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4화. 웰컴투 아마존!
세이비어의 전용기에 몸을 실은 궁수는 차분하게 이번 작전에 대한 서류를 읽고 있었다.
“솜사탕! 솜사탕!”
“나가면 안돼!”
“연다! 문연다!”
“안된다고!”
“느헤헤헿! 달콤한 솜사탕!”
궁수의 옆에서는 나법사가 창밖의 구름을 바라보며 침을 뚝뚝 흘렸다.
정말로 창문을 부수고 밖으로 뛰쳐나갈 지경이었기에 티아라가 법사를 막고 있었다.
그에 반해 궁수는 차분하게 정보를 확인했다.
“흐음.”
서류를 다 읽은 궁수는 뒤로 종이를 넘기며 티아라에게 물었다.
“궁금한 게 있는데.”
“뭔데! 아오! 좀 가만히 있어!”
“느헤헤헿!”
법사는 간식으로 있던 아이스크림을 받고 나서야 창문을 핥는 것을 그만뒀다.
셈과 힐은 처음부터 법사를 포기하고 옆좌석에서 곯아떨어진 상태였다.
티아라는 법사를 안정시키고 나서야 궁수의 말을 들어주었다.
“이거 실험실이라고 했잖아?”
“음? 응, 그렇지?”
“안에는 무시무시한 괴물들이 잔뜩 있겠지?”
“으음, 뭐 그렇긴 하겠지, 아무래도 본진이니까.”
거기까지 말한 궁수는 씨익 미소 지었다.
“야 잠깐 너 설마.”
“날씨가 좋네~”
“하지마! 터트리지 마!”
“아직 좀 남았으니 난 눈 좀 붙인다~”
“야! 너 내 말 들었어? 어!?”
“쿨~”
***
“이런 곳에 실험실이 있다고…?”
“뭐 그런 걸 만드니까, 대놓고 도시 한복판에선 좀 그렇지.”
“허어…. 그렇다고 무슨 정글에다 이런 걸 만드냐….”
궁수가 온 곳은 다름 아닌 지구의 허파, 아마존이었다.
“전혀 안 어울려…”
“확실히, 상상도 안되는군, 여기에 그런 게 있다니.”
“그걸 노리고 만든 거 아닐까요.”
“그럴 수도.”
궁수는 그러면서 주섬주섬 신기전을 꺼내들었다.
화르르륵!
불꽃이 붙으며 적을 멸하는 지고의 무기가 출정준비를 완료했다.
“…뭐해?”
“전투 준비.”
“너 여기가 어딘지 알아?”
“아마존.”
“아마존이 지구의 허파인 건 알지?”
“내 허파는 아니잖아?”
“미친놈아! 빨리 집어넣어!”
궁수는 흡사 이은우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신기전을 집어넣었다.
어느덧 궁수의 손에는 컴파운드 보우가 들려 있었다.
“아쉽네.”
“적당히 해 이 테러범아.”
[진짜 활 든거 안 어울린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분쇄자 아니면 뭔가 너무 어색함ㅋㅋㅋㅋㅋ]
[솔직히 마지막으로 활 쓴게 언제냐 ㅋㅋㅋㅋ]
[허파 좀 태울 수도 있지 왜 꼽을 주고 그래!]
[그래! 숲 좀 태울 수도 있지, 우린 남이니까.]
[무지성 테러범들 발동걸렸네 ㅋㅋㅋㅋㅋㅋ]
기록을 위해 방송을 켠 궁수는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며 화살통에 빙결의 기운을 채워 넣었다.
“길은 어딘지 알아?”
“응, 위성으로 찍어뒀어.”
“…세이비어에 위성도 있어?”
“빌려 쓰는 거지.”
궁수는 뭔가 이상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그녀에게 말했다.
“그거 혹시 해ㅋ….”
“닥쳐, 사람이 다 돕고 사는 거지.”
“쩝… 지는 사이버 테러범이면서.”
***
“닥터, 손님들이 오셨습니다.”
“그래, 알고 있어!”
“‘접대’는 어떻게 해 드릴까요.”
접대라는 말에 사트는 누런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랭킹 1위께서 직접 행차하셨는데, 미적지근하게 놀 수는 없잖아?”
“그 뜻은….”
“그래, 화끈하게 놀아보자고.”
그 말과 함께 사트는 손에 있던 붉은 버튼을 눌렀다.
위이이이잉! 철컥!
쿵! 쿵! 쿵! 쿵!
귀가 따가울 정도로 엄청난 굉음들이 실험실을 가득 채웠다.
“가서 손님을 맞이해!”
***
“쉿, 조용히.”
“저거 하나가 끝인가?”
궁수의 일행 앞에 커다란 뱀이 두리번거리며 적을 찾고 있었다.
특별한 점은 저 뱀은 머리가 세 개나 달려있다는 점이었다.
왼쪽부터 붉은색, 검은색, 초록색.
