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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접병기 활-105화 (105/172)

◈ 105화. 철거합니다~

다음날 아침.

아직 잠이 덜 깨서, 눈을 비비며 일어난 티아라는 수통으로 세수를 하고 몸을 풀고 있었다.

“아우 모기들 진짜.”

그녀는 털털하게 갑주를 입으며 검을 찼다.

정글이었지만 그녀의 찬란한 머리칼은 햇빛을 받아 더욱 빛났다.

“…저건 또 뭐야?”

주변을 둘러보던 그녀는 바로 앞에 무언가 거대한 것이 쓰러져 있는 것을 보았다.

“으윽….”

거대한 지네가 마디마디별로 나뉘어져 무참히 죽어있었다.

“누가 이런 짓을….”

혹여나 적이 있을까 검을 치켜세우고 주변을 노려보던 그녀는 지네 위에서 무언가를 발견하였다.

‘설마.’

그녀는 아니길 빌며 천천히 지네에게 다가갔다.

“어휴, 그래 너일 줄 알았다.”

지네 위에서는 궁수가 대자로 뻗어 곤히 잠들어 있었다.

드르렁 코까지 고는 그 모습은 영락없는 나궁수였다.

“무슨 자기 집 안방도 아니고, 야! 일어나!”

“흐헣?! 엥!? 왜 아침이지?”

“불침번은 개뿔이 불침번!”

“으흐…. 이거 안보여!? 내가 죽였다고! 너네 잔다고 소리 없이 죽이는데 얼마나 힘들었는데!”

“아 됐고 빨리 오기나 해, 오늘 안에 끝 봐야하니까.”

그녀는 더 이상의 불만은 듣지 않겠다는 듯 궁수를 뒤로 하고 다른 멤버들을 깨우러 갔다.

‘별 다른 소음은 듣지 못했는데….’

제법 밤귀가 예민하다는 그녀였으나 궁수의 전투음은 듣지 못했다.

월등히 높아진 궁수의 전투 수준에 그녀는 헛기침을 하였다.

“흐아아아암…. 가자.”

“어휴, 정신이나 차리고 말해.”

이제 막 일어나 비몽사몽한 상태의 궁수는 배를 벅벅 긁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어으 징그러워.”

방금 전까지 미쳐 날뛰던 도마뱀을 제압한 궁수는 분쇄자에 묻은 피를 털어내었다.

“조금만 더 가면 돼.”

“이 길 맞긴 한 거지?”

“맞으니까, 걱정 말고 따라오기나 해.”

거대 나방부터 도마뱀, 전갈, 벌 심지어는 구렁이까지.

“지구의 허파는 개뿔이 생지옥이 따로 없구만.”

“사실상 오지니까, 그래도 파도 때보다는 낫지?”

“쯧, 거긴 진짜 지옥이고.”

“느헤헤헤헿! 휭휭!”

화염속성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기에 법사는 빙속성 마법에 재미를 붙였다.

괴물을 통째로 얼려버리기도 하고 수많은 얼음 칼날들로 적을 갈아버리기도 했다.

경험치는 제법 짭짤하긴 하였으나 궁수의 입장에서는 하루빨리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얼마나 남았어?”

“쉿.”

쇠질을 그리워하던 궁수는 티아라의 날이 선 말투에 바짝 정신을 차렸다.

수풀로 우거진 나무 틈 사이에서 으스스한 외관의 실험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겉모습은 회색빛 건물이었으나 그 앞의 보초들은 창을 든 리자드맨이었다.

“도마뱀?”

“문지기로군.”

수는 총 다섯 마리.

궁수는 차분하게 놈들을 바라보며 마력을 일으켰다.

“소리 없이 한 번에 죽여야 해.”

“알아.”

쉐도우 파트너와 트루 스나이핑 그리고 컴파운드 보우까지.

“후우…”

긴장감은 일체 없었다.

동료들 모두 궁수의 활 솜씨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만에 하나 빗나갈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숨을 들이마신 궁수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촤좌좌좌좍!

다섯 발의 화살이 각 리자드맨의 미간을 노리고 날아갔다.

푸푹!

“크허어억!”

사실상 그림자의 도움으로 인당 두발의 화살이 꽂혔다.

보스도 아니고 고작 문지기들이 궁수의 저격에 살아남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수풀 속에서 시작된 저격은 어떤 실수도 없이 매끄럽게 끝이 났다.

“다른 건 없지?”

“어, 이미 확인했어.”

막상 또 놈의 실험실을 보니 궁수의 안에서 화가 들끓어 올랐다.

‘그 개자식이 저기 있단 거지?’

그 당시만큼 맹렬한 분노는 아니었으나 궁수는 몹시 심기가 불편했다.

궁수는 스윽 법사를 데리고 티아라 옆에 다가갔다.

“내가 생각을 해봤는데 말이야.”

“뭐? 네가 ‘생각’을 했다고?”

“맞을래?”

“풉, 농담이야. 뭔데?”

