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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접병기 활-117화 (117/172)

◈ 117화. 뭐여 내 게른 돌려줘요.

스위스에서 하룻밤은 퍽 편안했다. 소음도 뭣도 없는 고요한 휴식이었다.

간단하게 준비를 마친 궁수는 파티원들과 함께 대장간에 찾아갔다.

“영감님 이렇게 문을 다 열어두면 어떡해요~”

설렁설렁 안으로 들어간 궁수는 전과 다른 낌새에 인상을 구겼다.

“뭐야?”

내부를 가득 채우는 열기는 어디가고 싸늘하게 식어버린 화로만이 애처롭게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어디 외출이라도 하셨나?”

“그건 아닌 것 같군.”

“응? 왜요?”

셈이 책상 위에 있던 종이를 궁수에게 건네주었다.

[대장장이를 데려간다. 되찾고 싶다면 사티의 동굴로 혼자 와라.]

“흐음.”

종이를 확인한 궁수는 싸늘하게 미소지었다.

“이 새끼들 봐라.”

아마 동굴에서 습격했던 놈들이 틀림없다.

분명 자신을 노릴 거라 생각하고 여관에도 만반의 준비를 갖춰놨는데, 그들이 노린 것은 궁수가 아닌 대장장이였다.

“머리 좀 썼네.”

“그래서 정말로 혼자 갈 생각인가?”

“아뇨? 제가 미쳤다고 혼자 갑니까.”

“흐음, 놈들이 눈치채지 않을까?”

궁수는 게른의 공방을 뒤져보았다. 역시나 장인의 공방이라 그런지 여러 마도구들이 구비되어 있었다.

“이거다.”

***

“과연 놈이 혼자 올까요?”

“와야지, 마을에도 사람을 심어뒀으니 일행이 사라지면 바로 알 수 있을 거다.”

동굴 속에서 가시 셋이 음침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게른의 양손에 족쇄를 채우고 네모난 쇠창살 안에 넣어둔 그들은 마치 동물원에서 동물을 구경하듯 낄낄거렸다.

다섯 번째 가시와 열한 번째 그리고 열두 번째 가시.

다섯 번째 가시는 아쉽다는 듯 총신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저번에는 활약할 기회가 없어서 아쉬웠다고.”

“동굴에서 총을 쏘면 불빛에 다 보인다는 것.”

“홀홀홀…. 이번 기회에 마음껏 날뛰면 되잖느냐?”

“설마 입구부터 함정에 죽는 거 아니야?”

실제로 동굴 입구부터 섬뜩한 함정들이 잔뜩 깔려있었다.

일반인이라면 한걸음도 제대로 걸을 수 없을 위험천만한 함정들이었다.

그들의 뒤로는 수많은 그림자 암살자들이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었다.

잡담으로 시간을 죽이고 있던 중 동굴 바깥에서 대기하던 그림자가 다급히 뛰어왔다.

“놈이 왔습니다! 그것도 혼자서!”

“뭣? 정말로 혼자 왔다고?”

“네! 다른 놈들은 게른의 대장간에 있는 걸 확인했습니다!”

“허…!”

그들은 정말로 궁수가 혼자서 올 줄은 몰랐기에 조금은 당황한 눈치였다.

궁수는 실제로 홀로 동굴에 들어왔다.

적들이 가득했지만 궁수의 걸음걸이에는 여유가 넘쳐흘렀다.

붕붕 위협적으로 분쇄자를 휘두르며 동굴에 자신의 존재감을 흩뿌렸다.

“키야, 시작부터 빼곡하구만.”

나름 숨긴다고 숨겼는지는 몰라도 궁수의 눈에는 입구에 깔린 함정들이 훤히 보였다.

“쯧, 게른 할아범이 안에 있으니 터트릴 수도 없고 원.”

원래의 궁수라면 다짜고짜 동굴 안에 융단폭격을 때려 박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게른이 안에 있는 만큼 함부로 움직일 수는 없었다.

저벅.

쐐애애액!

궁수가 한 발짝 동굴에 들어감과 동시에 왼쪽에서 독이 듬뿍 발린 화살이 날아왔다.

“재밌는 장난감이네.”

콰직!

날아오는 화살을 부러트린 궁수는 계속해서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폭발물은 모두 얼려버렸으며 날아드는 투사체는 부숴버렸다.

쾅! 콰직! 우지끈! 쩌어어억!

너무나도 시시한 함정에 하품을 하며 들어간 궁수는 어느새 적들이 있는 장소까지 도달했다.

“이게 전부냐?”

너무나도 거만한 그 모습에 가시들은 순간 영문을 알 수 없는 위압감을 느꼈다.

실제로 함정들은 궁수에게 아무런 피해도 끼치지 못했으니 말이다.

