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근접병기 활-124화 (124/172)

◈ 124화. 게이트 먹방.

[세계 최초! 드래곤을 길들인 헌터.]

[세계 헌터 협회, 테이머와 비슷한 경우.]

[멋드러진 드래곤 조광팔 밀착 취재.]

[드래곤의 위험성, 나궁수 정말 안전한가!]

“하핳 개판이네.”

국내는 물론이고 전 세계가 궁수의 드래곤에 대해 들썩이고 있었다.

9시간 동안 파워 리프팅을 한 궁수는 만족스러운 듯 털썩 자리에 앉았다.

“아빠! 여기!”

“땡큐~”

인간의 모습으로 폴리모프 한 광팔이는 정성스럽게 섞은 프로틴을 건네며 궁수의 어깨를 주물러 주었다.

“흐어어어 내가 이 맛에 아빠 한다.”

“푸하하핳! 벌써 아빠라니! 애 엄마는 어디갔나!”

“어허! 쉿!”

순백색 머리칼에 진한 적안까지, 영락없는 귀족 집안의 도련님이었다.

날카로운 외관과는 달리 광팔은 궁수에게 착 달라붙어 떨어질 생각을 안했다.

“아빠.”

“응? 왜?”

고풍스러운 외관에 그렇지 못한 말투는 괴리감이 있었으나 그 또한 나쁘지 않았다.

마치 서있는 것만으로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몸이 근질근질해!”

“응? 또?”

- 고룡이면 몰라도 저 나이대면 한창 뛰어다닐 나이니까 말이다.

“흐음 그럼 가볍게 산책이나 다녀올까?”

“아빠도 같이 가는 거지?”

“그렇지 뭐.”

궁수는 적당히 주변의 게이트들을 탐색했다.

“흐으음? 셈 이리 와봐요.”

“왜, 무슨 일인가.”

“이거 이상하지 않아요?”

게이트의 수는 큰 변화가 없었다. 중요한 것은 게이트의 등급이었다.

기껏해야 하루에 1~2개가 전부이던 A급 게이트가 지금만 해도 다섯 개가 넘었다.

대부분 F나 E급 같은 낮은 등급의 게이트들이 주를 이루긴 하였으나, 고등급의 게이트가 늘어나는 현상은 빈말로도 좋다고 할 수 없었다.

“쯧…. 한동안 바쁘겠군.”

“저는 오늘 광팔이랑 둘이 다닐게요.”

“하긴 그 정도면 위험한 일도 없겠군.”

“법사나 잘 챙겨요. 어디로 튈지 모르니까.”

“법사를 챙기라니 나는 진즉에 포기했어.”

“그건 맞지만요.”

궁수는 그런 말을 하며 현재 등장한 모든 A급 게이트에 예약을 걸었다. 방출형 둘에 던전형 셋.

기왕이면 광팔이가 마음껏 날뛸 수 있는 던전형이 더 좋았다.

“바로 가자!”

“가자 아빠!”

건물 밖으로 나온 궁수는 광팔이의 등에 타고 곧바로 현장으로 향해 날아갔다.

광팔이도 항상 원래의 모습을 유지하는데 드는 마력을 줄이고자 크기를 줄였다.

그럼에도 어지간한 5층 건물과 맞먹는 크기였지만 말이다.

휘이이이잉!

조심스럽게 현장에 착지한 궁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 나궁수 헌터님!?”

“게이트 오픈 시간 얼마나 남았어요.”

지금 헌터계의 최고 유명인사인 나궁수가 등장하다니! 협회 직원은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을 꾹 참으며 업무를 진행했다.

“예측상으로는 길어야 10분입니다.”

“10분이요? 흐음.”

“단일 방출형 게이트입니다.”

어느새 궁수의 옆에는 폴리모프를 한 광팔이가 눈을 빛내고 있었다.

기록을 위해 방송을 킨 궁수는 혹시 몰라 광팔이에게 신신당부했다.

“던전형에서는 마음대로 해, 근데 방출형에서는 안돼!”

“안…돼?”

“내가 사는 곳이야, 잘못해서 무너지기라도 하면 큰일이잖아?”

“아하!”

[ㅋㅋㅋㅋ 지가 제일 많이 부셔놓고 ㅋㅋㅋㅋㅋ]

[어이가 없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계 최고 테러범이 부수지 말라고 교육중 ㅋㅋㅋㅋㅋㅋㅋㅋ]

[니나 잘하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채팅창의 반응은 다양했다. 오랜만에 방송을 킨 궁수에 대한 설움부터 드래곤 광팔이에 대한 관심까지 여러 가지였다.

[진짜 광팔이라 부르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미친 개존잘임ㄷ]

[오늘부터 조광팔 빱니다.]

