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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접병기 활-116화 (116/172)

◈ 116화. 일꾼 지키는 영웅 유닛.

곧바로 주변에 불화살을 날려 시야를 확보한 궁수는 트루 스나이핑을 활성화시켰다.

“셈은 광부들 지켜요!”

“요새화!”

곧바로 셈의 요새화가 광부들을 수호했다.

‘쯧, 어디지.’

트루 스나이핑을 활성화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적의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었다.

쐐애애액!

“거기냐!”

궁수는 암기를 날아온 방향을 향해 곧바로 화살 두발을 날렸다.

첫 한발은 날아오는 암수를 쳐내었으며 두 번째 화살은 암살자를 노린 화살이었다.

“어어? 피해?”

적도 반격이 날아올 줄은 몰랐는지 화들짝 놀라 궁수의 화살을 피했다. 그러나 이미 적은 궁수에게 한번 위치를 들켰다.

곧바로 날카로운 궁수의 응징이 이어졌다.

“어딜.”

물론 지금도 적은 저 멀리서 어둠에 몸을 감추고 있었다.

분명 궁수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 터인데 어째서인지 날아드는 화살들은 하나같이 암살자의 급소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 쉽지 않군.

“괜찮아.”

적이 오지 않겠다면 이쪽에서 다가가면 될 일이다.

“베로니카! 저기 막아버려!”

“알았셈!”

곧바로 베로니카의 벽이 갱도를 막아버렸다.

시야를 밝히기 위해 날아든 궁수의 화살은 베로니카의 벽에 꽂히며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 새끼들이 감히 기습을…. 기습…어?”

벽에 다가갔을 때는 궁수의 화살만이 꽂혀있을 뿐 어느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하다못해 탈출하려던 시도나 공격한 자국이라도 남아있으면 모를 텐데, 그런 것도 일체 존재하지 않았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벽 바깥에는 당연히 아무것도 없었다. 뒤늦게 궁수를 따라온 법사는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뭐라도 알 것 같아?”

이럴 때마다 한건씩 해주는 것이 나법사였다. 이번에도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궁수는 잠자코 법사를 바라보았다.

코를 몇 번 더 킁킁거리며 마력의 잔향을 찾은 법사는 이내 알아냈다는 듯 궁수에게 말했다.

“마 연관 수식! 시전 마력! 다름!”

“그래서?”

“텔레포트 스크롤!”

“스크롤을 썼다고?”

적어도 궁수가 알고 있는 선에서 스크롤은 고가의 물건이었다.

궁수야 딱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구비하진 않았지만, 일반적인 헌터들에게는 공략에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물건이었다.

스킬을 담을 수 있는 특수한 용지에 마법사의 마력을 담는다.

스크롤에 담기는 마법은 랜덤이기 때문에 텔레포트 같은 최상위 스킬은 부르는 게 값이나 다름없었다.

것도 그럴 것이 여비 목숨이나 다름없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이거 추적 못해?”

“못한다!”

“흐음….”

법사가 저렇게까지 단칼에 거절하는 것을 보면 정말로 불가능한 것이리라.

“분명 사람이겠지.”

- 아마도 그렇겠지.

적어도 마물이 암수를 던지고 스크롤을 사용할 리는 없었다. 그러면 다른 ‘인간’이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소리였다.

“누구지.”

궁수와 척을 진 사람이 몇이나 되던가. 아무리 골똘히 생각해도 딱히 떠오르는 것은 없었다.

‘가시인가.’

궁수에게 있어 최대의 적이라 함은 단연 가시일 것이다. 최근 실험실을 통째로 날려버리기도 했으니 말이다.

놈들이 암살자를 보냈다고 생각하면 조금도 어색할 것이 없었다.

가시들의 눈에는 궁수가 사사건건 계획을 방해하는 눈엣가시로 보일 것이니 말이다.

“백날 덤벼봐라, 내가 죽어주나.”

