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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접병기 활-110화 (110/172)

◈ 110화. 웰컴 투 死파리

“승윤씨?! 돌아간 거 아니었어요?”

“쉿! 쉿! 목소리를 낮추세요!”

다름 아닌 게이트 앞을 지킨다던 도적 이승윤이었다. 요정왕을 처리하고 나왔을 때는 사라져있어 돌아간 줄만 알았다.

그는 전신에 초록 위장 크림을 칠하고 자세를 낮췄다.

어째서 그가 이렇게까지 위장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궁수는 일단 자세를 낮추었다.

다른 동료들도 기척을 죽이고 승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도대체 뭐가 있길래 그렇게 숨어있는 겁니까?”

“네? 아직 마주치지 못한 겁니까?”

“예, 어제 막 게이트에서 나온 참이라서요.”

“그렇다면 당장은 안으로는 가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그는 생각하기도 싫은 듯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당최 무슨 일이 있었기에 S급 헌터인 그가 이렇게까지 떠는지 궁수는 의문이 들었다.

“안에 뭐가 있던 저희는 들어가야 합니다.”

“들어가지 말자는 게 아닙니다.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가자는 거죠.”

이승윤은 진지한 표정으로 궁수를 말렸다. 보통이라면 이쯤하면 궁수도 물러서겠으나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아뇨, 저희 동료가 저쪽으로 간 것 같아서요.”

“동료라면…?”

“이은우요.”

“아앗….”

일이 귀찮게 됐는지 이승윤은 인상을 구기며 고민에 빠졌다.

그러나 그도 은우를 버리고 갈 수 는 없었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파티에 참여했다.

들어가기 전 그는 꼴깍 침을 삼키며 말했다.

“이 안에는 말이죠….”

***

“흐으으윽…. 여기는 또 어디야….”

은우는 돌 감옥에 갇혀 꼼짝도 하지 못하는 신세였다.

손, 발 모두 족쇄가 채워져 있어 의미 없는 몸부림만 칠뿐이었다.

벽에 달린 각종 구속구에 잡힌 은우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뭐하는 곳이지?”

주변은 온통 새까맸다.

그나마 느껴지는 딱딱한 돌이 이곳이 동굴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하였다.

“그러니까…. 분명 어제 붉은 빛을 따라가다가….”

그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고민에 빠졌다.

“어제…. 아!”

복잡한 머릿속에서 어젯밤의 기억을 떠올렸다. 어두운 밤 그는 수많은 적들에게 둘러싸이고 말았다.

다만 그 적은 수많은 짐승들이었다.

당연히 평범한 짐승들이 아닌 이족보행을 하며 무기를 다룰 줄 아는 놈들이었다.

놈들은 각자 신체적 이점을 이용하여 교묘하게 은우를 공격했다.

심지어 적들의 수준은 한 명 한 명이 최소 A급은 될법한 놈들이었다.

“이건 또 무슨 경우야….”

돼지나 소부터 시작해서 늑대나 도마뱀 심지어는 새나 거대화한 곤충들까지 말이다.

차분하게 머릿속을 정리한 은우는 서서히 눈을 뜨며 생각했다.

‘어라? 나 큰일 난 거 아니야?’

그도 그럴 것이 은우도 어제 상당한 수의 적들을 죽였다.

괜히 S급 헌터가 아니라고 그가 베어 넘긴 적들의 수는 오십 마리를 넘었다.

궁수나 법사였다면 까짓 오십 마리쯤 순식간에 날려버렸으나 그는 전사였다.

그 둘처럼 테러에 가까운 수준의 광역기를 가지고 있을 리 만무했다.

애초에 은우는 버서커가 아닌 스피드 타입의 전사다.

적들의 진영 한 가운데에서 둘러싸인 채로 오십 마리를 학살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었다.

그것도 어두컴컴한 한 밤중에 말이다. 물론 그만큼 죽였으니 적들도 단단히 뿔이 났을 것이다.

당장에 놈들에게 목이 잘리더라도 아무것도 어색할게 없는 그런 상황이었다.

‘일단은 여기서 나가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하며 은우는 있는 힘껏 팔에 힘을 실었다.

우드드득!

“어어?”

족쇄를 부숴버릴 작정으로 힘을 쥐었으나 오히려 족쇄는 멀쩡하고 쇠사슬이 박혀있던 벽이 통째로 뜯어졌다.

얼떨결에 양팔을 모두 해방(?)시킨 은우는 이번에는 발목에 걸린 족쇄를 풀었다.

발목의 족쇄는 평범한 철인 듯 어렵지 않게 뜯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양팔에 달린 이 족쇄는 안간힘을 쓰더라도 풀리지 않았다.

“마강철인가?”

그것도 매우 순도 높은 마강철 같았다.

