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화. 기지가 으디네!!!!!!
폐허가 되어버린 숲에서 궁수는 주섬주섬 장미를 뒤적였다.
- 아직 놈의 기운이 느껴진다.
“정확히 어디인지는 몰라?”
- 흐음, 이 근방이다.
[아니 이 근처에 있다고ㅋㅋㅋㅋㅋㅋㅋㅋ]
[잠시 후 목적지 부분입니다~]
[아 조깄네 조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왜 저걸 못 찾지? 하 ㅋㅋㅋㅋㅋㅋ]
[훈수 벤이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쯧, 이따 칼춤 한번 춰야겠네.”
[저기 있는 것 같습니다 형님.]
[나궁수 절대 응원해♥]
[찾을 수 있을 거에요! 파이팅!]
[투피스는 실존한다!]
ㄴ 이 새낀 또 뭐야ㅋㅋㅋㅋㅋ
ㄴ 모든 것을 그곳에 두고 왔다!
ㄴ 컨셉 확실한거 보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이 새끼 정신머리도 두고왔네ㅋㅋㅋㅋㅋㅋ
ㄴ 나궁수 방송 보는 사람중에 정상인이 어딨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드드득!
타버린 장미 괴물의 시체를 뜯어버리며 궁수는 쓰러진 가시를 찾고 있었다.
“흐으으으….”
“어?”
어디선가 흐느끼는 목소리가 들려왔기에 궁수는 서둘러 목소리가 난 곳에 다가갔다.
“끄으으으응….”
“여기다!”
우드드드득!
줄기 자체를 뜯어버린 그곳에서는 장미 잎에 둘러싸여있는 가시가 옅은 숨을 뱉고 있었다.
“무슨 거적대기를 입고 있어?”
나뭇잎으로 만들어진 우비에 갈색 큰 옷을 입고 있었다.
- 아직 정신이 없군.
“상관없어.”
궁수는 한가은에게 받은 구속구를 채워 그녀를 등에 업었다.
이미 마력이 빠져 제압된 상태였으나 혹여나 그녀의 팔 다리는 물론 마력까지 사용하지 못하도록 단단하게 구속시켰다.
“그런데 잡아서 뭘 하려고?”
“응? 심문해야죠.”
“심문? 자네가 직접?”
“아뇨, 따로 전문가가 있으니 괜찮아요.”
궁수는 어째서인지 섬뜩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연행했다.
[오우야 오빠 나 죽어.]
[나를 묶은 다음 메차쿠차 $%할 거지!]
ㄴ 그냥 묶고 줘 패면 안될까.
ㄴ 그냥 시멘트에 넣고 바다에 던지자.
ㄴ 환경파괴 되잖아.
ㄴ 이 방송에서 환경을 걱정하는 새끼가 있다고?
ㄴ 대가리가 덜 깨졌네 ㅋㅋㅋㅋㅋㅋㅋ
[쓰레기 무단 투기임 그거.]
ㄴ 타는 쓰레니까 그냥 태우죠?
ㄴ 올 이거지.
ㄴ 세계 최초 시체유기 방송ㅋㅋㅋㅋㅋㅋㅋ
***
협회 본부.
최심층 지하에서 잡혀 온 열두 번째 가시와 궁수 그리고 이은우가 자리에 앉아있었다.
이곳은 철저하게 비밀리에 운영되는 공간.
그 어떤 사람도 입을 열게 만들 수 있다는 마법의 공간이었다.
“그래서 입은 열지 않으시겠다?”
“흐음….”
“….”
그녀는 은우의 닦달에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푹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절대 입을 열지 않겠다는 듯 그녀는 입을 꾹 닫고 있었다.
그러나 완강한 태도와는 달리 조금씩 눈치를 보며 은우와 궁수의 안색을 살피고 있었다.
“하아….”
“히끅!”
화르륵!
화살대에서 화살 한발을 꺼낸 궁수는 불꽃을 일으켜 화살을 책상에 박았다.
깜짝 놀랐는지 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궁수를 바라보았다.
“뭘 꼬라봐?”
그러나 그녀는 이미 헌터를 죽인 살인마다.
아무리 불쌍한 표정을 짓더라도 궁수는 조금도 불쌍한 마음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궁수는 마력을 일으켰으나.
“그만.”
은우의 왼팔에 의해 저지당하고 말았다.
“왜요.”
콰직!
은우는 인벤토리에서 꺼낸 검을 그녀 앞의 책상에 내리꽂으며 마력을 일으켰다.
은우의 섬뜩한 안광이 번뜩이며 살기가 진득이 배어나오기 시작했다.