궁수는 분쇄자를 붕 붕 휘두르며 적들에게 말했다.

“뭐, 혼자면 어떻게 될 줄 알았어?”

그런 말을 하는 사이에도 적들은 슬금슬금 궁수를 둘러싸고 있었다.

물론 궁수는 트루 스나이핑을 키고 모든 적들을 감지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어둠에 몸을 숨긴 그림자들은 들키지 않았다고 생각했는지 궁수를 향해 일제히 스킬을 사용했다.

“쉐도우 바인드!”

“오?”

주변에서 날아온 수십 개의 그림자 사슬들이 궁수를 묶었다.

평범한 궁수라면 이미 목이 달아나고 남을 상황이었다.

그러나 궁수에게 ‘평범한’과 ‘일반’만큼 어울리지 않는 단어도 없었다.

“흐으으으읍!”

궁수의 팔 근육이 강렬하게 부풀어 올랐다.

“크흐으으윽!?”

“무슨 이런!?”

“최대한 당겨! 절대 밀리면 안돼!”

50명과 1명의 팽팽한 대결이 이어졌다. 그것도 어중이떠중이 50명이 아닌 철저히 훈련받은 암살자 50명이었다.

하지만 나궁수.

국내 헌터 랭킹 부동의 1위.

동시에 세계 최고의 궁수라고 평가받는 사나이.

“크흐아아아아아아!”

1위와 세계 최고는 쉽사리 얻을 수 있는 칭호가 아니라는 듯 결국 궁수는 결국엔 속박을 풀어내고 말았다.

궁수는 이제 시작이라는 듯 주변의 모든 쇠사슬을 양 팔에 끼고 있는 힘껏 회전했다.

쾅! 쿠콰콰콰콰쾅!

암살자 50인이 궁수 한명에게 밀려 벽과 찐한 사랑을 나누었다.

스킬로 만들어낸 사슬이기에 적들 입장에서도 쉽사리 끊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끄아아아아악!”

“살, 살려….”

“….”

일기당천이라고 하던가.

단신으로 적들을 묵사발 낸 궁수는 가볍게 손을 털며 적들에게 다가갔다.

“좋네 오랜만에 줄다리기도 하고.”

“흥, 괴물같은 놈이군.”

“으으 근육이라니, 맘에 안든다는 것.”

화살에 불꽃을 붙여 적들을 확인한 궁수는 헛웃음을 지었다.

것도 그럴 것이 적들의 조합이 너무나도 신박했기 때문이다.

“할머니에 파오후에 넌 뭐냐? 밀덕?”

꼬부랑 할머니에 군복을 입은 남자 한명, 그리고 안경에 뒤룩뒤룩 살이 찐 남자가 있었다.

“그래서, 너네는 몇 번째 가시냐?”

“대답해줄 필요는 없다는 것.”

“그런가.”

거기까지 말한 궁수는 눈을 번뜩이며 눈앞의 파오후를 향해 돌진했다.

“그럼 죽어.”

콰아아아앙!

분쇄자로 적의 배를 후려친 궁수는 이에 그치지 않고 한 번 더 날아가는 적을 향해 달려들었다.

“크흐으윽! 이 정도는 간지러운 것!”

“키야! 샌드백 성능 죽이네!”

적은 우습다는 듯 도발했으나 궁수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신나서 놈을 압박해나갔다.

“죽으라는 것!”

그 덩치로 암살자인지 양손에 아이언 클로를 낀 놈은 뱃살을 출렁이며 궁수에게 돌진했다.

양 팔을 높게 든 놈은 궁수를 향해 클로를 X자로 그었다.

“맞아 주겠냐?”

까아아아앙!

보통은 피하기 마련이지만 궁수는 오히려 분쇄자로 놈의 발톱을 있는 힘껏 후려쳤다. 당연히 밀린 것은 파오후 쪽이었다.

“PT맛 좀 봐라!”

쾅!

바람을 담은 궁수는 왼 발로 땅을 즈려밟았다.

그리고는 한 바퀴 회전하여 그대로 적의 클로에 분쇄자를 때려 박았다.

쨍그랑!

“크, 클로가!”

그렇지 않아도 강력한 천궁에 궁수의 근력까지 붙이니 클로가 남아날 리 없었다.

“돼지 두루치기!”

콰아아아앙!

공격을 막아줄 클로가 없다면 적의 운명은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궁수의 분쇄자가 놈의 뱃살을 후려쳤다.

그 거대한 덩치가 순식간에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크흐으윽…. 이 정도로는 어림없는…. 크흐으윽!”

“오냐 아직 죽으면 섭하지.”

복수는 크게 은혜는 적게 갚는 궁수의 인생 모토에 있어 겨우 이 정도로 복수를 끝내기에는 탐탁지 않았다.