확인 삼아 마력을 넣어보니 쇠사슬이 은우의 마력에 반응하며 빛나기 시작했다.

“꾸히히이이익! 인간이 깨어났다!”

사슬을 부수는 소리가 요란했는지 감옥 앞에서 망을 보던 돼지가 은우를 향해 비명을 질렀다.

“어딜!”

놈이 감옥 바깥으로 도망치기 전에 은우가 재빨리 마력을 일으켜 쇠사슬을 날렸다.

은우의 마력에 따라 움직이는 사슬은 직선으로 날아가 놈의 목을 휘감았다.

“꾸웨에에에에엑!”

순간적으로 목이 졸리자 당황한 돼지가 비명을 질렀으나 감옥의 방음이 생각보다 대단했는지 바깥에서의 반응은 없었다.

“죽어!”

은우는 남은 한쪽 사슬로도 놈의 목을 졸라버렸다. 사슬 한 개도 버거워하는 놈이 두 개를 막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우드드득!

“꾸…. 꾸히이이이익….”

목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돼지는 다리 사이를 촉촉이 적시며 그대로 거품을 물고 사망하고 말았다.

“후으으으읍!”

사망을 확인한 은우는 사슬을 이용하여 놈의 시체를 끌고 왔다.

창살을 부수고 나갈 수 도 있었으나 그런다면 바깥의 적들이 눈치 챌 수가 있었다.

은우는 놈의 소매에 걸린 열쇠를 꺼내 조심스럽게 감옥의 문을 열었다.

끼이이이이익!

“생각보다 쓸만한데?”

은우는 만족스럽게 쇠사슬을 쓰다듬으며 감옥의 입구를 향해 나아갔다.

감옥을 관리하는데 고작 저 돼지 혼자서 감시를 두진 않을 것 같았다.

혼자 오십 마리를 학살한 놈인 만큼 더욱 경비가 삼엄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은우는 최대한 기척을 죽이고 입구를 향해 나아갔다.

“왜 이렇게 늦어?”

“돼지라 뭐라도 먹고 있는 거 아니야?”

“푸하하하하! 확실히 그럴 수도!”

아니나 다를까 바깥에서 대기하던 다른 짐승 두 마리가 동굴 안으로 들어왔다.

두 마리 모두 머리는 쥐의 형상을 띄고 있었다. 은우는 곧바로 구석에 매달려 적들을 바라보았다.

‘시체가 발각될 수 있다. 죽여야 한다.’

은우는 최대한 조용히 적들의 정수리를 바라보며 기회를 노렸다.

사실 적들을 죽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적들을 소리 없이 암살해야 하기에 조용히 타이밍을 노려야했다.

그들은 별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며 동굴 안을 걷고 있었다.

“그래서 말이야? 거기서 바로 걸려버려서 꽁무니 빼는 거 있지?”

‘일단 한 놈.’

대화에 정신이 팔린 틈을 타 은우는 뒤에 있던 쥐의 목에 사슬을 걸고 낚아챘다.

“크흡!”

“쉿.”

우드득!

무기를 뽑을 틈도 없이 적은 은우의 쇠사슬에 목이 꺾여 그대로 사망하고 말았다.

그러나 적은 아직 눈치 채지 못한 듯 계속해서 떠들어대며 동굴을 걸어가고 있었다.

“하여튼 서로 하기 싫어가지고 말이야, 그러다 놈이 분노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분노? 무슨 소리지?’

은우는 소리 없이 적의 뒤를 쫓으며 이야기를 들었다.

“쯧, 누구는 하고 싶겠냐고, 마침 소환 위치가 이런 곳이라 다행이지.”

‘소환 위치?’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으나 지금의 정보로는 한계가 있었다.

“야, 너는 아까부터 왜 대답이 없….”

쥐는 뒤를 돌아보려 했으나 이미 은우가 지척까지 다가와 있었다.

우드드드득!

은우는 양손의 쇠사슬로 놈의 턱과 머리를 잡고 그대로 머리통을 돌려버렸다.

“후….”

은우는 시체를 치워놓고 아주 은밀하게 감옥 밖을 나섰다.

***

어느덧 적들의 주거지 도착한 궁수는 풀숲에 모습을 숨겼다.

“진짜 짐승이네….”

“말 했잖아요.”

나무로 쌓아진 성벽에서는 새의 머리를 가진 놈들이 주변을 정찰하고 있었다.

“흐음 어쩐담.”

‘확 잠입해서 은우만 빼와? 아니면 조용히 암살하면서 들어가?’

여러 가지 수가 떠올랐으나 궁수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암살자도 아닐뿐더러 일행은 지금 마을의 구조에 대해 조금도 알지 못한다.

그나마 이승윤이 조금 알고 있긴 하였으나 그것도 마을의 외곽일 뿐이었다.