[궁수도 꿀리는건 아닌데 이건 졌다…]

ㄴ 제발 작아라 제발 작아라 제발 작아라.

ㄴ ㅋㅋㅋㅋㅋㅋ 사탄 새끼 ㅋㅋㅋㅋㅋㅋ

천궁을 흡수한 궁수는 먼저 화살통에서 가장 기다란 화살을 한 자루 만들었다.

게이트가 일렁이며 서서히 주변의 마력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방출형은 속전속결로 끝내자.”

“응! 아빠!”

궁수의 화살에 적을 꿰뚫는 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파공음과 함께 존재감을 과시하는 화살은 당장에 적의 심장을 꿰뚫기 위해 칼날을 갈고 있었다.

“게이트 반응 최대치! 옵니다!”

2미터에 불과하던 게이트가 크게 벌어지며 순식간에 5미터까지 크기를 키웠다.

수면에 파문이 일어나듯 게이트의 어둠이 불완전하게 흔들렸다.

“쿠훼훼훼훼훼! 이곳이 지구! 흐으으으음! 맛있는 가축들이 냄새가 진동하….”

콰득! 콰드드득!

게이트에서 나온 마물은 머리는 파리의 모습이고 몸은 사람의 신체를 가진 모습이었다.

초록빛 피부에 손에 쥔 막대기에서는 무언가가 질질 흘렀다.

그러나 성질 급한 궁수와 광팔에 의해 놈은 순식간에 고깃덩어리가 되고 말았다.

먼저 궁수의 화살의 놈의 머리통을 꿰뚫었다.

그리고 쓰러지기 직전 광팔이가 힘껏 왼손으로 놈의 몸을 긁어버렸다.

광팔이의 뾰쪽한, 아니 섬뜩한 손톱은 그대로 적을 네 동강 내버렸다.

A급 단일 방출형 게이트 1.5초.

너무나도 가볍게 세계신기록을 세운 궁수는 직원에게 뒤처리를 맡기고 다른 게이트로 날아갔다.

협회 직원들이 보기에는 궁수가 나라를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영웅으로 보였다.

실상은 가볍게 마실 나온 헬창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

다음 방출형 게이트도 별것 없었다.

이번에는 잔 몹들이 제법 수가 많긴 하였으나 광팔이의 불꽃에 흔적도 남지 않고 사라지고 말았다.

빠르게 빠르게 이동하여 대막의 던전형 게이트! 신난 광팔이는 게이트에 들어가자마자 진체를 드러내었다.

“크와아아아아아!”

“이러다 다 도망가 버리는 거 아니야?”

“아앗! 안돼!”

혹여나 마물들이 도망칠까 꾹 입을 닫은 광팔이는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올랐다.

내부는 오랜만에 보는 동굴형 던전이었다.

“보스형이니까 제일 끝에 보스만 죽이면 돼.”

“꼭 보스만 죽여야 해?”

“아니, 마음에 안 들면 그냥 다 죽여도 돼.”

“헤헤헤! 아빠 고마워!”

“그려 그려.”

광팔이는 오랜만의 사냥에 신이 났는지 콧노래를 부르며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드래곤에게서 느껴지는 흘러넘치는 여유, 그와 동시에 압도적인 강자에게서 느껴지는 힘은 내부에 기다리던 마물들을 도망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일자 굴인 만큼 놈들이 도망칠 곳은 고작 한 곳밖에 없었다.

다름 아닌 보스룸이었다.

“아빠아…. 괴물이 안나와.”

“살기라도 죽이고 다니던가, 나 같아도 도망치겠다.”

“우씨….”

“어차피 맨 끝에 보스룸에 다 모여 있을 거니까, 한 번에 쓸어버려.”

궁수의 격려에 힘이 난 광팔이는 열심히 날개를 퍼덕이며 순식간에 보스룸 앞에 도착했다.

끼이이이익!

보스룸의 문이 열리며 적들의 정체가 드러났다. 놈들의 정체는 바로 오크였다.

일반 오크와 다른 점이 있다면 평범한 오크는 피부가 초록색인 것에 반해 지금 눈앞의 오크들은 모두 붉은색을 띄고 있었다.

추가로 단순한 모습이 아닌 갑주를 끼고 그 나름대로 대열을 갖추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쓸어버리기 좋게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취이익! 손님이 누구신가 했더니 드래곤이었나!”

그 나름대로 대장 격인지 오른손에는 커다란 뼈 몽둥이를 들고 있었다.

“취이이익! 용맹한 오크 워리어들! 취이익! 드래곤조차 쓰러트린다!”

전투 의지를 잃지 않았는지 놈들은 광팔이를 바라보며 의욕을 불태웠다.

이를 바라본 궁수는 광팔에의 이마에 누워 말했다.

