재앙과 재난의 합작이란 생각보다 더 무서운 것이었다.

“버틸 수 있겠어?”

“응? 버틴다니? 이렇게 신나는데!”

“그렇다면 다행이고!”

아들도 이렇게 노력하는데 아버지로서 모범을 보여야하지 않겠는가.

그렇기에는 너무나도 압도적인 종족의 차이가 있었지만 말이다.

전처럼 능력 있는 헌터 수천 명과 함께하는 것이 아닌 단독으로 파도를 클로징 하는 일이다.

인간에게는 절대로 불가능한 일을 해내고 있었다.

물론 광팔이가 눈부신 활약을 보여주고 있긴 하였지만 말이다.

엄연히 따지면 드래곤 또한 궁수의 소유물이었기 때문에 큰 상관은 없었다.

“생각보다 적다, 할 수 있다!”

동시다발적으로 열린 탓인지 다행히도 마물의 수는 전에 중국에서 상대한 놈들보다는 적었다.

이마저도 최소 1만 마리는 넘긴 하였지만 전에 비해서 훨씬 할 만한 것은 사실이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마력 회로에서 연기가 나는 게 아닐까 할 정도로 과열되었다.

마법사도 아닌 궁수에게 이 수준의 마력 사용은 다소 버거웠다.

다른 궁수였다면 진즉에 탈진하여 혼절하였겠지만 궁수는 혀를 깨물고 볼을 꼬집어가며 이를 견디고 있었다.

그러나 궁수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멈출 수 없었다.

당장에야 이렇게 버티고 있지만 파도형 게이트는 예측이 불가능한 재앙이다.

갑자기 게이트가 변질되어 종말급 마수라도 나오면 어쩐단 말인가.

그렇기에 더더욱 파도는 게이트가 완전히 닫히고 나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아빠 괜찮아?”

“아직, 버틸 수 있어.”

단신으로 파도형 게이트를 막아낸 지 10시간.

궁수는 인류에게 다시없을 쾌거를 세웠다.

[파도형 게이트 단독 클로징.]

감히 어떤 사람도 따라 할 수 없는 기괴한 업적이었다.

궁수는 게이트가 완전히 닫히고 나서야 거친 숨을 내쉬며 휴대폰을 확인했다.

당장에라도 정신이 끊어질 듯 버거웠다.

그러나 곧 들려올 승전고를 기대하며 궁수는 메신저를 켰다.

“…하아.”

하지만 궁수에게 들려온 것은 승전고가 아닌 지원 요청이었다.

[나만힐 - S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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