쾅! 콰앙!

벽을 무너트려 다시 출구를 만든 궁수는 광부들에게 돌아갔다.

그 뒤로도 괴물들이 몇 번인가 등장하긴 하였으나 전과 같은 적은 등장하지 않았다.

적들이 덤비기만을 벼리던 궁수에게 있어서는 퍽 아쉬운 일이었다.

***

마강철의 채집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매끄럽게 이어졌다.

고작 A등급의 마물로 궁수 일행을 방해하기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울리는 드릴 소리가 멈추었다. 수많은 양의 마강철들은 카트에 실려 순식간에 갱도 밖으로 운송되었다.

그리고 받은 마강철들은 거대한 트럭에 실어졌다.

“그럼 이대로 가는 건가요?”

“예, 추가 작업은 없으니 이대로 갈 것 같습니다, 가시죠.”

“알겠습니다.”

안부들의 트럭을 타고 궁수 일행은 스위스 루체른으로 향했다.

트럭 안에서 보는 알프스는 노을을 받아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절로 카메라가 올라가는 이 광경에 궁수는.

“히히히히히 덤벨이다!”

낭만은 덤벨과 바꿔먹었는지 온통 덤벨 생각뿐이었다. 트럭은 질주하여 루체른을 향했다.

1시간쯤 지났을까 궁수 일행은 어렵지 않게 루체른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 의뢰 확인서입니다. 가져가시면 될 겁니다.”

“감사합니다.”

“뭘요, 저희야 말로 궁수님의 호위를 받을 수 있어서 든든했습니다.”

“하하하,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네, 수고하셨습니다.”

귀에 달린 궁수의 통신기에서 훈훈한 번역이 흘러나왔다.

“게른 어르신께 안부 전해주세요!”

“네?”

“지금 만나러 가시는 대장장이 이름이 게른입니다. 모르셨어요?”

“아 그래요?”

“쓰흡…. 뭐 성격이 조금 괴팍하시긴 하지만, 좋은 분입니다.”

어째서인지 말끝을 흐리는 광부를 뒤로하고 궁수는 곧바로 허가연이 찍어준 위치로 멤버들을 이끌었다.

절경이 예술인 마을 루체른, 그 안에서 대장간의 연기가 굴뚝을 타고 피어오르고 있었다.

“여기다!”

대장간은 별다른 간판도 없었다. 그저 입구에 자그맣게 ‘게른 공방.’이라고 적혀있었다.

“실례합니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간 궁수가 가장 먼저 본 것은 불을 다루는 게른이었다.

화르르르륵!

용광로에서 파란 불꽃이 뿜어져 나오며 철을 녹이고 있었다.

깡! 깡! 깡!

그는 담금질을 반복하며 덤덤하게 장비를 만들고 있었다.

“어르신?”

“….”

궁수의 말에도 그는 눈 하나도 깜빡하지 않고 자신의 일에 집중했다.

어째서 광부가 그의 성격이 괴팍하다고 했는지 알 것만 같았다.

“흐음….”

동시에 장인이 심혈을 기울여 만드는 느낌이 났기에 궁수와 일행은 잠자코 기다리기로 하였다.

“니미럴 더럽게도 복잡하군.”

“….”

“개자식들 뭐? 마강철에 다중 초연산 복합식을 넣어달라고? 가지가지 하는군.”

그는 지금 만드는 장비가 쉽지 않은 듯 욕을 뱉으며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검의 외관은 평범했으나 그 안에서 느껴지는 마력의 파동은 일반 검과 비교할 것이 아니었다.

다만 아직 수식의 처리가 불완전하여 미약한 스파크만 파직 거릴 뿐이었다.

“느헤헿?”

이를 잠자코 지켜보던 나법사가 스윽 그의 옆으로 다가갔다.

“방해하지 말고 이리와.”

“아니다! 방해!”