궁수는 자연스럽게 법사에게 어깨를 걸치며 말을 시작했다.

“옛날 공포영화 본 적 있어?”

“응? 갑자기? 있긴 하지?”

“그런 거 보면 꼭 괜히 누가 봐도 음침한 곳 들어갔다가 다 죽잖아.”

“…야, 너 설마.”

“히히히히히.”

거기까지 말한 궁수는 이미 법사와 함께 앞으로 뛰쳐나갔다.

“셈! 부탁해요!”

“으잉!? 진짜 하라고!?”

“빨리!”

“으으으…. 난 모르네! 요새화!”

셈은 대방패를 땅에 찍으며 탄탄한 요새를 만들어 내었다.

“응?! 어어어!? 야 이 미친놈아!”

“꺄하하하하핳!”

다만 그 상대가 적이 아닌 티아라였을 뿐.

“열어! 안 열어!?”

“캬! 방음 죽이네!”

“느헤헤헤헿! 궁수! 나 쾅쾅?”

“하고 싶은 거 다 해!”

“느헤헤헤! 좋다! 좋다!”

이미 법사의 입가에는 화려한 미소가 만연했다.

“나부터 간다!”

어느새 궁수의 손에는 티아라 몰래 만들었던 뉴클리어 애로우 한발이 들려 있었다.

이 화려한 장면을 혼자만 볼 수는 없었기에 궁수는 곧바로 방송을 켰다.

“성화봉송 가즈아앗!”

[무슨ㅋㅋㅋ 오자마자 뭐야 ㅋㅋㅋㅋㅋ]

[요즘 성화봉송은 건물 하나가 통째로 들어갑니다.]

[아 ㅋㅋ 터지는 맛만 좋으면 그만이지 ㅋㅋ]

[이제는 걍 대놓고 테러범이네 ㅋㅋㅋㅋㅋㅋ]

[한국은 와이파이만 잘 터지는게 아니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은 눈앞의 건물이 뭔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이번에 터트릴 재료는 건물이라는 것에 신나 있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할 수 없는 생각의 흐름이었으나 이미 그들은 궁수의 매콤한 폭주에 절여진 상태였다.

“띠이이이잉도오오오오옹!”

쐐애애애액!

[이것이 K - 초인종이다!]

[이게 나궁수식 노크다!]

[똑똑은 감질맛 나니까 쿠콰콰콰콰쾅이다!]

[아아 여기가 체르노빌이구나ㅋㅋㅋㅋㅋㅋㅋㅋ]

허공을 가르는 화살이 붉은 빛을 머금으며 날아갔다.

허실허실 날아가는 화살은 그 자체로는 볼 품 없었으나 화살이 건물에 닿았을 때는.

콰아아아아아앙!

“무우우우야아아아아호오오오!”

[그만큼 신나시다는 거지~]

[그만큼 시원하시다는 거지~]

[그만큼 잘 터진다는 거지~]

[그만.]

ㄴ 큼 조저버린단 거지~

ㄴ 어딜 끊으려고 ㅋㅋㅋㅋㅋ

ㄴ 눈치없는 찐따 컷!

ㄴ 그만큼 눈치가 없으시다는 거지~

ㄴ 뇌절까지 재밌네 ㅋㅋㅋㅋㅋㅋ

정글 속 자리 잡은 회색 건물은 궁수의 화살 한발에 의해 터져나가고 말았다.

건물의 일부분이 아닌 건물 전체가 통째로 폭발에 휘말렸다.

화르르륵!

순식간에 불꽃이 일어나며 거대한 화염이 건물을 휘감았다.

자칫 잘못하면 주변이 쑥대밭이 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으나.

“느헤헤헿! 아이스 스톰!”

곧바로 법사의 빙속성 마법이 들어오며 불길이 사그라들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법사의 마법이 문제였다.

거대한 얼음들을 머금은 토네이도는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며 건물을 부숴버렸다.

사실상 주변에 피해만 덜할 뿐 건물을 부수는 것은 궁수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쿠콰콰콰콰콰!

건물도 그 나름대로 특수한 방비를 해둔 듯 다소 버티긴 하였으나 궁수와 법사의 공격은 고작 그 정도로는 막을 수 없었다.

쾅! 콰아아아앙!

“이 개자식들아아악!”

“와 그걸 뚫고나와? 독하다 독해.”

수십 번 검을 휘둘러 겨우 요새를 부순 티아라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후다닥 밖으로 나왔다.

그러나 이미 일은 벌어진 후였다.

건물은 형체를 알아보기는커녕 모두 갈려버려 폐기물만이 남아 있었다.

“미친놈들아! 이걸 다 밀어버리면 어떡해!”

“뭐, 얘들이 먼저 우리 아빠 건드렸거든!?”

[아빠는 킹정이지 ㅋㅋㅋㅋㅋㅋㅋ]

[가불기를 쓰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 패밀리 쉴드 나왔다. ㅋㅋㅋㅋㅋ]

[네 아빠지 내 아빠야?]

