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2화. 맛있쩡!
“꺄하하하하하하하!”
[시속 999km 핵토파스카아아아아알.]
[형냐 나 눈이 핑핑 돌아아아아아.]
[헤으으응 가버려어어엇!]
[키히히히히 이제 나도 모르겠다! 이게 궁수지!]
[아직도 화살이랑 활을 쓰는 궁수가 있다고?]
ㄴ 그런 궁수는 다 죽었습니다.
ㄴ 어엌ㅋㅋㅋㅋㅋㅋㅋㅋ
숲속 거대한 토네이도가 몰아치며 주변의 모든 것들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야 이 미친놈아! 태우지 말라고 했더니 지금 뭐하는 거야!]
“크헤헤헤헿! 누구도 날 막을 순 없는 거임!”
[이 미친 헌터가!?]
숲의 파괴를 뒤로하고 전투의 양상은 압도적이었다.
자그마한 생채기조차 입지 않은 궁수는 이천에 달하는 적을 순살시켜 버렸다.
주변에 적들의 시체가 낭자하며 핏자국이 잔뜩 새겨졌다.
“후우!”
쿠구구구구….
바람이 사그라들며 서서히 태풍 안의 궁수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만족스러운 듯 이마의 땀을 닦으며 씨익 입꼬리를 올리는 그 모습은 쾌남 그 자체였다.
[끄아아아악! 또 시말서 쓰게 생겼잖아!]
“니가 쓰지 내가 쓰냐!? 꼬우면 다른 놈 부르던가!”
다만 주변은 보기 흉흉할 정도로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지만 말이다.
“티아라 쪽은 잘 끝냈으려나?”
티격태격 하기는 했지만 궁수도 그녀의 실력에 대해서는 믿고 있었다.
그간 보여온 위력은 고작 어중이떠중이 이천 명으로는 꺾는데 무리가 있었다.
일도 없겠다, 궁수는 그녀를 돕기 위해 발을 옮겼다.
“어딜.”
- 위다!
콰아아앙!
“엄훠?”
고개를 돌림과 동시에 하늘에서 초고속으로 낙하한 구구맨이 궁수를 향해 낙하했다.
다행히도 천궁의 재빠른 외침 덕분에 궁수는 별 어려움 없이 적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
찌이이잉.
놈의 주먹을 막아낸 천궁이 부들부들 떨리며 궁수의 손목이 찡하게 울렸다.
“보내줄 수 없구구.”
“흐으으읍!”
뻐억!
곧바로 놈의 복부를 발로 차 거리를 벌린 궁수는 분쇄자를 어깨에 이고 물었다.
‘돌덩이가 따로 없네.’
전신에서 느껴지는 헬창의 기운은 궁수로서 하여금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보스냐?”
“그런 셈이구.”
“뭐야, 그럼 너도 대머리냐?”
“…뭐라구구?”
시시껄렁한 농담을 던진 궁수는 인벤토리에서 마력포션을 한 병 꺼내 시원하게 들이켰다.
“몇 치냐?”
헬창끼리의 전투력을 나타내는 지표.
궁수는 구구맨의 전신을 훑으며 물었다.
구구맨은 근육에 불끈 힘을 주며 대답했다.
“글쎄, 1만 이후로는 정확히 확인해 본 적이 없구구.”
“아아, 그래?”
화악!
궁수는 손에 있던 마력포션의 빈병을 놈의 얼굴에 던졌다.
화르르륵!
그와 동시에 땅을 박차고 돌진한 궁수는 분쇄자에 불꽃을 붙이고 적 위로 도약했다.
궁수의 눈이 매섭게 바뀌었다. 구구맨과 궁수의 눈 사이에 스파크가 튈 지경이었다.
“쇠질한다는 새끼가 매일 기록 갱신을 안 해?”
콰아아앙!
“크흐으으윽!”
궁수의 진심을 담은 일격을 구구맨은 양 팔로 버겁게 막아내었다.
놈의 한쪽 무릎이 꿇리며 미약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궁수의 팔 근육이 부풀어 올랐다.
분쇄자에 한껏 힘을 넣어 놈을 찍어 누르자 궁수의 몸이 붕 떠올랐다.
“뒤져 가짜 헬창 새끼야.”
콰콰콰콰쾅!
불꽃을 머금었던 궁수의 분쇄자에 바람의 기운이 추가되었다.
휘이이이잉!
분쇄자를 중심으로 불꽃을 머금은 바람이 몰아쳤다.
“헬창이!”
콰앙!
바람과 함께 불꽃이 터져 나오며 궁수의 전신이 다시 한번 떠올랐다.
그대로 공중에서 한 바퀴 회전한 궁수는 한 번 더 놈의 팔을 후려쳤다.
“삼대를”
콰앙!
“측정을!”
콰앙!
“안 해!?”
콰아앙!
탓!
공중에서 추가로 세 번의 타격을 더 하고 나서야 궁수는 땅에 착지했다.
으드득.