“궁수는 나가있어, 뒤지기 싫으면.”
워낙에 압도적인 포스에 궁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문에 다가갔다.
문고리를 잡고 나가기 전 궁수는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말했다.
“고맙다….”
철컥.
문고리가 걸리는 그 소리를 끝으로 더 이상 어떤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협회의 완벽한 방음 시스템은 역시나 비명을 막아 주었…
“꺄아아아아아악! 살려줘어어어어억!”
“음….”
궁수는 조용히 엘리베이터를 타고 밖으로 나가며 말했다.
“거 쇠질하기 딱 좋은 날씨네.”
***
그리고 바로 다음 날 궁수의 휴대폰이 시끄럽게 울려대었다.
다름 아닌 이은우에게 온 연락이었다.
“여보세요?”
“…흐흐흐흐흐.”
“이봐요 미친놈씨?”
순간 궁수도 소름이 돋을 정도로 싸늘한 웃음소리가 스마트폰에서 울려 퍼졌다.
매우 섬뜩한 웃음소리였으나 이은우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말을 이었다.
“흐흐흐…. 아 음, 네 접니다.”
“무서운데요.”
어째서인지 인체실험을 하는 매드 사이언티스트가 떠오른 궁수였다.
“여튼 알아낸 정보에 따르면 말이죠.”
“네, 뭔데요?”
“놈은 자신이 열두 번째 가시라고 말하더군요.”
“가시, 흐음 네, 그리고?”
“제법 내용이 많습니다. 만나서 이야기하시죠.”
“흠, 알겠습니다.”
‘아 맞다.’
전화를 끊기 전 궁수는 은우에게 물었다.
“가시는 어떻게 됐습니까?”
“…흐흐흐”
“저기요?”
이은우는 다시 한번 살기가 진득이 묻어나오는 웃음소리와 함께 짤막하게 말했다.
“알면 다쳐.”
“…넵.”
어째서인지 궁수는 그 말 이외에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
“여기 알아낸 정보입니다.”
“으음.”
그의 성격이 보이듯 깔끔하게 정리된 정보는 한 눈에 들어왔다.
[열두 번째 가시.]
[숲에게 사랑받는 자.]
[진술 내용.]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 2번 세트 적용.
[정말로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 8번 세트 적용.
[살려주세요.]
▶ 11번 세트 적용.
[끠에에에에엑! 쿠웨에에엑! 죽여! 죽이라고!]
▶ 4번 세트 적용.
무언가 반인륜적인 사상이 가득한 구성에 궁수는 이게 무슨 개소리요 하며 눈을 부라렸다.
“내가 뭘 보고 있는 거지.”
“아 그거 아닙니다.”
“제가 언제부터 사탄이랑 대화하고 있었죠.”
“때때로 사람은 악마보다 더 사악해지는 법이죠.”
“이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닌데?”
“됐고 이거나 보세요.”
궁수는 찝찝한 표정으로 은우의 다른 자료를 받아들었다.
“으음.”
그곳에는 그제야 조금 제대로 된 정보가 쓰여져 있었다.
“사람 이름이 어떻게 포레스트죠?”
“자기가 그렇다는데 뭐 어째요.”
궁수는 입술을 툭 내밀고 정보를 훑었다.
“음….”
쓰여 있는 정보는 퍽 간단했다.
먼저 가시의 수는 열두 개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녀는 열두 번째 마지막 가시라는 것.
그들의 공통적인 목표는 무언가를 소환해야 한다는 것.
“흐음? 그닥 쓸 만한 정보는 없는 것 같은데요.”
“말단이라 그런지 썩 많은걸 알고 있지는 않더군요.”
기왕 정보라면 다른 가시에 대한 정보라거나 조직의 위치나 그런 큼지막한 것들이 필요했다.
그러나 그녀가 뱉은 정보는 그닥 영양가 없는 내용이 전부였다.
“흠 딱히 쓸모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요.”
“그 뒷장을 보세요.”
“뒷장?”
그 뒷장에는 그녀의 진술을 토대로 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은우는 혹여나 궁수가 이해하지 못할까 옆에서 부연 설명을 해주었다.
“원래의 목적은 숲을 확장하여 한국을 먼저 먹어치우려고 한 모양입니다.”
“네? 고작 그걸로요?”
“흐음, 글쎄요, 어찌 보면 던전 자체를 소환한 수준이라 고작이라 하기엔 좀 그렇네요.”
계속해서 서류를 읽어내려가던 궁수의 표정이 더욱 굳어갔다.
“하아?”
“다 읽으셨습니까?”
“네, 그렇긴 한데요.”