“쯧, 네놈 같은 애송이가 쉽게 손댈 수 있는 물건이….”

게른의 만류에도 법사는 순식간에 검에 씌워진 연산을 수식화하여 처리하였다.

그리고 그 위로 추가로 연산을 씌워 고비율 마 연산식을 만들어 내었다.

“와….”

법사가 뭘 하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검에서 느껴지는 기세로 알 수 있었다.

뭔진 몰라도 법사가 지금 한 행동이 정상적인 일은 아니란 것을 말이다.

“아니…. 허! 무슨 말도 안되는 일이!”

법사가 지금 한 일의 난이도를 비교하자면 개발자들 사이에 끼어들어 순식간에 신소재 하나를 뚝딱 개발해버린 것이다.

그것도 엄청나게 획기적인 신소재를 말이다.

“재밌다! 더 가져와라!”

일반인이라면 뇌가 녹아내릴 정도의 수식이었으나 법사는 재미가 있다는 듯 꺄르륵 웃었다.

“허! 누군진 모르겠지만 너 잘 만났다!”

“와라! 와라!”

게른은 이때라고 생각했는지 그간 처리해야할 장비들을 몽땅 들고 왔다.

활, 검, 창, 배틀 액스, 단검 수십 가지의 무구가 법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장비의 품질은 단연 압권이었다.

아직 수식을 입히지 않은 평범한 장비였으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장인의 내공을 짐작하게 하였다.

특히 활은 한술 더 떠서 순간 궁수도 혹할 정도였다.

- 인간이 이 수준의 무구를 만들다니 대단하군.

“쩝…. 그러게.”

괜히 장인이 아닌 듯 그는 열성적으로 법사와 함께 장비를 만들고 있었다.

그는 법사가 끼어들어서 분노한다거나 하는 기색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마침 잘 됐다는 듯 법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순식간에 무구들을 제작해나갔다.

2시간이 흘렀을까. 법사는 더할 나위 없이 상쾌한 모습으로 작업을 끝마쳤다.

“이봐 자네!”

게른은 경이로운 작업 속도에 감동했는지 덥석 법사의 손을 잡았다.

“자네! 나와 함께 무구의 끝을 보지 않겠는가!”

“헐.”

고고한 장인이 다짜고짜 법사에게 동업자로서 손을 뻗었다.

“응! 싫다!”

“어째서! 돈은 원하는 만큼 줄 수 있네!”

“여기는! 못해! 쾅쾅!”

“뭐…?”

법사는 그 말을 남기고 도도도도 궁수에게 돌아왔다.

그제서야 그는 궁수의 일행을 확인했는지 장비를 두고 뚜벅뚜벅 다가왔다.

“자네들이 이번 호위인가?”

“예,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저 남자도?”

“저희 파티의 마법사죠.”

그는 궁수를 모르는지 무뚝뚝하게 궁수를 대했다.

“보상은 마강철이 들어오는 대로 준비해주마.”

“그런 것도 만드시나요?”

적어도 궁수가 보기에 무기를 만드는 그가 헬스 용품을 만들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는 궁수의 태도에 콧방귀를 뀌며 대답했다.

“수련을 위한 전사들의 도구다, 만들지 않을 이유가 없지.”

“그렇군요.”

그도 각성자인 듯 불꽃처럼 뜨거운 마력을 다루며 장비를 제작하고 있었다.

그는 아쉬운 듯 법사를 한번 바라보더니 이번에는 궁수에게 눈을 향했다.

“어?!”

그는 이번에는 다른 의미로 깜짝 놀라 궁수를 바라보았다.

“자…자네!”

“네? 왜요?”

그는 파들파들 손을 떨며 궁수에게 다가갔다. 요리조리 바라보더니 떠억 입을 벌리며 궁수에게 말했다.

“자, 자네의 활을 내 한번만 봐도 되겠는가?”