궁수가 놈의 숨통을 끊어버리기 위해 접근하던 그때.

“멈춰라!”

밀덕의 두꺼운 목소리가 궁수를 막아섰다.

“너네도 다 죽여줄 테니까 걱정마라.”

“과연 이걸 보고도 그리 말할 수 있을까?”

“응? 아아.”

놈은 게른의 관자놀이에 권총을 겨누고 있었다. 마치 움직이라면 움직여보라는 듯 궁수에게 으름장을 놓는 듯했다.

“BB탄 놀이하게?”

“실탄이다!”

“알아 실탄인거.”

- 계약자여.

‘알고 있어, 시간 끄는 거야.’

처음에 상대한 50명이 전부가 아니었는지 어느새 수백의 그림자들이 궁수를 둘러싸고 있었다.

마치 숨통을 조여오듯 은밀하게 활동하는 그들은 단검을 역수로 쥐고 있었다.

“게른이 죽는 걸 원치 않는다면 무기를 버려라!”

“흠? 나 혹시 위험한 상황인가?”

아무리 주변을 둘러보아도 별다른 돌파구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게른을 죽게 둘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궁수는 결국 천궁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여유로운 태도로 일관하고 있었지만 궁수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궁수가 자유롭게 행동하기 위해서는 먼저 게른을 해방시켜야 했다.

“놈을 잡아라!”

궁수가 천궁을 내려듬과 동시에 수많은 암살자들이 궁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죽어라!”

예리한 칼날 수십, 수백 개가 궁수의 목숨을 노리고 날아들었으나 궁수는 천천히 공격들을 피해내었다.

그러나 궁수가 스피드 타입은 아닌지라 몸에 하나 둘 늘어가는 생채기를 막을 수는 없었다.

이마저도 궁수기에 생채기지 다른 헌터였다면 진즉에 깊은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씨발…. 도대체 언제 오는 거야.”

궁수의 전신에 하나 둘 상처가 늘어가며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깊은 상처는 하나도 없었지만 그 수가 워낙에 많다보니 궁수가 마치 피칠갑을 한 것처럼 보였다.

궁수도 반격하고 싶었지만 게른이 묶여있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크하하하! 어차피 모두 죽일 생각이었다! 네놈도! 게른도! 그리고 남은 동료들도 전부!”

밀덕은 흉악한 미소를 지으며 총알을 장전하고 게른의 관자놀이를 향했다.

이윽고 궁수가 보는 앞에서 그는 게른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총성과 함께 날아간 납탄은 게른의 머리통을 깨부수지….

카앙!

못했다.

“캬 나님 타이밍 개지렸셈!”

“뭣!?”

“뭐야! 갑자기 어디서?!”

총알은 적과 그 사이에서 생선된 돌벽에 의해 막히고 말았다. 다름 아닌 베로니카의 작품이었다.

공중에서 궁수의 파티 멤버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지금껏 게른이 모아둔 텔레포트 스크롤을 사용하여 마을에서 동굴까지 순간이동 한 것이다.

“여! 궁수! 꼴이 말이 아닌데!”

“난 괜찮으니까 게른부터 챙겨요.”

“하하! 알겠네!”

혹여나 적들이 다시 그에게 손댈까 셈은 아예 게른 주변에 요새화를 시켜버렸다.

“퉤.”

궁수는 입 안에 고여 있던 피를 뱉었다. 당황한 적들이 슬금슬금 궁수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했다.

“베로니카 입구 막아.”

“알았셈!”

그러나 이미 도망치기는 늦었다. 궁수의 섬뜩한 안광이 번뜩였다.

화아아아악!

마력을 이용하여 천궁을 끌어온 궁수는 스테이터스를 활성화시켰다.

[LV - 152]

[직업 - 궁수]

[스테이터스]

[잔여 스테이터스 - 63]

힘 : 319

민첩 : 30

마력 : 80

체력 : 30

오랜만에 보는 스테이터스 창.

궁수는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모든 스테이터스를 힘으로 전환시켰다.

60개가 넘는 방대한 양의 포인트들이 일제히 힘으로 바뀌었다.

[천궁의 새로운 형태가 개방됩니다.]

[궁신강림.]

궁수의 손에 있던 천궁이 팔뚝으로 흡수되었다. 궁수의 양팔에 마치 폭풍이라도 치는 듯한 문신이 새겨져다.

천궁은 태풍 안에서 고고하게 자태를 빛내고 있었다.

- 사용법은 알고 있겠지.

궁수의 전신이 짜릿하며 사용방법이 머릿속으로 흘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아 그런가.”

궁수의 입가에 살기가 진득이 베어 나오는 미소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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