ㄴ 티아라, 선정이 딸이에요.

ㄴ 주르르르륵

아버지라는 말에 순간 티아라는 움찔하며 입을 꾹 닫았다.

건물 내부에 있던 각종 실험체들의 시체가 즐비했다.

모두 궁수와 법사의 일격을 버티지 못하고 즉사하고 말았다.

“이번 놈은 생포해야 한단 말야!”

“아 목격자만 없으면 암살이지!”

“아오 정말!”

쿠구구구구….

곤란함에 그녀가 발을 동동 구르던 찰나 갑자기 땅이 울리기 시작했다.

순간적으로 궁수의 표정이 팍 썩어 들어갔다.

“조금 편하게 가나했다.”

“울린다! 울린다!”

쩌어어어억!

대지가 울리며 서서히 땅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건물이 있었던 자리가 쩌억 벌어지며 거대한 무언가가 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카츼지기기기기기긱!

“저건 또 뭐야.”

마물 짬뽕.

놈을 본 궁수가 처음 느낀 감상은 그러했다.

첫 번째 팔에는 사마귀의 낫을 두 번째 팔에는 우락부락한 헬창의 팔이 달려있었다.

등에는 비둘기의 날개, 다리는 캥거루의 다리, 몸통은 각종 괴물들의 시체가 잔뜩 섞인 기괴한 모습이었다.

최종적으로 머리.

“하…”

머리는 비둘기의 머리가 세 개나 달려있었다. 왼쪽 놈은 눈이 5개 오른쪽 놈은 부리가 4개나 달린 놈이었다.

“장르가 공포인줄은 몰랐는데요.”

마치 공포영화에나 나올법한 그 모습에 궁수는 서둘러 화살을 준비했다.

“내 뒤로 오게나!”

곧바로 셈이 앞으로 다가와 방패를 들었다.

괴물은 몸을 파르르 떨더니 가운데 머리에서 무언가 돋아나기 시작했다.

쩌어어억!

놈의 이마가 열리더니 그 안에서 빛나는 대머리를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절로 눈이 찌그러지는 혐오스러운 모습에 궁수는 이리 말했다.

“봐, 저래서 탈모인들이 나쁘다니까.”

[어휴 또 대머리네.]

[이러니까 대머리 쉑들은 안됨.]

[ㅋㅋㅋㅋㅋㅋ존나 맨들맨들한거 보소ㅋㅋ]

[그래도 셈한테는 안되는 듯 ㅋㅋㅋㅋㅋㅋ]

[셈은 1등급 대머리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보면 대머리들이 착함 ㅇㅇ]

ㄴ 이 새끼 대머리.

ㄴ 우리 아빠가 대머린데…

ㄴ 그럼 엄마는?

ㄴ 미친새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머리의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는 사이 적이 서서히 등의 날개를 펼치기 시작했다.

덩달아 비둘기의 머리에 박혀있던 놈도 고개를 들며 눈을 떴다.

처음 눈을 뜬 대머리가 내뱉은 말은.

“안돼! 아직 할부도 안 끝난 건물이이이이이!”

제법 현실적인 통곡이었다. 놈은 피눈물이라도 흘릴 정도로 격하게 비명을 질렀다.

적이 고통에 몸부림치는 사이 궁수는 법사에게 마법을 부탁했다.

추가로 이미 티아라에게도 수신호로 작전을 전달했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말도 안되는 작전에 고개를 저으려 했으나 그 상대가 궁수였기에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간다!”

휘이이이잉!

법사의 마법과 함께 궁수가 힘차게 날아올랐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티아라가 마력을 일으켜 검을 날려보냈다.

“지금!”

“간드아아앗!”

티아라의 검 면을 밟은 궁수는 마치 총알이 나가듯 어마어마한 속도로 놈을 향해 돌진했다.

분쇄자에 힘껏 마력을 끌어넣은 궁수는 그대로 이마의 대머리를 향해 돌격했다.

“대머리는 발언권 가지고 말하라고!”

웬만한 마물은 간단히 죽여 버릴 위력을 담은 분쇄자는.

카아아아앙!

“으잉!?”

놈의 낫에 의해 간단히 막히고 말았다.

“허어?”

“짜자안?”

대머리는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씨익 미소 지으며 궁수를 노려보았다.

흰자는 새까만 흑빛이었고 그의 동공은 피처럼 시뻘겠다.

과연 이것을 더 이상 사람으로 분류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젠장!”

곧바로 바람을 담아 분쇄자를 후려친 궁수는 그 반동으로 무사히 적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었다.

다시 동료들에게 돌아온 궁수는 낮게 혀를 차며 분쇄자를 집어넣었다.

“뭐지? 지휘권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었어?”

티아라는 복잡한 시선으로 적을 노려보았다. 마치 부위 하나하나가 의지를 가진 듯 궁수를 위협하고 있었다.

“천천히 할 수는 없겠는걸.”

혐오스럽기 짝이 없는 그 모습을 보며 궁수는 파티원들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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