은우가 연관되어 있기에 궁수는 신중하게 작전을 고민했다. 그러나 천궁은 우물쭈물거리는 궁수에게 말했다.

- 계약자여.

“왜.”

-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고 들었다.

“응? 갑자기?”

맞는 말이긴 하였으나 적어도 지금 상황과는 별 관련 없는….

“아.”

- 알았느냐.

“하하 거참.”

천궁이 하려는 말이 뭔지 깨달은 궁수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먼저 방송을 켰다.

[생] - [동굴의 왕국 멸망.]

“그래, 늘 하던 대로 해야지.”

궁수는 장궁에 시위를 걸었다.

승윤을 제외한 다른 헌터들도 이를 눈치 챘는지 주섬주섬 전투 준비를 하고 있었다.

“궁수님? 지금 뭐하려는….”

“띠이이이잉도오오오오옹!”

“야이 미친…!”

붉은 빛을 가득 머금은 화살이 적들의 성벽을 향해 날아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시는 초인종을 무시하지 마라…]

[어이, 네놈도 내 ‘띵동’에 재가 되고 싶은거냐.]

[이 집은 일단 터트리고 시작해 ㅋㅋㅋㅋㅋ]

[이제 나무 가지고는 만족할 수 없는 몸이 되버린 거냐고!]

ㄴ 그냥 나무도 다 부술 것 같은데 ㅋㅋㅋㅋㅋ

ㄴ 캬 동식물 차별 없는거 보소 ㅋㅋㅋㅋㅋㅋ

초인종치고는 요란한 인사였으나 이미 다른 멤버들은 자신의 할 일을 시작했다

셈은 대방패를 들고 탱킹을, 힐은 버프를, 법사는 벌써 대단위 마법 캐스팅에 들어간 상태였다.

“뭐, 뭐냐!”

“적입니다!”

“성벽이 공격당했다!”

“어떤 정신 나간 놈들이 이런 일을!?”

적들은 궁수의 인사에 혼비백산하여 난장판이 되었다.

그러나 그 혼란한 와중에서도 적들 중 몇 명은 궁수를 발견하였다.

“저기 있다! 적이다!”

“뭐야? 고작 저거밖에 안돼?”

“빨리 죽여!”

“이 미친놈들이 감히 남의 성벽을 터트려?”

어지간히 분노했는지 마구 욕을 뱉어내며 적들은 궁수와 일행들을 향해 화살을 겨누었다.

그러나 궁수의 초인종은 가벼운 인사였을 뿐이다. 메인은 따로 준비되어있었다.

“느헤헤헤헤헿!”

최근 법사의 마법은 날이 갈수록 성장하고 있었다. 따로 가르쳐주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법사의 마법 성장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궁수도, 셈도, 그렇다고 은우도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적이었다.

많은 수의 적들이 몰리면 몰릴수록 법사는 더욱 시원하게 적들을 쓸어버리고 싶었다.

그래서 법사는 연구했다.

어떻게 해야 쾅쾅을 더 쾅쾅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펑펑을 더욱 펑펑스럽게 할 수 있을지.

쾅쾅을, 펑펑을, 휘이이잉을, 쩌어억을.

보이지 않은 곳에서 법사는 늘 노력해온 것이다.

그런 법사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많은 수의 병력과 날려버리기 좋은 건물이었다.

애석하게도 눈앞의 적들은 그 두 가지를 모두 만족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서.

“콰콰콰콰쾅!”

법사가 미치기 딱 좋은 스타일이었다.

법사의 주변 대기가 들끓어 오르기 시작했다.

화르륵에 쾅쾅을 얹고 펑펑을 합친 환장의 콜라보레이션.

“유성우!”

적들의 머리 위로 붉은 마법진이 만들어졌다.

보기만 해도 섬뜩한 마법진에서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름이 2미터 정도 되는 거대한 바위였다.

그리고 그런 것이 한 개, 두 개, 열 개 아니 백….

“어?”

“좀 많은ㄷ…”

“도망쳐!”

“아이 좀 적당히 하라고!”

“느헤헤헤헤헿!”

“다들 내게 모이게!”

법사의 정신 나간 대마법에 셈은 요새를 일으켜 동료들을 보호했다.

“좀 적당히 좀 하라고!”

“느헤헤헿! 참는다! 못!”

[이게 펑펑좌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펑펑 뭐요…?

ㄴ 무7련 무7련…

[나법사!나법사!나법사!나법사!나법사!나법사!]

[아 거 좀 신나면 자기가 쓴거에 자기가 죽을 수도 있지 ㅋㅋㅋㅋㅋㅋㅋㅋ]

요새 안에 들어온 이승윤은 이 정신 나간 파티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엄마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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