궁수의 화려한 타격에 혼을 쏙 뺏겨버린 구구맨은 이를 악물며 궁수를 노려보았다.
화아아악!
“확실히, 쉽게는 갈 수 없겠구구!”
갑자기 그의 전신에서 폭발적인 마력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궁수와 닮은 듯한 회색빛 마력이 놈의 전신을 감쌌다.
“진심을 보여주겠구구!”
“덤벼.”
콰아앙!
마치 성난 소가 돌진하듯 놈이 궁수를 향해 돌진했다.
제대로 맞으면 뼈도 못 추릴 정도로 위협적인 돌진이었으나 궁수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통째로 으깨주구구!”
“드루와!”
콰앙!
이번에는 자기 차례라는 듯 땅을 박차고 뛰어오른 구구맨이 궁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궁수 또한 자세를 낮추고 마치 타자가 타격을 준비하듯 분쇄자에 있는 힘껏 마력을 불어넣었다.
“죽어!”
“뒤지라구구!”
콰아아아아아앙!
구구맨의 주먹과 궁수의 분쇄자가 부딪혔다. 회색빛 마력이 격돌하며 귀가 따가울 정도로 큰 굉음이 났다.
[오우야 이게 궁수지.]
[궁수 싸움 수준 실화냐? 레알 세계관장님 한세트만 더.]
[2차 전직부터 피지컬 아처인데 뭘…]
[우리 궁수는 활을 안써요.]
ㄴ 틈만 나면 몽둥이로 줘패구요.
ㄴ 짜증나면 폭파시키죠.
ㄴ 이게 어딜봐서 궁수 이야기냐고 ㅋㅋㅋㅋ
ㄴ 광전사에 테러범ㅋㅋㅋㅋㅋㅋㅋ
ㄴ 씹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쿠구구구구!
“제법이군.”
“넌 비둘기 밥인데?”
콰드드득!
주먹과 격돌한 분쇄자에 바람을 머금었다.
사나운 바람은 놈의 주먹을 통째로 갈아버릴 듯 흉흉하게 회전하고 있었다.
촤좌좌좌좍!
“크흐으윽!”
탓!
주먹에서 피를 질질 흘리는 그는 인상을 팍 구기며 궁수로부터 떨어졌다.
“풉, 주먹이 그래서야, 중량 좀 떨어지겠다?”
“쯧! 비겁하지도 않은가!”
“맨날 개발리고 비겁하대~”
주먹을 털어내는 그의 손에서는 피가 질질 흐르고 있었다. 그는 짜증이 난 듯 혀를 차며 말했다.
“네 놈도 남자라면 당당하게 주먹 대 주먹으로 싸우란 말이다!”
“뭐? 내가?”
“그래! 사내라는 자식이 비겁하게 무기나 쓰는 꼴이라니!”
“허.”
[지는 날개 달렸으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처 발리고 하는 말이 비겁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추하다 둘기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
[궁수한테 무기 쓰지 말라누 ㅋㅋㅋㅋㅋㅋㅋㅋ]
[인파이터 같은데 궁수한테 근접전 좆발리고 하는 말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대가리 수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치킨국한테 덤비면 이리되는거지 ㅋㅋㅋㅋㅋ]
마치 쓰레기를 보는듯한 궁수의 시선에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외쳤다.
“네 놈도 남자라면 주먹으로 나를 상대해보란 말이구구!”
“허허.”
“왜! 겁 먹었구구!”
“겁?”
- 계약자여! 잠깐….
궁수는 피식 웃으며 천궁을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천궁을 집어 놓고 쉐도우파트너를 활성화한 궁수는 피식 웃으며 놈에게 말했다.
“막고라를 신청한다. 이 새끼야.”
“좋다! 남자라면 그래야구구!”
[????이걸 받아줘??????]
[에이 씨팔 난 모르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궁수한테 무기 버리란 놈이나 버리란다고 버리는 놈이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타앗!
발에 마력을 실은 궁수가 폭발적으로 구구맨을 향해 돌진했다.
“오거라!”
“흐으으읍!”
마력을 잔뜩 머금은 궁수의 주먹은
“뭣?!”
구구맨이 아니라 그 아래의 땅을 후려쳤다.
콰아아아아앙!
거대한 흙먼지가 일어나며 순간 구구맨의 시야를 완전히 가렸다.
“시야를 가리다니구…!”
“으음.”
콰드득!
어두운 흙먼지 속 궁수는 거세게 왼발을 짓밟으며 타격 폼을 취했다.
“자…. 잠깐!”
궁수의 손에는 어느새 꺼낸 분쇄자가 들려있었다.
적을 날려버리는 바람이 몰아치는 그 모습은 궁수를 더욱 포악한 모습으로 만들었다.
“닭대가리라 속이기 쉽네!”
콰아아아앙!
“구구우우우우!?”
전력으로 휘두른 분쇄자가 구구맨을 하늘 위로 날려버렸다.