“신호등도 아니고.”
“아우! 덥다!”
“그럼 네가 해.”
“꽁꽁! 꽁꽁!”
법사의 손 위로 만들어진 푸른색 마법진이 서늘한 냉기를 뿜기 시작했다.
짤막한 캐스팅을 마친 법사는 부드럽게 손을 들어 마법진을 확장시켰다.
손바닥만 하던 마법진이 크기를 키워 지름만 1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마법진이 나타났다.
쉬이이이이익!
물론 뱀도 바보가 아닌지라 곧바로 눈치 채고 법사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법사의 마법은 안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마법의 영역이 아닌 재앙의 영역에 몸담고 있기에 법사는 이미 재해나 다름없었다.
“블리자드!”
법사의 외침과 동시에 뱀이 커다란 입을 쩌억 벌렸다.
마법진으로부터 날카로운 고드름이 뱀을 향해 낙하했다.
다만 그 고드름은 높이만 15미터가 넘어가는 어마어마한 크기였다.
아무리 뱀이 거대하다고 하지만 법사의 블리자드를 막아내기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콰직!
결국 법사의 얼음을 삼키지 못한 뱀은 입이 찢어지며 그대로 죽고 말았다.
가운데 머리만 죽은 것이 아닌 몸통 자체를 얼음이 관통해 버렸다.
다른 머리는 별다른 공격조차 하지 못하고 함께 사망하고 말았다.
“확실히 얼음이 좋겠네.”
“하으으으! 시원! 꽁꽁!”
“그래 손이 시려워 꽁이다 인마.”
“어…. 저거 뭐야.”
뱀을 뒤로하고 마저 숲으로 들어가려던 일행은 갑자기 등장한 괴물에 의해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아 진짜!”
“말리지 마라.”
“윙윙이…. 죽인다….”
“크흑…!”
위이이이잉!
여름철 최악의 해충 넘버 원.
바로 모기였다. 다만 입부분에 달린 침이 1미터가 넘는 거대한 모기였다.
모기를 싫어하다 못해 혐오하는 궁수는 숲이고 뭐고 다 태워버리려는 듯 불꽃을 붙였다.
위이이이이잉!
수백 마리의 거대 모기들은 먼저 궁수가 아닌 뒤의 뱀에게 달라붙었다.
쪼오오오오옥!
얼마나 흡착력이 강한지 궁수의 귀에도 피가 빨리는 소리가 들릴 지경이었다.
10초나 지났을까?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윤기 넘치는 비늘을 자랑하던 놈은 미라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놈들의 다음 목표는 당연히 궁수들 일행이었다.
“태울래.”
“안돼, 여기서 태우면 우리 다 죽어.”
“법사야 휭휭.”
“크게?”
“어, 최대한 크게.”
법사의 캐스팅을 뒤로 한 궁수는 천궁에 시위를 걸었다.
“10분?”
“5분!”
“오케이.”
캐스팅에 5분.
다시 말해서 궁수가 버텨야하는 시간을 말했다.
“옵니다!”
“요새화 쓰지마요!”
“치잇! 성역선포!”
당장에 법사의 마법을 위해서 요새화는 사용할 수 없었다.
“나가! 후방 지원할게!”
“알았어!”
티아라는 궁수의 후방지원이라는 말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적들에게 돌진했다.
적어도 궁수의 실력에 대해서는 굳게 믿고 있다는 말이었다.
그녀의 황금빛 마력이 번뜩이며 모기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녀의 용기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궁수는 차츰차츰 저격을 해 나갔다.
장궁에 섀도우 파트너 추가로 트루 스나이핑에 태풍 화살까지.
번쩍!
그녀의 검이 번뜩이며 순식간에 두 마리의 모기를 반으로 갈라버렸다.
“어딜!”
그녀가 마음 편히 싸울 수 있도록 궁수는 단 한 마리의 모기도 놓치지 않았다.
셈은 중간 중간 날아오는 모기들을 쳐내며 캐스팅중인 법사를 보호했다.
하늘에서 섬광이 번뜩일 때마다 모기의 시체가 툭 떨어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궁수의 화살은 여지없이 적을 관통했다.
[세수코!세수코!세수코!세수코!세수코!세수코!]
[좆기 쉐끼들 다 죽어! 뒤져! 조져!]
[그래도 니들 좋다고 따라다니는건 걔밖에 없는데.]
ㄴ 이 새끼 모기네.
ㄴ 벌써부터 라이터에 모기약 마렵네 ㅋㅋㅋㅋㅋ
ㄴ 보급형 화염방사기 딱대 ㅋㅋㅋㅋㅋㅋ
“조금 더 빠르게 움직여도 돼!”
“알겠어!”
티아라와 궁수의 콤비네이션은 환상적이다 못해 아름다울 지경이었다.
마치 수십 년을 함께한 동료처럼 궁수는 집요하게 뒤를 노리고 달려드는 모기들을 모두 격퇴했다.