자료에는 먼저 열두 번째 가시가 한국을 먹는다.
그 이후 합류한 네 번째 가시가 열두 번째 가시와 함께 북한을 침략하는 것으로 나와 있었다.
“허, 어이가 없네.”
그 이후 북한을 넘어 중국, 러시아까지 침략을 이어나간다는 내용이었다.
“꿈도 크네.”
“일단 저희가 숲을 파괴했으니 그쪽에서도 뭔가 다른 수를 준비할 겁니다.”
“음? 계획을 취소하는 게 아니라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긴 했습니다만….”
은우도 어이가 없었는지 난처한 표정으로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왜요, 말 해봐요.”
“네 번째 가시는 닭대가리라서 어떻게든 올 거라고 하던데요.”
“…네?”
은우도 어이가 없었는지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진짜 확신에 차서 말하더라구요?”
“어지간히 살고 싶었나보죠 뭐.”
“죽일 정도로 하진 않았습니다.”
“죽고 싶을 정도로 하셨겠죠.”
“하하핳 정답!”
벌레 보는듯한 눈을 한 궁수는 잠시 은우를 바라보았다. 어째서인지 은우는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피했다.
“흐음, 그럼 똑같이 숲으로 오려나요?”
“예, 아마도요, 먼저 숲을 만든 이유가 있겠죠.”
“흐음…. 숲이라.”
잠시 이번에는 어떤 숲을 날려버릴까 고민하는 궁수였다.
‘지리산? 북한산? 크흐! 벌써부터 군침이 싹도누!’
익스트림 방화범…이 아닌 궁수의 사악한 표정을 본 은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뿐이었다.
***
주변이 온통 원목으로 이루어진 방.
그곳에서는 엄청난 근육질의 남자가 1000kg짜리 특제 덤벨을 한손으로 들고 있었다.
“후우….”
그의 팔뚝을 이루는 거대한 근육과 핏줄은 빛을 받아 마치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다.
실제로 그의 방은 수많은 헬스 기구들과 프로틴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렇게 트레이닝을 하기도 잠시 누군가 그의 창문을 두드렸다.
“구! 트레이닝 중에는 건들지 말라고 했구구!, 도통 말귀를 알아먹는 놈이 없구구!.”
노골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비추는 그는 퉁명스럽게 창문을 열었다.
“들어오라구구!”
끼이이이익.
문이 열리며 밖에서 대기하던 비둘기 한 마리가 그의 책상에 착지했다.
통신용 비둘기인 듯 놈의 발목에는 쪽지 한 개가 쓰여져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헬스를 방해받아 기분이 잡친 그는 표정을 팍 구기고 쪽지를 펼쳐보았다.
그리고.
우드드드득!
그의 손에 있던 순도 100프로 마강철이 너무나도 쉽게 찌그러졌다.
쪽지에 적힌 내용은 이러했다.
[열두 번째 미션 실패.]
[긴급 회의 소집, ‘원탁의 방’ 집합.]
다른 가시가 임무에 실패했으니 그에 대한 회의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구우….”
분명 이번에는 자신의 차례였는데 빌어먹을 멍청한 가시 하나 때문에 일을 그르치고 말았다.
콰아아앙!
적잖게 분노한 듯 그는 있는 힘껏 벽에 주먹을 처박았다.
“구구구구! 내가 얼빠진 가시 하나 때문에 눈치를 봐야하냐구구!”
쾅! 쾅! 콰콰콰콰쾅!
벽 역시나 그를 대비하여 마강철로 만들어진 벽이었으나 지금은 허약한 알루미늄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거의 삼십 분간 벽에 주먹질을 하고 나서야 겨우 평정을 유지할 수 있었다.
단단한 마강철 벽에 그의 주먹 자국이 가득 새겨졌다.
벽을 부수던 그는 화가 조금 풀렸는지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비둘기에게 다가갔다.
“단백질이라도 좀 먹어야겠구구.”
“구구!? 구구구구!?!”
와그작!
그는 책상에 앉아있는 비둘기의 목을 잡더니 털도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비둘기의 가슴살을 뜯어먹어 버렸다.
***
그리고 다시 궁수.
“가죠?”
“안 돼요.”
“왜요.”
“그렇게 하면 남아나는 게 없단 말입니다!”
“괜찮아! 남는 게 없어도 주는 게 정인거야!”
“개소리 마세요!”
칠판에는 우리나라의 산과 숲이 표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궁수의 붉은 보드마카는 모조리 숲 위에 X차를 그어두었다.
“이제부터 여기는 민둥산이다!”
“아 안된다고!”
환경을, 아니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아군과 싸우는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