근육이 우락부락한 그의 몸이 하늘 위로 부웅 떠올랐다.
터져 나온 비명에 그의 입가는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자…. 잠깐구구!”
“싫어!”
그 아래에선 궁수의 발리스타가 구구맨을 저격하고 있었다.
“안돼!”
궁수의 마력을 잔뜩 머금은 익스플로전 애로우가 붉게 빛났다.
그리고는.
“돼!”
쐐애애애애액!
그날 지리산에서는 거대한 폭죽놀이가 한바탕 있었다.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적을 저런 꼴로 만들었냐?”
“뭐 어때, 애초에 사람도 아니더만.”
“기왕이면 심문이라도 하게 살려두지.”
“생포하기에는 저항이 거세서.”
걸레짝이 되어버린 구구맨의 시체를 양도하며 궁수는 이를 바라보며 물었다.
“등에 날개가 달려있던데, 뭐 아는 거 있어?”
“음? 아 저거?”
그녀는 잠시 대답을 망설이더니 이내 별 수 없다는 듯 궁수에게 설명해주었다.
“확실하진 않지만 아마 사트의 작품이겠지.”
“사트?”
“응, 놈도 가시 중 한명이야. 저런 괴물들을 만들어내는 놈이지.”
“호오?”
“곧 소탕 작전이 예정되어 있기는 한데….”
티아라는 슬쩍 정보를 흘리며 궁수에게 눈치를 주었다.
물론 궁수는 슬쩍 옆으로 걸으며 모르는 척 시선을 돌렸다.
“야.”
“느헤헤헿! 궁수는 아무것도 모른다!”
“이거 기밀이거든? 이리 안와?”
“느헿! 궁수는 모른다! 아무것도 모른다!”
“야! 어디가!”
“느헤헤헤헤헿! 궁수 모른다아아앗!”
***
실험실의 내부는 퍽 오싹했다.
뚫린 창문으로 어스름한 달빛이 때때로 인큐베이터의 실험물들을 비추었다.
소, 독수리, 악어, 코뿔소 등 각종 실험체들이 끔찍하게 분리되거나 억지로 봉합되어 인큐베이터 속에서 숨 쉬고 있었다.
“키히히히히히! 곧이다! 곧 완성이야!”
게 중에서도 중앙의 가장 큰 인큐베이터 속에서는 끔찍한 녀석이 부화를 준비하고 있었다.
키메라라고 부르기에도 뭐 할 정도로 끔찍한 비주얼을 자랑하는 놈은 당장에라도 수조관 밖으로 나올 것만 같았다.
“키히히히히히!”
어두운 실험실 속에서는 사트의 섬뜩한 웃음소리만이 남을 뿐이었다.
***
창문 사이로 노을이 내리쬐는 오후.
궁수는 오래간만에 늘어지게 휴식을 감미하고 있었다.
“캬…. 이게 주말이지.”
한사코 그녀의 계획을 거절한 궁수는 입이 찢어져라 하품하며 침대에서 빈둥거리고 있었다.
“확실히 새 집이 좋긴 해!”
며칠 전 수십억 원의 아파트를 질러버린 궁수는 부모님과 함께 이사하여 풍족한 삶을 즐기고 있었다.
궁수는 복근을 벅벅 긁으며 거실로 나와 소파에 앉았다. TV에서는 마침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노곤하구만….”
부모님은 모두 출근하고 집에는 궁수 혼자.
사실 두 분 모두 출근할 필요는 전혀 없었지만 집에서 마땅히 할 것도 없었기에 설렁설렁 직장을 다니고 계셨다.
띠리리리링!
궁수가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기도 잠시 스마트폰이 시끄러운 벨소리를 울렸다.
“이은우기만 해봐라.”
그러나 궁수의 휴대폰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름 아닌 그의 아버지 나백수였다.
“여보세요? 아버지?”
“일어났냐 아들?”
“진작에 일어났죠~”
입에 침 하나도 바르지 않고 거짓말을 한 궁수는 능청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래서 갑자기 왜요? 슬슬 퇴근하실 시간 아니에요?”
“아하하, 오랜만에 우리 가족 외식이나 할까 했지.”
“외식이요?”
“그래, 나도 네 엄마 태우러 가고 있다.”
‘외식이라.’
하긴 최근 가족들과 나눌 시간이 모자라기도 했다.
궁수는 오랜만에 부모님과 대화라도 나눌 겸 흔쾌하게 그 제안을 수락했다.
“좋아요!”
“그래 그럼 아빠가 어! 어어어!? 끄아아악!”
“아빠!? 아빠! 여보세요!?”
끼이이이이익! 쿵!
“씨발! 뭐야!”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궁수는 다짜고짜 옷부터 챙겨 입었다.
마침 TV에서는 순식간에 전 채널에 긴급 속보가 들어왔다.
[서울 합정역에서 갑작스럽게 몬스터가 등장하였습니다. 근처 시민 여러분들께서는….]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이미 궁수는 집 밖으로 뛰어나간 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