동시에 티아라는 눈에 보이는 모기들을 최대한 베어버리며 전투를 이어나갔다.
대략 300마리쯤 남았을까.
캐스팅을 마친 법사가 소리쳤다.
“다했다!”
“잘했어! 티아라 돌아와!”
“간다!”
“바로 가!”
휘이이이이이잉!
바닥에 펼쳐진 마법진에서 서서히 바람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시원하다고 생각하던 바람은 순식간에 그 크기를 키워 주변의 나무들을 가뿐히 넘어버렸다.
거대한 토네이도가 일어나며 하늘에 날아다니는 모기들을 집어 삼켰다.
“나이스!”
그와 동시에 궁수는 미리 준비해둔 신기전을 꺼내 들었다.
불꽃은 붙어있지 않았다. 다만 모두 화살촉에 날카로운 얼음을 붙이고 있었다.
“다 갈아버려!”
투다다다다다다!
마치 드릴처럼 날카롭게 박힌 화살들은 순식간에 발사되어 법사의 토네이도 안으로 흡수되었다.
콰드드드드득! 서걱! 카드드득!
각종 섬뜩한 소리들이 멤버들의 귓가를 울렸으나 아무도 귀를 막는 이는 없었다.
오히려 저 빌어먹을 모기들을 모두 죽여버렸단 만족감에 엄지를 척 들었다.
“이거지.”
20분쯤 지나고 토네이도가 잦아들었을 때는 그 안에는 더 이상 모기라고 부를만한 것은 남아있지 않았다.
모기군단을 처치한 궁수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발을 재촉했다.
고요한 숲속 궁수는 티아라에게 물었다.
“저것도 다 놈 작품이겠지?”
게이트가 열리지도 않았는데 벌써 변종 괴물들을 두 번이나 만났다.
과연 사트의 실험실에는 뭐가 잠들어있는지 궁금할 지경이었다.
“방심하지 말고 가자고.”
“그래, 다른 사람들도 조심해요.”
전진은 고요했다.
종종 새소리나 짐승들의 울음소리만이 있을 뿐 별다른 소리는 듣지 못했다.
부지런히 간다고 갔는데 어느새 해가 져버리고 말았다.
“흐음, 여기서 묵지.”
“그래요.”
간단한 스낵으로 식사를 마친 멤버들은 간이 침낭을 이용하여 잠자리에 들 준비를 마쳤다.
“불침번은 저부터 2시간씩 서겠습니다.”
“오케이~”
궁수를 시작으로 다른 멤버들은 잠자리에 들어갔다.
어떤 척박한 환경에서도 적응하는 헌터들답게 모두 침낭에 들어가자마자 골아 떨어졌다.
“쯧.”
모닥불 앞에 앉아 불침번을 서는 궁수는 순간 아버지가 생각났다.
다행히도 건강에는 아무 이상도 없지만 괜히 신경이 쓰였다.
‘가족을 건드려?’
으드득.
문뜩 궁수는 그때를 생각하니 다시 분노에 차올라 절로 이를 악물었다.
게이트도 아니고 누군가 우발적으로 만든 괴물이라니.
“반드시 내 손으로 죽인다.”
- 아무렴 복수는 확실하게 해야지.
궁수가 사트에 대한 복수심을 불태우는 사이.
샤사사사사삿!
무언가 매우 빠른 속도로 기어 다니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 계약자여.
“알아.”
궁수 또한 이미 분쇄자를 들고 있는 상태였다.
샤사사사사사삿!
마치 먹잇감을 노리듯 놈은 주변을 맴돌며 궁수를 노려보았다.
궁수와 놈 사이에서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낮이면 몰라도 지금은 불빛 하나도 볼 수 없는 아마존의 밤이다.
어디서 기습할지 몰랐기에 궁수는 최대한 기감을 펼치며 적이 오길 기다렸다.
궁수와 괴물이 치열한 눈치 싸움을 보이길 잠시.
스스스스스슷!
- 계약자여!
“알아!”
무언가 거대한 괴물이 땅을 기며 궁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궁수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놈의 머리통을 향해 분쇄자를 후려쳤다.
빠각!
“빗겨 맞았다!”
- 계약자여 불꽃!
“상관없어!”
궁수는 곧바로 화살통에 화살을 하나 꺼내 그 끝에 불꽃을 채워 넣었다.
화아아악!
주변이 밝아지며 서서히 적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마디별로 나뉜 몸통에 징그러운 다리, 기다란 더듬이에 주황색 이빨까지.
우리가 아는 지네라고 불리는 곤충이었다.
다만 그 크기가 몇 천배는 더 거대할 뿐.
샤아아앗!
놈은 적잖게 분노한 듯 궁수의 공격에 부서진 한쪽 입으로 사납게 위협을 가했다.
그러나 나궁수.
“마디별로 나눠주마.”
고작 거대 지네 따위로 궁수를 막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