방금 전까지의 퉁명스러운 태도는 어디가고 그의 말투는 여간 부드럽고 정중했다.

“최대한 조심히 다루겠네! 한 번만! 딱 한 번이면 되니!”

‘설마 이게 뭔지 알아보는 건가?’

에고웨폰의 목소리는 계약자에게만 들리기 때문에 다른 사람은 쉽사리 알아볼 수 없다.

궁수는 반신반의 하며 그에게 활을 건네주었다.

“오오오오! 이 무슨 엄청난 활이란 말인가!”

- 허, 드디어 이 몸의 가치를 아는 인간이 등장했군.

“뭐, 뭐라고?! 말도 해?”

- 오? 네 녀석 장비의 목소리를 듣는 거냐? 이건 또 대단하군.

“하! 아하하하하하하!”

그는 진심으로 놀란 듯 입을 벌리고 천궁을 다루었다.

마치 수백억 상당의 보물을 다루듯 그의 손길은 섬세하기 그지없었다.

“대단하군…. 대단해…. 이런 걸 어디서 구한거지?”

“기업 비밀입니다.”

“그래, 뭐 그렇겠지. 허! 만든 놈이 누군지 궁금해질 정도구만!”

그는 조심스럽게 천궁의 상태를 점검하며 장비를 정성껏 손질하여 주었다.

천궁 또한 궁수가 아닌 장인의 손길을 만나니 만족하는 눈치였다.

“하, 좋은 구경했군, 황홀한 순간이었어.”

그는 진성 대장장이인 듯 궁수의 천궁을 아쉽게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쩝, 그래 무기는 어울리는 사람이 써야 빛을 발하는 법이지.”

거기까지 이야기를 마친 그의 눈빛은 전과 비교해서 180도 달라져 있었다.

더 이상 외부인을 배척하는 퉁명스러운 장인이 아닌 친숙한 동네 할아버지의 느낌마저 났다.

“준비한 물건은 모래까지 만들어주마. 근처 여관에서 쉬고 있어.”

“예, 알겠습니다.”

“그래, 뭐 시간나면 언제든 놀러오고 말이야.”

그는 법사와 궁수를 번갈아 바라보며 피식 농담을 던졌다.

“그러고 보니 자기소개도 하지 않았군, 반갑네. 나는 게른, 대장장이 게른일세.”

“아 저는 나궁수, 이쪽은 나법사입니다.”

추가로 다른 멤버들의 소개가 이어졌다.

그는 순간 나만힐이 힐러라는 소리를 듣고는 ‘네가?’라는 눈빛을 보냈다.

짤막한 통성명을 마친 후 궁수 일행은 바깥으로 나와 묵을 여관을 찾았다.

***

시간은 새벽 2시가 지나가고 있었다. 나른한 시계가 째깍째깍 소리를 울리며 시간의 흐름을 알렸다.

그러나 게른 공방의 불꽃은 조금도 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대장장이 게른, 숨은 장인이라고 불리는 그는 잠시 장갑을 벗고 작업실 바깥으로 나왔다.

알프스의 추위가 오늘은 시원하게만 느껴졌다.

“허, 돈 주고도 하지 못할 경험을 했어.”

법사의 연산 능력도 능력이지만 처음 천궁을 쥐었을 때의 그 손맛이란 너무나도 짜릿했다.

마치 전류가 통한 느낌마저 들었을 정도니 말이다.

그가 잠시 궁상을 떠는 사이 검은 그림자 셋이 그를 향해 다가왔다.

아무 소리도 기척도 없이 그들은 부드럽게 그의 심장과 목에 칼끝을 대었다.

“순순히 오시죠.”

“쯧, 한참 좋을 때 훼방을 놓는군.”

비전투원 게른이 숙련된 암살자인 그들을 상대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꺼져라!”

“어림없는 소리.”

망치를 휘두르며 저항하였으나 결국 그는 조용히 그들의 포대에 납치당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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