“광팔이 하고 싶은 거 다 해.”

“응!”

오크들은 알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평생 모를 것이다.

놈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광철이가 압도적인 화력으로 모두 쓸어버렸기 때문이다.

화염도 아닌 새하얀 백염은 외관은 신성스럽기 그지없었으나 녹아내리는 오크들을 보면 마냥 그런 것도 아니었다.

[??????????????????]

[폭파광 + 방화범 + 테러범]

[이게 헌터다! - ㅈ망편.]

ㄴ 절망?

ㄴ ㄴ 좆망.

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뼛가루는커녕 던전 자체가 불꽃에 녹아내렸다.

순식간에 던전 한 개 분량의 적들을 녹여버린 광팔이는 아직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부족한데….”

“괜찮아, 아직 두 개 더 남았어.”

“빨리 가자 아빠!”

“오냐.”

그날 궁수는 게이트 클리어 시간보다 이동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기적을 맛볼 수 있었다.

***

세이비어의 귀빈층 시설.

예언자는 그곳에서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평온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한 번에 너무 많은 예언을 한 탓에 그녀의 체력은 턱없이 악화된 상태였다.

그런 그녀가 직접 걸어서 세이비어의 대장실에 왔다는 것은 그만큼 중대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뜻했다.

차를 홀짝인 그녀는 묵은 숨을 뱉어내며 투명한 눈을 떴다.

티아라와 대장, 그리고 각 부서의 부장급들이 모인 자리였다.

거물들의 시선이 그녀를 향했으나 그녀는 다른 것에 겁이 난 듯 손을 벌벌 떨었다.

“그래서, 그 종말급 예언이 뭡니까.”

“하아.”

본제로 돌아가 대장은 심각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다마즘은 자신의 터무니없는 예언 능력을 탓하며 입을 열었다.

“새로운 파도가 열릴 겁니다.”

“흐음, 파도 말입니까.”

파도, 그것은 전 세계적 재앙이었다. 이전만 하더라도 궁수의 미친 듯한 캐리로 겨우 막아내지 않았던가.

그때부터 얼마나 지났다고 또 파도라니,

세이비어의 역할은 상황에 따라서 파도를 지원하거나 파도에 의해 비어버린 각 국가의 게이트 클로징을 지원한다.

중앙에서는 조금 빗겨나갔지만 그럼에도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포지션이었다.

파도는 예측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게이트, 이번에야 어찌어찌 헌터들을 갈아 넣어 막을 수 있었지만 항상 일이 편하게 풀릴 리 없었다.

“참고로 위치는?”

“…세 개입니다.”

“예측 포인트가 세 개라는 겁니까?”

“….”

그녀의 침묵에 순간 세이비어의 회의실에 무거운 분위기가 내려앉았다.

모두 그러지 않길 바랬으나 모두 조금씩은 눈치채고 있었다.

쐐기를 박듯 그녀는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한국, 몽골, 프랑스, 세 개국입니다.”

“한국이요? 그 땅덩이도 작은 나라에?”

“한국에는 그래도 그가 있지 않은가.”

“아…. 그렇군요.”

순간 회의실이 일렁이긴 하였으나 대장의 한마디에 순식간에 수군거림은 줄어들었다.

“오히려 한국이 아니라 다른 나라를 걱정해야 할 판이군.”

혼자서도 일인 군단급 화력을 보여주는 궁수는 다른 헌터들의 입을 다물게 하기 충분했다.

파도형 게이트에 대한 것은 숨기고 말고 할 것도 없이 세이비어의 소식통에 의해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다른 사람도 아닌 저명한 예언가 다마즘의 말이었기에 그녀의 정체를 아는 고위 인사들은 곧바로 대비를 시작했다.

그것은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프랑스와 한국은 그 나름대로 헌터의 수도 많고 지원받을 국가들도 많았기 때문에 대비는 척척 진행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몽골이었다.

딱히 몽골이 해외관계에 소홀히 했던 것은 아니지만 워낙에 상위 헌터들의 수가 적다보니 파도에 대한 대비는 절망적인 수준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몽골의 파도 출몰 구역은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이라는 점이다.

건물이 숲을 이룬 다른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이것만은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절망적으로 헌터들의 수가 부족했다.

불쌍하다 못해 처절한 수준으로 국제 사회에 도움을 요청하였으나 다른 나라도 바쁘긴 매한가지였다.

그나마 모인 헌터는 몽골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대부분이었다.

이마저도 애매한 숫자였기에 지금 몽골의 분위기는 장례식장이나 다름없었다.

오죽하면 몽골의 공항에 사람이 가득 차 몇 날 며칠을 지낼 정도였다.

그리고 그때 나궁수가 광팔이를 타고 몽골에 도착했다.

“징키스칸~ 징키스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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